철공단지 이제는 예술단지로 탈바꿈하다
고려시대에 문익점이 목화를 최초로 재배했다고 해서 문래동이라고도 하고, 물이 들어오는 동네라고 해서 ‘물래’라고 하는 문래동*은 일제 강점기에 종연·동양 등 방직회사가 들어서면서 공장으로 채워진 공업단지로 형성되었다. 그러다, 1960년대 초 무렵부터 도로변(경인로)을 중심으로 철재상이 모여들기 시작해 1970년대를 거쳐 1980년대에 이르러 철재상 수가 800개를 상회할 정도로 급격히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적 고도성장을 이끈 대한민국 대표 공업 지역이다. 철공의 메카로 알려진 이곳은 이제는 철공과 예술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철공소 주변 곳곳에 작업실과 문화 공간이 들어서면서 다소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지되고 있는 것. 카페 내부의 예술 작품 전시, 낡은 주택 안의 신선한 퓨전 음식, 골목길 이곳저곳의 작업실, 공방, 갤러리… 이들이 철공소와 이채롭게 어우러진 모습은 문래동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른 여름, 문래에서는 예술축제가 한창이다. 지난 6월 10일부터 시작된 ‘문래날래(Mullaenale)’가 그것이다. 문래날래는 문래와 비엔날레의 합성어로 ‘함께 노래하고, 함께 공감하고, 함께 놀아보자’의 의미로 지역 주민과 예술가가 함께 만든 지역 예술축제다. 축제에는 럭스, 라이엇키즈, 데이드림, 원톤 등 30여개 록 밴드의 릴레이 공연과 노맨, 모트, 배드텅, 스티브, 장용빈, 준키, 지고스트, 피타 등 작가들의 다양한 개성을 느낄 수 있는 배드핸즈 기획전시, 그리고 중고장터 ‘플리마켓’과 바비큐, 칵테일 등 다양한 먹거리 장터 ‘푸드컨벤션’이 선보였다. 이날은 스컹크프로덕션의 예술단체를 비롯해 몬스터박스, 문래돼지불백, 번영천막, 이주민방송, 왕코등갈비 등 지역 상인과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 예술축제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번 예술축제 문래날래를 준비한 스컹크 프로덕션 원종희 대표에 따르면 “몇 년 전 처음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에는 철공소 풍경이 다소 생소했지만, 점점 주변 환경에 신기한 예술이 입혀졌다”고. 생계를 위해 철공소를 운영하는 소상인들은 자투리 시간에 만든 공예품들을 공장 한 켠에 전시했는데, 이들을 보면서 예술가와 함께 이끌어나가는 축제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 문래날래의 기획전시에 쓰인 구조물은 철공상인들의 아이디어와 손에서 나왔으며, 행사의 먹거리와 플리마켓의 판매품 또한 지역 주민이 제공했다.
‘문래날래’ 예술로 날갯짓하다
문래날래의 중심은 역시 젊은 열기를 느낄 수 있는 록 밴드의 릴레이 공연이었다. 신진부터 베테랑까지 모인 30여 개 밴드의 연합 공연은 밴드마다 각기 다른 색깔의 무대로 관객의 열기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동네 아저씨, 지역 상인, 학생, 예술가가 함께 어우러진 예술 축제는 록 음악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지하 공연장에서 에너지가 분출되는 사이, 2층에서 진행된 전시는 또 다른 풍경을 선사했다. 전시의 주제는 ‘서브컬처’. 작가의 애장품을 활용한 오브제와 그림 전시는 각각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드러냈고, 보드·자전거·티셔츠·모자·기타 등에 그려진 화려한 장식과 그림은 서브컬처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었다. 보편적인 관념에서 벗어난 패션과 작가의 상상력은 전시의 매력을 십분 더해주었다.
축제의 행복 중 하나는 단연 먹거리! 공연이 한창 진행되는동안 건물 밖에서 열린 ‘푸드컨벤션’에서는 바비큐, 칵테일 등을 무상으로 제공해, 공연과 전시를 즐기느라 출출해졌을 관객의 허기를 딱 기분 좋게 채워주었다. 숯불로 구운 고기와 해산물은 축제를 즐기러 온 이들에게 생각지 못한 선물이 되었다. 또한 플리마켓은 판매자와 축제 관람객의 신선한 대화의 장이 되었는데, 애장품에 담긴 숨은 이야기들은 축제에 소소한 재미를 주었다. 낮부터 시작된 축제는 늦은 저녁이 되어서도 그 열기가 식지않았다. 작품에 얽힌 이야기, 지칠 줄 모르고 이어진 록 밴드의 음악, 그리고 이를 즐기는 관객의 에너지는 문래동의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갔다.
문래동 전역이 무대가 되는 지역 문화예술축제
201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7년째 접어든 문래예술공장의
* 문래를 그대로 읽으면 ‘물레’로 발음이 나는데, 이는 방직기계의 우리식 표현인 ‘물레’에서 나온 말이다.
- 글 최정필
- 서울문화재단 문래예술공장 차장
- 사진 서울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