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아름다운 소망
까치밥 사과 위에 눈이 내렸습니다.
빠알간 사과 위에 하얀 눈이 내렸습니다.
사과밭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사과는 안으로 얼어들면서
까치밥이 되지 못할까 걱정입니다.
제 몸을 파먹을 까치가 없을까 걱정입니다.
<시작 노트>
이 시는 오래 전에 쓴 것이다. 대학의 문학 동아리 후배들과 1월 1일 성주에 놀러 갔었다. 하얀 눈이 덮인 사과밭이 있었다. 빨간 사과 위에 하얀 눈이 덮여 있었다. 사과밭 주인이 까치밥으로 남겨둔 사과였다. 가까이 가서 만져보니 사과가 꽁꽁 얼어 있었다. 이렇게 까치밥으로 남겨진 사과는 크기가 작다. 상품 가치가 없어서 주인이 따지 않았다. 대체로 맛도 떨어진다. 맛이 있는 사과는 새들이 주인보다 먼저 쪼아 먹는다. 이 사과도 생명 가치를 가지고 이 세상에 온 것이다. 그래도 이 사과가 생명 가치를 다하는 것은 이제 그냥 땅에 떨어져 썩어 거름이 되는 것이 아니라, 까치밥이 되어서 다른 새들의 배를 부르게 해 주는 것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다하는 것이 아닐까. 큰 축제의 제사상에 가는 것도 아니다. 고급 잔치에 멋진 전시품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고 가는 새들에게 그 먹이로 자신의 한 생을 바쳐 먹이가 되는 것. 한 작은 생명으로 태어나 다시 작은 생명들의 먹이가 되어서 그 새들을 배부르게 할 수 있다면, 이것만으로도 자신의 탄생의 소임을 다한다고 소망하는 버려진 작은 사과. 한 생명의 소망이 이것쯤이라면 이것 또한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쓸쓸히 버림받아 한 생명을 다하는 그 순간의 소망이 이것쯤이라면, 이렇게 한 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아름답지 아니한가. 스스로 자신이 한 생을 까치밥으로나마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 자체가 너무나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첫댓글 정대호 시인님의 시 한 편 더 올립니다.
매화꽃
춥다고 어찌 입 다물고만 있으랴.
하얀 꽃망울이 찬바람에 으스스 떤다.
그래도 때가 되면 꽃망울을 터뜨린다.
입 활짝 열고 파르르 떤다.
가난한 향기를 머금었다 풀면
바람이 그 맑은 향기를 가득 머금고 퍼진다.
춥다고 어찌 입 다물고만 있으랴.
찬바람이 살을 에도 입 활짝 열고
고개 들고 당당히 서 있으리.
-시집『가끔은 길이 없어도 가야 할 때가 있다』에서
매화가 필 무렵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남보다 못 커서 버림받은 사과
까치밥으로 남겨 두었으나 사과 밭에는 아무도 없고
카치밥으로서의 자기의 가치를 다하지 못할까 봐 속 테웠을 시과
날씨가 차가워 꽁꽁 얼어 버린 사과
자신의 힐 일을 못 할까 안타까운 사과는
까치가 없지 않을까를 걱정하는
자기를 먹어 주길 기다리는 그 자체가
작가의 말처럼 너무 아름딥습니다.
까치를 통해 한몫 하고픈 사과의 바램이 헛 되지 않길 바라며
젊은 시절에 쓴 시가 어제 쓴 시 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정대호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