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로코의 관문(關門) 탠지어(Tanger)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회교 모스크 / 모로코 아가씨 / 시장 골목길 풍경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땅에 처음 발을 디딘 곳은 최북단의 탠지어(Tanger/탕헤르)인데 스페인의 풍광에 눈이 익은 우리에게 모로코의 첫인상은 너무나 이국적인 모습이었다.
높게 솟아있는 회교사원 탑, 좁은 골목길, 길거리마다 잡다한 물건들을 빼곡히 진열한 가게들, 그리고 푸른색 긴 치마에 무슬림 히잡(Hijab)을 쓰고 길거리는 누비는 여인들...
이곳 탠지어는 유럽과 통하는 항구도시로 BC 8세기 고대 페니키아(Phoenicia)인들의 세웠던 카르타고의 무역 거점도시였다고 하니 그 역사가 거의 3,000년에 가깝다고 하겠다.
엄청나게 큰 석류 / 무함마드 영묘 / 하산탑 입구 기마병 / 하산탑의 돌기둥들
미리 1박을 예약하고 찾아 나선 우리의 숙소 까사 우데아(Casa Oudeayas)가 하필이면 베르베르인들의 옛 주거지 메디나(Medina) 안에 있을 줄이야...
꼬불꼬불 골목길을 누비며 간판도 없는 숙소를 찾아가느라 엄청난 고생을 했다.
나중 몇 번 혼났지만, 이곳에는 호텔을 제외하고 모든 숙소에 간판이 없다.
오로지 지도와 주소만 가지고 물어물어 찾아야 하는데 모로코가 프랑스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통용어가 프랑스어다.
아시겠지만 프랑스어는 영어 발음과 너무나 달라서 지도를 보고 영어 발음으로 물으면 아무도 알아듣지를 못한다.
결국, 지도를 보여주고, 번지를 보여주고.... 거리를 어슬렁거리다 엄청나게 큰 석류를 발견하고 즉석에서 짜주는 주스를 한 잔 마셨는데 너무나 맛있고 가격도 싸다.
2. 수도 라바트(Rabat)와 카사블랑카(Casablanca)
모스크 주변 건물 / 하산 2세 모스크 / 카사블랑카 해변에서 수영 / 화려한 아라베스크 문양
모로코의 수도(首都)는 라바트(Rabat)로 정치, 경제, 문화, 교통의 중심지이며 인구는 60만 정도이다.
라바트에서 2박을 했는데 라바트 볼거리의 첫 번째는 하산탑(Hassan Tower)이다.
우선 높이 솟은 모스크가 눈에 들어오는데 한 변이 16m인 정사각형 탑으로 높이가 44m라고 하며 쌓다가 중단한 상태란다.
1192년, 모로코의 왕 알 만수르(al-Mansur)가 야심차게 시작한 모스크 건설은 1197년 그가 죽자 중단한 채 오늘날까지 멈춰있다는데 앞쪽에 남아있는 거대한 돌기둥 300개를 보면 그의 건설계획이 얼마나 웅대했는지 짐작이 간다.
또 하산탑과 광장을 빙 둘러 높다랗게 쌓아 올린 붉은 진흙 벽은 반쯤 허물어진 채 서 있지만 웅장하다.
하산탑 광장의 한쪽에는 아름답게 축조된 무함마드 5세 영묘(靈廟)가 있는데 들어서면 푸른 타일로 장식된 정교하고 아름다운 아라베스크 문양의 내부 장식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리고 관광객의 접근이 금지된 아래층 영묘 옆에서는 이슬람 사제가 앉아 끊임없이 코란을 낭송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라바트는 성안(구시가지)과 성 밖(신시가지)으로 나누어지는데 대부분의 관광지는 성안에 있다.
성안에는 다시 이슬람 지역인 메디나(Medina)와 유대인 거리인 밀라(Milla)로 나누어진다.
모로코 중부 해안의 도시 카사블랑카는 영화 ‘카사블랑카(하얀집)’의 배경이 된 도시로 멜랑꼴릭한 영화주제가의 선율과 함께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게 다가오는 도시이다.
너무나 낭만적인 이름에도 불구하고 옛날에는 악명 높은 베르베르인들의 해적 소굴이었다고 하는데 포르투갈에 의해 소탕되었다고 한다.
카사블랑카의 자랑은 높이 200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나레트(Minaret/첨탑)를 자랑하는 하산 2세 모스크이다. 하산 2세(Hassan II/1929~1999)는 자신의 60회 생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이 모스크를 짓기 시작했다는데 그 웅장한 규모와 화려함이 압권이다. 사원 좌우로 들어서 있는 부속 건물들도 정교한 아라베스크 장식으로 너무나 아름다우며,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대서양을 끼고 광장과 공원이 어울려 매우 인상적이다.
하산 2세는 1961년 아버지 무함마드 5세가 죽자 왕위를 계승하여 38년간 모로코를 통치하면서 오늘의 모로코를 건설한 왕으로 사후 그의 아들 무함마드 6세가 왕위를 이어받았다.
호기심 많은 임교장의 성화로 모스크 옆의 바다에 들어가 수영을 했는데 10월 초순이라 물이 차다.
파도가 세고 해변이 자갈로 이루어져 있어 수영하기 마땅치 않아 물에 조금 들어갔다 나왔는데 사람들이 모두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불후의 명화 카사블랑카(Casablanca/하얀집)>
- 마이클 커티즈(미국) 감독의 1942년 작품.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 -
영화 포스터 / 험프리 보가트 / 잉그리드 버그만 / 영화 장면
세계 2차 대전, 파죽지세(破竹之勢)로 밀려드는 독일군에 밀려 파리까지 점령당하자 지하에서 싸우던 프랑스 레지스탕스(Résistance)들은 미국행 배나 비행기를 타기 위해 프랑스령 모로코로 피신한다.
레지스탕스(Résistance)는 정부의 압정(壓政)이나 외국의 지배에 저항하는 것을 주제로 하는 문학단체를 일컫는 말이다.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미국인 험프리 보가트(Humphrey Bogart)는 옛 애인이었던 잉그리드 버그만(Ingrid Bergman)이 프랑스 레지스탕스 리더인 남편과 나타나 독일 첩보원을 피하여 미국으로 밀항(密航)하는 통행증을 부탁한다. 아직도 옛 애인을 잊지 못하는 험프리 보가트....
결국, 부부를 미국으로 떠나도록 도와주는데 잉그리드 버그만이 카페에서 속삭인다.
“내일 저녁 만나서....” “그렇게 먼 미래의 일을 어찌 약속할 수 있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전쟁 중의 절박함을 나타내는 대사이다.
잉그리드 버그만의 고혹적인 매력과 험프리 보가트의 여심(女心)을 흔들던 우수에 찬 눈동자가 오래도록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영화이다.
들으면 언제나 우수에 젖게 하는 애잔한 멜로디의 음악 ‘카사블랑카’....
미국 가수 버티 히긴스(Vertie Higgins)는 카사블랑카 영화를 본 후 이 곡을 썼다고 한다.
사실 영화 OST와는 관계가 없는 노래지만 바로 이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매혹적인 곡이다.
Casablanca(카사블랑카/하얀 집)
I fell in love with you watching Casablanca/ Back row of the drive-in show in the flickering light
Popcorn and cokes beneath the stars became champagne and caviar
Making love on a long hot summers night
나는 카사블랑카를 바라보며 당신과 사랑에 빠졌었지 / 야외극장의 뒷줄, 희미한 불빛 아래
별빛 아래에서 팝콘과 콜라는 샴페인과 캐비어로 변했지 / 길고 더운 여름밤 사랑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