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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여행기 (라스토케 편) / 이비아 오랜만에 유럽여행을 다시 다녀왔다 나는 유럽 쪽으로는 12년 전 가족 자유여행으로 서유럽 몇 나라를 여행한 뒤 동유럽은 처음이다 이번 여행이 3년 전에 갔던 터키여행과 다른 것은 우리 부부 둘이서 떠나는 자유여행이었다 터키는 여행사 패키지로 전반적인 일들을 여행사에서 알아서 해주어 신경 쓸 일이 없고 편리했다 하지만 자유여행은 모든 일정을 개인적으로 계획해야 되는 만큼 준비해야 될 것들이 많았다. 편리함이냐 자유로움이냐를 저울질 하다가 선택한 것은 자유로움이었다. 집에서 개인적 취미생활을 즐기는 내게 있어서 여행의 의미는 무엇일까 위성방송 여행전문 채널를 통해서 가기 힘든 오지도 간접적 체험을 할 수 있으나 평소 익숙했던 것들에서 벗어나 멀리 떠나는 일은 역시 설레이는 일이다 자유여행을 하면서 제일 망서리는 부분이 언어소통인데 다행히 남편이 영어를 잘 해서 그 부분은 해결되었고 자동차와 숙소만 예약해 두면 누구의 속박도 받지 않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의 정보력으로 시니어들의 배낭여행이 늘고 있다고 한다 내 친구는 자동 통역기를 어플 받아서 뭉골과 러시아를 다녀왔다고 하는데 자유여행에 언어가 문제라면 문명의 혜택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또한 손짓 발짓을 통한 국제 공통어도 있으니 언어는 그리 큰 문제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출발 전 국제면허증도 받아 두었고 모든 숙소도 예약해 두니 이제 가볍게 떠나면 된다 12 일간의 여정에 남편은 효과적인 스케줄을 위해 도서관에서 크로아티아에 관한 책을 빌려오고 인터넷 검색도 해보면서 정보들을 모아 두었다. 나도 책을 대략 훑어보고 크로아티아의 역사와 지리를 숙지해 두었는데 여행 전날밤이 되어서야 여행 경로를 자세히 살펴 보았다 비행기는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이었는데 그동안 타 본 비행기 중에서 제일 큰 항공기 였고 쾌적한 편이었다. 인천공항에서 두바이까지 9시간 걸리고 그곳에서 4시간 기다려서 환승하고 6시간을 더 비행한다 열다섯 시간을 하늘에 떠 있자니 약간 걱정이 되어서 성호를 긋고 주모경을 받쳤다. 두바이 공항은 각 경유지가 많아서 면세점이 즐비하였고 4시간 대기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두바이에서 자그레브까지는 옆좌석에 일본인 부부가 앞 좌석엔 뉴질랜드인 부부가 앉아있었는데 서로 담소를 나누면서 가게 되었다. 옆줄 일본인 부부는 우리와 비슷한 연령대로 보였는데 남자분은 6시간 내내 자세를 흐뜨러 트리지 않았다. 나는 항공사에서 제공된 양말로 갈아신고 그것도 답답하여 맨발인데 그 남자는 신발은 벗기는 커녕 정자세를 유지하고 있어서 신사다움이 남달랐다. 나는 친정엄마 장례식 후 혈압으로 두번이나 서울대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던 기억에 체면보다는 컨디션 조절이 우선이었다 여자는 전형적인 일본여자의 상냥함과 애교가 넘쳐나서 호감이 갔다. 일본인 부부는 영어가 잘 안 되는 편이었지만 소통은 할 수 있어서 대화는 가능했다. 앞에 뉴질랜드인 노부부는 여자분은 앞 빈 자리로 옮겨앉아 서류작업을 하며 갔고 할아버지는 뒤로 돌아앉아 우리에게 말을 건네왔다. 아버지가 뉴질랜드 어머니가 크로아티아라 두 나라를 오가며 성장했고 지금도 두 나라를 오가면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남한 사람인걸 알고는 반색을 하면서 며느리가 한국여성이라고 했다 부산에서 살고 있어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며 스마트폰을 찾으며 가족사진들을 보여주셨다 며느리가 바이올린을 전공했다며 연주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셨다 음악을 했다는 말에 나도 반가워서 우리 딸도 피아니스트라며 가족사진을 보여주니 감탄사를 주신다 부인과는 헤어졌는데 친구처럼 지내면서 여행도 함께 다니고 있다고 한다. 아직 직장을 다니며 품질관리 업무 당당인데 지금 서류검토 작업 중이라고 한다. 새삼 느끼는데 서양인들은 자기표현에 스스럼이 없고 감정표현이 솔직하고 풍부하다. 우측에 앉은 일본인은 예의가 바르고 초면인 사람을 어려워 하는 걸 보니 어쩐지 우리와 비슷한 정서감이 보인다. 그 일본인 부부는 패키지 여행이었는데 옆쪽에 일행들이 함께 타고 있었다 자그레브에 도착하여 검색대에 줄 서 있는데 뉴질랜드인 할아버지가 다가오시더니 헤어지는 인사와 악수를 청해왔다. 짐 찾는 곳에서는 일본인 부부가 먼저 찾아가며 손을 흔들었다. 6시간의 동행이었지만 뇌리에 남는 사람들이었다 공항에서 제일 먼저 해야 될 일은 크로아티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유심칩을 사고 예약해 둔 렌트카를 찾는 일이었다. 유심칩 끼는 방법을 잘 몰라서 영어를 알아듣는 여경을 찾아 부탁해 보았더니 교체해 주었다 렌트카 키를 받아서 주차장에 오니 흰색 포드 소형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는 850키로 뛴 새 차인데 남편이 수동으로 예약하는 바람에 기어 변속을 해야 하는 점이 걸렸다. 오랜만에 수동을 타니 차가 시동이 꺼지기도 하고 그야말로 " 팍 가고 팍 서고" 불안정하다. 하지만 엔진이 좋아선지 속도감이 붙기 시작하였다.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얼마 지나자 속도제한이 130 키로가 나오는 구간이 보인다. 다른 차들이 우리 차를 추월해서 계기판을 보니 우리 차는 140키로를 달리고 있다. 내가 천천히 가자고 하니 남편은 차량 흐름을 방해하면 더 위험하다고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남편은 카 레이서가 된것처럼 고속도를 질주하고 있었다. 포드 차는 한국의 우리 차보다 작아서인지 엔진소리가 요란한데 날개 돋힌듯 가고 있다 계기판을 읽으니 스피드 150 키로이다. 양력을 받아서 붕우웅 날아갈것만 같다. 나는 긴장되어서 말도 걸지 않고 앞만 바라보았다. 이번 여행에서 은근 걱정이 된 것이 교통사고이다 이국만리 초행길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같은 걱정들이 있었다. 130키로 구간이 끝나면서 드디어 자그레브 외곽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유럽 특유의 빨강 지붕들과 평화로운 초원이 편쳐지고 있었다 저 빨강 지붕들은 제 2차대전 때 민가이니까 공격하지 말라는 뜻이었다는데 그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자유를 존중하는 유럽인들이 개중에 파랑색 지붕을 얹는 집이 한 채도 보이지 않는다는 건 개인의 취향보다 전통을 이어가는 참으로 대단한 정신이 아닐 수 없다. 빨강색 지붕만이 건축허가가 난다는 규제가 아니라면 말이다. 첫 목적지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이다. 자그레브에서 플리트비체 까지는 140 키로미터이다. 그런데 네비게에션이 중간 중간 원활하지 않아서 난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종종 도로변 주유소에 들려서 행선지를 확인하면서 가야 했다 주요소는 작은 마트가 같이 있고 커피 음료수 빵을 파는 곳도 있었다 마트는 우리나라 작은 편의점 규모였고 빵과 과자와 주스, 물을 샀는데 나중에 보니 일반 마트보다 두배 이상 비쌌다 플리트비체 가는 길에 "라스토케 동화마을"을 들려보았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 부부는 동시에 찬탄을 금하지 못했다 "이런 동네가 있네! "어떻게 이런 동네가 있지? " 지상의 낙원을 찾아온 것 같다 강물 건너 편에 크고 작은 폭포수가 흘러 내리고 시냇물 사이로 보이는 예쁜 집들 "동화마을" 이라는 이름이 실감난다. 마을 입구에 큰 다리가 보이고 그 아래로 옥빛 강물이 맑다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농가에 강아지와 닭들이 자유롭게 노닐고 있다 어떤 2층 목조 주택은 1층 집을 관통해서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가옥 한가운데로 자연의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니 목조주택의 놀라운 공법이다 다리를 건너 마을 입구에 원래 입장료가 있는데 우리는 비성수기에 가서 무료로 들어갔다 사계절 계곡물 소리가 들리고 의식주에 관한 생산성은 보이지 않는 이 마을 사람들의 일상이 궁금해졌다 조용하던 이 산속의 마을이 예쁘다고 소문이 나면서 관광지가 되었을 것이다 마을 입구에 키가 건장하고 흰수염을 기른 중년 남자가 나무 울타리에 기대어 서 있다 왠지 화가 같은 예술가 분위기를 풍기는데 알고보니 입구에 있는 카페 건물 주인이라고 한다 또 옆에서는 한 아저씨가 겨울 땔감인듯 장작을 패고 있었다. 남편은 사진을 찍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나는 어디선가 꼬마 요정이 튀어나와 반겨줄것만 같은 마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조용한 마을에 관광객 몇 사람이 오가는데 예쁜 집에서 서양인 남자가 나오더니 내게 인사를 건넨다 그 집에서 묵고 있는 이스라엘 청년이 산책을 나가려는 중이었다 남편과도 인사를 나눈 뒤 우리 사진도 찍어주고 함께 기념사진도 찍은 뒤 헤어졌다. 마을 뒷길 아래로 내려가니 물가에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고 위로 올라가니 영화에서 본듯한 콰이강의 다리가 연상되는 다리가 보인다 그곳에서 마을 전경을 내려다 보니 여기서 우리도 하룻밤 묵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근처에 숙소를 예약해 두었기에 그만 떠나야 했다 벌써 해가 기울어 동화마을에 노을빛이 물들기 시작하였다 저녁 하늘이 온통 장미빛으로 짙어지면서 자꾸만 걸음을 멈추고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 라스토케 동화마을 이스라엘 청년과 함께 |
첫댓글 숲속님... 나는 어제 오늘 계속 서울에 가야할 일들이 있어 님의 글을 이제야....
여러장의 사진들과 여행기 다 보며 읽었어요. 동유럽여행...
그 출발부터 항로와 만남들... 특별히 김정균선생님의 영어활용.... 참말
남들이 부러워하는 부부동반의 아름다운 모습이에요. 예술과 언어, 교제에
능숙한 분들이기에.... 아직은 내외분 모두 젊고 건강하시기에... 나는 이젠
해외여행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힘이 없고 또 관심도 없어요. 짐정균선생님,
형숙님.. 아름답고 좋은 경험들, 그리고 그 체험 경험들을 오래 간직할 수 있게
글로 잘 표현, 나누어주시니 무한 감사합니다.
향강선생님 서울 다녀오시고 힘드실텐데 이 글을 다 읽어 주셨군요..
늘 느끼는 거지만 선생님 기억력은 대단하세요..
제 남편 이름도 정확히 기억해 주시고..ㅎ
네.. 선생님 여행이든 일상생활이든 무리는 하지 않으시는게 현명하지요..
저도 여행하면서 느깐건데 더 늦기 전에 많이 다녀야겠다는...ㅋ
이 여행기를 쓰게 된 동기는 너무 아름다웠던 여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터키 여행 때는 여행기를 안 썼더니 기억에서 멀어져 가네요..
여행기를 쓰라고 격려해 주시고 공감해 주시니
향강님은 훈훈하신 휴머니스트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