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Q & A

세월호 국가배상사건에 대한 재판의 선고가 임박한 모양이다.특별법에 따라 재판 없이 받은 보상금은 1인당 4억원인데 재판에서는 10억원 정도를 청구한 모양이다.전부 인용될 가능성도 있다는데 그렇다면 재판없이 받은 사람들과 차이가 많다는 지적이다.그런데 이는 피상적인 분석일 뿐이다.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은 재판과정에서 위법의 증명과 손해액 산정 등에서 변호사의 역할이 지대하다.세월호 사건이라고 무료변론이라도 해 준다면 모를까 시세대로라면 거의 절반이 변호사 몫이 될 것이다.그동안 들인 노력 등에 비하면 전액을 인정받더라도 특별법에 따른 보상금과 큰 차이가 없다.세월호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측의 작태가 유족들에게 큰 불신을 안겨 주었고 어렵게 마련한 특별법도 충분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했다,세월호 사건이 터지자 나는 마음이 아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지경이었는데 해양수산부에서 연락이 왔다.부랴부랴 세종시로 달려 가면서 스마트폰으로 몇개 법률을 검색해 보았다.국가의 배상책임은 면할 수 없을 것 같고 과거 위도 낚시배 참사사건에서도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선례가 있었기에(위도에서 사망한 사람들 중 경제부처 소속 공무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손쉽게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했는지도 모른다) 국가배상책임을 둘러싼 문제들을 해결하는 입법을 놓고 고심을 했다.국가배상사건에서는 국가의 불법행위가 입증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거대한 국가를 상대로 법정투쟁을 벌여야 하는 유족들과 자신의 뼈아픈 과오를 시인하여야 하는 국가 사이에서 재판부도 고심을 거듭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그래서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특별법을 만드는데 가급적 유족들에게 가장 편리한 방법으로 최대의 보상을 해 줌으로써 법정에서 다투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다.법정에서 국가의 과오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게 되면 유족들의 상처를 건드리게 되고 국가는 국가대로 승소하기 위해 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잘못을 반성하기는 커녕 발뺌을 하려 든다는 오해를 받게 되며 국가의 과오가 다시 세상에 널리 전해지게 되는 것이다.대표적인 것이 5.18특별법이다.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군이 보여준 불법행위의 극치를 재판정에서 재연하는 것을 막고 유족들에게 최대한의 경제적 보상을 해줌으로써 마음을 누그려뜨리려는 것이 그 법의 목적이었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사실 재판을 벌였더라도 오랜 기간이 지나 증거를 제시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세월호 역시 유사한 것으로 보아 5.18 특별법의 내용을 다시 꼼꼼히 읽어보면서 입법의 방향을 구상했다.5.18특별법과 대조를 이루는 것은 서해안 허베이스피릿호 유류누출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특별법이다. 여기에서는 국가는 전혀 법적 책임이 없지만 가해자 측의 배상이 늦어짐에 따라 피해자들의 생계가 막연하니 국가가 나서 대신 보상을 해 주고 구상권을 행사한다는 것이 골자이다.이런 사건에서 돈으로만 해결하면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은 물론 유족들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재판을 통하게 되면 진상이 규명되게 되는데 이는 유족측이 스스로 노력해서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하기에 한계가 있다.따라서 특별법을 만들면 보상과 함께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진상규명은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며 그것이 고인들의 죽음을 조금이라도 가치있게 하는 요소이다.이런 점을 머릿속에 정리하여 해수부 책임자를 만났고 설명을 했더니 전적으로 수긍을 하면서 의견을 정리하여 달라고 했다.돌아와서 밤을 새가며 의견을 작성하여 이메일로 보내 주었다.그런데 그 후 감감 무소식이었다.심지어 내가 세종시에 왕복했던 교통비조차 보전해 줄 생각이 없었다.얼핏 들은 풍문으로는 국가책임과 배상을 전제로 한 내 의견은 청와대 등에서 엄청난 질책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후로는 해수부 사람들은 나에게 어떤 일감을 주기는 커녕 나를 만나는 것조차 꺼리는 것 같았다.정부가 마련한 안은 국회에서 야당의 주장이 대폭 가미되었고 최종안은 내가 구상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어쨋든 특별법이 만들어져 간이한 절차로 보상액이 정해지고 이를 받으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보게 되는데 40%에 해당하는 유족들이 거기에 불복하여 재판을 청구한 것이다.이는 세월호 참사의 주된 책임자인 정부가 계속하여 발뺌을 하고 온갖 치사한 작태를 연출함으로써 유족들의 불신을 받게 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본다.그리고 해수부 사람들이 나에게 보인 태도에서 보듯 정부 내에 이런 대형사고를 겪고서도 윗사람 눈치를 보는데 급급한 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그들의 안하무인 격인 작태가 건전하고 합리적인 방안은 발붙일 수 없게 하였다는 것이다.나는 현직에 있었더라면 이 사태를 계기로 옷을 벗었으리라 여긴다.그렇지만 당시 윗사람 비위 맞추는데 온갖 머리를 짜내었을 한심스런 작자들은 퇴임 후에도 석좌교수니 대기업 사외이사니 총장이니 떵떵거리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역겹게 느껴진다.아직 대한민국은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