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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혁명 제12권 제4장 후계(後繼) – 3.16관련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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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신이치는 총본산에 있는 도다 조세이의 곁을 떠나 3월 5일부터 사흘 정도 오사카사건의 재판을 받으러 가야 했다.
신이치가 총본산으로 돌아오고 얼마 뒤, 기시 노부스케 총리가 도다에게 3월 16일 일요일에 총본산을 참예하고 싶다고 연락해왔다.
도다와 친교가 깊은 그는 3월 1일 대강당 낙성법요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용무가 있어 대리를 보내고, 자신은 새로 날을 잡아 총본산을 방문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날이 정식으로 16일로 결정되었다.
도다가 활짝 웃으며 신이치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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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로구나, 이날 청년부를 등산시키자 그리고 장래를 위해 광선유포의 모의시험, 예행연습이 되는 식전으로 하자."
도다가 모의시험이라고 말한 까닭은, 다음 세대를 짊어질 청년들에게 광선유포의 모든 책임과 사명을 의탁하기 위해, 광선유포의 성취를 상정(想定)한 모의적인 의식을 행한다는 의미였다.
성훈에 "*삼국(三國) 및 *일염부제(一閻浮提)의 사람 참회멸죄(懺悔滅罪)의 계법(戒法)일 뿐만 아니라, *대범천왕(大梵天王), *제석(帝釋) 등도 내려와서 밟으셔야 할 계단(戒壇)이니라."(어서 1022쪽)라고 있듯이, 광선유포의 여명에는 범천도, 제석도 정법을 신수(信受)할 날이 오리라. 대범천왕.제석 등을 우리의 현실에 바탕을 두고 생각하면, 법화경 수호의 역할을 짊어질 사회 지도자층이라고 해도 좋다.
요컨대 도다는, 한 나라의 재상은 물론이거니와 각국 각계의 지도자가 어본존에게 귀의할 날이 온다는 것을 하나의 의식이라는 형태로 나타내려고 했다.
도다 조세이는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광선유포가 이루어지면, 총리를 비롯한 각계 지도자가 이 불법을 신봉하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기념하는 날이 온다. 아니, 청년의 손으로 그 시대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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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치, 나는 3월 16일의 식전을 '광선유포의 *인수(印授)'를 자네들에게 의탁하는 의식으로 하려고 생각한다. 이 식전의 모든 책임은 자네가 맡게. 생각대로 힘껏 해보게."
도다의 어조는 온화했지만, 눈빛에는 심상치 않은 결의와 기백이 감돌았다.
"예, 멋지게 후계를 서원하는 모임으로 하겠습니다."
도다는 신이치의 대답에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편안한 전통복 차림을 한 도다의 옷깃 속 목덜미 주름이 애처로울 만큼 몸이 여위어 있음을 말해주었다. 신이치는 '은사의 생명이 완전히 타버리고 있구나' 하고 직감했다.
신이치를 중심으로 식전준비가 곧바로 진행되었다. 날마다 총등산을 하는 가운데, 서둘러 청년부를 등산시키기로 했다.
수송수단의 확보를 시작으로, 환영회와 식전회장 검토, 일반등산자의 하산과 청년부의 등산을 어떻게 원활히 추진하느냐 등의 어려운 과제가 쌓여 있었다.
3월 16일 청년부 등산의 참석자는 수송수단을 고려해 수도권에서 5000명, 현지인 후지산 주변지역에서 1000명으로 결정했다.
이 등산이 정식으로 발표된 때는, 남자부는 11일에 열린 남자부 간부회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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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부도 동시에 연락하고, 13일 이 열린 임시간부회에서 다시 확인했다.
- '16일에 청년부 등산을 실시한다. 이날은 총리를 맞이 해 광선유포의 모의시험을 거행한다.'
이 소식은 번개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관계조직 구석구석에까지 전해졌다.
인편으로 소식을 들은 청년부원들은 청년부 등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은 스승 도다 조세이가 이날을 고대하며 청년부가 오기를 기다린다.'는 말을 듣고는, '무엇인가 헤아릴 수 없는 커다란 의의를 담은 식전을 여는구나.' 하고 느꼈다.
청년부원 대부분은 총등산 스태프로서 이미 등산했거나 3월 후반에 등산하기로 되어 있었다. 거기에 청년부 등산이 겹치게 되었다. 16일은 일요일이지만,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푸념하거나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만사를 제쳐놓고 무슨 일이 있어도 도다 슬하로 달려가려고 했다.
도다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일단 유사시에 광선유포라는 싸움터로 달려갈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라고 말했지만, 청년들은 지금 그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광선유포를 향해 결정한 일념은 중요한 때에 그 진가가 발휘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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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도, 지위도, 명예도 바라지 않고 오로지 광선유포를 꿈꿔온 청년들에게는, 스승 도다 조세이가 지휘하는 경사스러운 식전에 참석하는 일이야말로 더 없는 영예이고 기쁨이었다. 설레는 가슴을 안고,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이날을 기다렸다.
3월 1일 대강당 낙성법요 전부터 이미 도다의 흉중에는, 광선유포의 모의식전을 거행하자는 구상이 서고 있었다.
도다는 총리가 낙성법요에 참석하지 못하고 다른 날을 잡아서 총본산에 참예하겠다는 통지를 해올 때부터, 그때 청년부를 등산시켜 광선유포를 성취한 날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의식을 거행하자고 다짐했다. 또 그 식전이 자기 손으로 청년들을 훈련하는 마지막 기회가 되리라고 느꼈다. 그리고 모여 오는 청년에게 무엇을 대접할 지까지 홀로 생각했다.
낙성법요가 끝나고 이튿날 3월 2일이었다. 가마타지부간사 이타미 고지가 리쿄보에 인사하러 왔을 때, 도다가 상냥하게 말했다.
"오, 잘 왔네. 기다리고 있었다. 실은 자네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네."
이타미는 도다가 '부탁이 있다.'고 하며 친근하게 말하자, 긴장하며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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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가 어제 낙성법요에는 오지 못했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총본산에 오기로 했다. 그때는 남녀청년부가 등산하여 총리를 맞이했으면 하네. 아직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날은 아마 이른 새벽부터 청년들이 한꺼번에 밀어닥치게 되지 않겠는가. 아직 춥기도 하고, 필시 속이 비었을 테지.
그래서 말인데, 이 청년들에게 뭔가 따뜻한 음식을 먹였으면 한다. 무엇이 좋을까 생각해보았는데, 돼지고기 된장국이 제일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돼지고기 된장국은 몸도 따뜻하게 하고 영양가도 좋으니까. 자네가 중심이 되어 돼지고기 된장국을 만들었으면 하는데, 할 수 있겠는가 …."
이타미는 뜻밖의 부탁을 받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청년들을 배려하는 도다의 마음에 감동했다.
"예, 알겠습니다. 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인원수는 얼마나 되겠습니까"
"5000~6000명은 되겠지."
"6000명이면 한 사람당 쌀 한홉이라고 해도 여섯섬… .
준비 인원이 50명 정도는 필요합니다."
"아니, 이런 작업은 오히려 소수정예로 하는 편이 일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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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명이면 충분하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말이네. 논 가운데다 아궁이를 만들면 된다. 돼지는 두 세마리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래도 모자라면 이것저것 넣으면 되지 않겠는가."
도다가 호쾌하게 웃었다. 그러고 나서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배가 고프면 싸울 수 없다. 그 어떤 싸움도 이것이 철칙이다. 간부는 먼저, 모두들 배가 끄지는 않은지 생각해야 한다. 음식조달은 어떤 싸움에서나 생명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타미는 곧바로 같은 가마타지부간사인 마쓰다 기이치로와 상의하고, 지부 내에서 조리와 정육에 관련된 일을 하는 회원을 중심으로 운영진을 선발해 구체적인 방법을 검토했다.
도다는 이타미 일행이 세운 계획을 듣고, 총리가 언제 오더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3월 7일, 준비에 착수했다. 운영진은 열명으로 구성했다.
아궁이는 검토한 끝에 드럼통에 디젤버너를 달아 4개 정도 만들기로 했다. 사용할 용구와 기구는 큰 가마 4개, 식기, 통 이 밖에 작은 국자 30개, 중간 국자 10개, 큰 국자 2개, 철제 대야 1개. 큰 주걱 1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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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는 돼지 세 마리를 잡고, 감자 225킬로그램, 우엉 56킬로그램, 당근 37킬로그램, 대파 56킬로그램, 채소 총 375킬로그램, 그리고 된장 4되가 들어가는 통 하나를 준비하기로 했다.
도다 조세이는 돼지고기 된장국이 가능하다는 보고를 듣고 대단히 만족스러워했다. 이윽고 총리가 방문할 날짜가 결정되자, 청년부 간부들에게 말했다.
"참석자에게 모두 젓가락과 식기를 가져오라고 연락하라.
단, 도시락은 각자 지참하도록 한다. 점심까지는 준비하지 못하기 때문이지. 도시락을 가져올 수 없는 사람은 숲 속에서 무엇이든 구해서 먹어야 한다.
앞으로 학회가 큰 탄압을 받아 장정(長征)이라도 나가게 된다면, 자기 식량은 스스로 조달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풀을 뜯어먹어야 할지도 모른다네. 하하하… .
본래는 훈련을 위해서라도 야숙(野宿)도 시키고 싶은 심정이다. 나는 학회청년을 나약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도다는 지금 광선유포의 영원한 흐름을 열기 위해, 어떠한 고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늠름한 후계의 인재군을 육성하고자 최후의 최후까지 힘을 쏟았다.
야마모토 신이치는 도다 곁에서 하나하나 스승의 의향을 받아들이며, 16일 식전의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 속에서 신이치는, 쇠약해진 도다의 몸을 바라보며 홀로 가슴 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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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의 기백은 결코 변하지 않았지만, 날이 갈수록 걷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신이치는 16일 식전에 거가(車駕)를 준비해, 스승의 몸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주자고 남몰래 생각했다.
그는, 가마 모양의 거가를 만들어 도다를 태운 뒤, 청년들이 어깨에 매고 모시자고 다짐했다.
*제갈공명(諸葛孔明)이 *오장원(五丈原)의 싸움에서 사륜마차를 타고 지휘했다는 고사를 생각했다.
신이치는 식전 며칠 전, 수송책임자 사와다 료이치에게 거가제작을 의뢰했다. 신이치는 "도다 선생님이 피곤하시지 않도록, 방법을 찾아주기 바란다."고 말하고, 나머지는 사와다에게 위임했다. 사와다는 그 말을 상기 하면서 진지하게 사색을 거듭했다.
5년 전 4월, 총본산에서 오중탑 복원기념 대법요 때, *묘렌사(妙蓮寺)에서 다이세키사(大石寺)까지 도다를 태우기 위해 간단한 가마를 만든 적이 있었다.
그때는 1.5킬로미터의 거리를 대표 열여섯 명이 맸는데, 과연 타는 기분이 어떠했을 지를 생각하니 개량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더욱이 이번에는 쇠약해진 도다를 태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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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다는 재료부터 신중하게 생각했다. 처음에는 대나무를 짜 맞추어 만들자고 생각했지만, 대나무로는 작게 만들 수밖에 없다. 작고 답답하면 도다의 몸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사색 끝에 노송나무를 재료로 사용하고, 거가에 팔걸이 의자를 갖추어 도다가 다리를 편히 펼 수 있게 하자고 생각했다. 고심하면서 자신이 직접 도면을 몇 번이나 그려보았다. 그리고 거가 주위에는 난간처럼 손잡이를 들러서 손을 짚고 갈 수 있게 했다. 사와다는 총본산을 자주 드나드는 도편수에게 거가를 발주했다.
3월 15일 오후, 크고 단단한 거가가 완성되었다. 제작비가 4만엔이나 들고 말았다. 아직 국가공무원(상급)의 초봉이 1만엔이 채 되지 않을 무렵이다.
사와다 료이치는 거가가 완성되자, 수송담당 청년들과 함께 거가를 리쿄보 안뜰로 옮겼다. 야마모토 신이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사와다 일행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
"고맙네. 훌륭하게 만들었다. 이 정도면 도다 선생님 몸에 부담을 주지 않을 듯하군."
그리고 제작에 든 비용을 듣고, 신이치는 지갑을 털어 혼자서 전액을 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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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스승 도다 조세이를 생각하는 신이치의 자세에, 사와다는 뜨거운 무엇인가가 솟아올랐다.
이후, 신이치는 리쿄보 2층으로 올라가 도다에게 보고했다. 2층에는 이사 등 간부 서너 명이 있었다.
"내일 식전에 선생님을 모시려고 거가를 만들었습니다. 봐주셨으면 합니다."
도다는 신이치의 부축을 받으며 창가에 가서 잠시 동안 거가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도다는 뜻밖에 엄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너무 크다. 이렇게 크면 전투에선 쓸모가 없다!"
몸은 쇠약해져 있어도, 광선유포의 싸움터를 종횡무진 누비겠다는 도다의 기개가 뜨겁게 맥동하고 있었다. 도다는 신이치에게, 언제나 실전에 바탕을 둔 계획이 중요하다는 점을 가르치고 싶었다.
도다의 말에, 안뜰에 있던 사와다 료이치를 비롯한 청년들은 숨을 죽인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이사 중 한 사람이 도다에게 아첨하듯이 말했다.
"정말 크군요. 이건 마치 축제 때 끌고 다니는 장식용 수레 같군요."
주위 간부들이 와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사와다는 2층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몸에서 핏기가 가시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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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실장의 탓이 아니다. 모양도, 크기도 내가 고안했다. 책임은 내게 있다.'
신이치가 리쿄보 안뜰로 내려오자 사와다를 비롯해 거가를 운반한 청년들이 달려왔다.
"야마모토 실장님… ."
사와다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신이치를 바라보았다.
"괜찮다. 도다 선생님은 반드시 타주신다. 제자가 진심을 다해 만들었으니… ."
그들은 확신이 가득한 신이치의 말에 위로가 되었지만, 반신반의했다. 신이치는 청년들의 마음을 헤아리고는 다시 말했다.
"도다 선생님은 이런 하나하나의 일을 통해서 우리를 진심으로 훈련시키시고 있다. 고마운 일이 아닌가. 지금 질타해주신 말씀도 선생님의 자애이다. 그런 선생님이 우리의 진심에 응하시지 않을 리 없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도다의 마음을 아는 신이치의 표정은 밝았다.
15일 저녁에는 총본산에 비가 내렸지만, 한밤중에 완전히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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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새벽 3시가 지나자 고요한 삼나무 숲으로 전조등의 빛이 달리기 시작했다. 청년들을 태운 버스가 엔진소리를 울리며 계속해서 총본산으로 오고 있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전날 오후 9시 50분에 열차를 타고 도쿄에서 출발한 멤버였다.
춘삼월이라고는 하지만, 후지산 기슭의 차가운 바깥 공기에 입김이 하얗게 변했다. 참석자들은 운영진의 유도를 받으며 참도를 지나, 종문의 교학연찬시설인 후지학림(富士學林)의 앞뜰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함석지붕을 덮은 임시취사장이 들어서 있었는데, 드럼통 아궁이에 걸쳐진 솥이 갓 없는 전구의 밝은 빛 아래 김을 내뿜고 있었다. 주위에는 된장국 냄새가 진동했고, 솥에는 돼지고기 된장국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이타미 고지, 마쓰다 기이치로를 비롯한 가마타지부의 관계자가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바쁘게 움직이면서, 큰 국자로 돼지고기 된장국을 떠서 통 여러 개에 옮겨 담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청년스태프들이 취사장에서 돼지고기 된장국을 옮긴 다음 각자의 식기에 나누어 주었다. 청년들은 이때 비로소 젓가락과 식기를 가져오라는 뜻을 알았다.
등산자들은 각자의 식기에 돼지고기 된장국을 받자마자, 가까운 곳에 앉아 도시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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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돼지고기 된장국은, 추운 새벽의 총본산에서 빈속을 움켜쥔 청년들의 오장육부에 뜨겁게 스며들었다.
특히 도다 조세이가 정성을 다해 준비한 대접임을 알고 스승의 진심에 감동해 뜨거운 것이 복받쳐 올랐다.
날이 밝아왔다. 아침 안개 속에서 연보랏빛으로 물든 후지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윽고 안개가 걷히고, 황금빛이 백설에 뒤덮인 산등성이를 비추었다.
계속해서 도착하는 청년들의 환담소리가 삼나무 거목에 메아리쳤다.
오전 8시, 등산자들이 대강당 옆에 집합했다. 청년부 수뇌간부가 차례로 일어나, 이제부터 시작되는 식전의 의의와 흐름, 주의사항을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야미기와 히로시 청년부장이 일어섰다.
"오늘은 청년부가 기시 총리를 환영하는 셈이지만, 우리의 정연하고 늠름한 모습이 곧 학회에 대한 이해로 이어집니다.
창가학회 청년부가 있는 한, 일본의 미래는 반석 같으며 학회청년이야말로 동양과 세계의 다음 세대를 담당할 지도자임을 마음껏 보여주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오늘 식전의 의의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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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양복 소매 끝이 닳아 떨어진 청년이 있었다. 낡은 교복을 입은, 아직 천진한 티가 가시지 않은 소년도 있었다. 뺨에 홍조를 띤, 검소한 검은 슈트를 입은 여성도 있었다. 누구나 가난하지만 도다 문하라는 긍지에 넘쳐, 봄바람에 가슴을 활짝 펴고 눈동자를 빛냈다.
아침 해가 창가청년들의 얼굴을 찬연히 비추었다. 이윽고 청년들은 이동을 시작하고, 거시 총리를 환영할 준비에 들어갔다.
문 앞에서 대강당에 이르는 참도 양측에 전원이 정렬을 마쳤다. 빠르고 민첩한 동작이었다.
남자부 음악대, 여자부 고적대도 각각 배치되어 오전 9시 30분까지는 환영태세를 모두 갖추었다. 나머지는 총리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청년들이 환영준비를 서두르고 있을 때였다. 리쿄보에 있는 전화가 울렸다. 비서부장 이즈미다 다메가 수화기를 들었다. 수화기 소리는 회선상태 탓인지 잘 들리지 않았다.
"여보세요 …. 기시입니다. 도다 씨는… ."
목소리의 주인공은 지시 총리였지만, 이즈미다는 이 전화가 총리의 전화라고는 금방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어느 기시 씨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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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 노부스케입니다. 총리인 … . 도다 씨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즈미다는 당황해서 누구한테서 걸려 온 전화인지 보고 하는 것도 잊고 "선생님 전화입니다."라고 하면서 수화기를 도다에게 건넸다.
"도다입니다만, 누구십니까… ."
도다는 이렇게 말하고는 귀를 기울였다.
기시는 도다의 목소리를 듣더니 줄곧 사과하기 시작했다.
총리는 정양하기 위해 하루 전인 15일에 가족과 함께 하코네온천에 왔다. 그리고 16일에는 가족과 함께 총본산 다이세키사에 올 계획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출발시간에 즈음해 도쿄에서 전화가 왔는데, 갑자기 외교적인 문제가 생겨 서둘러 도쿄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도다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뭐라고요!"
"참으로 죄송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저는 지금 도쿄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당신을 맞이하려고 청년 6000명이 오래 전부터 준비하고 기다렸습니다. 청년들을 속이는 결과가 되지 않습니까?"
"… 정말로 죄송합니다. 도다 씨에게는 깊이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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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사과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사과는 청년들에게 해야 합니다!"
도다의 목소리는 노여움으로 떨렸다.
"그렇습니다. 도다 씨가 부디 잘 이야기해주십시오."
"저는 가지 못하지만, 그 대신 아내와 딸을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사위이자 비서인 아베 신타로, 또 난조 도쿠오 의원을 보내겠습니다. 아무쪼록 선처를 바랍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저도 꼭 한번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
여기서 갑자기 전화가 끊어지고 말았다.
도다는 분노하여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총리의 전화는 도중에 끊어진 채 다시 걸려 오지 않았다.
도다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외교문제가 갑자기 생겼기 때문에 오늘 식전에 출석할 수 없다는 말은 핑계임을 직감했다.
'학회에 편견을 품은 측근 가운데 누군가가 학회와 깊이 관련되는 일은 피하라고 설득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다른 어떤 힘이 작용한 것인가… .'
도다는 이날을 위해 준비하느라 땀을 흘리고 무리하게 시간을 내어 등산한 청년들을 생각하니, 기시가 신의를 짓밟은 일을 참을 수 없었다.
도다 조세이와 기시 노부스케의 교우관계가 시작된 때는 2~3년 전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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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회원 중에 기시를 아는 사람이 있어 도다와 만나게 하려 했지만, 도다가 기시와 처음 만난 때는 학회가 정계에 추천후보자를 내보낸 뒤였다.
기시 노부스케도, 급속히 발전을 이루고 정계에도 진출한 창가학회에 적지 않은 흥미를 가졌던 모양이다.
도다는 고니시 다케오 이사장과 함께 기시와 식사하면서 환담했다. 당시 기시는 자민당 간사장이었다. 원래 두 사람은 사상도, 신조도 달랐다. 하지만 '앞으로 일본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건설적인 의지와 기개는 서로 통하는 바가 있어, 마음이 순식간에 융합했다.
도다가 위의를 갖추어 '기시 선생'이라고 부르던 호칭이, 친근감을 담은 '기시 군'으로 바뀌기까지는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다는 누구에게나 두려움도, 스스럼도 없이 대하고 거리낌 없이 말했다. 타고난 성격에다 전쟁 때에 겪은 2년간의 옥중생활이, 권위와 지위에 결코 미혹당하지 않고 인간의 진실을 간파하는 눈을 길렀다고 해도 좋다
정계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권모술수를 구사했을 기시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도다와 접촉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도다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기시를 성실하게 대했다. 이후 두 사람의 친교가 시작되고. 기시가 총리가 되고 나서도 교우는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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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는 기시가 총리로서 국민생활의 향상에 기여하고 민중의 지지를 얻는 동시에,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에게도 두터운 신뢰를 쟁취하는 위대한 재상이 되기를 바랐다.
도다 조세이가 직감했듯이, 기시 노부스케가 식전에 참석하지 못한 까닭은 외교문제가 돌발했기 때문이 결코 아니었다. 총본산에서 식전을 마친 이튿날 3월 17일자 조간신문에는 총리의 측근의원이 간섭하여 참석을 취소했다고 보도되었다.
도다 조세이는 수화기를 놓고 나서, 화를 억지로 참는 듯한 표정으로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무슨 일이냐고 묻는 듯한 주위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날카로운 어조로 말했다.
"기시 총리는 오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뇌리에, 이날을 위해 모인 청년 6000명의 얼굴이 가지 각색으로 떠올랐다.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여기에 모였고, 총리가 못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될까"
도다는 사랑하는 청년들의 낙담하는 마음을 아플만큼 알고 있었다.
"모두 가엾다 … .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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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는 자신을 고무하듯 말하고는, 청년부 간부들을 빨리 집합시키라고 지시했다. 그는 이미 걷기가 어려웠지만, 사력(死力)을 다해 청년들을 격려하자고 결의했다.
야마모토 신이치 실장과 야마가와 히로시 청년부장 등이 곧바로 리쿄보에 달려왔다. 도다는 '총리가 참석하지 못하고, 대리로 가족들만 온다!'고 간단히 전했다. 그리고 기백 넘치는 소리로 말했다.
"총리가 참석하지 못해도, 오늘은 예정대로 당당하게 식전을 개최하고, 일행을 성대하게 환영하지 않겠는가. 이 식전이 광선유포를 기념하는 모의의식이라는 점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나는 오늘의 참석자들을 이 도다의 후계자라고 생각하고, 광선유포의 일체를 의탁하는 식전으로 할 생각이다. 총리가 오지 않기 때문에, 나는 더욱 온 힘을 다해 여러분을 격려하고 싶다."
도다에게는 이미 낙담하는 마음은 없었다. 다만, 청년들이 가여워 어쩔 줄 몰랐다.
정오 전, 예정보다 한 시간쯤 늦게 문 앞에 차가 도착했다.
문 안쪽에 대기하고 있던 음악대가 학회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 가운데 총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맨 처음 차에서 내린 사람은 지난 1일에 내빈으로 와서 총리의 축사를 대신 낭독한 난조 도쿠오 중의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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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는 전통 옷을 입은 총리 부인과 딸, 그리고 사위인 아베 신타로가 서 있었다.
일행은 고니시 이사장의 안내를 받으며 참도를 걸어갔다.
참도 양측에 정렬한 남자부원들이 그들을 열렬한 박수로 환영했다.
어영당 앞에는 수뇌간부가 마중 나와 있었다. 여기서 일행은 고니시 이사장의 창제소리에 맞춰 합장하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고니시는 어영당의 유래를 설명한 뒤, 보장, 봉안전, 객전으로 안내한 다음 대강당으로 향했다.
대강당 앞에 오자 광장을 가득 메운 청년부원들이 보내는, 유달리 큰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행은 큰 박수로 환영받으며 대강당에 들어갔다.
그 무렵에 도다 조세이는 야마모토 신이치의 부축을 받으며 리쿄보 현관에 내려왔다. 현관 앞에는 거가가 놓여 있었다. 도다는 거가를 보자, 또 큰 소리로 말했다.
"너무 커서 실전에는 적합하지 않다. 싸움을 할 수 없다!"
두번에 걸친 도다의 질책이었다.
그때 신이치가 한걸음 앞으로 나와 말했다.
"선생님, 잘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거가는 제자들이 진심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부디 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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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생명의 불길이 다할 때까지 싸움의 극의와 투장의 기백을 직접 몸으로 가르치려는 스승의 엄애. 그런 스승의 몸을 걱정하고 위로하려는 제자의 진심 - 그 모습은 스승과 제자의 뜨거운 생명과 생명이 교류하는 드라마였다.
도다는 신이치를 보고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자들에게 몸을 맡겨 거가 중앙에 고정된 팔걸이의자에 앉았다. 거가를 맬 사람은 청년부에서 선발한 젊은이들이었다. 거가는 조용히 참도를 나아가기 시작했다. 신이치는 거가에 바짝 다가서서 걸었다.
도다는 거가 위에서 길 양쪽에 늘어선 청년들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냈다. 그는 늠름하게 성장한 청년들에게 깊은 감개를 느끼면서 마음속으로 말했다.
'모두 잘 와주었다. 총리가 오지 않아 유감이지만, 나는 여러분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 잘 성장해주었다, 참으로 잘, 성장해주었다. 여러분과 이렇게 만나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이리라. 내가 죽은 뒤에는 여러분이 해야 한다.
광선유포를 부탁한다!'
만감을 담은 도다의 눈빛이 청년들의 가슴을 꿰뚫었다.
초췌한 몸으로 눈빛을 빛내며 자신들을 주시하는 도다를 우러러보면서, 제자들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거가가 대강당 광장에 이르자, 대기하던 청년들 사이에서 환성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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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환성은 밀려오는 파도소리처럼 퍼져 나갔다.
"도다 선생님이다! 도다 선생님이다!"
여위고 초췌하지만 의연한 도다의 모습을 오랜만에 본 청년들은 그저 기쁘기만 했다. 북받쳐 오르는 감격과 오열을 애써 참는 여자부원도 있었다. 청년들은 발돋움해서 손을 흔들고, 눈은 거가 위에 있는 도다의 얼굴에 일제히 집중되었다.
미소를 머금은 도다는 청년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말을 걸기라도 하듯, 가만히 시선을 쏟으며 대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도다는 기뻤다. 이렇게 많은 청년이 모이고, 원기는 생기 발랄했다. 청년이야말로 미래의 광선유포를 건설할 힘이다. 그 청년의 건재함을 눈으로 본 도다는 참으로 만족했다. '총리가 오지 않았지만, 있는 힘을 다해 청년들에게 말하자'고 그는 생각했다.
낮 12시 40분. 환영대회가 개최되었다. 야마모토 신이치가 사회를 맡았다.
2층 발코니에 연단을 설치했고, 좌우로 청년부 깃발이 죽 늘어서 있었다. 먼저 고니시 다케오 이사장이 짧게 환영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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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내각총리대신 기시 노부스케 선생님을 맞이 한다고 하여, 큰 기대를 안고 오늘 아침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날씨도 화창해 기뻐했는데, 갑자기 총리대신에게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생겨 참석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인을 비롯해 가족이 대신 오셨습니다. 우리는 기시 선생님이 계신 것과 똑같은 마음으로 오늘을 맞이했으면 합니다."
청년들은 총리가 참석하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 낙담했지만, 방금 전 거가에 앉아 있는 도다를 본 만족감이 가슴에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참석자들은 총리가 참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끗이 흘려버릴 수 있었다.
고니시 이사장의 환영사에 답하는 형식으로 총리부인과 딸, 그리고 사위 아베 신타로가 마이크 앞에 섰다. 대표로 아베가 인사말을 했다.
"장인을 대신해서 한마디 감사의 말씀과 사죄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장인 기시 노부스케는 전부터 도다 선생님을 경애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강당의 완성에 즈음해 어떻게든 참석하고 싶어, 오늘 이곳에 온다는 약속을 도다 선생님과 하시고, 어젯밤에 하코네까지 함께 오셨습니다.
그런데 출발시간이 임박한 오늘 아침 9시, 도쿄에서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외교상의 문제로 꼭 돌아와야 한다고 해서, 장인은 어쩔 수 없이 도쿄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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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희 가족 일동이 사과하러 왔습니다."
아베는 여기서 참석자에게 고개를 숙이고 나서 다시 말을 계속했다.
"어젯밤에도 장인은 여러분과 만나 조국의 재건에 대해서 꼭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 매우 유감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하지만 장인은 날을 다시 잡아서 반드시 오겠다고 하고, 그 약속을 여러분에게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사과를 겸해 장인이 다음 기회에 참예할 것을 약속드리면서, 저희 모두의 사죄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참석자들은 아베의 인사에 큰 박수를 보냈다..
그 박수가 그칠 무렵, 환성과 함께 다시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도다 조세이가 발코니에 모습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도다는 총리부인 오른쪽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총리 부인의 왼쪽에는 아베가 앉아 있었다.
사회자 야마모토 신이치는 박수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도다의 인사말이 있겠다고 알렸다. 하지만 도다는 일어서지 않았다. 아니 이미 일어설 수 없었다.
도다는 3월 1일 대강당 낙성법요 때에는 일어서서 상당히 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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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불과 2주일 남짓 지났을 뿐인데 몸은 일어설 기력조차 잃었다.
도다는 앉은 채로 얼굴을 마이크에 댔다. 그는 가벼운 헛기침을 두세번 하고 나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음성은 조금 쉬었지만 힘찬 어조였다.
"조금 건강을 해쳐서, 입은 세 사람 이상의 몫을 하지만, 다리 쪽은 3분의 1로 힘이 줄어서 몸을 씻기도 힘듭니다.
어느 쪽이 좋은 것인지… ."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주듯, 도입부터 웃음을 유도하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잔물결과 같은 웃음이 확 퍼졌다.
"아니, 기시 총리도 꽤 훌륭한 분이시지요. 어느 사람이 요즘 주간지인지 어딘지에서 보았다면서 내게 이렇게 보고해 주었습니다. 어느 거물 정치가에게 '기시는 좀 부족하므로 좀 더 훌륭한 인물을 총리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거물 정치가는 '기시 이외에 다른 인물이 있겠는가.'라고 대답했다는 겁니다. 나는 기시 총리가 간사장 때부터 '다른 당을 제압하고 일본의 정권을 짊어질 수 있는 사람은 이 사람'이라고, 깊이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존경했습니다.
그런 기시 총리가 '1일 낙성법요에는 갈 수 없다.'고 말해서, '그 이후에는 어떤가'라고 말했더니 ‘16일이라면 갈 수 있다.'고 하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오늘 낮까지 도쿄로 돌아와야만 한다는 전화가 걸려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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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 씨는 '오늘은 다른 약속이 있어서.'라고 거절했지만, 절대 안 된다고 하기에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별도리가 없겠지요.
한 나라의 총리라 해도 월급은 적습니다. 게다가 혹사당하기는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입니다. 힘든 직업입니다. 그런데도 따님 내외와 부인, 그 밖에 자기가 '이 사람이다.'라고 믿는 전 건설대신을 보냈습니다. 그 성의를 나는 진심으로 기쁘게 여기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도다는 기시가 주위의 반대에 꺾여 참석을 취소했음을 느끼고 있었지만, 기시의 처지나 심정도 잘 알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도다와 한 약속을 틀림 없이 지키고 싶었으리라. 그리고 사죄하는 마음으로 가족을 보냈을 터이다.
도다는 그 마음을 정중히 받아들이고 싶었다.
"돌아가면 다시 인사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의 전화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전화해도 잘 들리지 않는데다 전화요금도 비쌉니다. 도쿄에 돌아가서 전화하면 7엔이면 끝납니다. 내가 예의를 다해 말하게 되면, '회장은 전화비를 14엔 정도로 끝냈구나.' 하고 생각하기 바랍니다."
갑자기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도다는 청년들의 낙담한 마음을 농담으로 풀어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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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는 기시 선생님이 총리이기 때문에 위대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지위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만났습니다.
앞으로도 그렇습니다. 그것이 우인으로서의 진심입니다.
여러분도 그런 마음으로 기시 선생님과 만나주십시오.
묘법(妙法) 아래서는 모두 평등합니다. 그리고 개인도, 국가도 행복과 번영을 얻으려면 정법(正法)을 근간으로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광선유포를 결단코 해내야만 하는 사명이 있습니다. 그 사명을 오늘, 나는 청년 여러분에게 의탁하고자 합니다. 미래는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부탁합니다. 광선유포를!"
이 말은 도다의 생명의 외침이었다. 번개에 맞은 듯한 깊은 감동이 6000여 청년들의 가슴을 꿰뚫었다. 순간, 늠름하고 엄숙한 정적이 주위를 감쌌다. 감동은 결의가 되어 청년들의 흉중에 솟아오르고, 다음 순간 폭풍우와 같은 박수가 하늘에 울려퍼졌다. 광선유포의 서원에 불타며 일어선 청년을 포옹하듯, 하늘에는 백설에 뒤덮인 후지산이 우뚝 솟아 있었다.
도다는 청년들을 둘러보고는 힘찬 어조로 말했다,
"창가학회는 종교계의 왕자(王者)입니다. 두려워할 것 따위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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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그 후계자라는 자각을 잊지 말고, 광선유포의 영예로운 법전(法戰)에 꽃다운 젊은 무사로서 용감하게 싸워 나아가기 바랍니다."
'창가학회는 종교계의 왕자다' - 이 말은 도다가 생애를 건 광선유포의, 그야말로 승리의 대선언이 되었다. 또 그가 청년들에게 말한 인생 최후의 대사자후가 되었다.
도다는 이렇게 말하고 이야기를 마쳤다.
"오늘은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습니다. 이야기해두고 싶은 바는 많지만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도다가 아쉬운 듯 이야기를 마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한참 동안 울려퍼지며 멈추지 않았다. 청년들은, 병들고 쇠약해진 스승의 체내에서 발산된 선명한 혼의 광채를 받은 듯한 심정이었다.
그 뒤, 아키즈키 에이스케 남자부장과 모리카와 히데요 여자부장의 지휘로 각각 부대가(歌)를 합창하고 환영대회의 막을 내렸다.
그런 다음 내빈들은 대강당 6층 귀빈실로 자리를 옮겨, 축하연에 참석했다. 도다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듯이 하며 축하연에 참석했다. 그는 기시 총리와 나눈 우정의 증거로서 그의 가족을 참으로 성실하게 대우했다.
총리부인 일행이 총본산을 뒤로한 때는 오후 2시 30분이 지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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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대회를 마친 도다 조세이는 다시 대강당에서 거가를 타고 리쿄보로 향했다. 박수로 도다를 배웅하는 청년들의 얼굴은 모두 붉게 상기되었고, 눈동자는 결의로 빛났다.
도다는 이로써 모두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때 온몸에서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기분 좋은, 만족스러운 피로감이었다.
도다는 거가 위의 팔걸이의자에 몸을 기댔다. 삼나무 숲 저편에 흰 눈으로 화장한 후지산이 보일 듯 말 듯 했다.
후지산을 보자, 자작한 '동지의 노래'가 떠올랐다.
내던질 이 생명은 아깝지 않지만
깃발 든 젊은이 그 어디메뇨
후지(富士)의 높은 봉을 몰라서인가
다투어서 오너라 어서 오너라
지금 그 젊은이들은 도다의 슬하에 속속 모여들어, 묘법의 깃발을 들고 감연히 일어섰다.
도다의 뇌리에는 옥중에서 서거한 스승 마키구치 쓰네사부로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키구치가 기둥이라고 믿은 제자는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음을, 도다는 곰곰이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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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하는 은사를 잃고 분노로 자신을 불태우면서, 패전의 불탄 들판에서 오직 홀로 일어섰던 그날로부터 13성상 - 도다의 손으로 육성한 청년들이 광선유포의 '장정(長征)을 씩씩하게 출발했다.
도다는 마음속으로 마키구치에게 말했다.
"선생님! 도다는 선생님의 유지를 이어받아 광선유포 만대의 기반을 완성하고, 지금 막 일체의 뒷일을 저의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의탁했습니다. 선생님의 유지는 청년들의 가슴속에서 새빨간 피가 되어 맥동하고 있습니다. 묘법광포의 횃불이 동양으로, 세계로 불타오를 날도 이제 머지 않았습니다."
그의 가슴 속에, 빙긋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마키구치의 얼굴이 비쳤다. 스쳐 지나가는 봄바람이 그의 뺨을 어루만져 주었다.
야마모토 신이치는 거가와 함께 걸음을 옮기면서 도다를 올려다보았다. 조용히 눈을 감은 도다는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신이치에게 그 모습은, 생애에 걸친 정법의 싸움에서 승리한 광선유포의 대장군이 개선(凱旋)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그러나 화려하지만 그 여윈 용모에서 묘법의 제갈공명인 도다 조세이의 생명이 바야흐로 다 타서 꺼지려고 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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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치는 도다를 우러러보면서 홀로 서원했다.
'선생님, 광선유포는 반드시 우리 제자들의 손으로 하겠습니다! 부디, 안심하십시오.'
광선유포의 인수(印綬)는 지금, 제자 야마모토 신이치에게 의탁되었다. 창가후계의 깃발은 도다의 얼굴 앞에서 하늘 높이 휘날렸다. 흰 눈에 뒤덮인 후지산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며 미소 짓듯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3월 16일은 훗날 '광선유포 기념일'이 되어, 광선유포를 영원불멸케 하는 제자들의 새로운 서원의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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