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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오세훈
: 오세훈 맴매맞자
오세훈 (24 / 대학교3학년) * 000 (20 / 대학교1학년)
내가 도대체 너를 어디까지 이해해 줘야하는거야.
이해. 이해라.. 오세훈 입에서 나온 '이해' 이 두글자의 단어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항상 혼날때마다 나오는 나의 버릇아닌 버릇, 자연스럽게 뒷짐을 짐과 함께 고개는 한없이 땅을보며 가라앉고 너는 짓껄여라 나는 바닥의 무늬나 분석하련다. 마인드를 가지고 오세훈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한귀로 흘리고 있었던 내가 이해, 이 두글자의 단어를 듣자마자 번쩍 하고는 생각이 많아졌다. '이해' 이 두글자의 사전적 의미. 깨달아앎. 또는 알아서 잘 받아들임. 과연. 오세훈. 니가 나를 이해해 준적이 있기나 하니?
정신은 차리고 행동하는거지? 어?
그럼요.. 정신은 차리고 행동한다고 하기는 하는데..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네요. 라는 말을 입밖으로 뱉을 뻔 했지만 가까스로 삼킨 나는 또 다시 버릇처럼, 기계적으로 말을 뱉었다. 죄송합니다. 아가. 우리 아가는 한번 혼나면 알아 듣는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네? 연습. 그 기본적인거 조차도 안하는데 어떻게 성장을해. 절대로 흥분하는 법이 없어 목소리가 커지거나 욕짓꺼리가 나오진 않았지만 앙 다문 이빨들 사이로 새어나오는 초저음의 목소리에 충분히 그가 화가 났다는걸 볼수가 있었다.
하려는 의지는 있고?
조용한 연습실 안에 냉기가 흘렀다. 대학에 오면서 긴장되있던 분위기가 풀림과 동시에 하나, 둘, 언니오빠들과 친해지며 나도 모르게 끊을수 없는 유혹에 빠져들고 있었다. 예를들면, 꽤나 궁금했던 이탈이나 술파티, 클럽과 외박 등등. 그다음 대답이 없는 오세훈은 내가 꽤나 답답했는지 성난 삼백안을 나에게 저돌적으로 들이밀며 말했다. 아가. 말을해야지? 응? 한때 고등학교 선배였던 오세훈과 나는 연인관계까지 발전해나갔고, 붙어있고 싶어 죽어라 공부해 오세훈이 다니는 대학교에 왔고, 그 대학교의 명실상부 최고의 동아리 뮤지컬동아리까지 가입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이. 맞다. 둘이 좋아하는 사이. 학교 안에서, 아니 공과사를 구별하는거에 너무나도 뚜렸한 오세훈은 선배와 후배의 자리에서는 여자친구를 사랑하는 마음. 이라고는 절때 보이지 않는 냉혈인같은 완벽주의자 선배님. 그게 다였다. 그냥 오세훈 선배님. 그게 다였다. 혼나는 도중이였지만 성난 삼백안에 예전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 잠깐 딴생각을 하고 있던 도중 오세훈은 결국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다끝나고 넌 나좀보자. 또시작이다.
그럼 세훈이네 조는 연습이 하나도 안된거네. 그치?
죄송합니다.
죄송할꺼까지야. 대신에 벌로 오늘 세훈이네 조가 남아서 연습 한번씩 더 맞춰보고 동아리실 청소까지 하는걸로 하자. 알았지?
해산. 이라는 말에 우르르 다른 팀 아이들이 빠져나갔다. 서로들 땀냄새 나는 뮤지컬부 동아리를 발빠르게 나가겠다고 각자 자신들의 짐을 챙겨서 달리기 바빴다. 이렇게까지 심각한 상황인줄도 모르고 의기투합을 하자며 으쌰으쌰 거리면서 어제 마셨던 술자리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준면선배님이 보셔서 그렇지, 만약에 동아리 회장이신 백현선배님이 보셨다면 정말 나는 오늘 강당에서 걸어나갈수 있었을까. 라는 심심한 의문아닌 의문이 들기도 했다.
선배님...
물론 우리팀이 연습을 못한것에 있어 가장 큰 이유는 나였다. 2학년 과대에, 동아리장에 다가올 축제시즌과 여러 오디션들을 보러 다녀야 하는 복합적인 일에 바쁘다는 핑계 하나로 연습 약속을 잡지 않은 것은 나이기 때문에 내가 선뜻 뭐라 나서서 할말 또한 없었다. 죄송하긴 뭐가 죄송해. 얼른 열 맞춰서 연습해보자. 나의 어두운 표정에 군기가 바짝 들어 심장을 조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오늘도 나는 화를 내는 방법보다는 타이르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이게 나의 마지막 배려이기도 했다.
준회야. 거기 박자가 안맞잖아. 따다다단. 네박자로 들어가야지 너 혼자 세박으로 가니까 틀리지. 슬기야. 거기서 너가 화음을 그렇게 넣으면 어떻게. 음정이 하나도 안맞잖아. 다시해봐.
우리 학교 최고 명성이라고 자부할수 있는 뮤지컬학과. 그 학과의 세컨드 팀을 맡게된 조장인 나. 밀려오는 부담감과 잘해야지. 잘해야되. 라는 생각밖에 없는 나에게 아이들의 작은 실수는 꽤나 큰 화로 돌아왔다. 평소 화를 내면 내가 어떤 식으로 변하는지 나도, 동기들도, 후배들도 아주 잘 알고 있는 구석중 하나이기에 절대 화는 내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내 한계를 건드렸다. 점점 목소리가 커졌고 눈가가 매서워졌으며 표정이 일그러져갔다. 큰소리 내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낮은 중저음으로 하나하나 잘못을 꼬집어 주었는데 그 모습에 아이들은 더 바짝 긴장하고 있는 티가 역력했다.
그중에서도 나의 모든 오감을 바짝 세우게 만든 장본인. 내가 한소리 했다고 하기싫다는 표정에 입술은 대빨 나와서 툴툴 거리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내 눈치를 보고서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는 마음에 열심히 발빠르게 움직였지만 이건 열심히 하는것도 아니고 최선을 다하는것도 아니고. 야. 그딴식으로 할꺼면 하지마. 나가. 꼴에 내 여자친구라고 남앞에서는 다른애들한테 하는 것처럼 혼내고 큰소리 내는 것은 또 싫다고 조용히 다가가서 귓속말로 말하니 화들짝 놀라다가도 다시 날 죽일듯이 쳐다본다.
하기싫어.
자꾸 마음에 안드는 짓만 하지. 어? 한소리 더하자 신발 앞코를 툭툭 차면서 울상이 된 표정으로 나를 한껏 째려보더니 내 말이 다 끝나지도 않은 타이밍에 그냥 다른 곳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이타이밍에서 나랑 한판 하자는건가? 생각할 정도로 이해가 안가는 행동만 하고 있고, 공과사, 일과사랑을 구별 못하는 아이였나? 이런 같잖은 생각에 더욱더 날 화나게 인상쓰게 만든 장본인. 그래. 내 여자친구.
정말 동기나 후배였으면 엎드려 뻗쳐를 시키고 얼차려를 줄 만큼의 빡침이였다.
나한테 할얘기 없어?
전체해산. 결국 점점더 험악해 지는 분위기에 자꾸만 실수를 하고 틀리는 애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복잡한 마음이 결국은 내일 연습하자. 라는 말을 끝으로 모두다 해산시켰다. 넌나좀보고. 거칠게 손목을 잡고서 이끌고 간 곳은 연습실이였다. 유일하게 내가 아는 학교안에 CCTV가 없는 곳이였고 사람들이 이런 공간이 있는지도 잘 몰라 인적도 드문 곳이였다.
똑바로 서.
한마디 남겨둔채 연습실 문을 잠구고 창문에 달려있는 커텐 하나하나 꼼꼼하게 치고 마지막, 문 앞에 연습중. 접근금지. 라는 펫말을 달아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제서야 조금 겁을 먹은건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데, 나는 이미 폭발하기 직전 화가 머리 끝까지 나있는 상황이였고 전같았으면 귀여워서 물고빨고 해줬을텐데 그런 모습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수 없었다.
연습을 열심히 하지 않을꺼면 아예 하지를 말던가. 하기 싫은티는 있는대로 다 내면서 어디서 짜증이야. 연습을 너만해? 다른사람한테 피해주는 행동 하지 말라고했지.
지금 너때문에 해야되는 연습이 진행이 안되잖아. 우리팀 연습 못해서 대회못나가면 너가 책임질꺼야? 어? 왜이렇게 사람이 이기적이야. 너만 힘들어? 고개안들어?
다른사람이 보면 이게 남자친구와 여자친구의 대화인가 아니면 군대 선임과 후임의 대화인가도 모를만큼 살벌한 나의 말이 서러웠는지 결국 눈시울이 붉어지는 아가였다. 대체 왜 이타이밍에 우는건지. 자신이 잘못해서 혼나는건데 왜 우는건지. 맨날 혼나기 싫어서 피하기에만 급급하지. 눈물흘리면 다야? 어? 결국 나이스타이밍에 흘린 아가의눈물은 내 화를 돋우는데 한목하였다.
오늘은 안봐줘. 따끔하게 혼낼꺼야. 아가. 바지벗고 팬티벗고 책상잡아.
바지인지 팬티인지 분간을 못할정도로 짧은 트레이닝복을 벗고 귀여운 분홍색 팬티또한 벗은후 눈물을 두손으로 훔치고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결코 봐주지 않을거라는 눈빛을 읽은건지 얌전히 책상을 잡았다. 한겨울 얼어죽겠는 날씨에 이딴 천쪼가리나 입고 다니는.. 확 손으로 다 찢어버리고 싶었다. 어디 쓸만한 매가 있나?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마땅한 매가 없어 결국 손을 크게 올려들었다. 힘을 실어 때렸는데 나의 단단한 손의 묵직함에 꽤나 몸통이 크게 흔들리는것을 보아 참고 맞기 결코 쉽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떼.
끄흐흑.. 흐읍..
눈물 그쳐라. 한번만 더 손내려와. 그땐 엉덩이 아니고 허벅지야.
한대 한대, 감정을 실어 힘을 실어 반성하라는 선배의 마음에 세게도 때렸다. 예쁘고 여린 아기토끼같은 엉덩이에 시뻘건 손자국이 한개, 두개 늘어갔다. 내가 말한 경고를 잊지는 못했는지 동동 발을 굴르면서도 절때 책상에서 손은 안땠다. 짜악, 짜악, 결국 다섯대만에 눈에 눈물이 투투툭 하고 떨어짐과 동시에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얼얼해진 아가의 엉덩이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옳지 예쁘다. 두어번 다시 쓰다듬어주고서는 다시 손을 크게 들어올렸다.
끄흡.. 끅.. 아파아.. 아파요오..
짜악, 짜악, 내리치는 손바닥에 어지간히도 아픈지 몸을 베베 꼬는 우리 아가. 짜악. 하도 몸을 못가누길래 결국 번쩍들어 내 무릎 위에 엎어놓았다. 그렇게 자세를 바꾸니 몸을 베베 꼬지는 않지만 더욱더 세진 맴매에 피할수도 없고 애꿎은 손가락만 괴롭히며 발만 동동 구를 뿐이였다. 다시 불같은 한대가 더 떨어지자 다시금 눈물을 떨어트렸다. 다시 다섯대. 발개진 엉덩이를 또한번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뜨거운 입김을 불어주며 사과같은 엉덩이를 만져주자 따끔함이 조금은 가셨는지 눈물을 훔치는 아가였다.
더혼나야되.
역시 내 판단은 아직 이였다. 다른 사람 다 똑같이 힘든데 너만 힘든티 내면 되겠어? 끅.. 안되요.. 반성하면서 혼나. 알겠지? 끄흑.. 네에에.. 생전 나오지 않는 존댓말에 많이 긴장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약해진 강도를 알긴 아는지, 얼얼해진 엉덩이에 또 맴매를 하니 얼얼함이 두배가 되었는지 아까보다 더 아파하는 아가였다. 쓰읍. 가만히 있어. 혼난다.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엉덩이에 갖다댄 손에 내 한쪽손으로 두 손을 꼭 잡고 한쪽손으로는 아프게도 때렸다.
오,.. 끅.. 옵빠아아.. 아파요.. 끕.. 잘모태써요오..
푸흡
순간적으로 오빠라는 소리에 정말 헛웃음이 났다. 귀여워서 미칠뻔했지만 다시 큼 정신을 자치고 헛기침만 했다. 이렇게 귀여우면 오빠가 더 때려주고 싶잖아. 응? 다섯대를 다 채우고 다시 한번 엉덩이를 매만져 주었다. 훌쩍훌쩍 대면서 어찌나 서럽게 얘기하는지. 아가. 끄읍.. 네에에? 마지막열대. 이쁘게 혼나야지. 그지? 끄흐읍.. 너무 끅.. 너무 많은데에.. 결국 성난 표정을 풀고 싱긋 웃어주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무서운지 내 얼굴을 피하는데. 너가 잘못했잖아. 그치? 열대만 맞고 반성 열심히 하자? 알겠죠?
고개를 세차게도 끄덕끄덕하는데.. 어깨를 이용해 손을 크게 들어올려 상상할수도 없는 강도로 내리쳤다. 마치 앞전 맞은 열다섯대는 아이들 장난이라고 느낄수 있을 정도로. 정말 반성하라는 의미로 세게도 때렸다. 갑자기 세진 강도에 나에게 잡힌 손을 쓸수도 없고 발은 더 동동 구르며 잠시 멈췄던 눈물은 다시금 펑펑 쏟아졌다. 발개진 엉덩이는 한대한대 때릴때마다 철썩 소리를 내며 빨간빛이 더욱더 선명해졌고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다시 다섯대. 엉덩이의 입김을 호호 불어주며 아픔을 조금이라도 승화시키라고 또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아파요.. 아파요.. 흐느끼는 아이에 반성이 덜되었나, 싶어 경고아닌 경고를 했다. 울지말라고 했어. 눈물 그쳐. 끅.. 끅. 숨을 크게 들여마시는 아가에, 연습을 앞으로 안하면 이렇게 크게 혼난다. 라는 인식을 깊게 심어주기 위해 옆 책상에 굴러다니던 단소를 들었다. 손이 올라오지 못하게 내가 매고 있던 넥타이를 풀러 꼼꼼하게 손을 쓰지 못하게 만들고서는 혼내기전 아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가. 마지막 다섯대인데 잘 참을수 있지?
끄으읍.. 끅..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는 아가에 다섯대 못참으면 다시 시작할꺼야. 알겠지? 귓속말로 무시무시한 경고또한 잊지 않았다. 두눈을 꼭 감고 묶인 손으로 내 바지춤을 꼬옥 잡은뒤 몸은 달달 떨면서 최후의 다섯대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단소를 크게 올려 남자후배들도 버티기 버거울 정도로 세게, 그리고 빠르게 내쳤다. 짜악. 짜악. 소리가 남과 동시에 상상하지도 못했던 강도에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몸서리 치는 아가에 다섯대를 빨리 때리고 단소자국으로 시퍼렇게 멍이든 엉덩이를 마지막 맴매가 끝나자 마자 바로 쓰다듬어 주었다.
아프지.
끅.. 끄흐으윽..
눈물은 그치고.
살살 쓰다듬어 주는데도 시퍼렇게 멍들정도의 강도가 너무 아팠는지 꺼이꺼이도 운다. 삼십초안에 눈물 안멈추면 벌도 줄꺼야. 일, 이 , 삼. 소리를 내어 숫자를 세는동안이라도 빨리 눈물을 멈췄으면 좋겠다는생각에 참으로 무섭게도 말했다. 그말에 더욱더 눈물 소리는 더 커져만 갔다. 벌준다고 했을텐데..
결국 퍼렇게 멍이든 엉덩이에 입술을 갖다대 실컷 뽀뽀를 하였다. 아픔아 날라가라, 입김을 호호 불면서 쓰다듬어주었다. 훌쩍훌쩍 거리면서 같이 뻐끔뻐끔 대는 보기좋은 골 사이를 한번 손으로 쓸어 올려주자 울다가 깜짝 놀랐는지 헙, 하고는 숨을 들이 마셨다. 아가. 오빠가 벌준다고 했어 안했어. 끄으.. 했어요.. 벌도 달게받자. 알겠지?
싱긋 웃으며 골사이가 잘보이도록 한쪽 손으로 쫙 벌려 몇번 쓸어주니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부끄러움에 어쩔줄을 몰라했다. 세대만 눈딱감고 혼나자? 알겠지? 스냅을 이용해 손으로 세차게 한대. 옆에있던 단소를 들어 놀라지 않게 약한세기로 한대. 그리고 정말 크게 손을 들어 아까 엉덩이에 시퍼런 멍을 안겨줄 정도의 세기로 한대. 마지막 센 맴매가 지나가자 아까 울었던것보다 더 큰 울음을 터트렸다. 그래. 애널이 좀 쎄긴 쎄지. 아팠지. 그러니까 눈물 그쳐야지. 응?
골사이를 더욱더 많이 문질러 줬건만 그쳐지지 않는 눈물에 삼십초, 애기를 꺼내자 마자 다시금 이 아픔을 경험하고 싶지는 않은건지 눈물을 그치려 노력했다. 어이쿠, 아까 바지를 벗어 옆 의자에 걸어놨건만 아가의 엉덩이를 달래주다 툭 건들였는데 아가의 입술 생기를 책임져주는 립스틱이 또로로록 하면서 굴러나왔다. 오늘이 날인가 보네. 아가야. 립스틱을 주워 다시금 골사이를 꽉 잡아 벌린다음 쏘옥, 넣어주었다. 이것도 벌이야. 눈물 그칠때까지.
다른 기집애들 앞에서 웃고다니지 말라고.
기집애는 무슨. 그냥 부과대잖아. 하도 울어 재끼길래 내가 조용히 하라고 준거야. 다른것도 아니고 초코우유 한개 줬다.
그러면.. 끅.. 서울우유로 주던가아.. 왜 초코에몽으로 주는데에.. 넌.. 끅.. 내가 좋아하는거 알면서. 내생각도 안났어?
한적한 오후 , 팔짱을 끼고 대학 캠퍼스 전경을 구경하며 걸어가고 있을때쯤 이렇게 평화롭고 재밌는 시간을 보낼수 있다는것에 감사하였고 부과대에게 초코에몽을 준것 자체가 아가에게는 되게 큰 의미였구나 싶어 우리 아가는 아직 많이 아가구나, 라는걸 실감할수도 있었으며 무엇보다 내 앞에서 자기 가슴을 한손으로 팡팡 치며 톡 건드리면 울것같은 눈물이 맺혀있는 눈망울이 가장 예뻤다.
오빠는 너가 제일 좋아. 아가 너밖에 없어.
때론 이런 달콤한 말이 스물, 사랑에 대한 감정이 꽃피울때 크게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수단이라는 것도 난 알았다.
: HEllo Baby
휴. 밤새 회사일때문에 이리 저리 고민할 것도 있고 처리할것도 많아 노트북 앞에서 타이핑 소리와 함께 보낸지 벌써 다섯시간째, 시계를 보니 새벽 여섯시 하고도 조금 넘은 시간이였다. 집에 왔는데도 사랑하는 내 마누라 얼굴도 못보고 일만 하는 내가 내 자신도 너무 싫고 너도 내가 너무 미울것 같아 너가 잠든 이른 새벽에 조심스레 침대에 가 누웠다. 내 향기가 고팠던건지 무의식중에 내 품속으로 쏙 들어오는 너를 보며 그냥 웃음이 나왔다. 이러니 내가 맘 편하게 회사일을 어떻게해. 조심스럽게 목을 들어 내 기다란 팔로 팔배개를 해주니 자는건지 일어난건지 배시시 웃는너다. 잠깐의 웃음을 뒤로 다시 새근새근 아기처럼 자는 너의 등을 토닥여 주며 너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같은 같지 않은 생각을 하며 나 혼자서도 슬쩍 웃어본다.
" 으.. 눈부셔 "
깜깜했던 방안에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밝은 햇살 한줄기가 하필이면 너의 얼굴 있는쪽으로 갔는지 갑자기 밝아진 너의 얼굴이 나는 너무 웃겼다. 계속 눈이부신지 미간을 찡그리고 내 품속으로 더 들어오며 웅크리는 너를 보며 저 햇살이 계속 들어와 너의 눈을 괴롭혀 준다면 내가 너를 계속 이렇게 안고 있을수도 있겠다, 생각도 해본다. 아침잠이 많은 너라 그런지 아니면 어제도 바쁘게 일을 한건지 피곤해, 피곤해 말하며 웅얼웅얼 거리는 너의 조그마한 앵두같은 입술에 한번 입맞춤을 하고 너가 깨지않게, 침대가 흔들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일어나 팔배게를 해주던 내 팔 대신 배게를 넣어주고 이불도 꼼꼼히 덮어주며 마지막으로 햇살이 더이상 너를 괴롭히지 않게 커튼또한 꼼꼼하게 닫고서는 나왔다.
" 하음.. 하아.. "
한숨도 못잔터인지 꿈뻑꿈뻑 눈이 뻑뻑했다. 일어나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 마셨더니 이제 좀 살것 같네. 잠시 너를 보러가서 끝내지 못했던 회사일을 삼십분정도 더 한뒤 확인 메일까지 꼼꼼히 체크한후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갔다. 안풀렸던 회사일이 새벽에 고된일을 하며 풀렸다는것에 대한 해탈감도 있었고 안도감이 겹치자 자켓에 있던 네모난 담배곽을 무심결에 찾았다. 끊으려고 했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다, 하는 마음으로 곽 안에 있던 5개의 담배 중 4개를 피고 하나는 킵해두었다. 이건 정말 피고싶을때 펴야지. 길거리 신호등 앞에서 빵집에서 모닝세일을 한다는 전단지를 보고 집 근처 빵집으로 갔다.
" 빵도 모닝세일을 해요? "
" 그럼 총각. 어제 만든건데 아직 신선해. 식빵은 두봉지에 이천사백원. 그나저나 총각이 이른 아침인데 부지런하기도 하네 "
" 에이. 총각 아니에요. 애가 둘인데요 뭐. 하하하. "
" 어어? 정말? 호호호호. "
기분 좋은 마음으로 슈퍼에 가 양상추와 토마토 베이컨 등등 샌드위치를 만들 기본적인 재료를 사고 집으로 오는 길, 앞에 길을 가는 남자가 풍기는 담배냄새에 도저히 끊을수 없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편의점에 들려 던힐 라이트를 하나 사고서는 다시 길을 갔다. 담배를 끊으라고 끊으라고 싸우기도 했고 날 달래도 줬던 마누라 생각이 나 또 실소가 흘러나왔다. 그러면서도 내 입에는 던힐 라이트가 물려 있고 내 자켓 주머니 안에 라이터를 무심결에 찾는 나도 답이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우울한데 두개피만 더 피고가지 뭐. 숨통이 트이며 살것같은 마음에 다시 집에 들어가 베이컨을 굽고 양상추를 썰어 마요네즈와 양념을 하고 토마토를 씻고 하는 과정에서 들리는 부스럭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우리 둘째 종대가 일어났다. 미운 여섯살. 어찌나 일어나자 마자 찡찡대는지.
" 히이잉.. 아빠 우리 카봇옷. 카보옷 틀어듀세연.. 넹? "
" 카봇은 어제 봤잖아. "
" 힌.. 아뽀아아. 카봇. 종대느은 카봇. 카봇. 웅? "
" 그럼 우리 종대 카봇 색칠공부 하자. 어때? "
" 잉? 새치공뷰? 됴아. 종대는 조아아 "
서랍장에 있는 카봇 색칠공부를 꺼내주니 하하하항. 거리면서 지딴에는 예쁘게 한다고 색연필을 꾹꾹 눌러 예쁘게 색칠하는 종대다. 귀여운 내새끼. 카봇이 좋니 아빠가 좋니, 라고 물어보았을때 열번이면 열번, 백번이면 백번 다 카봇이 좋다고.. 아니 백번중에 한번은 내가 좋다고 해줄 우리 예쁜 내새끼 종대. 요새 존댓말 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아직은 살짝 어색하다. 얼른 아침 만들어 줘야지. 하며 다시 멈췄던 샌드위치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몇분이 지난건지 샌드위치 4개는 완성 되었고 같이 곁들어 먹을 스프만 만들면 끝이였다. 스프를 휘휘 젓으며 졸이는데 열과 성을 다 할때쯤 어디서 투닥투닥 소리가 들렸다. 쓱 보니 우리 첫째 종인이. 드디어 일어났나보다. 계속되는 투닥소리에 무슨일인가 싶어 거실로 나가보았다.
" 아아아 내꺼라규우우 "
" 씨이. 김종대. 내놔아아 "
" 횽아 왜존대꺼 뺏어가는데에에. 내꺼라구우. "
" 야 김종대애. 이거 내 색연필이거든? 내놔라아아 "
아마 색칠공부책이 내꺼다 니꺼다 하면서 투닥거리는것 같은데 별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듯 싶어 종인이 방으로 가서 색칠공부 책을 하나 더 꺼내온뒤 다시 거실로 나오고 있었다. 이것들은 두개씩 사줘도 맨날 싸워요 진짜. 신세 한탄 아닌 한탄을 하며 거실로 가는 도중이였다.
타악-
" 아악.. 흐으으어어어으 . 끕끅ㄱ.. 이거 존대껀데에에 "
" 싫어. 이거 종인이꺼야. 김종대 내놔 "
" 씨이. 형아는 나쁜놈이야. 흐으으엉엉ㅇ.. "
순간이였다. 그래도 형이라고 종대보다는 힘이 쎈데 둘이 색칠공부 책 한권을 갖고 줄다리기 하다가 결국은 종인이가 휙 뺏고서는 종대의 머리를 책으로 가격하였다. 그 책으로 머리를 맞은 종대는 나쁜놈 이라는 말은 대채 어디서 배워먹은건지 종인이한테 욕을 하고. 상황이 기가막혀 종인이 방에서 가져온 색칠공부책을 쇼파 위에 두고서는 천천히 아이들 곁으로 다가갔다. 때린 종인이도 종대가 우니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고 종대 또한 끅끅 거리며 울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다가가자 종인이, 종대 둘다 놀란건지 눈을 꿈뻑꿈뻑 거리며 딸국질을 했다. 압빠아아. 소리를 내며 둘다 눈시울이 붉어져 있는데 어떻게 어디서부터 뭘 훈육해야될지 나 또한 어지러웠다.
" 차렷 "
" 흐으윽.. 끅.. " " 끕. 딸꾹.. "
" 김종인. "
" .. 네에에? "
" 아빠 서재 가서 의자에 앉아서 뭐 잘못했는지 반성하고 있어 "
" 흐으읍.. 네에에에 "
동생 앞에서 형도 같이 혼나면 분명 자존심 강한 종인이가 속상해 할 것도 있고 종인이는 종대처럼 약하게 혼내지 않기때문에 종대와 따로 분리해서 혼내는 것도 맞다. 그리고 둘도 떨어져 있으면서 서로 생각할 시간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같이 있을때 혼내 봤자 스파크밖에 더 튀지 않는다는것을 경험으로 안 나는 무릎꿇고 앉아 어깨를 크게 들썩들썩 거리며 울고있는 둘째 종대의 두 볼을 타고 내려온 눈물을 닦아주었다. 김종대.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그것 조차 서러운건지 훌쩍훌쩍 거리는 우리 눈에 안넣어도 아플것 같은 내새끼 종대. 오늘은 아빠가 안봐주고 혼낼꺼야.
" 김종대 "
" 흐으윽.. 히끅.. 네에에.. "
" 너가 색칠공부 먼저 하고 있어도 형이 오면 형이랑 같이해야된다고 아빠가 누누히 말했지 "
" 히끅... 흐으.. "
" 대답 안하지. "
" 네에.. 끅.. 끅.. "
" 너가 동생인데 어디서 형한테 개겨. 아빠가 형말 잘 들으라고 했어 안했어. "
" 했.. 끅.. 했어요오 "
" 그런데 형한테 하는말이 나쁜놈? 그런 말은 도대체 누구한테 배워먹었어.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야. "
" 흐으..흐으어어엉.. 끅.. "
" 종대 잘못했어요 안했어요 "
" 잘...끅.. 잘모태써.. "
" 쓰읍. 존댓말 써야지. "
" 흐으윽.. 잘모태써요오.. 히끕... "
종대를 혼낼때는 유독 가슴이 아프다. 아마 둘째고 종인이보다 더 어려서 그런가? 싶기도 한다.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끅끅 거리면서 우는 모습을 보니 더 혼낼수도 없고 안혼낼수도 없고 어쩔수도 없는 상황이였다. 잠시 베란다로 나가서 항상 종대와 종인이를 훈육할때 썼던 바이올린 활을 가지고 왔다. 내 손에 들린 매를 본건지 잠시 멈춘것 같던 히끅거림이 더 커지면서 눈물을 다시 뚝뚝 흘리는데 마음이 더 아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기다란 매로 어린 아이를 훈육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겠다 싶어서 겁만 주는 용도로 쓰려고 생각했다. 가져온 활을 바닥에 탁 치면서 김종대. 이름만 한마디 불러주자 두눈을 꼭 감고 소매로 눈을 훔치는 종대다.
" 종대 얼마나 혼날까. "
" 끅.. 끄흡.. "
" 아빠가 정해? "
" 힙.. 끅.. 안니요오.. 끅.. "
" 몇대 혼날까? "
" 세... 셋.. 세대애애.. 흐어어어어어엉 "
" 일어나서 손머리해 "
조그만한 몸땡이가 일어나더니 더 커지는 울음소리에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이 깊어졌다. 쪼꼬만게 일어나자 그 상태로 한손으로는 허리를 감싸고 한쪽 손으로는 엉덩이와 팬티를 손수 내려주었다. 어쩜 팬티 모양도 카봇인지. 울고있는 종대 뒤로 웃음이 났다. 카봇이 그렇게 좋냐 종대야. 실소를 짓다가 다시 엄한 표정으로 바꾸었다.
짜악- 짜악-
" 흐으어어어어어엉.. 끄윽.. 압.. 압빠아아.. 아포오오.. 끅.. "
" 씁. 한대 남았는데 참아야지 "
짜악
" 흐으으윽.. 끅.. 끄읍.. 잘모태써요오오 "
" 다음부터는 형한테 버릇없게 행동하는거 아니야. 알겠어요? "
" 히끅.. 네에에.. 끅.. "
" 이따가 형 나오면 형한테 미안하다고 얘기하는거야. 알았지?
" 끅.. (끄덕끄덕).. "
" 옳지 착하다. 그만울고. 아빠가 종대 미워서 혼낸거 아닌거 알지? "
살짝 발개질 만하게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세대 혼내주고나서 엉덩이를 비비며 푹 주저 앉는 종대를 일으켜 살살 엉덩이를 쓰다듬어주며 열을 식히고서는 눈을 마주치며 훈육을 한뒤 꼭 안아주었다. 흘리는 눈물은 아무리 닦아도 그칠 기미가 안보이는것 같더니 등을 툭툭 쓸어주니 제 엄마를 닮은건지 금새 뚝 그쳤다. 많이 아프지. 미안해. 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삼켜둔채 쇼파 테이블에 아까 만들어 놓았던 샌드위치 하나를 접시에 담아 오렌지 쥬스랑 같이 놓아주고는 딩동댕 유치원을 틀어주었다.
" 종대 이거 먹으면서 딩동댕 유치원 보고 있어. 아빠는 종인이 형이랑 얘기하고 올께 "
" 웅. "
" 씁. 웅은 반말이지. 네 해야지 "
" 네에에.. "
" 이쁘다. 먹고 있어. "
그 말을 남겨둔채 거실 한복판 바닥에 놓아졌던 바이올린 활을 들고서는 종인이가 있는 서재로 갔다.
서재로 들어갔더니 내가 들어온지 모르는지 조용히 서재 책꽃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서러운건지 계속 쏟아지는 눈물들을 소매로 벅벅 닦는 종인이가 있었다. 얼마나 눈가를 벅벅 닦았는지 눈 주위가 다 충혈되고 빨게져서 더 안쓰러웠다. 종대를 혼내는데 못해도 십오분 이상은 걸렸을텐데 또 자존심 강한 첫째아들 종인이는 계속 무릎꿇고 앉아있었겠지 생각했다. 저도 무릎이 당기는지 눈가를 닦던 조그마한 손으로 다리를 꾹꾹 주물러 가며 나름 반성 하고 있는 모습이 톡톡히 보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불같이 치밀어 오르던 화가 조금씩 내려가는것 같았다.
" 김종인. "
" .. 네에에? "
" 일어나서 아빠앞에 딱서. "
서재 테이블 바닥에 앉아서 무릎꿇고 있었던 종인이를 부르자 갑작스런 내 부름에 적잖이 놀랐는지 움찔 하더니 벌떡 일어나 내 앞으로 오는데 아무래도 무릎꿇고 계속 있어서 그런지 한번 휘청 하려 하자 급히 내가 손을 잡아 주어 내 앞에 무사히 섰다. 계속해서 종대를 때리는 모습이 한두번 보였던것도 아니고 나한테 걸린것만 해도 벌써 다섯번이 넘어갔고 오늘은 정말 날잡아서 똑부러지게 호되게 혼내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방금전까지만해도 부드럽게 달래듯이 종대를 혼내주었던 목소리는 딱딱하고 서늘하게 바뀌었다.
" 종대가 먼저 색칠공부 하고 있었는데 너가 종대꺼 뺏었지. "
" 끅.. 끅.. "
" 대답 안하지 "
" 네에.. "
" 근데 종대꺼 뺏고 너가 종대 머리 책으로 때렸지. "
" 끅.. 끕... 그거는.. "
" 쓰읍. 대답해 "
" 끅.. 때렸어요오.. 흐흡.. "
" 너 아빠가 뭐라그랬어. 아빠 없을때는 너가 엄마랑 종대 지켜줘야 된다고 했어 안했어 "
" 흐흑.. 햇.. 끕.. 햇.. 딸꾹.. 했어요오 "
" 근데 자꾸 종대 괴롭히고 하지. "
" 흐읍.. 저거.. 끅.. 내껀데에.. 내이름 써있는건데에 "
" 그럼 너가 종대한테 가서 좋게 이거 형거야 종대야. 이렇게 말해야 되지. 저번에도 종대 때리고 아빠한테 혼났는데 그때 종인이가 다시는 종대 안때린다고 아빠한테 약속했지. 기억 나 안나 "
" 흐으윽.. 흑.. 나요오오.. "
" 종인이 잘못했어 안했어 "
" 끅.. 잘못.. 끕.. 했어요오오 "
" 눈물그쳐 "
큰 아들이라 그런지 나도모르게 더 싸해지는것도 없지않아 있다. 둘이 똑같이 잘못해도 너는 형이잖아, 너가 동생을 보살펴줘야지. 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종인이에게 호되게 뭐라고 한적이 한두번이 아니라 지금도 종인이를 말로 다그치고서 후회중이다. 나도모르게 다다다다 쏘아대는 날이선 말투에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부드럽게 벽보고 서있어. 라고 말했지만 그 목소리가 더욱더 싸늘해 졌다는걸 느꼈는지 서러운건지 , 아님 억울한건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리를 옮겨 벽을 보고 얌전히 서있었다. 들썩이는 어깨와 그치지 못하는 눈물소리가 듣기싫은것도 있었고 그냥 이래저래 복잡한 심경이 다시 종인이로 화살이 돌아갔다. ' 김종인, 아빠가 눈물 그치라고 두번째 말했다. 목소리 물기 빼 ' 아직 어린 아홉살인데.. 생각과 말은 항상 다르게 나가는 건지 마음대로 조절이 되지가 않는다.
" 김종인 돌아서서 아빠봐. "
" 흑.. 끄극... "
" 눈물 그치라고 세번 말했어. 한번만 더 아빠 입에서 이말 나오면 그땐 진짜 혼나 "
" 끅.. 흐으으읍.. 흑.. "
" 종대는 종인이보다 세살이나 어리지. 그럼 종인이가 종대 지켜줘야 한다고 , 보살펴줘야 한다고 아빠가 항상 말했지. "
" 네에.. 끅.. "
" 아빠가 말로도 계속 주의주고 아빠가 너 종대 때린걸로만 혼낸게 다섯번이 넘어. "
" 흐으읍.. 잘모...끅.. 잘모태써요오.. 압빠아아.. "
" 잘못된 일이란거 하면서 맨날 못된짓하지. 종인이가 생각할때는 뭐가 잘못된거 같은데 "
한참을 어깨 들썩이다가 내 질문들이 다 서러운건지 눈물을 계속 쏟는데 아까도 눈물 그치라는 내 경고를 잊지 않았는지 계속 눈물을 삼키려고 노력했다. 이러다가는 애가 기절 할것 같아서 결국 방문을 닫고 나가 물 한컵을 떠왔다. 물을 마시라고 컵을 주자 벌컥 마시더니 그제서야 잠잠하게 진정이 되는 종인이다. 이런건 날 쏙빼닮았네. 내새끼
" 종인이가.. 형인데도 종대한테 형처럼 안대해주고 맨날 질투하고 종대 때리고 괴롭히고.. 끅.. 한거요
" 잘못한거 알면서도 또 하면 어떻게. "
" 흐으읍.. 잘못.. 잘모태써요오.. 죄송해요.. 끕.. 흐으윽.. 다시는 종대 안괴롭힐께요.. 흐끅.. "
" 매번 말로만 잘못했다고 하지. 제대로 혼나야 정신차리지. 바지벗고 무릎잡아 "
" 흐으으읍.. 압.. 끅.. 압빠아.. 잘못.. 흐어어엉.. 잘모태써요.. 끅.. "
" 쓰읍. 얼른 "
종인이가 느릿느릿 눈물을 훔치며 바지를 벗고 제 작은 두손으로 무릎을 꼭 잡자 바이올린 활을 공중에 두어번 휘둘렀다. 휙휙 소리가 나면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고 종인이는 더욱 겁을 먹어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열대. 라는 나의 물음에 잔뜩 군기가 잡혀 고개를 끄덕끄덕 하였다. 씁. 고갯짓 하지말고. 나는 오늘 종인이의 버릇을 단단히 잡겠다는 목표 하나로 그 작은 고갯짓 하나 호락호락 하게 넘어가 주지 않았고 종인이는 더 죽을 맛이겠지.
짜아아아아악-
짜아아아아아아악-
짜아아아아아아아악-
" 하읍.. 하끅.. "
종대와 비교도 안되는 세기로 바이올린 활을 크게 들어 종아리를 쳤더니 종아리에 시뻘건 줄이 세줄이나 그어졌다. 처음 한대, 두대는 이빨을 꽉 물고 참는것 같았는데 세대째 강도는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고 세지자 못참겠는지 종아리를 부여잡고 주저 앉았다. 오죽 아프면 주저 앉을 까 싶은 마음도 있고 이럴수록 더 단호해 져야하는 아빠의 위치가 짜증나도록 싫었다. 바짝 긴장해서 그런지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 손 원위치. 라는 내 말에 화끈한 종아리를 비비던 손을 다시 무릎으로 옮겨놨다. 단호한 나의 태도에 아이도 많이 놀란것 같았다.
짜아아아아아아아악
짜아아아아아악
짜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종대랑 싸우는거 아빠가 봐줄수 있어 "
" 끅.. 흐으으어어어엉.. 끕.. "
짜아아아아아악
" 너도 화 나겠지. 동생이 너한테 뭐라고 하고 하면. 아빠 다 이해해. "
" 끅... 흐어어어엉.. 끕.. 하으윽.. "
평소에 혼나던 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강도높은 매질에 정신을 못차리고 끅끅 울어재꼈다. 아무리 큰 아들이라 해도 아홉살 밖에 되지 않았고 제가 만들어 놓은 종아리의 빨간 매자국들을 보고서는 더이상은 못하겠다 생각해도 어정쩡하게 훈육을 마무리 하면 아이한테도 좋지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시 마음을 단단히 먹고서는 바이올린 활을 잡았다. 달래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 목소리가 입술 아래까지 올라왔지만 다시금 집어삼켰다. 훈육을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기 위해 아예 종아리에 손을 갖다대지 못하게 두손을 꽉 잡고는 활을 들었다.
짜아아아아아아아악
" 아빠가 지금 너가 종대랑 그냥 싸운걸로 이러는거 아니라는거 잘 알잖아 "
" 흐으으어어엉.. 끅.. "
짜아아아아아아악
짜아아아아아아아아악
" 자꾸 종대 때리고 하는거 아빠가 한두번 보는거 아니야. 아빠가 폭력은 안된다고 했지. "
" 흐으... 아흑....
" 자꾸 때리는거 버릇되면 안된다고 그랬지. "
" 끅.. 흐윽.. 네에.. 끕.. 흑.. "
정했던 열대를 다 때리고는 종대처럼 꼭 안아주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살짝 어색함이 없지않아 있었다. 큰 아들이라 그런지 서먹서먹 하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해서 스킨쉽을 진하게 하고 하기에는 아직 어색했다. 물론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야 컷지만 또 그럴수도 없었고. 나름대로 미치겠는 나다. 내가 열대를 다 혼내고 아무말도 안하고 저를 빤히 쳐다만 보고 있자 아픈 종아리를 매만지다가 갑자기 무릎을 꿇는 종인이다. 뭐하는거지 싶어서 그상태로 종인이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무릎을 꿇고는 닭똥같은 눈물을 더욱더 뚝뚝 흘리면서 말했다.
" 끅... 끕.. 잘모탰는데.. 끕.. "
" 알아. 다시는 그러면 안되. 알겠지? 종인이 아빠랑 약속했다. 종대 안때리기로? 알겠죠? "
" 흐으윽.. 아는데에.. 끕... 압빠는.. 끅.. 그거 공책 내이름 써져있는건데.. 흐흑.. "
" .. "
" 끕.. 그거 차녀리가.. 끅.. 조니니 생일선물로 준건데.. 끕.. 압빠는 .. 흐흑.. 무섭게 혼내기만하고.. 끄...
" ㅈ.. 종인아 "
" 존대는.. 끄흐윽.. 안아주면서.. 조니니는.. 흐으어어어엉 "
" .. 미안.. 미안.. 아빠가 다 미안해 종인아 "
" 끅.. 조니니가 잘못했다고.. 끕.. 했는데도.. 흐흑.. 계속 혼내고.. 끄흐으으윽.. "
무릎을 꿇고서는 서럽게 엉엉 울어대는 이 꼬맹이가 갑자기 한없이 안쓰러워 어색함이고 나발이고 다 버리고 그냥 폭 안아주었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우리 큰아들의 품인지 저도 서러운지 딸꾹질을 해대며 더 엉엉 울어재껴버린다. 한손으로 손을 뻗어 물병을 가져와 진정이 되라고 물을 몇모금 먹이고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자 그제서야 훌쩍훌쩍 그쳐갔다. 이제까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지, 저와 종대를 차별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도 나한테 서러움이 얼마나 쌓였는지도 알수 있는 시간이였다. .
답답한 마음에 종인이를 대충 안고 나와 종대 옆에 자리를 앉혀주니 저들끼리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포웅해주고 뽀뽀해주고 이제는 종대가 종인이 입에 저가 먹다남은 샌드위치도 구겨 넣어주는 중이다. 서로 아까까지만 해도 못잡아먹을듯이 으르렁 거렸으면서 지금은 또 내가 오랜만에 틀어주는 딩동댕 유치원에 심취한듯 티비에서 눈을 떼지를 못한다.
" 아으.. "
" 횽아 아포? "
" 아니. 괜찮아. 얼른 먹어 "
내가 봐주지 않고 혼냈기 때문에 그리 많지 않은 댓수임에도 불구하고 얼핏 바지틈 사이로 보이는 종인이의 종아리 상태는 말이 아니였다. 시뻘건 자국들이 여러개 덮여있으며 가운데 부분에는 살짝 보랏빛으로 멍이 들기도 했다. 내가 이 아이를 데리고 방근 전까지 무슨 짓을 한건지.. 다시금 선명해지는 기억 덕에 자켓 하나를 걸치고 복도로 나와 줄기차게 줄담배를 피워댔다. 한개, 두개, 세개 .. 그렇게 여섯개 , 일곱개. 이제는 갯수 조차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담배 꽁초들이 내 발 밑에 쌓여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복도로 이어지는 문이 열린 때는.
엉망이 되어버린 종인이의 종아리를 보고 괜시리 마음 속 한켠이 또 아려왔다. 항상 감당도 못할 짓들을 왜이리 하는지. 아빠 라는 위치에 서서 이런 것도 감당을 못하는 나한테 화가났고 화를 컨트롤 하지 못해 종인이한테 괜히 화풀이를 한것같은 나에게 또한번 화가났다. 복잡한 감정 속에서 싸우다 결국 이 감정들을 나는 절대 이기지 못하겠구나, 라는 판단이 선 후 자켓 하나만 입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나온다고 해봤자 장소는 아파트 복도뿐. 답답한 마음에 결국 내가 선택한 아이는. 그래. 너밖에 없다. 말보루
" 스읍.. 하아아아아.. "
한모금 한모금 빨아드리는 도중마다 후회의 감정은 겹겹이 쌓여갔다. 그 감정들을 이기려 들다가 담배 재떨이에 놓여진 한개피, 두개피, 결국 일곱개피가 남았고 내 손은 일곱 개피를 다 피운 와중에 무의식 적으로 주머니 네모난 담배곽에 말보루를 또 한개피 꺼내 불을 붙였다. 담배냄새를 지독하게도 싫어하는 아내와 아직 호흡기가 약한 어린 아이들이 있는 나에게 담배란 병과 같았다. 어떻게든 끊어보겠다고 , 약속한다고 믿어달라고 마누라와 약속한것도 엇그제. 아직 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시각. 어쩜 니코틴은 이렇게 중독성이 강한건지. 빨아들여도 빨아들여도 질리지가 않았다. 그와 덤으로 내 마음속 무거운 짐이 하나 , 둘 , 늘어갔다. 답답해.
*
잠결에 애기들 울음소리가 들리자 나도 모르게 꿈뻑. 눈을 떠버렸다. 아, 이런게 진짜 엄마구나. 아이들의 작은 소리에도 깊게 반응하는 내가 순간적으로 대견해 졌고 이제 진짜 엄마같다. 는 뿌듯함에 한껏 나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고 있었다. 아무리 아이들 소리라고 해도 잠결에서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갑자기 들이 닥치는 햇살 덕에 실눈을 개슴츠레하게 떠서 핸드폰을 보자 쌓여있는 문자들. ' 부장님. 00보고 완료되었습니다 ' 시덥지 않은 문자들에 ' 고마워. 수고했어. ' 등등의 답장을 대충 해준뒤 다시 눈을 깜빡였다. 얼마나 잔건지 눈이 안떠지네.
" 엄마아아!!!!! "
" 엄마아! "
뭉친 어깨와 목을 간단히 풀고서는 문을 열고 나가자 딩동댕 유치원을 열혈 시청하고 있는 우리 애기들을 보았다. 나를 본게 반가운건지 '엄마' 하고는 내 품에 폭 하고 안기는데 그 모습 마저 예뻐 머리를 두어번 헝크려 트렸다. 세훈이 어디갔지. 무의식적으로 내 동공이 세훈이를 찾아 집안 이곳저곳을 움직이고 있는 와중 자켓을 걸치고 밖으로 나가는 남편을 보았다. 아침부터 회사가나. 항상 말도 안하고 어디 쑥 나가버리는 저 버릇도 내 언젠가 반드시 고쳐노리라.
" 잘잤어? "
" 웅. 잘잤엉. "
" 엄마아아.. 죤대 요기 아파아아 "
" 응? 엉덩이? 어디 부딪혔어? "
샌드위치를 야금야금 먹다가 엉덩이가 아프다고 찡찡 대는 종대녀석이였다. 이놈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진건가? 별일 아니게 대수롭게 여겼지만 자꾸만 아프다고 하는 종대 때문에 먹던 물을 놓고서는 종대 바지와 팬티를 벗겨서 보았다. 복숭아처럼 발갛게 된 엉덩이였다.
" 종대야. 엉덩이 왜그래? 어? 왜 빨개? "
" 아까아.. 아침에 아빠가 때렸써어어. 존대아파아아 "
" 응? 아빠가 때렸다고? 왜? "
" 존대가 조니니형말 안들어서 혼나써어어어 "
" 야 김종대애애 "
" 종인이는. 종인아. 종인이도 맞았어? 어? "
종인이랑 종대랑 싸워서 세훈이가 애들 때렸다고? 전에도 몇번 있었던 세훈의 체벌에 나와 싸운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나는 무조건 말로 해결하자는 주의였고 세훈이는 말이 안통하면 때려서라도 버릇을 고쳐놔야한다는 주의였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부딫히고는 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체벌을 할 시에는 부부 상의하에 서로의 동의를 얻고 10대를 넘어가지 않게 체벌하자. 가 약속이였는데 애를 때렸다니. 나와 그렇게 약속을 했는데도 약속을 깨고 무시하고 한 행동에 화가 났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먼저였다. 그럼 종인이는? 항상 애들을 혼낼때 그 누구보다 무섭게 종인이를 혼냈던 세훈이였다. 종대와 싸워서 혼이 난 것이라면 아마 종대보다 종인이가 훨씬 더 심하게 혼났을 터이고..
" 종인이는 괜찮아 "
" 어? 뭐가 괜찮아. 아빠가 종인이 안혼냈어? "
" 아니야아아. 니니형 엄청 혼나써어어. 니니형 울어써 엄마아 "
" 뭘 울어 김종대. 형 안울었거든? "
" 김종인. 쓰읍. 똑바로 말해. 종인이 혼났어 안혼났어. "
" 혼나.. 혼나긴 해써어.. 근데 괜찮아 엄마아아 "
" 뭐가 괜찮아. 봐바. 어디 혼났어. 어? 김종인 "
지 애비를 똑 닮아가지고는 자존심만 쎄서 결코 나한테 안혼났다고 안혼났다고 그러는데 그런 종인이가 수상쩍어 바지와 팬티를 내려보았다. 말끔한 토실토실한 엉덩이에 생채기 하나 없었다. 오세훈 성격에 종인이를 손으로 팡팡 때리진 않았을터고 연이어 괜찮다는 종인이의 손사래에 잠옷 바지를 쓱 걷어 올리자 빼곡하게 박힌 빨간 선들, 거기다가 중간 부분은 멍까지 잡혀있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하며 손으로 살살 쓰다듬어 보자 바로 신음 소리 나오고 안그래도 종인이 피부가 약한데 벌써 오돌톨톨 하게 올라왔다. 내가 자고있던 사이에 이게 뭔일인지. 괜시리 두 눈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나오려고 했었다.
" 엄마 종인이 하나도 안아파. 그리고 종인이가 잘못 많이 해서 아빠가 혼낸거야 "
" 뭐가괜찮아 김종인. 종인아.. 아빠가 많이 때렸어? 어? 많이 아프지 우리 아가 "
" 아니야아아. 조니니가 종대 때리고 지켜주지도 않아서 아빠가 혼낸거야. 조니니는 갠차나. 엄마 진짜괜찮아아. 엄마 울어? 어? "
" 엄마가 언제 울었다고 그래. 종인아. 딩동댕 유치원 보고있어. 엄마 잠깐 나갔다 올께. "
눈시울이 붉어져 종인이 앞에서 눈물이라도 흘릴까봐 얼른 자리를 떴다. 잠옷을 입고 그대로 집밖으로 나왔다. 진짜 속상해. 언제 저렇게 철이 들었는지 어른스러운 말만 골라서 하는 종인이 때문에 , 그렇게 자기 종아리 아프게 만들어놓은 아빠가 미울만도 한데 끝까지 자신이 잘못해서 혼난거라고 , 괜찮다고 말하는 종인이가 다시한번 오버랩 되면서 눈물이 흘렀다. 씨이. 오세훈.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가볍게 훔친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내려가려는 순간, 끝편 복도에서 진하게 풍겨오는 말보루 냄새. 익숙한 냄새에 후두둑 떨어지는 눈물도 무시한채로 다가갔다. 설마. 오세훈? 문을 열고 들어가자 몇개피인지 뻑뻑 담배를 피우는 세훈이.. 순간 나도모르게 열이 확 났다.
" 야 씨, 오세훈. 너 내가 애들 때리지 말라고 했지. 씨이. 담배는 몇개째 피는건데에에에에 "
너무 화가 나버린 나머지 아파트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댔다. 세훈이도 내가 와서 놀랐는지 흠칫 하다가 이미 피고있던 여덟번째 담배를 발로 지져 껐다. ' 저.. 자기야.. 그게.. ' 웅얼웅얼 대던 세훈이를 뒤로한체 다시 집에 들어와 안방 침대에 누워버렸다. 그냥 아이들 저렇게 때린것도 속상하고 담배 안핀다고 철석같이 약속해놓고서는 저렇게 다시 피는것도 속상하고. 얼마나 저도 힘들었음 담배에 손을 댔을까 생각하니 내가 너무 신경을 못썼나 , 하는 감정에 또 속상하고 속상했다. 엄마라는 자리가 원래 이렇게 힘든건지..
*
" 압빠아. "
" 응 , 왜? "
" 나 종대랑 놀이터 갈래 "
" 그래. 갔다와. 아빠가 돈줄테니까 가서 아이스크림이랑 사먹고 종대 잘 챙기고. 알았지? "
" 응. "
" 나가서 한시간만 놀다와. "
" 횽아 빨리가쟈아아 "
" 야 김존대 신발시너어 "
딩동댕 유치원이 끝나자 놀이터에 가고싶다고 하는 종인이에게 딱 부러지게 ' 안돼 ' 라고 말할 자신도 없었고 마누라 기분도 풀어줄겸 아이들 보고 놀다 오라고 허락을 해줬다. 쓱 보니 안방에서 흐느끼며 끅끅 대고 울고 있는 마누라에게 너무 미안하기 짝이 없었다. 들어가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싶었지만 그럴 면목도 없었고. 아까 종인이를 혼낼때 쓰던 기다란 바이올린 활을 들고서는 조용히 안방으로 들어갔다.
" 미안해 자기야 "
이불을 뒤집어 쓰고 아직까지도 훌쩍거리며 울고있는 마누라가 살짝 귀여워서 확 잡아먹을 뻔 한 감정을 열심히 누르고 아까 가져온 바이올린 활을 울고있는 마누라 손에 쥐어준 뒤 장롱 앞으로 가 무릎을 꿇고 손을 번쩍 들었다. ' 잘못했어.. 미안해 ' 라는 말만을 남긴채 흐트러짐 없이 벌을 섰다. 사실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마누라가 걱정했을것 생각하니 더 미안해지고, 이렇게라도 화가 풀린다면 무릎을 꿇던 엎드리건 머리를 박던 상관이 없었다.
" .. 자.. 자기야.. "
" 내가 잘못했어. 내가 화 컨트롤 못하고 아이들 혼냈어. 너도 걱정시키고. 내가 잘못했으니까 나 혼내줘. 미안해. "
" ... 세훈아아.. "
오분정도 있다가 아무런 인기척이 안느껴 지자 저도 뭐하나 궁금했는지 뒤집어 쓰던 이불을 휙 재끼고는 무릎을 꿇고 손을 들고있는 나를 보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마누라다. 그렇게 눈물을 쏟고서는 아직도 쏟을 눈물이 남은건지 어찌나 뚝뚝 떨어지는지.
" 나 마음껏 혼내줘. 내가 미안해. 종인이랑 종대한테도 말로써 잘 타일러야되는데 싸우는거 보고 나도 모르게 눈이돌아가서.. 거기서 또 욱했어. 분명히 말로 먼저 타이르자고 그렇게 약속했는데 나도모르게 욱해서 약속 깨버렸어. 약속 깨고 애들도 정신없이 혼내다 보니까 너생각이 나더라. 애들한테도 미안하고 너 보기도 미안해서 나도모르게 항상 습관처럼 피던 담배 찾았어. 그래서 너가 싫어하는거 알면서도 담배폈어. 잘못했어 미안. "
" 씨이.. 오세훈 진짜.. 넌 진짜 혼나야되에에.. 끅.. 끕. "
" 왜울어. 울지마. 응? "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눈물을 잠옷 소매로 쓱쓱 훔치더니 옆에있는 바이올린 활을 집고서는 다시한번 소리내어 울었다. 오빠 머리울린다 진짜. 점점 듣기 힘들어져가는 마누라 눈물소리에 두눈을 꼭 감고 귀옆에 번쩍 들고있었던 손을 내려 천장을 바라보게 쭉 폈다. 회초리를 들고서는 어찌할바 몰라 눈물만 흘리고 있던 마누라가 두 눈을 질끈 감더니 ' 씨이.. 오세훈 진짜.. 진짜... ' 진짜만 연이어 말하더니 허공을 가르는 바람소리가 나며 따끔함이 손바닥 전체에 퍼졌다.
" 허... 끅... ㅅ.. 세훈아아아... 미안해.. 미안.. 끄흐흡.. 미안해애... 아프지.. "
본인이 때려놓고서도 꽤나 컷던 마찰음 때문에 그런건지 다시 미안하다며 무릎꿇고 있는 내 앞에 앉아서 내 두 손바닥을 비비며 연신 울어재낀다. 큼지막하게 그어져 있는 빨간줄, 그리고 내 앞에서 꺼이꺼이 울고있는 마누라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났다.
" 아윽... 흐으.. 아프다아.. "
" 끄흐으으.. 미안... 미안해애... 많이 .. 끅.. 마니 아파?? 응? 끄흐으으어어엉 "
" ㅋ...큭... 야... 안아파 안아파. 장난이야 장난. 왤케 귀엽냐 진짜아.. "
" 끕.. 응? "
" 오빠 머리 울린다. 고만 울어라 우리애기. 뚝하자. 뚝. 뚝. 진정해 "
무슨 내가 변태도 아니고 왜이렇게 우는 모습이 예뻐 죽겠는지 약간 물기 있는 얼굴이 발그레져가는 순간 마누라를 번쩍 들어서 침대에 눕혔다. 쪽쪽쪽쪽쪽. 이마부터 콧망울, 양쪽볼 , 그리고 입술까지 안예쁜 구석이 없는 마누라의 얼굴을 감싸 뽀뽀를 해주었더니 ' 나쁜놈 ' 이라면서 저도 환하게 웃어주었다. 오늘 한번 셋째 만들어봐? 머리통을 쓰다듬어주고 진하게 뽀뽀를 한번 더 한후 이불 밑에서 꼼지락 꼼지락 하고있었을즘..
끼익.
" 아빠. 종대가 모래성쌓기 한다는데 그거 모래성 쌓기 놀이 어딨ㅇ... 아빠 엄마 뭐해? "
김종인. 지금 아까 혼났다고 나한테 이런식으로 복수하는거지? 모래성쌓기놀이고 나발이고 넌 이제부터 웬수다 이 아들아.
Epilogue
" 아들.. 자? "
" 아니. "
하루가 길었던 저녁. 홀로 생각도 할겸 두 귀에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들으며 약국으로 갔다. 시원하고 선선한 저녁 공기에 하루종일 답답했던 마음이 탁 트이는 기분이였다. ' 생채기같은 상처인데 소독할수 있는 약 한개하구요, 또 멍든데 멍빠지는 약 한개하구요, 또 상처에 바르는 연고하구요, 밴드 큰거있어요? 없으면 거즈 같은거 주세요 '
이불을 걷어 잠옷바지를 위로 올리니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있었다. 핏방울이 맺혀 딱지가 된 곳도 있었고 깊은 빨간 생채기들이 종아리 여기저기 있었으며 한 가운데는 보랏빗 멍이 굵직하게 잡혀있었다. 대체 아까는 무슨생각으로 아이 상태도 보지 않고 화도 참지 못하고 이렇게까지 혼냈는지. 내 자신이 한심하고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였다. 소독약 자체가 워낙 따가울텐데 걱정반 안쓰러운 반으로 소독약을 열었다.
" 따가워도 조금만 참아 "
" 앗...아아으으.. "
빨간약을 덜어 상처부위에 톡톡 솜으로 닦아내자 흐으윽... 하면서 두눈을 꼭 감고 이불을 꼭 쥐며 바들바들 떠는 종인이의 모습을 보고 다시한번 한숨이 나왔다. 얼마나 아팠을까. 감시 상상할 수도 없는 강도였을터였다.
" 아빠가 종인이 미워해서 맨날 혼내는거 아니야 종인아 "
" 알아 "
" 응? "
" 아빠는 종인이 잘되라고 혼내는거라고 엄마가 말했어. 그래서 종인이는 괜찮아 아빠. "
어느새 이렇게 훌쩍 커버렸는지 우리아들. 말하는 도중에도 따가운지 움찔움찔 거린다. 짜식. 분명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아빠가 왜 종대를 더 아껴줘야되는지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아닌 설명을 해주려 해주려 했지만 이미 철이 들어버린 우리 종인이에게는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걸 알았다. 깔끔하게 약알 바른 종아리에 거즈를 붙여 쓰라리지않게 만들어준뒤 누워있는종인이를 꼭. 하고는 안아주었다. 이렇게 이쁜 복덩어리가 어떻게하다가 들어왔는지...
" 종인아 아빠가 많이 사랑해. "
" 내가 더사랑해 아빠 "
"치이.. 아빠가 더더더더더 많이많이 사랑해애 "
" 에이이 내가 더더더더더더더더 많이많이많이많이많이 사랑하거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