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과 물리학] 19. 무색과 상대성의 세계
空은 허무아닌 정신·물질 모든것 근원
“…시제법공상 불구부정 불생불멸 부증불감…”이라고 설한후 경전은 바로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이라고 설한다. 공한 상을 애써 설명한 후 곧바로 공(空) 가운데는 아무 것도 없다고 선언한다.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은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와 다른 뜻인가?
물질계만을 생각할 때 색즉시공 공즉시색은 공(空)이 물질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의 근원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여러가지 물리현상을 예로 들어 이미 설명하였다. 물리적 진공에서 입자와 반입자가 생성되기도 하고 입자와 반입자가 만나 에너지를 내놓고 소멸되기도 하며 또한 물리현상은 진공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니 공에서 색이 나왔다고 하는 것을 현대물리학이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뜻에서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말은 공이란 결코 허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의 근원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 있는데 경전은 모든 것의 공한 모습이 생기지도 아니하고 없어지지도 아니하는 것이라 풀이한 후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이라고 선언한다. 아예 처음부터 공에는 색도 없고 지각·감각·의지·인식작용도 없다고 한다. 물질도 없고 그것을 인식하는 정신작용도 없다면 경전은 다시 허무를 주장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분별지로 인식하는 일체의 객관적 실체가 꿈과 같은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일단 물리현상에 국한시켜 보자면 물리적 진공은 입자와 반입자가 서로 결합하여 끝없는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상태이니 이런 상태를 아무것도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무색 무수상행식이란 물질이 공에서 나왔지만 이렇게 나온 물질이라고 해서 객관적 실체라고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분별지를 떠나서 참을 보라는 뜻이다.
또한 무수상행식은 정신-물질의 이중성을 뜻하는 것이다. 입자-반입자의 이중성에서 보듯이 이것은 물질 저것은 정신이라고 나누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나눌 수 없는 것을 나누어 놓고서 하나를 정신이라 부르고 이 정신이 물질이라고 하는 것을 보는 것이 분별지로 세상을 인식하는 것이니 보는 자도 보이는 세상도 다 꿈과 같다는 뜻이다.
물리학이 불교에서 말하는 공(空)의 개념을 그대로 설명할 수는 없고 물질계만 생각하여 물리적 진공의 구도를 살펴보고서 오관으로 관측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물리적 진공의 구조와 오관으로 감지하고 인식하는 물질계의 구조에 차이가 없고 또 물질이 진공에서 나오고 들어갈 수 있다는 뜻에서 공즉시색 색즉시공이라고 했지만
처음부터 공 가운데는 색이 없고 생기는 것도 없고 없어지는 것도 없기에 진공을 생각할 것도 없이 무색이라고 하는 말은 공즉시색이라고 하는 것과 다른 의미를 가지므로 “시고 공중무색…”이라는 말은 우리가 불교에서 말하는 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말이므로 물질의 의미를 지금까 지 설명해 온 양자역학과는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지금까지 설명해 온 양자역학적 물질관은 미시적 세계를 설명하는데 우리가 보는 색계(色界), 거시적 세계를 설명하는 물리학의 이론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다. 색계를 완전히 학문적으로 기술하려면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결합하여야 하는데 아직까지 물리학자들은 이 두 이론을 완전히 결합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결합하여 우주론에서 이용하고 있는데 우주론은 다음에 설명하기로 하고 상대성 이론부터 살펴보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보는 물질계는 관측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다르게 보인다고 해서 그중에 누구의 것이 옳다는 것이 없고 다르게 보이는 것이 그대로 다 옳다는 것이다. 시간·공간의 길이나 의미도 다 객관적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며 시공간과 물질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물질없이 시공간이 없고 시공간을 떠나 물질을 생각할 수도 없다. 물질이 형체없는 에너지로 바뀌고 형체없는 에너지가 물질로도 바뀐다.
김성구 <이화여대 교수.물리학>
[출처 : 부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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