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근
헌법소원을 내던 당시에 반대의견을 가진 확자들도 꽤 있었는데요. 우리와 같은 성문헌법국가에서 관습헌법론을 들어 수도 서울의 문제를 헌법 사항으로 보는 것은 헌법 체제에 맞지 않다는 그런 논거들이죠.
이석연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도 그런 학자들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관습헌법이론에 대해서 아직도 건전한 학문적 차원의 비판이 아니라 어떤 정치적 고려에 의한 해석을 가하고 있지요. 인기에 영합하려는 헌법적 포퓰리즘에 물든 학자들이 젊은 사람들에서부터 상당상수 있다고 봅니다. 학문의 세계, 특히 법학의 분야에까지 포률리즘이 침투한 것은 우리사회에 불행입니다.
강경근
위원결정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그런 말을 했던 걸로 아는데요.
이석연
네. 어떻게 보면 서글픈 얘기인데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고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했던 저의 첫마디가 이거였습니다. "용비어천가적 헌법해석에 종지부를 찍는 판단이다", "헌법적 포률리즘을 잠재우는 판단이다" 우리 사횡에 보편적 가치인 헌법의 정신을 애써 외면하고 헌법을 가치중립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편의적인 해석으로 권력에 영합하려는 반헌법적인 큰 흐림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강경근
착잡하고도 비감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실 그말의 속뜻을 이해하려면 당시의 정치적 내지 헌법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노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결정 후 촛부 집회 등 상상을 초월하는 시가지 여론이 불출되면서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이르기까지의 정제되지 않은 감정들이 지배하던 그 시기에 이성으로서만 존재할 수 있는 법과 제도는 한편에 버려진 그러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신행정수도법 위헌결정이 나왔죠, 그 의미는 헌법재판소가 '헌법이란 무엇인가'를 명확히 했다는 점입니다. 용비어천가식 해석이나 헌법학의 포퓰리즘을 결별케 한 것이죠.
이석연
옳은 지적입니다.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법치주의는 이미 보편화된 인류의 가치라고 봅니다. 우리가 버릴 수 없을 뿐더러 상황에 따라서 다리 해석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 헌법적인 사실에 침묵하거나 인기 영합적 으로 해석하는 학자들의 습성도 바뀌어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헌법이란 이런 것 이구나'하고 알게 해준 사례주으이 하나가 바로 신행정수도법에 대한 위헌결정이었습니다.
강견근
헌법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는 평가는 부족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위헌결정 이후 거의 모든 이들이 그 관심사가 되는 공동체의 문제를 헌법에 의거해 분별해 가는 풍토가 만들어졌지요. 정치인들도 어떤 법안을 만들 때, 이게 헌법에 맞나 틀리나 생각하게 됐거던요. 우리나라에서 신행정수도법 위헌결정을 기준으로 헌법 이전시기와 헌법 이후시기로 나눠진 것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입니다. 요즘 유비쿼터스 헌법 즉, 우리 생활 곳곳에 헌법이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합니다만.
이석연
실제로 우리 생활의 일상 하나하나가 헌법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을 헌법재판으로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지요. 저는 헌법규범의 생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며칠 전에 개인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몇몇 분들이 저를 찾아왔어요. 이분들의 이야기를 요약해보면 대충 이렇습니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면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식으로 운영됩니다. 그날 쉬는 날이었는데, 그런 날으 개인택시 부제라고 합니다. 그렇잖아도 경기가 좋지 않아서 힘든데 이 부제가 유독 개인택시에만 한정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는 겁니다. 그래서 이걸 헌법소원을 통해 해결해달라는 겁니다. 그들의 얘기를 듣고보니 이 부제가 다른 모범택시나 회사택시 또는 점보택시 등에는 적용되지 않고 유독 개인택시에만 적용되는 것은 평등권 위반이며, 자신이 선택한 직업 내지 영업을 자기 책임하에 할 수 있는 헌법상 직업의 자유가 있는데, 이를 침해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행복추구권까지 침해하는 등 여러 문제가 있어 이건 헌법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다만, 헌법소원을 하려면 거기에 필요한 요건이 있기 때문에 최근 90일 이내에 개인택시를 직접 양수해서 운전하느 ㄴ사람들을 찾아야 한다고 했지요. 이런 사람들의 고민 하나하나가 바로 헌법문제라는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그런 분들의 헌법의식이, 권력을 행사하고 고고한 이론을 펴는 정치인이나 학자들의 헌법의식보다 더 살아 있고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강경근
살아있는 헌법이란 것에 동감합니다. 전체적으로 헌법이라고 하는 것이 구널력자으 법이나 정권의 법이 아니라 국가의 법이고, 국민들이 법이라는 점을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신행정수도법 위헌결정이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만, 어떤가요? 일본에 강연 등의 이유로 다녀오실 때, 우리의 법 생화과 비교해서 이런 문제를 일본 헌법의 눈으로 본다면 어떤 차이가 있겠습니까?
이석연
게이오 대학 법학부 방문교수로 있었던 관계로 일본에 갈 기회가 있었던 관계로 일본에 갈 기회가 자주 있었습니다. 일본은 명치유신 이후 근대화되면서 헌법이 제정되었으나 군국주의로 치닫다가 패전한 후 맥아더 헌법이 들어서면서 민주화 헌법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도 수도이전문제가 쟁점이 된 적이 있습니다. 동경이 너무 치우쳐 잇어 수도를 이전하려는 법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일본의 수도이전법은 우리나라처럼 어느 특정 지역을 선택해서 언제까지 옮기겠다는 내용이 아닙니다. 어디로 옮길 것인가, 어디로 분산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법을 제정한 이후 15년여에 걸쳐 연구와 토론을 한다고 합니다. 결국에는 일본이라는 국가의 전체경쟁력, 일본의 국제적인 지위 등을 고려해 동경만한 곳은 없다는 판단에 따라 무산되었어요, 15년 동안 연구와 검토를 하다가 논의 자체가 무산된 것이지요.
강경근
정권적인 측면이 아니군요.
이석연
네, 정권적인 차원이 아니지요. 15년을 연구하다가 거의 무산이 되고 더 이상 논의가 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수도이전에 관련한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 결정을 관심을 가지고 보더군요. 어떤 정략적 차원에서, 또 선거의 표심을 자극하는 정권적 차원에서 한 나라의 수도를 옮기는 문제를 거론하는 나라는 전 세계저그오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입니다.
강경근
며칠 전에 일본에서 교육기본법을 고치는데 그 안에 "국가와 향토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말을 포함시키겠다고 했답니다. 일본의 우경화라는 비판도 있습니다만, 상식적으로 나라사랑이라는 마음을 담았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인지, 열광적 애국심이 아닌 평범한 애국심 말입니다. 사실 그런 것이 헌법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거던요.
이석연
국가의 기본 틀 또는 기본체제와 관련된 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첫댓글 왜 90일 이내에 개인택시를 직접 양수해서 운전하는 사람들을 찾아야 하는지 궁금하네여.,
행정심판법」제18조 제1항에서 심판청구는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한다고 하고, 제3항에서 심판청구는 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180일을 경과하면 제기하지 못한다. 다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며, 제6항에 행정청이 심판청구기간을 알리지 아니한 때에는 제3항의 기간 내에 심판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