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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좋은교사> 2003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전성은 교장 "교육은 인격과 인격의 만남"
거창고등학회 교육 비결 '즐거움과 꿈이 있는 학교 만들기'
샛별중학교 전성은 교장.
지난 2월말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새로운 장관 인선 작업을 할 때 마지막까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혼선을 거듭한 자리가 바로 '교육부총리'였다. 그리고 이러한 혼선의 핵심에 샛별중학교 '전성은 교장 선생님'이 있었다. 해방 이후 50년 역사 동안 교육부장관은 당연히 교육학자들이나 관료의 몫이었지 학교 현장 가운데서 평생을 헌신한 교사·교장은 아예 후보가 되지 못했다. 그러기에 전성은 교장 선생님이 교육부장관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는 자체가 학교 현장에서는 큰 화제가 되었다.
이제는 학교 현장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교육부장관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 교육부장관이란 초중고 교육뿐 아니라 대학교육, 그리고 중장기적 국가 인적자원 배분까지 맡아야 하는 자리인데, 학교 경험밖에 없는 사람이 이것들을 다 통솔하고 관료들을 장악할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동시에 거창고등학회(샛별초등·샛별중·거창고를 포함하는 재단명)의 교육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모델이라는 주장부터 새로운 형태의 입시 명문이고 귀족학교가 아니냐는 비판까지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비록 전 교장 선생님이 장관에 발탁되지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거창고등학회가 하고 있는 교육의 본질과 이 학교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고등학회에 대한 첫 이미지는 약간 충격적이었다. 보통의 시골 학교보다 더 낡고 허름한 건물들은 이 학교를 향해 귀족학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허황한 것인가 하는 것을 단적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준비해간 질문들을 미루고 이 부분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교육은 제일 가난하고 낮은 곳에 있는 자들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해야
정병오 : 거창고등학회라고 하면 전국적으로 매우 유명한 학교인데 외부에서 지원해주는 분이 없나요? 조금만 손을 벌이면 여기 저기서 많은 재정적 지원이 들어올 것 같은데요.
전성은 : 전혀 없습니다. 혹 고등학교의 경우 졸업하는 학부모들이 발전기금을 내는 경우가 간혹 있을지 몰라도(고등학교의 경우도 재학 중에는 발전 기금을 받지 않는다) 중학교는 그런 것 없습니다. 학생들 가운데 끼니를 거르거나 차비도 없는 아이도 있고 수학여행비를 내지 못하는 아이도 많이 있어서 교사들이 개인 차원에서 돕고 있습니다만 많이 부족하죠.
저희 학교에서는 매년 3월 전 학생에 대한 가정방문을 실시해요. 그리고 가정방문이 끝나면 전 교사가 모여 가정방문 토론회를 합니다. 그래서 결손가정, 신체장애, 중식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에 대한 정보도 공유하고 대책도 마련하죠. 그런데 이 가운데 30-40%의 학생이 결손가정이고, 먹고 자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되는 아이들도 많아요. 술꾼 아빠에, 엄마는 없고, 자기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해야 할 아이들도 많은데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올해 계획 중의 하나는 가정에서 상습적으로 매를 맞거나 기타 다른 이유로 가정에서 수용이 안 되는 아이들을 위해 쉼터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학교 주변에 집을 하나 얻어 여기에 가정에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생활하게 하는 거죠. 밥은 학교에서 먹고 교사들이 지도할 수 있죠. 그렇게만 해도 문제가 많이 해결될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한다 해도 우리 학교에 배정된 아이들의 식(食)주(住)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뿐이죠. 아마 우리 학교보다 더 어려운 지역도 많이 있을 거예요.
정병오 : 제가 서울에 있는 학교에서 근무해서 그런지 요즘 아이들은 가난해도 학원 갈 돈, PC방 갈 용돈 정도는 다 있는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시골 지역의 가난한 아이들의 문제도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성은 : 교육부든 교원단체든 심지어 교육관련 시민단체들까지도 교육을 이야기할 때 입시니 사교육비니 하는 문제에만 매달려 있어요. 이 문제들이 많은 백성들에게 고통을 주는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사실 시골의 어려운 학생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런 문제들은 그야말로 "당신들의 천국"이에요. 여기 아이들 가운데 많은 아이들이 죽었다 깨어나도 대학에 갈 수 없는 아이들입니다. 결국 미래에 우리 사회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최하위 30%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이고요. 사교육비가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이것 역시 이것을 감당할 만한 사람들의 문제라는 것이죠.
교육은 제일 낮고 가난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 희망이 없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되어야 하는데 여기에 대해 너무 무관심해요. 이 문제를 정식으로 다룬 글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우리 예수님은 죄인들의 친구로 오셨잖아요. 여기서 죄인이라는 것은 반드시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 창녀 등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 갈릴리 지역 사람들,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 나환자, 장애인 등을 말하는 것이거든요. 예수님이 눈먼 자, 귀머거리, 귀신들린 자 등 장애인들을 많이 고쳐주었지만, 감기 환자를 고치지는 않았잖아요.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가 많지만 이 사회가 무관심하고 심지어 학교마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우선적으로 주어져야 할 것 같아요.
우리의 목표는 자립형 사립고 아니라 순수한 '자율학교'
정병오 :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번에 선생님이 교육부장관이 되었더라면 이런 문제들을 공론화하고 대책을 마련할 좋은 기회였는데 아쉽습니다. 그런데 지난 번 교육부장관 문제로 선생님이 주요하게 거론될 때 시골 중학교 교장이니, 행정경험이 없다느니 하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도 있었지만, 거창고등학회가 자립형 사립고의 모델이고, 지방의 귀족학교라는 평판을 듣는다는 주장을 들면서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전성은 :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거창고등학회는 자립형 사립고를 지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희 학교가 추진하고자 했던 것은 '자율학교'입니다. 즉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나름대로의 교육과정을 가지고 거기에 걸맞는 학생 선발권을 갖는 형태죠. 거창고의 경우 최근 10년 사이에 커트라인이 높아져 매우 들어오기 어려운 학교가 되었습니다만 이는 현재의 제도와 법으로는 성적순으로만 학생을 선발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생긴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에게 어렵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섬기는 정신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으로 열심히 교육하고 있습니다만, 하지만 저희들에게 선발권이 주어지면 성적순으로만 뽑지 않고 거창 주민 자녀, 전국 탄광촌 광부 자녀, 양부모 없는 아이 등에게도 일정한 비율을 배정해서, 이들에게 거창고등학회의 40년 교육 노하우를 가지고 올바른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정병오 : 그런데 이 외에도 현재 우리 나라 입시 교육의 상징처럼 취급되는 야간 자율학습, 보충수업, 기숙사 학교, 수준별 반편성 같은 것들이 다 거창고등학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전성은 : 거창고등학교가 지금은 많이 알려지고 학업 성취가 높은 학생들이 몰립니다만, 몇 십 년 전에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시골고등학교였습니다. 다만 교사들이 학생들을 정말 사랑하고 올바른 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을 뿐이었죠. 그런데 학생들 가운데 집에서는 공부할 상황이 전혀 아니라서 방과 후에 학교에서 남아 공부를 하기 원하는 학생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허용을 했죠. 그런데 학생이 남아 있는데 교사가 없으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교사들이 교대로 남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교실에서 학생을 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교무실에서 자기 공부와 수업 연구를 한 것이죠. 이것이 야간자율학습의 시초입니다. 그야말로 자율이죠.
그런데 학생들 가운데 교사들에게 모르는 것을 질문하기 위해 내려오는 아이들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교사들이 남아 공부를 가르쳐 주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가르친 것이죠. 이것이 굳이 말하자면 보충수업이 되겠죠. 수준별 수업의 경우 아이들의 수준이 다르니까 성적순으로 두 개 반을 편성하지만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이동이 가능합니다. 기숙사의 경우 그 때도 다른 지역에서 와서 자취를 하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자취방 상황이 열악하고 탈선의 염려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들을 위해 기숙사를 운영했습니다.
이런 것 뿐 아니라 소위 인성교육으로 소문난 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는 인성교육이니 열린교육이니 하는 용어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사용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학생들이 공부만 하다 보니 지치고 힘들어하기에 이들에게 활력과 희망을 주기 위해 예술제니, 연극제 등도 하게 되었고 눈이 오면 토끼몰이도 나가죠. 이것 역시 어떤 목표를 정해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꿈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기고 정착한 것이죠.
건학 이념, 기독교 신앙 바탕으로 민주시민 양성
정병오 : 사실 우리 교육이 도대체 숨을 쉴 수 없는 곳인데 거창고등학회는 그 가운데서도 나름대로의 정신을 가지고 교육을 해 왔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여기서 답을 찾아보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정신적인 맥락이나 교육적 의도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형태만 몇 가지 적용하려고 보니 왜곡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정신을 보는 사람들은 거창고등학회를 대안학교의 모델로 삼는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전성은 : 대안학교 이야기를 하셨는데 저희 학교는 대안학교가 아닌 정규학교입니다. 즉 일반 공교육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국가의 통제를 받는 체계죠. 이 문제를 가지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만, 엄밀한 의미에서 교육은 인격과 인격의 만남일 뿐이라고 생각한 거죠. 그렇다면 정규학교에서도 인격과 인격의 만남이 일어날 수 있다는 신념 하에 정규학교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인격과 인격의 만남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학교의 정신과 학생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같이 학교에 입학해도 이 정신과 만나는 학생도 있고 못 만나는 학생도 생기죠. 만남의 사건은 하나님께 속한 일 같아요. 누가 만나고 누가 못 만날 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뿐이죠.
"이렇게 교육하면 이런 인간이 나올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것이 교육과정이 되는 것이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대안학교를 하게 되죠. 이렇게 생겨난 대안학교는 우리 교육의 '대안'이라기보다는 독특한 형태의 학교 모형일 뿐이죠.
정병오 : 그렇다면 거창고등학교가 가지고 있고, 또 학생들에게 심어주고자 하는 학교의 정신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전성은 : 거고 정신이라는 것은 한 마디로 표현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각자의 삶에서 다르게 나타나요. 같을 수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정신과 만난 사람들 사이에는 무언가 통하는 것이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희 학교의 건학 이념을 그냥 포괄적으로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민주시민을 양성한다" 정도로만 표현해요. 기독교 신앙이라는 것은 영원 속에서 한 인간의 하나님과의 관계를 말하고 민주시민이라는 것은 역사 속에서 한 인간의 삶의 자리를 말하는데 이는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고요. 예수님의 피가 영원 속에서 시공을 초월하여 일하시고, 우리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우리의 피를 흘려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것을 비기독교인들은 배타적이라고 생각하고 기독교인들은 너무 쉽게 종교적인 용어 안에 담고 그 수준에서 이해하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 왜곡이 생겨요.
정병오 : 기독교인들이 왜 거고 정신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봅니까?
전성은 : 사실 신앙은 인격이고, 삶 그 자체잖아요. 그런데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신앙풍토가 예수 믿어 복 받고 천국 가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고, 신앙과 삶이 분리되고 있죠. 사실 우리가 예수를 믿는다고 고백하는 것은 전 삶과 목숨을 건 신앙고백인데, 이를 단지 입술의 고백으로만 낮추어 버렸죠. 예수 믿고 의롭게 되는 것은 기독교의 가장 기본이고 성숙과 깊이로 나아가야 하는데, 예수 믿고 의롭게 되는 것을 도식화된 교리와 의문(儀文)에 가두어 버린 것이지요.
바울은 복음을 '능력'이라고 표현했거든요. 선을 행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으나 선을 행할 능력이 없는 우리에게 이 선을 행할 능력을 주는 것이 복음이죠. 그리고 이 능력이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복음을 '하나님의 의'라고 표현을 하죠. 이렇게 우리의 삶 가운데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는 복음의 능력을 체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학교의 정신을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죠.
많은 사람 울렸던 어느 졸업생의 답사
정병오 : 그렇다면 거고 정신을 재학생들이나 졸업생들의 삶을 통해서 설명해 주시면 보다 분명해질 것 같은데요.
전성은 : 단적으로 지난 2월 거창고등학교 50회 졸업식 때 모든 사람을 울렸던 졸업생 답사의 한 부분을 옮겨 볼께요. 물론 이 내용은 거고인의 소망을 담은 것입니다. "거고인 건축가가 세운 다리는 무너지지 않고, 거고인 농부가 키운 작물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으며, 거고인 의사는 사람의 목숨을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다. 거고인 판사가 내린 판결은 믿을 수 있고, 거고인 직공이 만든 옷은 단추가 잘 떨어지지 않으며, 거고인 선생님에게는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다. 거고인 기자는 거짓을 전하지 않으며, 거고인 역사가는 그 무엇보다 진실을 목말라 한다. 그래서 세상은 거고를 빛이요 소금이라고 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처럼 전영창 선생님의 "직업 선택의 십계" 같은 경우도 거고 정신을 잘 표현하고 있죠. 지역 사회에서도 졸업생 한 명이 관청의 인허가와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면서 법과 원칙을 따라 업무를 집행하니까 그 동안 관행에 따른 편법을 행하던 사람들이 불편해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 보람을 느끼죠.
정병오 : 제가 "울타리 없는 학교"를 읽으면서 느낀 거고 정신이랄까 혹은 거고 정신이 구체적인 교육의 모습 가운데서는 '자율'이라는 요소로 나타난다고 느꼈는데 어떻습니까?
전성은 : 자율도 매우 중요하죠. 왜냐하면 교육은 사상과 신앙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일반 교과목 수업의 경우도 주입식은 별로 좋지 않지만 혹 주입식으로 해도 큰 해악은 없습니다. 그리고 최소한 사람을 망치지는 않죠. 하지만 신앙과 사상은 주입하면 독이 됩니다. 주입된 신앙은 무신앙보다 나쁘고, 주입된 사상은 사람을 죽이게 되죠. 성령의 역사를 막게 되죠. 이런 차원에서 자율을 강조합니다.
정병오 : 그렇다면 기독교사들이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진정으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기독교사로 서가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요?
전성은 : 기독교사는 우선 성서 위에 바로 서야 합니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씩 꾸준히 말씀을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교파와 선입관을 버리고 말씀 자체를 파고들어야지요. 그래야 어떤 주의나 주장을 들으면 그것이 참 소리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능력이 생깁니다. 이 능력을 갖추어야 참 기독교사라고 할 수 있지요. 그 다음이 기도입니다. 이 두 가지가 제일 중요하죠. 말씀 연구에 뿌리를 두지 않는 기도는 광신이 되기 쉽고, 기도 없는 성경공부는 공허하죠. 기독교사들이 말씀과 기도에 바로 설 때 성서 위에 한국 교육을 세우는 역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기독교사에게는 "하나님이 한다"는 깊은 인식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하나님이 한다"는 것은 단지 교리적인 가벼운 인식이 아닙니다. 우리가 다 나름의 뜻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고 실천하지만 오랜 길을 가다보면 절망에 이르고 아무런 희망을 발견할 수 없을 때가 오죠. 일평생을 바쳤지만 덧없고 부끄러움만 남을 때가 있죠. 이러한 좌절과 절망 속에서도 계속 그 길을 갈 때 비로소 하나님이 일하심을 보게 되는 것이지요.
교장실에 가득한 전교생의 사진과 이름
사실 전성은 교장 선생님과 대화 가운데 대부분의 시간을 거창고등학회의 정신과 우리 신앙의 본질, 기독교사가 갖추어야 할 말씀과 기도에 대한 자세 등에 할애하셨다. 그 때 나눈 대화의 깊이를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어 안타깝다.
교장실의 테이블 유리 밑과 벽에는 전교생의 사진과 이름이 붙어 있었다. 물론 수업도 들어가시고, 채플 시간에 말씀도 전하신다고 했다. 전교생이라 해도 6학급 200명 가량의 학생이긴 하지만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의 이름과 사정을 다 알고 있다는 자체가 거창이 말하는 교육의 본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거창고등학회가 척박한 한국교육의 현실 가운데 40년 동안 쌓아온 그 정신이 한국교육, 특히 기독교사들의 믿음과 정신 속에 잘 뿌리내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성은 교장 선생님 약력
1944년생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 계명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전공
Selly Oak College 수료
1965년부터 거창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1977년 8월부터 1990년 2월까지 거창고등학교 교장 역임
1990년 3월부터 현재까지 거창 샛별중학교 교장
저서 :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사도 바울의 편지]<종로서적>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도재원과 공저)<종로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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