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2PECT ⓒ gettyimages/멀티비츠 |
올시즌 전까지 통산 3316안타를 때려낸 지터는, 폴 몰리터(3314안타)를 시작으로 칼 야스트렘스키(3419안타), 호너스 와그너(3430안타)를 차례대로 제치고 최다안타 통산 6위까지 올라섰다(유격수 1위). 7월24일 탬파베이전에서는 통산 535번째 2루타를 날려 루 게릭(534)을 끌어내리고 양키스 역대 1위를 차지했다. 기록만큼 또 하나의 관심사가 각 팀들의 선물 공세였다. 많은 팀들이 지터의 등번호(2)와 관련된 물품들을 선물했는데, 고향 팀 디트로이트는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행사를 벌여 훈훈함을 더했다. [선물 리스트] 양키스가 '지터의 날'을 마련한 것은 9월8일 캔자스시티전. 경기 전 45분 간의 기념 행사를 가졌고, 양키스는 지터의 배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지터는 '양키스 유격수'를 "세계 최고의 직업"이라고 말하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20년 동안 한결 같이 옆을 지켜준 팬들에게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고 전했다. 이 날 깜짝 방문으로 모두를 놀래킨 마이클 조던은 지터를 "진정한 챔피언"이라고 치켜세워 또 한 번 놀라게 만들었다.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는 "루스, 디마지오, 게릭, 맨틀이 뛰는 것을 보진 못했지만, 나는 지터가 뛰는 것을 지켜봤다"는 멋진 축사를 건넸다.
양키스는 그 경기에서 무기력한 무득점 패배를 당했다(지터 1안타 1볼넷). 하지만 지터의 마지막 홈 경기에서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첫 타석 적시 2루타로 산뜻하게 출발한 지터는, 7회 상대 유격수 하디의 실책으로 역전 점수를 뽑아냈다. 여기까지의 활약으로도 충분히 화젯거리가 될 수 있었던 상황. 그러나 마무리 로버슨은 지터가 더 돋보일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기 위해 9회초 석 점의 리드 차를 날리고 동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9회말 1사 2루에 등장한 지터는 거짓말처럼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 홈 팬들을 열광에 빠뜨렸다. [영상] 지난해 은퇴한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눈물로 사람들을 울렸다면, 지터는 지터답게 환한 웃음으로 마지막을 장식해 색다른 감동을 줬다. [매거진S]
이밖에 폴 코너코는 토드 헬튼처럼 '조용한 은퇴 행보'를 보였고, 올시즌 첫 번째 노히터를 달성한 베켓은 부상을 당한 이후 유니폼을 벗었다. '상남자' 애덤 던은 끝내 포스트시즌 출전을 이루지 못한 채 경기장을 떠났으며, 바비 아브레유도 '300-300클럽'을 목전에 두고 아쉬운 이별을 고했다(288홈런-400도루). 시즌 후에는 마지막 '40-40클럽 타자' 알폰소 소리아노가 현역 생활을 끝마쳤다.
2000년 이후 한 팀에서 은퇴한 선수 (15년 이상)
1. 2001년 칼 립켄 주니어 (21년)
2. 2001년 토니 그윈 (20년)
3. 2004년 에드가 마르티네스 (18년)
4. 2004년 배리 라킨 (19년)
5. 2005년 제프 배그웰 (15년)
6. 2006년 버니 윌리엄스 (16년)
7. 2007년 크렉 비지오 (20년)
8. 2011년 호르헤 포사다 (17년)
9. 2012년 치퍼 존스 (19년)
10. 2013년 토드 헬튼 (17년)
11. 2013년 마리아노 리베라 (19년)
12. 2014년 데릭 지터 (20년)
7. 6월의 크리스마스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한 6월의 아마추어 드래프트는 메이저리그 팀들이 굉장히 큰 비중을 두고 있는 행사다. 수 천명의 자원들 중 옥석을 가려내야 하며, 이들을 바탕으로 팀의 미래를 준비해야 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유망주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드래프트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졌다. 올해 드래프트는 지난 2년에 비해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다는 평가. 이에 드래프트 역사상 최초로 3년 연속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하게 된 휴스턴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됐다. 팜 재건에 탁월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은 제프 루나우 단장은, 그러나 지난 2년 간 뽑은 카를로스 코레아와 마크 어펠이 기대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코레아는 나쁘지 않았지만, 휴스턴이 포기한 선수는 마이클 와카, 마커스 스트로먼, 마이크 주니노 그리고 바이론 벅스턴이었다). 어느 때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휴스턴이 전체 1순위로 선발한 선수는 고교 좌완투수 브래디 에이켄이었다. 에이켄은 피칭에 대한 감각이 타고났다는 평가. 습득력이 뛰어나 "빠른 시일내에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됐다.
하지만 에이켄은 프로무대 데뷔조차 늦어지게 됐다. 휴스턴이 에이켄의 팔꿈치 인대 상태를 걸고 넘어진 것이 화근이었다. 에이켄은 선천적으로 팔꿈치 인대가 남들보다 얇았는데, 휴스턴이 이 사실을 근거 삼아 계약금을 깎은 것이다. 의사들은 "인대가 얇다고 토미존 수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지만, 휴스턴의 자세는 요지부동이었다. 휴스턴이 더욱 눈총을 받은 이유는 에이켄의 계약금을 아껴 하위 라운드에서 지명한 다른 두 선수를 잡으려고 했기 때문. 하지만 에이켄과의 계약이 결국 무산되자, 다른 두 선수와의 계약도 없던 일로 만들었다. 토니 클락 선수노조 위원장은 휴스턴의 이같은 행보에 거센 비판을 가했고, 여론도 제 꾀에 제가 넘어간 휴스턴을 밉살스럽게 바라봤다.
휴스턴이 악몽의 크리스마스를 보낸 반면, 캔자스시티는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이번 드래프트 전체 17순위로 뽑은 브랜든 피네건이 상위싱글A와 더블A를 빠르게 졸업하고(13경기 1.33), 올해 바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 것이다. 피네건은 불펜투수로 7경기에 나와 만족스러운 성적을 기록했다(7이닝 1실점 1.29). 포스트시즌에서는 더욱 인상깊은 투구를 장식. 긴박한 순간에 올라와 팀을 구해낸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피네건의 이름을 널리 알린 경기였다(2.1이닝 1실점). 피네건은 대학 월드시리즈와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를 같은 해에 모두 나선 역대 최초의 선수가 됐다(월드시리즈는 1.2이닝 5실점 부진).
8. 뜨거웠던 여름
새로운 노사단체협약(CBA)으로 '렌탈 선수'의 가치가 떨어지자 트레이드 마감시한도 미적지근 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역사상 가장 바쁜 시간이 됐고, 누군가는 이로 인해 한 여름밤의 잠을 설쳐야만 했다. [인사이드MLB]
오클랜드가 던진 주사위 ⓒ gettyimages/멀티비츠 |
두 팀 외에도 마지막 날을 분주하게 보낸 팀이 많았다. 세인트루이스는 조 켈리와 앨런 크렉을 보내고 존 래키를 영입했으며, 워싱턴은 아스드루발 카브레라로 승부수를 띄었다. 이번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단행된 트레이드는 12건. 총 37명의 선수가 팀을 옮겼으며, 이가운데 7명이 올스타 출신이었다(레스터, 세스페데스, 프라이스, 래키, 크렉, 아스드루발 카브레라, 프라도). 자료를 발표한 STATS에 따르면 1995년 이후 마감시한에 팀을 옮긴 최다 올스타 인원이라고 한다.
9. Run, Run, Run
디트로이트 감독을 맡게 된 브래드 아스머스는 "만약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 도루는 대단히 가치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디트로이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도루 최하위 팀에서 최다 7위 팀으로 거듭났다(35도루→106도루). 디트로이트가 한시즌에 106도루 이상 해낸 것은 2001년 이후 처음(당시 133도루). 물론 아스머스가 전제로 삼은 '성공 가능성'도 개선한 상태였다(63%→72%).
올해 우리에게 이러한 도루의 묘미를 선사한 두 선수가 있었다. 먼저 기대를 모은 선수는 빌리 해밀턴. 해밀턴은 2012년 마이너리그에서 155도루를 훔친 전도유망한 대도였다. 지난해에는 메이저리그 통산 첫 도루를 야디에르 몰리나로부터 뺏어냈다. 풀타임 시즌을 맞이한 해밀턴은 팀 역대 신인 최다도루에 해당하는 56도루를 기록했다(종전 1909년 밥 베셔 54도루). <워싱턴포스트>는 "해밀턴이 도루의 가치에 대해 가르쳐주고 있다"고 극찬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 해밀턴보다 더 각광 받은 선수가 있었으니, 첫 47경기만에 30도루를 돌파한 디 고든이었다. 사람들은 고든이 초반부터 엄청난 페이스를 보이자, 마지막 100도루 주자인 1987년 빈스 콜먼을 언급했다(한시즌 100도루 달성자는 모리 윌스, 루 브록, 리키 헨더슨, 콜먼이 전부). 고든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준 인물은 데이비 롭스 코치. 롭스는 고든의 존재감을 묻는 질문에 "당신은 그가 출루하면 타석을 봅니까, 아니면 1루 베이스를 봅니까"란 말로 답을 대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든은 시즌 중반부터 페이스가 뚝 떨어지면서 100도루 대신 메이저리그 도루왕(64)이 된 것에 만족했다. 내셔널리그에서 두 선수가 쫓고 쫓기는 대결을 펼친 반면, 아메리칸리그는 알투베가 가뿐히 도루왕에 올랐다(56도루/엘스버리 39도루).
도루하면 빼놓을 수 없는 팀이 캔자스시티다. 캔자스시티는 2년 연속 메이저리그 최다도루 팀의 영광을 안았다(모두 153도루). 한 선수의 도루 비중이 높은 다저스, 신시내티와 달리 캔자스시티는 타선에 뛸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했다. 캔자스시티 육상부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타이 7도루를 성공시켰다. [영상] 이후 14경기에서는 7도루를 더하는 데 그쳤지만, 상대 팀은 경기 내내 캔자스시티의 빠른 발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10. 데이비스, 너마저
메이저리그에서 금지약물 복용자가 적발되는 것은 이제 '부끄러운 연례행사'가 됐다. 올해도 어김없이 메이저리그와 금지약물은 불가분의 관계였다. 더욱이 4월에는 최지만이 금지약물 양성 반응으로 5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 큰 충격을 안겼다. 최지만은 시애틀이 기대를 걸고 있는 유망주 중 한 명. 지난해 마이너리그 세 개 레벨(상위싱글A, 더블A, 트리플A)을 거치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295 .394 .535). 하지만 올해는 이 문제로 상당 경기를 놓쳐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한편, 최지만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떳떳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이저리그를 시끌벅적하게 만든 선수는 크리스 데이비스였다. 데이비스는 바로 지난해 홈런왕 출신(53홈런). 한창 60홈런에 도전할 때는 "마지막 60홈런 타자는 로저 매리스"라고 말해 약물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타자들을 제외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9월 암페타민 복용 사실이 드러나 25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수용했다. 데이비스의 경우에는 치료를 위해 처방받은 애더럴을, 올해는 허가 받지 않고 복용한 것이 이유였다. 데이비스는 올시즌 타율이 약물의 힘을 빌렸다고 볼 수 없는 수준(.196)이었지만,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펀치력은 여전히 갖추고 있었다. 맷 위터스(팔꿈치), 매니 마차도(무릎)에 이어 또 한 명의 주전 타자를 잃은 볼티모어는, 포스트시즌에서 그 공백을 체감했다. 이밖에 샌디에이고의 카메론 메이빈도 약물 논란에 휩싸여 25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MLB스코프] 2014 메이저리그 10대 결산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