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산여고 동아리 ‘스토쿠’ 바늘을 잡다, 솜씨는 서툴지만 마음과 정성은 장인!!!
숫자를 가지고 놀던 소녀들이 오늘은 바느질을 하고 있다. 서툰 솜씨로 삐뚤삐뚤한 바느질 자리를 보며, 서로 보고 놀리기도 하고 친구의 것을 넘겨받아 세심하게 가르쳐주기도 한다.
폭염의 흔적을 씻듯 시원한 바람이 오후의 교정에 넘나드는 8월의 마지막 날, 학과공부가 끝나고 동아리실로 삼삼오오 여학생들이 모였다. 전주완산여자고등학교 동아리 ‘스토쿠 퍼즐’ 친구들이다. 스토쿠는 일본어로 ‘숫자 넣기’를 의미하며 가로 9칸, 세로 9칸으로 이루어져 있는 표에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한 번씩만 써서 채워 넣는 퍼즐이다.
숫자가 좋아 동아리를 구성했던 17명의 학생들이 오늘은 색다른 활동을 위해 두 손을 모았다.
우연히 수업 중에 생리기간 중에 학교를 가지 못하는 6억 명의 소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중에서도 아프리카 소녀들을 위한 ‘면 생리대 만들기’ 활동에 동참한 것이다.
척박한 생활 속에서도 학교에 다니며 꿈을 키우던 소녀들이, 주변의 그릇된 인식이나 오해와 더불어 생리기간 중에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는 관계로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중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안타까이 여긴 또래의 마음들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보태고 있는 중이다.
바느질을 처음 해본다는 아이들은, 뜯어지지 않게 꼼꼼하게 해야 한다는 지도교사의 말에 너무 꼼꼼하게 바느질을 해놓아서 다시 뜯어내기도 하고 실이 엉키기도 하였지만 조금씩 모양을 잡아가는 모습을 보며 뿌듯해하기도 하였다.
방수원단이라 바늘이 잘 들어가지 않는 탓에 손가락을 찔려가면서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움직임에 집중하는 모습은 너무도 진지하였다.
“ 비위생적인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아팠고, 작은 활동을 통해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기뻤다.”는 정지혜(완산여고2) 학생과 “여자란 사실이 죄도 아닌데 참 불쌍하게 느껴졌다. 생리기간을 힘들게 보내며 꿈을 포기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참여했는데 학교를 포기하지 않고 배움의 기회가 주어져서 꿈을 이루었으면 좋겠다.” 라는 서명은(완산여고3) 학생의 이야기가 참여한 모든 친구들의 마음을 보여줬다.
아이들과 같이 바느질을 하며 격려하던 현수정(지도교사)씨는 “서툰 바느질이지만 마음이 모인 한 땀의 정성이 아프리카 소녀들에게 건강한 삶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동아리의 특성과 연관성 없는 활동처럼 보이지만, 무슨 활동을 하든 기본적인 따스한 마음이 우리 아이들과 함께 했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하였다.
이지영 도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