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삶을 파괴한 폭력이 합법인 나라
-용산참사 8주기를 맞아-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8년이 되었다. 사람이 죽었는데, 참사의 주범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고 지금은 국회의원이 되었다. 무자비했던 진압과정은 “법대로 진행한 폭력”이었기 때문이다.
2016년 여름 서울 강남 신사동. 가수 리쌍은 100여명의 사설 용역 “깡패”를 고용해 우장창창에 대한 강제집행을 진행했다. 사람들이 있는 밀폐된 지하 공간에 소화기를 뿌리고, 천막 옥상에 올라타 칼을 들고 사람들 머리 위에서 천막을 찢었다. 욕설과 폭력이 난무했다. 많은 이들이 리쌍에 의해 진행된 폭력적인 강제집행의 위법성을 지적했지만, 이 역시 “법대로 진행한 폭력”이었다.
2017년 신년 초 삼청동. 총리공관 바로 옆에 위치한 삼청 새마을금고 본점 앞에 “준법정신 함양 기자회견”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여러 명의 어르신들이 모여 있다. 맞은편에서는 북촌의 작은 두 가게 상인들이 또 다른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삼청 새마을금고가 고용한 수십명의 용역에 의해 강제집행으로 가게를 잃은 상인들이다. 어르신들은 큰 음향기계로 노래를 틀며 상인들의 기자회견을 그저 방해하고 있었고, 기자회견 시간을 조정해서 서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자는 상인들의 요구에 “우린 맞대응하려 하는 거야”라고 답할 뿐이다. 양측의 기자회견이 충돌하지 않게 조율해 달라는 상인들의 요구에 경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작은 앰프 하나 놓고 하는 기자회견도 쉽지 않은 총리공관 근처지만, 몇 주 째 엄청난 데시벨의 소음이 울린다. 지난 화요일에는 준법정신 함양 기자회견에 참가한 어르신 한분이 상인 측 기자회견 참가자에게 폭행을 가해 입건되기도 했다. 무엇이 법이고, 무엇이 준법정신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최근 국정농단 사태를 지켜보며 “법대로”라는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된다. 똑똑한 법꾸라지들이 판을 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현실이 되는 세상. 과연 “법대로”는 어떤 의미일까? 누군가가 동원하는 폭력은 합법이고, 또 다른 누군가가 외치는 상생은 을질로 비추어지는 현실에서, 8년 전 참사를 경험하고도 우리 사회는 조금도 바뀌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과 안타까움이 든다.
맘상모는 용산참사 8주기를 맞아, 땀 흘려 일하는 상인들이 억울하게 삶터를 뺏기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야만적인 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 더욱 열심히 싸울 것을 결심한다.
용산참사 학살 주범 김석기를 처벌하라!!
리쌍은 우장창창에 대한 폭력적인 강제집행에 대해 사과하고, 합의를 이행하라!!
삼청 새마을금고는 폭력적인 강제집행에 대해 사과하고, 임차상인과 상생하라!!
2017년 1월 20일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