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2009-11
살 갑 게, 슬 거 운
박병민 목사(새터공동체)
나는 지금껏 나 자신의 장애가 소아마비인지 그렇지 않으면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지 알고 있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사십을 앞둔 그녀가 우리에게 온지 다섯 날 째 이다. 그전에 뇌성마비로 대두되는 요즈음의 표현을 빌리자면 뇌병변의 장애를 지니고 있는 그녀는 눈이 들어가고 얼굴의 피부는 얄팍했다. 걸음걸이는 큰 키에 호리한 몸을 받들기도 힘겨워 흔들리는 반경이 커다랗다. 그녀에게는 함께 사시는 나 선생님이 사용하던 네발의 워커(walker)가 걸음걸이의 기댐이 된다. 그녀는 새로운 곳에 찾아들어 적응되지 못하여 갖게 되는 낮 설음 바로 그것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가 전에 함께하던 그 누구와 전화 통화하는 여러 말들 가운데 한 단어의 말이 내 귓가에 들어오며 다른 말들은 지나치듯 스쳐갔다. 그것은 어느 누구가 “살갑게 해주었다”라던가? 그렇지 않으면 그 무엇이 “살가웠다”라는 아마 그런 말이었다. 나는 자신을 내세우는 야물고 까탈스러운 사람도 못되지만, 그렇다고 정감을 표 있게 표현하는 유연한 사람도 못된다. 그저 붙임성 적은 소극적인 사람에 불과할 때가 많다. 일을 만들어가기보다는 어떤 문제에 봉착하면 그때에서야 그것을 모면하기 위하여 나를 내어던지다 시피 하는 발로로써, 발악의 몸부림을 칠 줄 아는 사람에 불과하다. 다른 사람에 다가드는 가볍고 속 넓은, 그 모든 것을 담아도 부족함이 없는 슬거운그런 사람을 동경해본다. 큰 나무는 다른 것들 위에 통만 커져서 위에서 비쳐지는 해를 가리게 된다. 그 큰 나무 밑에서는 작은 나무들이 잘아가지 못하듯이 속은 텅 비고 허우대만 온통으로 커져서 다른 나무들의 앞가림 밖에는 못한다. 키 큰 사람은 싱겁다는 말처럼 큰 사람을 바라볼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도토리 키대기를 할 필요도 없다. 그저 어떤 기웃거려대는 사람의 기댐이 되어주면 족하다. 어쩌면 사람은 그 기댐조차도 되지못할 때가 많다. 나도 그 비스듬한 것에 얼싸안고 맞기대어 서서 함께 부둥켜야 지탱되는 사람에 불과할 것이다.
아버지의 말씀에 어른을 보아도 인사하지 않는다고 꾸지람을 주셨던 어릴 때의 일을 기억한다. 며칠 전에는 선배님에게서 그와 같은 이야기를 우리들은 들을 수 있었다. 그 예전에 성서 공부모임에서 다음의 이야기를 내가 했던 것이 기억되어진다. 사람을 만나는데 비즈니스적으로 만나는 것은 그렇게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는 얘기를 했었다. 우리말 가운데 머리를 저절로 숙이게 되는 숙연(肅然)하다라는 말이 있다. 더 나아가서는 조아린다라는 말도 있다. 그 말은 이마가 땅에 닿을 정도로 머리를 숙인다는 말일 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상대방을 거들떠보면서 하는 인사도 있단다. 선배님 하시는 말씀이 아무리 냉소적인 사이라도 손을 맞잡고 인사하는 피부가 닿아가는 사이에 상대방의 굳은 마음을 눈 녹이듯 녹일 수 있다고 하신다. 성서는 즐거워하는 자들로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로 함께 울라고 했으며 우리가 서로 문안(問安)할 것을 말한다. 인사는 서로의 만남의 시작이며, 더 나아가서는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과 친근감의 표현이다. 인사에는 가까운 사람을 만났을 때의 고개를 가볍게 숙이는 모습에서부터, 깊이 숙이는 사과를 하거나 감사를 표하는 모습들이 있을 것이다. 하시는 말씀이 되도록이면 깊이 숙여 서로 인사하자고 이야기해주신다. 아마도 이런 인사의 형태들은 우러나옴, 배어나옴, 자연스러운 것의 표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여러해 전, 설을 앞둔 정초로 기억이 된다. 면소재지에 자리한 어느 금융기관에서 그 직원을 통하여 쌀을 몇 포 전해왔다. 그런데 그 후에 시내에 사시는 아버지께서 건너 고향마을에 가셨다가 그 아무개 금융기관의 장님께서 “무엇을 전해 받았으면 좋다. 나쁘다. 가타부타 무슨 말이나 인사가있어야지? 아무 말도 없더라”는 서운하신 투의 말씀을 마을 사람에게 하시더라는 것이었다고,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오셔서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아마도 내가 주변머리가 부족했던가보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긴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원하며 시장에서 문안 받는 것과 회당의 상좌와 잔치의 상석을 좋아하는 서기관들을 삼가라(누가복음 20:46).
공 동 체 이 야 기
장애인(長愛人)은 교회에 나가야합니다
이계윤 목사(혜림어린이집)
이십여 년 전 가까운 대전 밀알모임 강연에서 선생님으로 오시었던, 이 목사님께서 몇 해 전에 글로 발표하셨던 이야기를 극동방송에서 듣고 이곳에 옮겨놓았다.
장애인(長愛人)이 교회에 나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장애인이 교회에 나가야 만 교회가 변화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장애인들이 나가기 쉬운 교회는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가기 쉬운 교회, 편의시설이 다 설치된 교회에만 나가게 되면 교회는 변화되지 않습니다. 사실 교회도 세상의 일부분이고, 교회에 다니는 분들 역시 세상 사람의 일부분입니다. 그래서 비록 성경을 손에 들고 있고, 설교를 듣는다고 하여도 쉽게 변화되지 않습니다. 특히 장애인부분에서는 더욱 그리합니다. 성경에서 예수님이 수많은 장애인을 치유하였다고 하여도, 그러한 본문을 통해서 설교를 듣는다고 하여도 설교를 하는 목회자나 설교를 듣는 청중의 가슴에는 장애인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그를 통해서 치유 받고 싶은 자기 자신만 존재할 따름입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게다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장애인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희생적인인 자세와 과감한 결단의 자세로 교회에 나가지 않으면 교회는 장애인이 없는 교회, 장애인이 보이지 않는 교회를 편한 교회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성경적인 교회로 착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성경적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이 교회에 나가지 않으면 교회는 성경적인 교회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장애인(長愛人)이 교회에 나가야 합니다. 불편하지만 악착같이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는 마음과 열정을 가지고 교회에 나가야 합니다. 결코 은혜를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은혜를 필요로 하는 자로 교회에 나가야 합니다. 그러면 늦더라도 교회는 바뀌게 될 것입니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목회자가 먼저 변화될 것입니다. 성경을 바라보는 목회자의 관점이 변화될 것입니다. 장애인을 만나는 평신도들이 변화될 것입니다. 장애인이 다녀야 하는 시설이 바뀔 것입니다. 시설이 바뀌지 않으면 교인들의 허리에 무리가 가게 될 것입니다. 교인들의 팔에 근육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교인들의 등이 휘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를 방지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교회의 물리적인 환경은 바뀌게 될 것입니다. 장애인이 이 땅에 존재하는 이유는 세상을 변화(Change)시키게 하기 위함 입니다. 그것도 점진적인 변화(gradually change)가 아니라 급진적인 변화(rapidly change)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물리적인 변화 뿐 아니라 사람들의 눈과 마음, 그리고 가치관을 변화시키게 하기 위함입니다. 돈을 억수로 들여서 외모만이라도 바꿔보려는 외모지상주의에 타격을 주어 진정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즉 사람을 사람의 본질로 보게 만드는 세상으로 변화시키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일은 장애인(長愛人)이 아니면 감당해 낼 사람이 없습니다. 장애인이 나서야 합니다. 참다운 사람이 누구인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세상을 사랑하기에,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태어난 사람, 그 이름이 장애인(長愛人)입니다. 모든 것이 갖추어진 교회를 찾는 것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에 나가지 않는 것, 면죄부의 사안이 아닙니다. 다 갖추어진 교회에서 우리는 할 일이 없습니다. 변화시킬 것이 적습니다. 우리는 변화시키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장애인의 삶의 질이 담보되지 않는 이 세상, 할 일이 많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는 교회에 가야 합니다.
공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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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이은주 김복순 지명수 권희숙
채경일 주송례 진영택 김정화
박소웅 박정임 라홍채 최성재
최영애 정무래 박종만 박병민
진선미 박한솔 박진솔
* 여러 가지의 육신과 정신적 아픔 중에 있는 새터공동체 식구들의 건강한 몸이 되기를 위하여 기도하여 주세요.
* 2009년 11월 30일 금산학생체육관에서 희망의 언덕과(회장:류상현 선생님) 함께하는 제2회 장애인가족 한마당큰잔치에 초청받아 참여하였습니다. 차량운행은 군북교회 한성국 목사님께서 수고하여 주셨습니다.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충전교회.금성교회.동산교회.김기홍.정무래.최영애.라홍채.박종만.진영택.최성재.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13인).김정화.대전노회.수영교회.양오석.대전충남지방통계청.채윤기(박현실).중부대학교(7인).대전성남교회중등부(김영균외23인).대성교회여전도회(3인).금산경찰서생활안전과(12인).공주원로원.진명구.대전성남교회.이원교회.최선희.추부제일교회.향림원푸드뱅크.대덕교회.세광교회.장진성.동춘교회4남선교회.금산주부클럽(3인).대성교회(한윤형).그리스도의집(옹인숙).주식회사EG(이광형).대전성남교회중등부(김영균외14인).향림원푸드뱅크.장진성.지방교회선교부와여전도회(황인칠외7인).포도원교회(김춘근).비례교회(김태백외1인).대한적십자금산군추부봉사회(성삼순외3인).대덕교회(이중삼.백종학).금산군모란회(4인).공주원로원(김영윤외1인).동춘교회4남선교회.강경상고동창회(고희권)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