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거 알아? 가슴에 커다란 바윗덩어리 하나 들어앉은 느낌을”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96
http://www.kong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4616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96
“그런 거 알아? 가슴에 커다란 바윗덩어리 하나 들어앉은 느낌을” <악마를 보았다>
악몽을 꾸었다. “난 고통 같은 거 몰라. 두려움? 그딴 것도 몰라. 니가 나한테 얻을 수 있는 거, 아무것도 없어!” 15년 전, 한여름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지열만큼 꽤 괴롭게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악마를 보았다> 중에서 장경철(최민식 분)이 하는 말이다. <악마를 보았다>는 이병헌과 최민식이 주연을 맡은 김지운 감독의 2010년 8월에 개봉한 범죄 스릴러 영화이다. 영화가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두 차례 제재를 받았고, 제작사는 수정을 거듭한 뒤 세 번 만에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아 가까스로 개봉이 이루어졌다.
장경철은 사이코패스라 당연히 도덕성과 공감 능력이 전무하다. 그는 살인 후, 혼자 기타를 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의 신분은 아이들 학습과 안전을 돕고 보호하는 학원차량 운전기사이다. 학원차량 기사답게 그는 병아리처럼 노랑색 옷을 입었다. 옷 등판에는 큼지막한 ‘십자가’와 그만한 크기의 ‘신우회’란 글자가, 앞 가슴팍에는 47이라는 숫자와 십자가가 그려져 있다.
신우회는 ‘신우회(神佑會)’로 하나님의 가호를 입은 종교인을 뜻한다. 47의 ‘4’는 기독교에서 태초, 하나님, 천(하늘), 지(땅), 네 계절, 육체 등을 뜻하는 창조의 의미로, ‘7’은 천지가 완성되고 7일째 되는 날 휴식을 취한다는 의미에서 신앙, 완성을 뜻한다. 즉 ‘4’는 창조와 세상을 상징하며, ‘7’은 완전함과 영적 완성으로 종교계에서 신성시하는 숫자이다. 물론 장경철이 모는 노랑색 학원차에는 ‘학생 보호 차량’이라고 붉은색으로 쓰여 있다.
사실 이 영화는 장경철의 저러한 엽기적 광기 말고도 생각할 게 많은 작품이다. 우선 ‘권력의 남용’ 문제이다. 영화에서 장경철은 권력과 힘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남성이란 자신의 완력[권력]을 이용하여 여성과 약한 자들의 삶을 파괴한다. 이와 같은 권력 남용은 우리 사회의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문제이다. 부패한 권력과 협잡한 불평등한 법 집행에 대한 불만은 이번 윤석열 석방과 헌재의 유약한 태도 등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두 번째는 ‘정의와 공정’이다. 수현은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복수를 위해 법의 테두리 밖에서 행동한다. 이는 사회적 불평등과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공적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상징한다. 우리 역사에 공권력의 부패로 인한 무력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부패한 공권력이 작동할 때, 사람들이 법적 시스템에 대한 무력감과 좌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수현이 ‘정의’와 공정이 실현되지 않는 현실에 분개하여 자신이 복수를 결심하게 되는 과정이 이를 말해준다.
세 번째는 ‘폭력’이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폭력은 개인적인 차원이지만 이를 사회로 끌어오면 사회·국가 폭력으로 상징된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소장에 의한 군부 쿠데타와 이번 12.3 쿠데타까지, 총과 힘으로 무장한 권력에 의한 폭력은 사회와 국가적인 폭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대한민국의 노른자위를 차지한 레거시 언론과 부패한 검찰, 권력만 탐하는 국회 권력, 이기적인 종교 집단, …, 우리 사회 악의 축인 기득권 권력이 똘똘 뭉쳐 그들만의 나라를 위한 연합전선을 편다. 그러고 판사의 시간계산법과 이어지는 검찰총장의 즉시항고 포기로 윤석열은 여 보란 듯 풀려났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웃는 그의 모습에는 전혀 고통 같은 것이 없다.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안위를 돌본다는 자칭 권력층의 잔인한 행태만이 보인다.
나는 왜 꿈속에서 <악마를 보았다>의 저 장경철 대사를 떠올렸을까? 영화 마지막 장면은 장경철을 처단한 수현이 목 놓아 통곡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수현은 극 중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런 거 알아? 가슴에 커다란 바윗덩어리 하나 들어앉은 느낌을”이라고. 무심결에 네이버를 쳐봤다. [네이버 쇼핑몰]에서 “신우회 악마를 보았다 최민식 유니폼”이 “64,600원”에 여전히 팔리고 있었다. 저들은 이 옷을 이미 구입했는지도 모르겠다.
http://www.incheonnewspaper.com/news/articleView.html?idxno=2206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