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그와 인터뷰를 한다
전창수 지음
(인터뷰로 대답하는 사람은 전창수의 친구입니다)
평소 자그마한 일 하나도 절대로 소홀히 하지 않는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면 그는 어떻게 대답해줄까? 171의 키에 서늘한 눈매, 다소 차가운 듯한 인상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귀여운 용모를 가진 H. 그에게 처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그는 다소 화난 듯한 인상이었다. “아니, 뜬금없이 무슨 인터뷰냐?” 필자가 면접볼 때 쓸 거라고 했더니, 그는 그 특유의 서늘한 웃음을 지으면서 “그럼, 그렇게 말을 했어야지.” 하며 나의 인터뷰에 나조차 당황할 정도로 성심성의껏 응해주었다. 친구의 자그마한 부탁 역시 소솔히 넘어가는 법이 없는 ᅟᅵᆫ구, H. 그래서 나는 그와 인터뷰를 한다.
1. H 씨께서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 북유럽신화 중 대표작으로 J.R.톨긴의 The lord of the ling입니다. 대학교 1학년 때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죠. 속칭, 환타지 소설의 대작으로서 환타지문학의 새 지평을 연 대작이기 때문에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2. 어떤 점이 매력 있던가요?
- 요정, 난쟁이, 호비트, 오르크, 트롤 등. 요즘의 컴퓨터 게임이나 환타지 소설에서 등장하는 환상의 피조물들이 신화적 차원에서 거의 현실과 비슷하게 구현되기 때문에 상상력의 충동을 만족시켜 주기 때문이겠죠.
3. 최근에 나온 영화는 보셨습니까?
- 네,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작을 보고서 상상한 세계와 약간의 괴리감이 있어서 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내가 감독이라면 저렇게 표현하지 않았을 텐데 하나는 부분들이 많았었던 거죠.
4.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예로 들 수 있을까요?
- 음… 소설 속에 나오는 갠달프라는 인물과 영화에서 나오는 주연배우와의 이미지 설정이 맞지 않습니다. 갠달프는 겉으로 보기에는 늙고 지쳐 보이지만, 지혜와 권능이 감춰진 그의 눈동자에서 불타오르는 형형한 빛을 영화 속의 인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5. 게임은 좋아하십니까?
- 요즘 젊은 사람치고 게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일찍부터 게임을 한축에 속한답니다. 흐흐흐(?). 컴퓨터 게임이 애플이었던 시절에도 전 게임을 좋아했었죠. 지금의 게임보다는 오히려 텍스트 위주의 그래픽이 정감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호호호. (참고로, 이분은 남자)
6. 지금도 즐겨 하시는 게임이 있으신가요?
- 디아블로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게임 역시 판타지 문학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7. 어떤 면에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 게임 속의 주인공들이 검이나 화살, 또는 마법들을 사용하면서 일종의 롤플레잉 형식으로 여행을 즐기는데, 이는 환타지문학의 구조와 일맥상통한다고 봅니다. 환타지문학 역시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마법을 사용하며, 자신과 싸우기 힘든 적들과 싸우면서 목적지들을 향해가는 것이 일반적인 구조이니까요.
8. 앞으로의 판타지문학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글쎼요.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요즘 발달하고 있는 판타지문학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작가의 작품보다는 온라인상에서 효과적으로 파급될 수 있는 개개인의 창작소설위주의 환타지문학이 주류를 이루다 보니까, 질적인 면에서 많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또한, 많은 부분에서 게임의 소재가 되고 있는 환타지 문학들이 점점 조금씩 변질되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고전으로서의 환타지문학이 아닌 대중문화의 조금씩 변질된 문학으로서 시작이 되었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환타지독자들로 하여금 제대로의 인식을 갖추기가 어려워질 것 같은 염려 때문이겠죠. 그래서 제가 처음에 The lord of the ling을 북유럽신화라고 칭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또한 개인적인 생각으로, 요즘 환타지소설과 같이 취급당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9. 말씀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역시, 반지의 제와 같은 원작자의 소설인 <실 마릴리온>이란 책입니다. 소설 속에서 반지의 전쟁이 제 3시대와 제4시대 시작의 역사를 얘기해 주었다면, <실 마릴리온>은 제1시대의 주인공들의 모험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어느 것을 먼저 읽거나 전해지는 감동과 상상력은 읽는 이로 하여금 충분한 만족감을 줄 것입니다.
10.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 나도 인터뷰를 끝낸 다음날 반지의 제왕을 보았다. 3시간에 걸친 대장정의 결말은 아직 나지 않았지만, 그 여행의 시간동안 숨조차 제대로 쉬지 않을 긴장의 연속, 비록 책을 읽지 않더라도 영화에서만 전해지는 감동만으로도 그의 말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그는 영화를 보고 다소 실망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느껴지는 재미와 감동이 이만큼이라면 과연 책을 읽었을 때의 그 파급효과는 어디까지인가? 나도 이제부터‘북유럽신화’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져볼까?
- 벌써 10년도 훨씬 넘은 시절에 인터뷰 했던 2000년대의 인터뷰 – 전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