쳄발로와 피아노는 모두 건반악기입니다. 하지만 소리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 다르지요.쳄발로의 건반을 누르면 작은 픽(플렉트럼)이 현을 뜯는 반면, 피아노는 해머가 현을 때려서 소리를 냅니다. 쳄발로는16세기 초반부터 재작되고,해머액션 구조를 가진 피아노는1720년경에 피렌체에서 처음 등장합니다. 제작자는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Bartolomeo Cristofori라는 사람이었는데,자신이 발명한 악기를‘그라비쳄발로 콜 피아노 에 포르테gravicembalo col piano e forte(작게 그리고 세게도 칠 수 있는 하프시코드)’라고 부릅니다. 18세기에 유행한‘피아노포르테pianoforte’의 이름은 바로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지요.
이로써 쳄발로와 피아노의 차이는 더욱 명확해집니다. 쳄발로에서도 손가락이나 건반으로 음향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지만, 피아노는 소리의 강약을 훨씬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습니다.이는 큰 장점이지요.그 당시의 피아노나 피아노포르테는 지금의 그랜드피아노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이보다 더 작고 지금의 피아노처럼 생긴 악기는‘피아니노’라고 불렀지요.
18세기에만 해도 쳅발로와 피아노를 손으로 제작했고,그래서인지 이 둘은 제작 방식과 음향에서 더 큰 차이를 보입니다.시간이 지나면서 피아노의 구조는 계속 개선됩니다. 좀 더 큰 음향과 안정적이 조율을 위해 나무 대신 금속 프레임을 사용하고,해머는 무거워지고,현은 두꺼워 집니다. 또 건반 하나에 여러 개의 현을 연결하고,페달이 등장하지요. 1860년 이후에는 피아노 건반이 7옥타브까지 확장됩니다. 그리하여19세기 중반에는 오늘날과 같은 연주회용 그랜드 피아노가 등장합니다.
베를린(C.벡스타인),라이프치히(블뤼트너),브라운슈바이크(슈타인베크,현재는 그로트리안 슈타인베크와 미국의 스타인웨이&선스),빈(뵈젠도르퍼)에 피아노 제작사들이 설립되고,피아노는 이제 공장에서 대량생산되기 시작합니다. 쳄발로와 피아노의 발전사를 들여다 보면, 음악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까지 꿰뚫어볼 수 있습니다. 17. 18세기 음악에서 쳄발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악기였지요. ‘통주저음(바소 콘티누오)’으로 베이스 성부를 연주할 때, 그리고 작곡을 하면서 기본화성을 구상할 때 꼭 필요했지요. 또 오케스트라 연주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당시의 협주곡이나 교향곡에서 주축이 되는 기본 악기였습니다. 18세기 후반부터 피아노의 크기와 음향이 점차 커집니다.그 결과,오케스트라는 쳄발로에 필적하는 피아노를 피트너로 선택하게 됮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이 등장한 것도 이 즈음입니다.그리고19세기에 시민 계급의 음악 문화가 발전하면서 피아노는 연주회장의 가장 중요한 독주악기로 성장하고, 가정에서도 즐겨 연주하는 악기로 자리를 잡아 나갑니다. 쳄발로는 80여 년간 모습을 감추었다가 1889년부터 다시 제작되기 시작합니다. 고음악(특히 바로크 음악)에 대한 관심과 원전 음향을 복원하려는 움직임 때문이지요. 이러한 노력은 이후 1960, 1970년대 활발한 원전 연주 운동의 기반을 마련하고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출처:쾰른음대 교수진,‘클래식 음악에 관한101기지 질문’_0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