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위 78도에 위치한 스발바르군도 스피츠베르겐 섬을 찾았을 때다. 크고 작은 얼음 덩어리들이 배를 스쳐 지나가는데 멀리 떨어진 얼음 위로 검은 물체가 보였다. 보트의 속도를 줄이고 조심스레 접근해갔다. 수염해표(사진)였다. 포유동물인 해표는 계속해서 바다에 머물 수 없기에 숨을 쉬거나 휴식을 위해 얼음 덩어리나 땅 위로 올라가야 한다. 해표 관찰은 이때가 아니면 거의 불가능하다.
보트가 가까이 다가가자 못마땅한지 머리를 들어 힐끗 쳐다본다. 얼굴 표정과 턱 아래 난 수염이 영락없는 동네 할아버지 얼굴이다. 수염해표라는 이름 보다는 할아버지해표라 부르는 게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염해표는 240~250㎝ 몸길이에 300㎏을 육박하는 대형 종이다.
원체 덩치가 크다 보니 동그란 머리와 지느러미 모양의 발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다. 다른 해표와 구별되는 특징이라면 입 주변에 나 있는 긴 흰색 촉모(포유동물이 가지고 있는 감각모)를 들 수 있다. 이들은 200m 까지 잠수하는 탁월한 사냥꾼으로 촉모를 이용해서 깜깜한 바닥면에서 살아가는 게, 새우, 홍합, 바다고둥 따위를 찾아낸다. 북극해에서 대형 종으로 대접받지만 이들에게도 천적은 있다. 바로 북극의 맹주라 할 만한 북극곰과 범고래이다. 빙산 위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북극곰의 습격을 받기도 하고 물속을 헤엄쳐 다니다가는 범고래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북극권에서는 수염해표(Bearded Seal) 외에도 하버 해표(Harbour Seal), 반지 해표(Ringed Seal), 하프 해표(Harp Seal), 후드 해표(Hood Seal), 북극털가죽해표(Northern Fur Seal) 등이 발견된다.
※ 공동기획 한국해양대학교, 이텍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