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봉(鷲山)
새만금일보 ㅣ 기사입력 2016/11/18 [00:35]
. 위치: 금만정맥 -비봉지맥, 완주 수리봉 . 높이: 291.0m
. 독수리가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는 형상
▲ 가정자에서 본 수리봉 © 새만금일보
□ 자연경관과 개요
수리봉은 예부터 화월리 가정마을 주민들이 독수리가 날아가는 형상이라서 부르던 이름이다. <<화산면지>>에는 취산(鷲山)으로 나와 있다. 이산 너머에 있는 화산면 용복리 새터마을에서는 풍수지리를 중요하게 여겨서 집터나 묏자리를 집을 때 수리봉을 안산(案山)으로 잡았다. 임산물이 풍부해서 집 지을 때 재목과 땔감 등을 공급해 주었던 풍요로운 산이다. 고산향교 전교를 역임한 국길호 씨와 가정자마을 이장 조원복 씨의 고증에 의한 수리봉의 산세는 이렇다.
▲ 수리봉에서 본 화산소재지 © 새만금일보
화산면소재지에서 서쪽도로를 타고 달리다가 용복교나 가정자마을 앞 도로변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독수리가 양 날개를 펴고 고성산(일명 학산)을 향해 힘차게 날아가는 형국이다. 수리봉 정상은 독수리 머리, 가정자마을은 몸통과 발가락부분에 해당된다. 가정자 남쪽(오른쪽) 양파공장이 있는 신화평 방향은 우측 날개, 북쪽(왼쪽)으로 뻗어 나간 산줄기의 숫돌백이 방향은 왼쪽 날개 형상이다.
▲ 수리봉에서 본 화산 © 새만금일보
수리봉 동쪽은 화산면의 진산인 고성산, 남쪽은 화산과 왕수봉, 북쪽은 천호산과 수봉산, 서쪽은 비봉산 등이 에워싸고 있다. 가정자마을 앞으로 740번 여산-경천간 지방도로가 지나고, 독수리 형상의 수리봉 등에서 흘러내린 수자원이 만경강 지류인 화평천을 이룬다.
▲ 수리봉에서 본 고성산 ·운제산 © 새만금일보
전북 완주군 화산면에 위치한 수리봉은 해발 291m로 우리나라 수리봉 중에서 높이가 가장 낮지만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비상하는 옹골찬 형국이다. 또한 가정자마을 남쪽에 있는 신화평마을에 위치한 복치혈(伏雉穴)에 납작 엎드린 뀡을 잡아채려고 노려보는 형상이다.
하지만 가정자마을의 진산인 수리봉은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도나 최신판 <<전라북도 전도>>, <<고산지>>, <<완주군지>> 등에도 그 이름을 찾을 길 없다. 다만 가정자마을 주민들의 고증이나 2004년 발간된 <<화산면지>>에서 겨우 그 이름을 찾을 수 있다.
전국적으로 독수리 형상을 닮은 수리봉은 수없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충북 단양군에 있는 수리봉은 1,019m로 단양팔경과 등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충북 제천시 한수면에 있는 수리봉은 761m로 월악산 서쪽 산자수려한 송계계곡을 마주보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에 위치한 수리봉은 645m로 암벽과 울창한 송림, 맑은 계곡이 어우러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강원도 원주시 치악산 남봉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에 위치한 수리봉은 427m다. 전북 순창군과 전남 담양의 경계인 호남정맥에 위치한 추월산 수리봉(726m)은 암릉으로 이루어진 스릴 넘치는 산행미를 자랑한다.
<<한국지명총람>>, <<완주군지>>, <<화산면지>>로 고찰해본 수리봉 주변의 지명과 유래는 이렇다. 완주군 화산면 화월리 수리봉 동쪽에 위치한 가정자(柯亭子)마을은 개정자, 북장리 등으로도 부르며 마을 앞에는 큰 들이 있어 농사짓기 좋은 곳이다. 너더리는 옛적에 북장리(北場里)로 불렸으며 운제현 시절에 장터가 열렸던 곳이다.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발통기방앗간, 떡방앗간, 물레방앗간 등이 있었다. 요즘은 옛 장터의 맥을 전해 주듯이 서 너 개의 음식점들이 자리잡고 있다.
가정자마을의 유래가 흥미롭다. 옛적에 마을 앞에 오선옥(五仙玉)이란 정자나무 아래서 다섯 신선이 바둑을 둘 때 지나가던 나무꾼이 도끼자루 섞는 줄도 모르고 구경했다는 전설과 마을 앞에 가나무(?木, 노나무)정자가 있어서 생긴 이름이라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수리봉의 뒤쪽에 위치한 구라(九羅)마을은 구례실로도 불리며 아래뜸을 아래 구라실, 윗뜸을 윗구라실로 부른다. 임진왜란 때 평택임씨 아홉 식구가 피난 와서 처음 살게 되어 ‘아홉살이’이로 부르던 것이 구라로 불리게 되었다. 예부터 구라실과 술독바위에서는 숫돌이 많이 났다고 한다.
▲ 수리봉과 화산 사이 구라교 ©새만금일보
1769년 편찬된 우리전통지리서인 <<산경표>>, 1964년 발간된 <<고산지>>, <<화산면지>>로 고찰해 본 수리봉의 산줄기는 이렇다.
백두대간 장수 영취산에서 서북으로 갈려나온 금남호남정맥이 완주군 소양면과 진안군 부귀면의 경계인 주화산(珠華山)에서 두 갈래를 친다. 주화산에서 남쪽은 호남정맥이고, 북쪽으로 뻗어가는 금남정맥은 연석산, 주줄산(珠?山,운장산) 서봉, 장군봉을 지나 금강과 만경강의 분수령인 금만봉에 닿는다. 금만봉에서 북동쪽은 산경표 금남정맥이고, 금만정맥은 왕사봉, 불명산, 성태봉 등을 거쳐 천호산으로 가기 직전 군왕봉에서 동남쪽으로 뻗어 내린 산줄기는 수리봉을 솟구친다. 물줄기는 천호산에서 발원한 화평천에 대치천을 합류시킨 뒤 고산천에 합류되어 만경강의 수원이 된다. 행정구역은 완주군 회산면 화월리와 비봉면 대치리에 경계해있다.
□ 문화유적 및 명소
[비봉. 화산 숫돌] 식칼이나 기위 낫 등의 날을 세우는데 쓰이는 숫돌은 지금은 그 용도가 많지 않다. 하지만 예전에는 가정의 필수품으로 널리 쓰였다. 예부터 비봉면 수선리 구라실(현 화산면 구라실)에서 나오는 숫돌이 알아줬으며, 전주나 광주 등 대도시 도매상들이 숫돌을 대량으로 구매하였다. 이 숫돌은 청산암으로 전국에서 질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숫돌은 1920년 경부터 생산해 왔으며, 1980년 당시에는 1백20톤이 생산되었다. 인부 한 명이 하루에 150개 정도 씩 만들어 냈다고 한다. 품질이 뛰어나 전국적으로 많이 판매되었으나 현재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화평천] 천호산 동쪽자락에서 발원한 화평천은 화산면을 관류해서 경천저수지를 거쳐 만경강 본류인 고산천에 합류된다. 만경강 발원지인 밤샘은 전북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 밤티마을 657고지 남서 계곡에서 발원하여 흐르다가 경천에서 만경강의 본류인 고산천에 화평천과 만난 뒤 삼례에서 삼천, 익산에서 탑천과 합류하여 서해로 흘러든다.
▲ 수리봉들머리 경주김씨표석 ©새만금일보
□ 산행안내
1코스:가정자마을회관-농로-김씨묘소표석-임도-서능-정상-가정자마을회관(1시간20분,약 3.5km)
가정자 마을회관에서 국길호 씨 댁과 조원복 이장 댁을 지나 경주김씨 묘소 표석이 있는 임도가 산행들머리다. 서쪽 임도를 오르다가 잡목이 우거진 오른쪽 산길로 접어들어 오르면 능선을 만난다.전망바위에 서면 동쪽의 고성산과 화산소재지가 다가오고, 북쪽으로 봉황리 노거수와 예봉산, 남쪽으로 화산이 한눈에 잡힌다.
▲ 수리봉에서 본 예봉산 © 새만금일보
▲ 수리봉 전망대 ©새만금일보
곧이어 정상이다. 정상은 수목에 가려서 조망도 어렵고 밋밋하다. 북쪽 나뭇가지 사이로 구라마을이 보인다. 정상에서 구라마을로 내려가는 산길은 수목이 우거져서 잇기가 힘들다. 원점 회귀하는 것이 좋다.
□ 교통안내
o 승용차
. 전주(17번 국도)-고산삼거리-(643번 지방도로)화산면 소재지-가정자마을
o 대중교통
. 전주-전주역-고산-화산-가정자마을 앞 : 군내버스 운행
/김정길<전북산악연맹 부회장,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