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함께 아침을
제13회 대상
김길자
매주 월요일 첫 새벽이면 가곡이 핸드폰 카톡을 타고 전해 온다. 하루의 시작을 아름다운 가곡과 함께 하면 기분이 상쾌하고 몸에 날개가 돋는 것만 같다. 음악을 보내주시는 분은 수필작가대화의 만남에서 인연이 되어 내게 몇 년 째 가곡을 보내주신다.
음악 감상은 비가 오는 날이면 마음까지 촉촉하게 적셔주기도 하고, 햇살이 고운 아침이면 명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연다. 생동감 있고 감미로움에 젖어 활기차고 때로는 경쾌하고 우수에 젖기도 하며, 가슴 뭉클한 깊이와 장대한 환상을 맛보게 한다.
얼마 전에는 내가 기관지 확장증으로 심하게 고생한 적이 있었다. 왼쪽 폐에서 열이 나고 목이 아프며 기침이 쏟아지다시피 하고 몸이 떨리고 아팠다. 마침 코로나 예방주사(화이자)를 맞고 일주일직후라 호흡기 내과 의사선생께 진료 중에 질문하니 백신과는 연관성이 없는 병이라고 하며, 공교롭게도 백신 맞은 바로 후에 발병이 되어서 ‘오비이락烏飛梨落’에 비유를 하니 어쩌겠는가. 약을 먹으면 약에 취해서 정신이 몽롱해지고 한다. 그러할 때마다 음악을 들었다. 혼미한 중에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혼곤히 잠이 들곤 한다. 마치 어렸을 때 엄마가 머리맡에서 돌리던 물레 소리가 꿈결에 들리는 듯하다.
선한 음악에게는 지독한 병마도 두 손 들고 나날이 차도를 보였다.
먹는 약과 주사 처방도 중요하지만 음악이 병을 치유하는데 큰 몫을 하는가 보다 생각했다.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시인의 바다’ ‘내 마음’‘가시 꽃 사랑’등 수많은 가곡을 감상하며 통증이 심할 때마다 낮은음으로 음악을 들었다.
즐겨 듣는 노래 중에 ‘구름 가네. 구름 가네. 강을 건너 구름 가네. 구름이야 날개 펴고 산 너머로 가련마는 / 그리움에 목이 메어 나만 홀로 돌이 되네.’ 를 반복해서 들었다. <박목월>작사. <이수인>작곡의 ‘그리움’의 가사다.
혈기 왕성하던 한창시절에는 자전거를 운동으로 즐겨 탈 때가 있었다. 빨간 자전거 앞 바구니에 담긴 소형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들길을 달리곤 했다. 밀이며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산 꿩이 푸드덕 나는 시골 들길을 달리노라면 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자전거 하이킹의 멋이 최고조에 달한다.
하늘을 지나서 구름이 가듯 나무를 스쳐서 바람이 지나듯, 때때로 자전거를 타고 음악을 들으며 들녘을 달리는 기분 어디에 비교할 수 있으랴.
자동차도 드문 산골길을 자전거의 은륜이 사그락 사그락 햇살을 굴리고, 넓은 질벌들을 지나 사청동네까지 스카프 자락을 날리며 단숨에 달린다.
챙 넓은 모자 멋지게 쓰고 바람에 날리는 분홍색 스카프를 보며 혹여 내 등 뒤에서 그 누가 휘파람이라도 불어댈 것 같은 착각도 하면서.
아침 운동을 신바람 나게 할 수 있었던 것도 음악이 기분을 북돋아 주었기 때문이다.
등산길에 땀 뻘뻘 흘리며 산 정상에 도달해서 내가 좋아하는 가곡 멋지게 뽑아보는 원이야 간절하건만, 다리 관절이 약한 나에겐 언감생심. 꿈도 야무지지.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노래를 참 잘할 것 같다고 하지만 감상하는 것 만으로 만족한다. 아주 음치에 속한다. 감성이 넘칠 때도 음악과 함께하고, 감정이 메마를 때도 음악을 듣는다. 그것은 묘약처럼 잠든 감성을 흔들어 깨워주기도 한다. 이러할 땐 내 안에 행복한 마음 가득 넘친다. 음악은 슬플 때는 슬픔을 더해주고 기쁠 때는 기쁨을 보태주며 흥겨울 땐 흥을 더해 준다. 또한 우울할 때는 우수를 더 해준다.
음악을 듣고 있자면 아름다운 회상에 빠지기도 하고 감미로운 감상에 젖기도 한다. 때로는 무아경에 빠져서 눈물을 흘릴 때도 있고, 흥에 도취되어 어깨춤을 출 때도 있다.
‘음악은 인류 공통의 언어이며, 詩는 인류 공통의 즐거움과 기쁨이다.’ 라고 H.W. 롱펠로는 말했다. 어떤 뜻에서는 음악은 가장 세련된 예술이라고 한다.
많은 분들에게 좋은 가곡을 찾아서 선사하시는, 경제학 박사이며 성악가요, 수필가이신 김형규 교수님. 보내주시는 가곡으로 인해서 나는 삶의 생기와 기쁨이 배가 되기도 한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의 선물이 있지만 첫 새벽에 배달되는 음악 선물이야 말로 최고의 선물이지 않은가 생각한다.
첫댓글 빨간 자전거 앞 바구니에 담긴 소형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들길을 달리곤 했다. 밀이며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산 꿩이 푸드덕 나는 시골 들길을 달리노라면 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자전거 하이킹의 멋이 최고조에 달한다.
하늘을 지나서 구름이 가듯 나무를 스쳐서 바람이 지나듯, 때때로 자전거를 타고 음악을 들으며 들녘을 달리는 기분 어디에 비교할 수 있으랴. 자동차도 드문 산골길을 자전거의 은륜이 사그락 사그락 햇살을 굴리고, 넓은 질벌들을 지나 사청동네까지 스카프 자락을 날리며 단숨에 달린다... 음악은 인류 공통의 언어이며, 詩는 인류 공통의 즐거움과 기쁨이다.’ 라고 H.W. 롱펠로는 말했다..
-본문 부분 발췌-
음악을 들으며 자전거를 타고 들판을 달리는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듯 합니다
음악은 우리를 편안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고 감성에 젖게 만듭니다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열심히 퍼 오신 조성순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