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통한 공감대 형성으로 제주 제1종단 위상 찾겠다
법담 스님은 지난 2년여 동안 도내 최대 사찰 수를 지닌 도내 태고종단의 수장으로서 제주불교를 이끌어 왔다.
본지는 불기 2556년 임진년 희망찬 새해를 맞아 법담 스님의 향후 태고종 제주교구의 발전 구상과 제주불교가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지면을 통해 도내 불자 및 도민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지난 5일 법담 스님을 제주시 도두동 장안사에서 만났다. <편집자 주>
▲그동안 스님께서 걸어오신 길과 2년 동안 태고종단의 수장으로서 소임 가운데 가장 뜻 깊었던 일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법담 스님=저는 지난 1981년 성불사에서 보산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수지 후 1998년 애월읍 상귀리 극락사에서 월명 스님을 법사로 건당했고, 2001년 태고종정 혜초 스님으로부터 종덕 법계를 품수받았다.
그동안 제주시 회천동 화천사 주지, 제주교구 포교국장․사정위원․부원장․11대 지방종회의원․12대 지방종회 부의장, 중앙강원 사교과 강사 등의 종단 소임을 두루 역임했다.
그동안 지나온 길을 더듬어 보면 수행자로서 배움에 대한 동경으로 일반대학과 종립 불교대학도 다니며 강사 스님에게서 강의도 듣고, 선방에서 화두를 참구하던 적도 있었지만 그동안의 수행이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종무원장 소임을 맡으면서 삼업을 많이 지은 것 같은 심정이다. 2년의 시간을 보내며 수행자로서의 삶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
태고종 제주교구 종무원장으로서 태고종의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싶은 계획은 많았지만 내 부덕의 소치로 인해 종도스님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점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제주-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기원 수륙방생대법회는 전 종도가 합심해 태고종단의 위상을 드높이며 성황리에 봉행돼 종무원장으로서 사부대중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와 함께 지난 2010년 8월 제주도와 제주특별자치도노인복지관 위탁 운영 협약을 맺은 후 각 사암, 신행단체 등의 헌신적인 지원과 관장을 맡은 휴완 스님과 임직원의 노력으로 노인 복지 서비스 향상에 크게 기여하며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복지관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나름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또한 종무행정은 전임 원장 스님들이 탄탄한 시스템을 잘 갖춰, 그 발자취를 답습하는 것만으로 운영의 노하우를 많이 배워나가고 있어 전임 원장스님들께 감사드린다.
질문2. 제주지역은 타 지방과 다른 독특한 불교적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한 문화적 요소를 대변하는 것이 도내에서는 태고종단의 역할이 타 지방보다 부각되고 있는데 제주지역 불교계에서 태고종단의 역할은 무엇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제주불교가 기복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역사를 되돌아 볼 때 섬 지역 특성상 토테미즘과 샤머니즘이 섬사람들의 의지처가 돼 왔다. 이는 제주 민중의 삶이자 문화다. 이를 제주인의 삶에 습합된 민간 신앙으로 새롭게 창조해 문화콘텐츠로 활성화 시켜야 한다.
제주불교 중흥조 안봉려관 스님도 당시에는 무속신앙을 제주지역의 독특함으로 받아들여 민중과 함께 불교를 일으켜 세울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정통불교적인 신행만 강조했다면 제주불교가 이만큼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태고종단은 이같은 제주불교의 문화적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종단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종단은 혈연․지연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 집안에 스님이 출가하면 주변 친척들까지 불교를 신앙하게 된다. 이렇기 때문에 신도들이 스님을 믿고 따르는 외호신장이 된다. 제주불교의 가장 큰 특색이라 볼 수 있다.
우리 태고종 제주교구는 대승보살도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종단을 만들어가고자 1사찰 1선행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성산포 동암사와 함덕 덕림사를 비롯한 많은 사찰에서 동짓날 지역 어르신은 물론 각 관공서에 팥죽을 전달하며 잊혀 가는 세시풍습을 잇고 있고 그 외에도 각 사찰별로 봉사 신행단체가 꾸려져 지역 사회를 위해 마르지 않는 보시행을 펴고 있다.
질문3. 제주불교는 제주불교연합회를 중심으로 교류하고 화합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향후 봉축행사 등의 행사로 인해 각 종단 간 화합이 중요시되고 있는데 스님께서 가지고 계신 교류를 통한 화합의 방향이 있으시다면?
제주불교연합회의 위상은 종단간 그리고, 승속간의 소통에 더욱 노력한다면 높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태고종에서는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 봉축위원장도 타종단에 대표스님께서 맡으실 수 있도록 하겠다. 종단간의 신뢰는 양보와 배려 속에 쌓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덧붙여 도내 불교계 신행단체 중 범종단을 표방한 신행단체와의 소통에도 제주불교연합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주불교연합회에 소속된 단체로서 활동한다면 그 소속감도 더해질 수 있고, 조직화를 통한 신행단체의 활동도 연합회가 적극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질문 4. 2년의 남은 임기 동안 태고종 제주교구의 발전 방안 구상이 있으시다면?
제주불교계 태고종단 사찰 수는 85개로 도내 최대 수를 자랑한다. 종무원장 소임을 맡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사암과의 소통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종단 소식지를 발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더욱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앞으로 종단 스님들을 직접 찾아뵈면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면 태고종단의 각 사암이 결집되리라 본다. 이를 통해 태고종단이 도내 제1 종단으로서의 위상을 찾아 나가겠다.
소통을 위한 노력 이외에도 태고종 제주교구에서는 제주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됨에 따라 많은 내·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들에게 제주지역의 독특한 불교문화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 및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자연경관을 관람하는 단순한 관광행태에서 벗어나 독특한 문화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참여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직접 제주민의 삶과 제주불교의 참 멋을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제주의 자연이라는 하드웨어에 독특한 문화적 소프트웨어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편으로써 마을마다 들어서 있는 사찰에서 다양한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면 관광객들에게 제주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 태고종 제주교구에서는 행정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종교를 가진 관광객들에게 제주불교의 독창성과 제주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예를 들어 전남 진도의 ‘씻김굿’은 지역민의 정서를 반영하고 그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문화콘텐츠인데, 제주불교의식이야 말로 그에 걸맞는 문화상품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환경을 생각하는 방생, 제주 민중의 애환을 담은 불교의식을 제주관광과 접목시킨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싶다.
이처럼 타지역의 우수사례를 적극적인 벤치마킹을 통하여 제주지역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할 수 있도록 전 종도와 함께 지혜를 모아나가겠다.
질문6. 마지막으로 도내 불자들을 위해 한 말씀해 주십시오.
이제는 공부하는 불자가 되길 바란다. 제주불교대학은 지난 1999년 9월 도내 최초 당시 종무원장이신 수암 스님에 의해 개설돼 제주불자들의 공부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배운만큼 실천해야 의미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지속적인 정진을 당부드린다.
태고종 제주종무원에서도 공부하는 승가상 정립을 위해 스님들이 모여 간경회를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부처님의 법을 서로 연구하며 체험한 내용을 신도들에게 전함으로써 신도들의 자발적인 수행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이를 통해 사암이 발전하는 순순환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제주지역 불자들은 신·구·의 삼업을 짓지 않길 당부하고 싶다. 이를 위해 항상 하심하는 마음자세로 수행정진하길 바란다.
또 자리이타의 마음가짐을 통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를 항상 배려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다양한 보시행을 통해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제주지역에 두루 충만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