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기분이었다. 날은 어두워지는데 우리는 약 4시간을 밖에서 보내다 와야 했다.
5일간의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는데
사장님과 소통에 착오가 있어, 숙소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퇴근을 해 돌아와서 방 청소를 해 주신다고 한다.
우리는 빨리 숙소에 들어가 씻고 편히 쉬기로 했는데
방문 앞에서 돌아서 다시 며칠 전 물놀이를 했던 표선 바닷가로 갔다.
바위틈에 있는 생물들을 잡으며 놀다가 지쳐 모여, 시간을 확인하고
또 한참 후 하나 둘 모이면 다시 시간을 확인하고 그런데
아직도 시간은 많이 남았다.
신날 땐 그렇게도 빨리 가던 시간이, 이럴 땐 왜 이리 안 가는지.
놀다가 어둠이 내리자 표선 해수욕장 쪽으로 왔다.
표선해수욕장 쪽은
관광지답게 네온싸인이 화려하다.
덕분에 조금 안심은 되지만, 상대적으로 초라한 우리의 행색이 느껴졌다.
갈곳없는 가난한 우리가 한 귀퉁이에서 옹기종기 움크리고 있다.
어둠은 내리고, 선선했던 바람도 조금 쌀쌀하다.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심심하다며 징징대다가,
말도 안되는 농질을 하다가, 욕도 서슴없이 섞어 사용하고 있다.
갈곳이 없어 떠돌게 한 나의 불찰이 있는데도
아이들의 태도가 자꾸 거슬려서 멀리까지 걷다가 돌아오기를 거듭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사이 아이들은 계단 4개와 가위바위보로 신나게 놀고 있다.
그게 뭐라고 혼신의 힘을 다해, 가위바위보를 외치고 웃고 즐겁다.
이런 창조의 힘을 보면 아이들이 부럽다.
그리고 자신들의 그런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삶은 고대고 힘들다가도 삶의 그 모습을 인정하다 보면
즐겁고 재미지고 웃기기도 한다.
늘, 그것을 잊지 말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