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공 종수 씨
습도를 뺀 바람이 분다
사람으로 치면 기분 좋은 화끈이고
성깔 거기를 보면 표정이 전신이다
해야 될 말에 거침없이 농을 치는 것이
내 젊은 날의 초상이다
빼박에 핏발 먼저 굵어져
골병든 뼛골이 은근 유약해 보여도 옹골차다
가장 험한 바닥을 떠받치며 시작한 비계공
남 앞에 쉬운 듯 무릎 꺾어가며
터득한 발판공의 일당 같은 밑장
항상 막장인 아랫장에 윗장을 얹어
짓눌러야 살아남는 생의 법칙이 그러하다는 듯
온몸보다 더한 체중을 풀어
키보다 높은 발판을 윗새에 걸치고 눕힐 때면
아직은 답답하다며 벌떡 일어서는 수직의 숨골
팍 때려눕히고 싶은 유혹 참 많았으리
참고 살다 보면 허공이 진 바닥이 된다는 것을 누차 경험하며
밑창 빠진 하늘 없다는 듯
닳아 버린 신발을 몇 번씩 들춰보는 입추 한 낮
처진 엉덩이를 툭툭 올려 부치는 데
악하는 비명 소리가
농치는 입꼬리처럼 늘어지네
박철영
1961년 전북 남원 식정리에서 태어나 한국방송대학교 국문과 졸업. 2002년 《현대시문학》으로 시, 2016년 《인간과문학》으로 평론 등단. 시집으로 『비 오는 날이면 빗방울로 다시 일어서고 싶다』 『월선리의 달』 『꽃을 전정하다』, 산문집으로 『식정리 1961』, 평론집으로 『해체와 순응의 시학』 『층위의 시학』 등이 있다. ‘더좋은 문학상’ 수상. 순천작가회의 회장 역임. 현재 《시와사람》 편집위원, 『현대시문학』 부주간, 한국작가회의 회원, <숲속시> 동인. young200107@daum.net
첫댓글 언제 이런 시를 쓰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