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빵
"얼래리>꼴래리
순심이 도시락은
국화빵이래요"
엄마는 세상 바람 다 지나다니는
시장통 입구에서
동생을 업고 연탄불에
국화빵을 팔고 계셨고
팔다남은 국화빵을
색이 바래진 노란 양은 도시락에
매일 담아주셨다
"얼래리 꼴래리
순심이 도시락은
국화빵이래요"
뚜껑을 열어보지도 않고
앉아있는 나를
놀려대는 아이들의
노랫소리에
선생님은
늘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제과점 빵이면 어떡구
국화빵이면 어떻노
맛있게 먹는 게 더 중요하제'
라고
3년이 흘러
엄마가 서 계시던 그곳에
나무 전봇대를 친구삼아
난 엄마가 구워내던
국화빵을 팔고 있다
동생을 등 뒤에 업은 채.
"엄마.
춥고 비 오는데 왜 나왔노?"
"이 겨울에
손이 언 거 아니가?'
세상 바람에 언손을
엄마의 배에 품으시며
"내가 퍼떡 나아야
니가 이 고생을 안할낀데
가난 앞에 마주 선
서로를 보며
난 기어이 엄마의 품에 안겨
눈물을 터뜨리고 있었다
"개안타...
내 걱정 말고
엄마 건강이나 잘 챙기라
"내가 마 뭔 죄가 많아가꼬
어린 너거들한테
이 고생을 시키나 모르겠다"
아픈 엄마대신
동생을 업고
국화빵을 팔아야만 했던 내게
털장갑을 끼워주고 있는
엄마의 얼굴을 보며
찢어진 고무신 틈으로 샌
빗물이 더 시리다는 걸
난 알아가고 있었다
해푸른 봄날
하늘에 그려놓은 꽃길을 따라
어린 두동생들 봄소풍 간다길래
밤새 구멍 난 검정 교복 바지에
흰 실로 꿰매어 놓은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국화빵을 넣은 도시락을 매고
멀어지는 동생들을 보며
웃고 있는 내게
"언니야! 동생이랑
사이다 나눠 먹을라면
꼬뿌가 있어야 될낀데?"
"누나야..
꼬뿌없어도 게 안타
고무신에 부아주면 된다
"니 고무신 구멍 났다 아니가?"
"걱정 마라.
왼쪽 건 멀쩡하데이"
새파란 여자와
살림을 차려 나가버린 아버지 대신
우리 세 남매를
오롯이 안아야 했던
엄마를 대신해
맏이인 내가
그 자리를 채워가는
그 길이 어찌 그리 맵고 쓰라리던지...
눈물 한 움큼을 베어 물고도
안슬픈 척..
괜찮은 척.
견뎌야만
그날들이
날 지금 여기에
데려다 놓은 걸까
어느새
엄마가 떠난 그 자리에
난 또 다른 엄마가 되어있었다
다하지 못한 아쉬움은
달빛에 걸어둔 채 들고 낫을 시린
가난을 두고
엄마가 먼 길 떠나기 전
보내온 백지 편지
글자를 몰랐던 엄마가
마디마디 놓인 들숨 하나로
써 내려간한자 한 자들이
피멍처럼
내 가슴에 박히는
시간들을 뒤로하고
오늘은
봄별하나 품고
꽃 소식 하나 들고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채
바람에 날려간
울 엄마가
늘 계시던 그곳에 서 있어 보렵니다
언손 녹여주는
엄마의 배가 그리운 그곳에.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