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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향은 서귀포임다. 원래는 눈팅하던 사커월드에 올리려고 했는데 글쓰기 권한이 없군요. 비판은 환영하구요..다만 고향에 들어오는 프로축구팀을 보는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는 글일 뿐입니다.
1. 제주의 축구열기
제주는 매우 축구열기가 높은 곳이다. 사람들은 강릉 농상전의 열기를 들어 강릉을 지방축구의 열기가 높은 곳으로 알고, 삼성그룹 임직원의 응원열기로 말미암아 수원을 프로축구의 심장으로 여긴다
제주는 미약한 도세와 중앙뉴스에서 빗겨가는 현실탓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년 5월 열리는 백호기 전도고교축구대회의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 학교 다닐적만해도 고3까지 전교생 응원에 온갖 카드섹션과 거리행진이 벌어지고, 그 옆에는 항상 지역 대학교를 다니는 동문선배들이 단체응원을 나와 후배들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작은 고장이지만 애향심에 불타는 지역주의가 산남과 산북을 갈라,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응원가는 우리에게는 항상 제주시 고등학교의 텃세를 극복하는게 관건이었고, 그러한 살벌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몇개 중대 이상의 전경이 항상 출동을 하곤 했고, 가끔 벌어지는 패싸움은 승부의 최정점에서 발생하곤 했다.
내가 고교를 다닐 당시 백호기 축구대회를 가면 대회를 휘젓는 출중한 공격수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오현고등학교의 최진철이다. 그는 매우 큰 키를 바탕으로 헤딩과 개인기의 귀재였고 그에 걸린 몇번의 골은 번번히 모교의 우승을 저지하곤 했다. 이 후 그는 숭실대를 거쳐 전북현대로 공격수로 입단하여, 수비수로서 2002월드컵에서 전성기를 맞이하고 이제 2006 독일 월드컵으로 자신의 축구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 뒤 대기고의 장영훈 ( 후 포철 ) 을 필두로 최근 프로무대에서 명성을 날리는 서귀포고등학교의 이종민(울산)과 부영태(부산) 등이 제주 축구인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서귀포는 인구9만의 도시다. 그 도시에 2만5천 규모의 월컵 경기장이 있고(예전에는 4만3천 규모였으나 월드컵 이후 조정) 1만 수용규모의 강창학 종합경기장과 13면 이상의 잔디구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 경기장들은 매년 겨울이면 초등학교부터 프로팀까지 전지훈련장으로 애용되고 있으니 겨울에 전국대회를 서귀포에서 열 수 있을 정도이다
친구들은 어딘가에 조기축구회를 들고 있으며 이들은 퇴근 후 근처 인조잔디구장에 야간 나이트를 켜놓고, 한라산이 보이는 천혜의 경기장에서 축구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곤 한다.
이 작은 도시의 고등학교인 서귀포 고등학교가 재작년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제주도 역사상 최초의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한 기록도 이 도시의 이름을 기리고 있다.
이렇듯 아열대의 천혜의 기후와 축구인프라가 훌륭한 이 도시에 축구팀이 생기는건 나의 "꿈"이기도 했다.
나는 사석에서나마 - 지역감정일수도 있음을 전제하며 - 롯데가 우승할 때 사직구장에 흘러나오는 부산갈매기, SK우승시의 연안부두, 기아 우승시의 목포의 눈물 등을 들을 때마다 항상 부러움을 감출수 없었고,
제주도에도 어서 고향의 팀이 생긴다면, 서귀포 월컵 경기장에서 우승연을 하면서 "감수광"을 같이 부를 수 있을 것이노라..술버릇처럼 우짖곤 했다. 그것은 육지사람들과 제주도사람이라는 구분으로 독특한 지역색을 표출하는 제주도 사람들에게 항상 도세가 약해 타지역에 밀린다는 원초적인 피해의식을 가장 건전한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유럽의 클럽팀들이 그러하듯 지역 축구팀에 대한 그 고향 사람들의 애정에는 축구이외의 지역/정치/문화적 상황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고, 제주의 팀을 원하는 나와 누군가의 맘속에서도 그런 심경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이제 제주도에 그토록 염원하던 프로축구팀이 생긴단다.
그러나...그러나 ..왜 이리도 허전한 기분을 달랠수가 없는지....
2. 추측 : SK와 삼성 제주이전의 내막...
얼마전 전경련 부회장이었던 삼성물산 출신의 현명관씨가 -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한나라당에 입당하여 올봄의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로 출마할 것이라고 한다. 설에 친형과 이 문제를 두고 안주삼으면서, 제주도까지 삼성에 줄 필요가 있겠냐는 부정적 심정을 토로했고, 이에 친형은 삼성의 시장조사능력을 보면 제주도를 발판 삼을 수 있다는 시장조사가 끝났다는 뜻일수도 있지 않겠냐는 뜻을 피력했다
그 얘기가 있은지 불과 며칠만에 나온 SK의 제주 이전 소식을 접하며, 위의 애기가 묘하게 오버랩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지금 제주는 오랜 토종산업이었던 귤농사가 내외적인 시장경쟁상황에서 몰락의 길을 걷고 있고, 국제자유도시의 명분하에 급격히 유입되는 외래자본의 힘에 겉으로는 매우 화려하지만 그 이윤의 귀속과 환경의 파괴는 어디로 향할지 "감잡을 수 있는" 향배에 놓였다.
국제자유도시와 올7월로 예정된 제주도 행정지역 개편에서 우리가 모르는 이윤의 향방을 점쳤을 것이고 이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제주도에 대한 청사진이 그려지고 있을 것이다.
이에 드디어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여러가지 형태로 제주도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SK축구팀의 제주이전도 이런 시그널의 하나로 받아들인다면 너무 과도한 비약일까?
3. 기업축구와 클럽축구의 미래
3년전 안양LG의 서울이전을 보면서 복잡했던 심경을 잊을 수 없다. 고향은 제주지만 15년째 살고 있는 서울은 내 제2의 고향이건만 아직도 그 팀은 나의 팀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고, 오히려 다수의 클럽매니아들과 같이 나 또한 더비매치를 꿈꾸는 제2의 서울팀 창단을 기다리는 사람중의 하나이다.
아직도 축구팬들이 왕왕대는 사이트에서 GS그룹은 패륜이라는 다소 격양된 표현으로 축구팬들의 ( 비록 그들만의 아우성일수도 있지만 )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고, 당시 안양 서포터스들은 아직도 해체되지 않고 지역팀의 부활을 기다리고 있다.
안양의 서울 이전은 서울이라는 시장이 주는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했고, 작년 박주영의 영입과 함께 평균 2만5천 관중동원이라는 형태로 프로축구 최대구단으로 발돋움한다. 안양 축구팬의 희생을 발판으로 말이다.
박지성의 입성을 계기로 제2의 아인트호벤이 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작년 축구를 전혀 모르는 미국의 미식축구 구단주에 매각되어 맨체스터의 혼을 팔아버렸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이렇듯 여기저기서 기업과 자본에 클럽축구의 정신을 뺏기고 있다는 아우성이 높다. 비록 그들은 관중과 수익에서 일정한 성공을 보이고는 있지만, 그 팀들을 떠받쳤던 핵심적인 그룹들의 지지를 쟁취하는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치 대기업의 화려한 성공뒤에 희생된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시대 전체가 홍역을 앓았던것과 같은 막대한 기회비용 같은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SK의 제주이전도 이런 맥락에서 빗겨간다고 말할수는 없을 듯 하다. 비록 부천종합경기장의 평균관중이 2천도 채 못되는 열악한 사정이었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또다시 수익원 창출을 도모하지 못할경우 언제든지 제주를 떠날 수 있다는 "시장의 기회"를 창출하며 "경영합리화"를 도모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선례를 남겼다는것에 다름아니다.
물론 전세계 어느 프로리그가 수익을 우선시 하지 않을수 있으며, 또한 그 토대가 경제적인 자생력임을 부인할수는 없다. 그러나 목청높여 벤치마팅 삼고자 했던 그 리그 클럽들의 핵심은 그 이윤의 창출 기회가 비단 경제적 이윤 이전에 그 지역의 애정에 뿌리박은 데서 발생하는 것임을 간과한다는 생각이 든다.
맨체스터 철도노동자들의 애환이 서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지 헐리우드 스타들이 만든 캘리포니아 유나이티드가 아닌것이 오늘의 그들을 만들어 준 것이며, 한국의 사물놀이였지 상하이의 사물놀이가 아닌데서 브랜드가치는 만들어져 온 것이다.
물론 SK가 그 지역에 토착화된 기업도 아닐 뿐더러 마치 독재시절 독점아이템을 여러기업에 분배하듯이 지역을 할거한 기형적 구도의 산물이라 치부할 수 있겠지만, 항상 부천에 살겠노라~~ 이렇게 외쳐왔던 전력을 생각해보면 부천 헤르메스 서프터스의 비참함은 이루 헤아려 긁어주기에도 민망할 뿐이다.
안그래도 한국의 프로축구가 너무 기업논리에 좌우되면서 연고지 정착에 실패하고 이로 인한 만성적인 프로리그의 불안전성이 유지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는 나의 애향심을 앞세우기에 앞서 전체 축구팬의 염원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심경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제주 유나이티드 FC라는 명칭은 또 무언가? GS의 서울 이전시 그들은 서울LG냐 서울FC냐로 명칭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대표적인 축구팀 명칭인 FC의 명칭을 타 팀에게 넘겨질수 없다는 명분하에 현재의 명칭으로 개명을 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유나이티드라는 명칭까지 등장했다. 유나이티드라는 명칭은 본래, 그 지역 아무추어팀의 연합체로 가장 뛰어난 선수를 선발하여 조성한 지역 클럽팀에게 주어지는 명칭으로 유래하였지만 부천SK의 갑작스런 제주 유나이티드 명칭은 어색하다 못해 유치하기 짝이 없다.
아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이름이 주는 묘한 매력이 경영진을 자극했을 것이며, 애써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대기업과 시와 도의 고위관계자 등의 이해당사자간의 "연합"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마치 프로야구 판에 온갖 동물이름이 등장하는 것과 같이 축구판에도 국적불명의 이름들이 판을 치고 있다.
서울이야 새로운 프로팀의 창단도 논의되고 있지만 인구50만의 제주도서야 SK가 떠나기 전까지는 새로운 팀을 만들수도 없을 뿐더러, 그들이 만일 다시 떠난다고 해도 그 명칭을 사용할 수도 없고 따로 떼네어 사용한다고 해도 천상 짝퉁 신세를 벗어날수 없는 신세에 놓였으니..그들의 시장독점지배력에 대한 욕심은 계열사인 SK텔레콤의 그것을 넘어서는 듯 하다.
미세하긴 했지만 그래도 힘을 모아 고향에 프로팀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었고, 축구하지도 않는 축구장이라고 많은 축구팬들의 비아냥이 있긴 했지만 서귀포 경기장은 이마트와 멀티플렉스, 박물관, 찜질방 등을 유치하며 자생적인 수익원을 만들어내며 작년 서울,수원에 이어 세번째로 흑자경영을 이루기도 했다.
그래도 내 고향팀이고, 이제야 그리도 염원하던 응원할 팀이 생기긴 했는데..그리고 전체 한국축구를 생각한다면야 새로이 출발하는 팀을 축하하고 잘되기를 바래주는게 의당 마땅한 일이며, 현재까지의 한국축구의 발전에 적자구조속에서도 팀을 지탱해준 기업축구팀들의 노고가 있음을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나...
후에 내가 열렬한 저 팀의 서포터스가 될 지 모르고, 내 아이 손잡고 레플리카를 입고 자주찾던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을 내 집 드다들듯 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저 팀을 내가 응원할 수 있을지..
머리로 받아들이기에 앞서 아직은 내 심장이 못받아들이고 있는것 같다.
주) 어제는 현명관씨가 회장으로 있던 삼성물산 주가조작에 앞장섰던 "헤르메스"펀드가 검찰의 수사를 받더니
오늘은 부천의 서포터스 "헤르메스"에게는 비극의 날이 되고말았고나.....
명칭대로 헤르메스의 지혜를 빌려 오늘의 난관을 잘 헤쳐나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