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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4.
<오전 맑음, 오후 흐림>
오늘은 토요일, 다낭 여행 마지막(7일 째) 날이다. 아침 7시 반에 일어나 스트레칭과 어깨운동 1시간 하고 조식 뷔페 든든하게 먹고 짐 싸기 시작했다. 오늘 밤 11:20분 비행기 (KE460)로 집에 간다. 호텔 Check-out이 12시까지라 여유는 많다. 그동안 비 맞고 다니느라 젖은 옷을 여기 저기 널어 놨는데 이걸 모두 찾아 차곡차곡 개서 캐리어에 챙겨 넣었다. 혹시 빠뜨린 게 없나 방을 샅샅이 둘러보고 Room-Safety-Box에 넣어뒀던 여권과 돈도 챙겼다.
11시 반쯤 호텔 Check-out 한 뒤 짐을 카운터에 맞기고 나중에 점심 겸 저녁 먹을 데를 찾아보았다. 다낭은 온 거리가 다 식당이다. 고급 식당에서 길거리 식당까지 다양하다. 베트남은 집에서 밥 해 먹는 경우가 적고 대부분 밖에서 사 먹는다. 그러니 식당이 많을 수밖에...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 ‘바빌론 스테이크 가든’에 전화해 봤더니 혼자는 예약을 안 받는단다. 리뷰가 많고 좋아서 기대를 했는데 꽝이다. 다시한번 Solo Tourist의 비애를 느끼고 이번에는 ‘벱꾸온(Bếp Cuốn)’이라는 전통 베트남 식당으로 전화했는데 이 집은 미쉘린 가이드에도 등재된 집이다. 전화 예약은 안 받고 직접 오면 번호표를 주겠단다. 내 호텔 바로 근처에 있어 나중에 짐 찾으러 가기도 좋고, 분짜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와 얇은 쌀국수를 새콤달콤한 느억맘 소스에 적셔 먹는 요리)와 미꽝 (다낭식 국수), 파인애플 볶음밥 등이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라 직접 가서 번호표를 받았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대기 줄이 엄청 길다. 번호표를 받았는데 앞에 50여 팀이 있다.
줄잡아 2시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용다리 건너에 있는 '참 박물관'을 다녀오기로 했다. 걸어갈까 생각했지만 날씨도 좋고 Grab 오토바이를 못 타 봐서 근처에 있는 오토바이를 25,000동에 섭외해서 갔다. 헬멧을 씌워주고 뒷자리에 앉아 자기 허리를 꽉 잡으란다. 다낭의 오토바이는 못 가는 데도 없고 안가는 데도 없다. 길 건널 때도 조심해야 한다. 보행 신호등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있다 하더라도 지키지 않는다.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도 방법이 없다. 사고 낸 놈이 부릉 도망쳐 버리면 하소연 할 데도 없다. 베트남은 남녀 할 것 없이 모두 오토바이 선수다. 요리 조리 곡예 운전은 기본이고 2~3명은 어렵지 않게 탄다. 5명 탄 것도 봤다. 가족인가 본데 남편이 앞에서 애기 한 명 태우고 운전하고 뒤에서 아내가 양 팔에 애기 한 명씩 태우고 간다. 사고 나면 일가족 몰살이다. 나를 태운 Grab 오토바이도 곡예 운전 끝에 참 박물관에 도착했다. 위험하기도 했지만 스릴도 있다. 한번쯤은 타 볼만 하다.
참 박물관은 1 천년 (2세기 ~ 15세기) 넘게 베트남 중부를 호령했던 참파(Champa) 왕국의 힌두 및 불교의 예술을 집결해 놓은 곳이다. 이 박물관은 프랑스 고고학자들의 주도로 베트남 전역에 흩어진 참파 유적을 발굴 수집하여 1919년 정식 개관했다. 참파 왕국은 2세기 초기부터 인도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힌두교(특히 시바 파)를 국교로 삼았다. 그러나 9세기 쯤 중국의 영향을 받기 시작해 불교가 도입되었고 15세기 이후 북쪽의 베트남인들이 남하하면서 유교와 결합한 대승불교가 본격적으로 이식되었다. 두 문화는 서로 배척하지 않고 각각의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켜 현재 참 박물관에는 두 문화의 유물들이 같이 전시되어 있다.
이 박물관은 유물이 발견된 지역(미선, 짜끼에우, 동즈엉 등)에 따라 전시실이 나뉘어져 있다. 미선(My Son) 유적지는 참파 왕국의 가장 중요하고 오래된 힌두교 성지로 시바(Siva) 신을 섬기던 곳으로 대부분의 유물들은 사암(Sand Stone)으로 조각되어 있다. 대부분 7~8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참파 유적지에서 가장 오래된 양식으로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돼 있다. 힌두교의 창조 신화와 고행자들의 일상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당시 종교관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사료라고 한다. 대표적인 유물로는 ‘춤추는 시바’로, 여러 개의 팔을 휘저으며 우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시바 신의 역동적인 춤을 묘사했으며 참파 예술의 최고 걸작 중 하나라고 한다. 창조의 신 브라흐마 (Brahma)는 우주의 네 방향을 상징하는 네 개의 얼굴을 가진 모습으로 연꽃 대좌 위에 앉아 있다. 양손에는 각각 연꽃 봉우리를 쥐고 있는데 이는 지혜를 상징한다고 한다. 뱀 위에 앉은 비스누(Visnu)는 우주의 수호자로 창조의 신 브라흐마, 파괴의 신 시바와 함께 힌두교의 삼위일체를 이룬다고 한다. 자연의 정령인 야크사(Yaksa)는 이보다 앞선 4~6세기에 만들어 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인도의 굽다 예술의 정수이기도 하다.
짜끼에우(Tra Kieu)는 4세기부터 8세기까지 참파 왕국의 수도였던 '심하푸라(Simhapura, 사자의 도시)'가 있던 곳이다. 이곳의 유물들은 미선의 거친 힘이나 동즈엉의 투박함과는 달리, 정교하고 여성스러우며 세련된 장식미가 특징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유물로는 짜끼에우 제단이 있는데 사암(Sand Stone)으로 만들었고 기단부에는 힌두교 신화 속의 무희인 '압사라(Apsara)'와 음악가들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다. 많이 부식되긴 했지만 부드러운 곡선과 생동감 넘치는 몸짓은 참파 조각가들의 뛰어난 예술성을 보여준다.
동즈엉(Dong Duong) 유적지는 참파의 불교의 성지로 다낭에서 남쪽으로 약 60km 떨어진 꽝남성 탕빈(Thang Binh) 현에 위치해 있다. 참파 왕국은 9세기 후반인 875년에 이곳에 거대한 불교 사원을 세웠는데, 이것이 바로 동즈엉 유적의 핵심이다. 동즈엉에서 발견된 조각들은 참파 예술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데 두꺼운 입술, 짙은 눈썹, 당당하고 건장한 체구 등 베트남 중부 참족의 민족적 특색이 가장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대표적인 유물로는 타라 보살(Tara) 청동상이 있다. 양손에 연꽃과 고동(Shell)을 들고 있는데 이는 지혜와 자비를 상징한다. 힌두교의 관능적인 몸매와 불교적인 평온함이 절묘하게 섞여 있으며, 당시 참파 왕국의 금속 공예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증명하는 '참 박물관의 보물 1호'이다. 부처 좌상(Buddha Statue)도 동즈엉의 대표적 유물인데 9세기 말에서 10세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순간을 상징하듯, 정교하게 조각된 연꽃 모양의 받침대 위에 정좌하고 있는 모습이다. 난딘(Nandin)은 신성한 황소인데 시바 신의 충성스런 시종이자 타고 다니는 소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동즈엉 유적지는 베트남 전쟁 당시 폭격으로 인해 사찰의 원형이 거의 파괴되었다고 한다.
참 박물관의 모든 유물들은 옆에 자국어와 영어로 설명돼 있고 QR코드가 있어 이걸 스캔하면 영어와 한국어로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 안 된다. 안내원한테 번역기까지 써서 물어 보니 고장 났다네. 영어 글씨는 너무 작아 사진 찍어 확대해 보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박물관에서 나오니 오후 3시가 넘었다. 서둘러 벱꾸온(Bếp Cuốn)에 밥 먹으러 갔더니 번호표가 이미 지나갔다. 종업원에게 물으니 번호표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데 2 시간을 더 기다려야 된다네. 아~ x팔. 이 집 포기하고 전에 갔던 'Co Ba' 쌀국수 집으로 다시 갔다. 지난번에는 소고기 쌀국수를 먹어서 이번에는 갈비 쌀국수를 시켰다. 갈비 살이 푸짐하게 들어가 먹음직하게 생겼는데 먹어 보니 영 아니다. 갈비를 삶아서 냉동시켰다 녹여 주는지 뜨겁지가 않고 퍽퍽하다. 고기 몇 점 먹고 국수와 국물 만 먹고 나왔다.
시간은 많고 할 일도 없어 한 시장으로 들어갔다. 말린 망고와 말린 새우는 선물용으로 딱이다. 어제 롯데마트에서 말린 망고를 두 팩 샀지만 한 시장이 더 싸다. 1kg짜리 두 팩을 더 샀다. 여기는 부르는 값을 다 주면 호구다. 반 값에 후려 쳐야 한다. 한 팩에 30만동 달라는 걸 20만동으로 깍아서 두 팩 샀다. 말린 새우도 후려 쳐서 두 팩에 50만동 줬다. 말린 새우는 태국 것이 최고고 베트남 거나 미얀마 것도 좋다. 셀러드에 넣어 먹어도 좋고 맥주 좋아하는 사람은 안주용으로 최고다.
선물 사고 나니 또 두리안이 보인다. 한 팩에 12만동에 사서 반미누이(Banh My Nuoi)에 가서 망고 스무디와 같이 먹었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 갔는데 웃 띠크(Ut Tich)다. 한 시장 맞은편 코너에 있는데 2층이고 사람들이 비교적 적다. 콩 카페는 완전 돗대기 시장 같아 정신이 없는데 여기는 조용하고 윗 층에서 밖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 하기 좋다. 코코넛 커피를 시켰는데 코코넛 우유를 얼음과 같이 갈아서 주고 커피는 조그만 유리잔에 따로 준다. 취향에 따라 양과 맛을 조절하라는 뜻인 것 같다. 맛은 코코넛 냄새가 살짝 나면서 약간 달짝지근하다. 단 것을 싫어하는 내 취향에도 그리 거부감이 없다. 여기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공항 갈 시간에 맞춰 호텔로 갔다. 맡겨 논 짐을 찾아 Grab 타고 공항으로 갔다.
다낭공항은 조그맣지만 깨끗하다. 출국수속이 더디고 경로우대가 없어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래도 저녁 8시경에 오니 시간이 남는다. 수속 마치고 출국장에 들어오니 9시다. 탑승시간이 10시 45분이니 2시간 가까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 편한 데가 없나 찾아보니 한 귀퉁이에 누울 수 있는 긴 의자가 있다. 여기에 누워 Daily Note 쓰니 안성맞춤이다.
트레블월렛에 아직도 90만동이 남아 있고 주머니 속에도 10만동 정도가 남아 있어 공항면세점에 가서 돈을 다 쓰기로 했다. 제일 좋은 것이 말린 망고다. 돈 돼는 대로 모두 사서 쇼핑백에 들고 탑승했다. 자리는 55F로 맨 뒷자리다. 오늘 새벽에 모바일로 좌석을 보니 옆자리가 비어 있어 37C에서 바꿨는데 자리에 와보니 오늘 만석이라 옆 자리가 찼다. 운수가 나쁘다. 게다가 그 자리에 덩치가 큰 남자가 앉는다. 완전 꽝이다. 편하려고 했는데 자기 무덤을 팠다.
비행기는 예정시간에 이륙했다. 고도가 정상적으로 올라가니 바로 식사 서비스를 한다. 동양식과 중국식이 있는데 나는 동양식을 택했다. 완두콩 줄기와 닭고기를 기름에 볶고 밥을 곁들여 주고 빵과 버터, 사과 한 조각, 감자셀러드를 주는데 맛이 괜찮다. 낮에 갈비 쌀국수를 잔뜩 먹고 거기에 두리안, 망고스무디, 코코넛 커피까지 먹었으니 배가 빵빵하지만 기내식이 맛이 있어 또 잔뜩 먹었다. 상을 물리고 나니 속이 불편하다. 속이 울렁거리고 토가 나오려고 한다. 화장실가서 양치하고 조금 쉬었더니 정도는 줄었지만 역시 불편하다. 승무원에게 소화제 달래서 먹었더니 한결 좋아졌다. 영화 2편 보고 나니 벌써 착륙 준비하란다. 결국 한 잠도 못자고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첫댓글 수고했어요. 재미있게 봤습니다
혼자 노시는데 도가 트였군요. 저도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