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과 같다 함은
이름만 있고 실제의 법이 없기 때문에
허공은 볼 수 없는 법이지만
멀리서 보기 때문에 눈에 닿는 빛이 바뀌어 옥빛으로 보인다.
허공/하늘은 실제로는 없는 겁니다.
뭐가 있다면 그건 허공, 즉 텅빈 하늘이 될 수 없지요.
그래서 물질인 색(色)의 또 다른 해석이 뭔가 하면,
허공을 가로막고 있는 것....입니다.
비어 있지 않은....뭔가로 채워진게 바로 색(色)....즉 물질입니다.
모든 법도 그와 같아서 공하여 있는 바가 없거늘 사람들이
무루의 진실한 지혜를 멀리하는 까닭에 실상을 버리고 너와 나,
남자와 여자, 집과 성 등 갖가지 사물을 보고 마음으로 집착하되
마치 어린아이가 푸른 하늘을 우러러 보고 진실로 색깔이 있다고 여기는 것과 같다.
또한 어떤 사람이 허공을 아무리 멀리 날아 올라가도 보이는 것이 없지만
멀리서 보기 때문에 푸른빛이라고 여기듯이 모든 법도 그러하다.
그러므로 ‘허공과 같다’고 말한다.
또한 허공의 성품은 항상 청정하거늘 사람들이 흐리다거나
더럽다고 말하듯이 모든 법도 그와 같아서 성품이
항상 청정하거늘 음욕과 성냄 등에 가리어진 까닭에
사람들은 부정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게송으로 말하리라.
여름날이 천둥번개에 비 내리고
구름 덮여 흐리어 깨끗지 못하듯이
범부들의 어리석음도 이와 같아서
갖가지 번뇌가 항상 마음을 덮었도다.
겨울날은 때로 해가 나오지만
언제나 구름 가려 어둡듯이
첫 과위나 두 번째 도를 얻었더라도
여전히 욕염(欲染)에 가리어져 있도다.
혹은 봄날 아침 해가 돋으려 하나
때때로 구름에 가리어져 있듯이
욕염을 여의어 세 번째 도를 얻었으나
남은 우치와 교만이 여전히 마음을 가린다.
가을 날씨가 구름 한 점 없고
큰 바다의 물이 청정하듯이
할 일을 이미 다한 무루심의 나한(아라한)은
이렇듯 청정함을 얻는다.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의 차이를 설명한 것 입니다.
또한 허공이 처음도 중간도 뒤도 없듯이 모든 법도 역시 그러하다.
또한 마하연에서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시되
“허공은 앞 세상도 없고,
중간 세상도 없고 뒷세상도 없으니,
모든 법도 그러하다”고 하신 것과 같다.
그 경에서는 이 뜻을 자세히 말씀하고 계시다.
그러므로 ‘모든 법이 허공 같다’ 말한다.
- 대지도론/용수보살 지음/구마라집 한역/김성구 번역/동국역경원
대지도론 64. 모든 것은 허공과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