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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림이 그 아들을 군관으로 삼기를 청하자 누이동생이 울면서 말했다.
내게 오직 이 아이 하나만 있을 뿐인데,
만일 단 한 번이라도 군법에 걸리면 오빠의 성품으로 보아 결코 너그럽게 용서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세상에 이 아이 말고도 오빠의 심복이나 조아(爪牙)로 합당한 사람이 어찌 없겠습니까?
원컨데, 누이동생을 생각해서 조금만 봐 주십시오.
전림은 그 말을 따르지 않고 말했다.
이것을 나랏일이니,
사사로이 할 수 없다.
드디어 그가 군관으로 임명하여 함께 갔는데,
해랑도에 이르러 과연 조카가 군령을 어기자,
전림이 명을 내려 그를 끌고 오게 해 목을 베었다.
이로부터 온 군대가 놀라 떨며 모두 사지로 달려가기를 집으로 돌아가는것같이했으니,
곧장 해도(海島)에 이르러 적의 소굴을 소탕하고 돌아왔다.
한명회는 정강이가 아픈 병을 앓았었는데,
병이 정강이 뼈 사이에 들어 있어 통증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스스로 살 수 없으리라 헤아리고는 말했다.
죽기는 마찬가지니,
차라리 내 스스로 정강이뼈를 잘라 이 벌레를 죽인 뒤에 나도 죽으리라.
이에 돌계단 위에 다리를 펴고 앉아 종으로 하여금 큰 돌로 정강이를 부러트리도록 했다.
종이 감히 하지 못하자,
한명회가 크게 노하여 활을 당겨 쏘려고 하니,
종이 할 수 없이 큰 돌을 들어 쳐서 뼈를 부러트렸다.
뼈가 빠개져 골수가 흐르는데,
한명회가 손으로 뼛속을 더듬어 엄지
손가락만 한 큰 벌레 한 마리를 찾아 냈다.
곧 솥에 기름을 붓고 팔팔 끓였는데도 벌레가 여전히 죽지 않았다.
기름이 다 탄 연후에야 벌레가 비로소 죽었으며,
한명회 또한 죽었다.
<한명회 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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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爪牙)---
원래는 손톱과 어금니라는 의미로 매우 쓸모가 있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