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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의 법칙' 2부... 외인부대(4편). 삽화=이기원 작가
◈ '머피의 법칙' 2부... 외인부대(4편)
(지난호에 이어~)
모나코에서 모리타니로 다시 돌아온 이후 1년은 악몽의 연속이었다.
모 주방은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도시게릴라 전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모로코 지원을 받는 반군의 세력이 점점 강해져, 정부군이 맥을 못 추는 상황이 계속 된 것이다.
프랑스군 지휘부는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며, 외인부대원 전원을 수도방어에 전진 배치했다. 캠프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 다른 작전지역에 투입 되던 작년과는 전혀 다른 내전 양상이었다.
반군 병력이 한층 증강돼 정부기관이 포진한 수도의 길목을 막고, 물자반입을 차단하는 것이다. 자칫하면 외인부대원들도 굶어 죽게 될 판이었다.
모리타니 대통령은 이미 해외로 빠져나갔고, 각 정부기관 고위관료들도 하나 둘 수도를 버리고 탈출을 꾀하는 것이었다. 외인부대원 일부는 그들의 호송을 맡아 헬기착륙 지점까지 경호하는 임무도 수행해야 했다.
하지만, 반군의 치열한 로켓포와 박격포 공격으로 낮이든 밤이든 이동하기가 쉽지 않았다. 도시 같지 않은 도시는 이미 다 파괴됐고, 시민들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인근 접경국가로 대부분 피난을 떠났으며, 길거리엔 부모 잃은 어린아이들과 노인들만 남아 어슬렁대다가 반군의 무차별 사격으로 즉사하는 광경도 빈번했다.
삽화=이기원 작가
그나마 정부군은 끝까지 항전하고 있었지만, 전세를 뒤집을 여력이 없었다.
외인부대도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 1개 대대병력으로는 수도 전역에 산개한 채, 조여들어오는 수천의 반군 병력을 방어하기란 불가능했다. 희생자도 점점 늘어났고, 바닥난 실탄과 무기 공급도 원활이 이뤄지지 않았다.
프랑스 지휘부를 방어하던 탱크와 장갑차, 그리고 야포 몇 문을 신속히 재배치했으나, 방어선이 무너지기 십상이었고, 외인부대도 철수를 고려해야만 했다.
그러나 프랑스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반군은 수세에 몰린 정부군과 외인부대를 자국 영토에서 전부 밀어내려고,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하루하루가 급박하게 조여 들어왔다.
탱크는 어디에 대고, 조준해야 할지 몰라 쩔쩔맸다. 반군 틈에 일반인들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장갑차로 퇴각로를 확보하려다가 바추카포에 당한 게 벌써 4대나 됐다. 헬기도 마음대로 뜨고 내릴 수 없었다. 고지대 어딘가에 방공포를 설치하고, 헬기가 눈에 띄면 무조건 사격을 가하는 바람에 3대를 잃었다. 야포 역시 마찬가지다.
도시게릴라전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었다. 반군 진지가 보이거나 병력이 포진한 야전에 집결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면 모를까.
모리타니 정부군도 작전지역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다 썩어빠진 군용트럭을 동원해 사람을 잔뜩 싣고 꽁무니를 내뺐다.
삽화=이기원 작가
수도에 남은 병력이라곤 외인부대뿐이었다.
프랑스 지휘관이 작전사령부와 대판 싸우고, 헬기를 동원해 외인부대원들을 후방으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려면 제공권을 일시나마 장악해야 했기에 프랑스 미라주전투기를 요청했고, 지중해지역에 배치된 항모에서 발진한 전투기들과 폭격기들을 총 동원해 융단폭격도 불사하는 수밖에 없었다.
수도 전역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폭격이 계획되었다.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해도 할 수 없다는 프랑스정부 내 밀약이 성사돼 당일 밤 10시부터 공습이 시작됐다.
폭격의 예고는 미사일이었다. 대서양에 배치된 구축함에서 발사하는 것이었다. 모 주방을 비롯한 외인부대원들은 모두 벙커에 은신했고, 캄캄한 밤하늘을 수놓는 미사일 후미 불꽃이 수도 전역을 강타하며 불바다를 이루었다.
뒤이어 폭격기들이 상공을 지나며 폭탄세례를 퍼부었다.
삽화=이기원 작가
프랑스정부 측은 수도가 반군에 이미 장악됐다는 지휘부의 보고를 받고, 감행하는 것이었다.
폭격기들은 자정까지 쉼 없이 폭탄을 투하했다.
다음은 전투기의 등장이었다. 미라주기뿐만 아니라 헤리어기들도 가세했다. 날이 밝을 때까지 기총 소사에 이은 미사일 발사를 계속했다.
외인부대원이 확인해준 지역은 먼지만 남을 정도로 폭격했다. 벙커에서 망원경으로 외부를 관찰해보니 수도가 완전히 붕괴되었다. 건물이라고 해봐야 2, 3층짜리가 고작이고, 그 중에 가장 높은 빌딩들은 모두 정부청사였다.
도시가 단 하루 사이에 형체를 잃었다. 거리 곳곳은 화염에 휩싸였고, 검은 연기가 상공을 뒤덮었다.
반군들은 기척조차 없었고, 어제까지 콩 볶아대듯 하던 총소리도 잠잠해졌다. 프랑스지휘관은 그때서야 철수를 명령했고, 외인부대원들은 장비와 무기들을 챙겨서 헬기접선 지점으로 이동했다.
폭격의 효과는 대단했다. 거리를 나설 수 없을 만치 곳곳을 장악한 채 총질을 해대던 반군이 싹 사라진 것이다. 사람이 시야에 들어오면 무조건 사살하는 반군의 무차별 살상 때문에 벽 타기나, 낮은 포복이 아니면 꼼짝 못했는데, 버젓이 서서 행군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외인부대 캠프는 수도 외곽 높은 지대에 설치됐다. 그렇다고 반군들의 위협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이번 폭격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 같았다.
수색조를 짜서 시내로 정찰을 나갔는데도 반군의 움직임은 포착돼지 않았다. 선두에 기관총을 단 지프를 세우고, 그 뒤에 장갑차 두 대를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도시 한 복판에 상주했을 때는 도보로 순찰했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모리타니 정부군도 프랑스군 지휘부의 통보를 받자 다시 수도로 집결했고, 반군소탕작전에 앞장섰다. 대통령도 궁에 귀환해 있었으나, 그는 아무 권한이 없었다. 허수아비에 불과해서 군부의 지원을 절실히 요구했다.
삽화=이기원 작가
하지만, 군부 또한 전력이 그리 대단치 않아 반군의 재 공세가 시작되면, 수도를 버리고 퇴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국제사회는 구 소련의 이의제기로 상당히 시끄러웠다. 중국도 유엔에서 비난의 수위를 높였지만, 서방은 침묵했다. 미국은 월남전에서 패퇴한 이후라 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프랑스는 모리타니 내전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지상군 파병을 삼간 것이다. 끝없는 소모전에 미국이 월남에서 항복했듯 말이다.
모 주방의 근무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3개월만 버티면 이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월남전에서 군 생활을 했던 미군출신들은 이 전쟁놀이가 흥미로운 모양이었다.
특수부대에서 베트공과 살육전을 다반사로 치렀던, 몇몇은 살생을 취미로 삼는 것 같았다. 외인부대가 해체될 때까지 자기들은 남아있을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러면서도 베트공과 시아파 반군은 전혀 다르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프리카 부족들은 동물들을 사냥해 먹고, 살던 습성이 있어서 상당히 잔인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부족 간 영역다툼이 치열했고, 종족 간 전쟁이 잦았던 터라 사람을 사람처럼 대하지 않는다며, 나름 해석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반군의 공세가 다시 시작됐다. 수도를 재탈환하기 위해 병력을 대폭 증강했고, 종전처럼 산개한 게릴라전으로 파고들었다. 지방에서 강제로 차출한 인력을 총동원했는데, 거기엔 어린 소년, 소녀도 섞여있었다. 총 쏘는 방법만, 간단히 가르쳐 도시 곳곳에 숨어들었고, 보이는 사람은 무조건 죽이라, 세뇌시켰다.
정부군은 처음엔 당황했는데, 아이들이 바로 반군이라는 증거를 확보한 뒤부터는 가차 없이 사살했다. 그러나 외인부대원들은 사살할 수가 없었다. 너무 어리기 때문이고, 자칫하면 이 나라 인종이 씨가 마를 것 같아, 멈칫거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번번이 옆 동료가 아이들이 쏜 총에 죽어가자 방법이 없었다. 가능하면 생포하려고 노력했지만, 먼저 당할 때는 사살하는 것밖에 도리가 없었다.
모 주방도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AK소총 총구가 햇빛에 반짝거리면, 반사적으로 은폐했다가 총알이 빗나가야 응사할 수밖에 없었다. 폐허화한 건물 뒤에서 한두 명이 아닌 한 무리가 이리 저리 숨어 다니며, 전쟁 놀이하듯 총질을 해대는데, 어떻게 피하기만 하는가 말이다.
결국, 참다 참다 안 되면, 발견즉시 사살하는 것이다. 내가 죽을 수는 없다는 절박함 때문에 열 두어 살 쯤 되 뵈는 아들, 딸 같은 아이들을 죽이는 거다.
삽화=이기원 작가
그런 뒤 캠프에 돌아오면 식사도 못하고, 잠도 못 잔다. 자신이 죽인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말이다. 비록, 도박밑천을 몇 푼 벌려고, 외인부대에 자원 입대했지만, 반군이 아닌 아이들을 죽여 가면서 까지, 이래야 되는지 회의가 들었다.
그러나 시간은 더디 흘러갔다. 외인부대 대대인원 전원이 수색조로 편성돼 2시간마다 맞교대해야 하는데, 수색 나갔다 돌아오는 부대원들 대개가 얼굴색이 안 좋다. 묻지 않아도 또 아이들을 죽인 것이다. 반군의 잔인한 수법에 애 끗은 아이들만 희생되는 것이다.
삽화=이기원 작가
모 주방은 오늘은 제발 눈에 띠지 말라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수색을 나가곤 했다.
반군과 정부군 간에 모종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만, 현장은 달랐다. 이유 없이 사람은 그냥 죽이고 있었다. 반군은 정부군을 비롯한 일반인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무조건 죽이고 보는 것이다. 정부군은 일반시민들을 보호할 능력을 상실한지 오래여서 모두가 외면한다.
너희들 족장 즉, 대통령이나 잘 지키라고 손가락질 한다.
모리타니는 무정부상태다. 외교권도 없고, 치안력도 없으며, 경제력도 없다. 그저 영토만 있을 따름이고, 정부군과 반군은 바로 그 빈 영역을 자기 종족이 지배해야 한다며, 싸우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도 이제 손을 뗄 때가 됐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
아무 쓸모 없는 나라. 그렇다고 석유가 펑펑 나오는 것도 아니요, 금광이나 다이아몬드 광이 성업 중인 것도 아니다. 공연히 참견해서 프랑스국가 재정만 축내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과거 식민지처럼 국토를 장악해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고, 공장을 세워 잉여이익을 얻는 것도 아니다.
프랑스 지휘부도 인원을 대폭 축소해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저 명령권만 지닌 대령과 몇몇 보조 병력 열댓 명이 상주할 뿐이다. 그 나머지는 외인부대장 프랑스 대위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본국에서 외인부대병력을 보충하는 따위도 이젠 끝났다.
계약대로 2년을 채운 사람을 작전지역을 떠나도 좋다는 특명만 계속 내려왔다. 모 주방도 그 대상에 한 명이었다. 계약만기를 다 채우고 모리타니를 떠났다.
지프로 공항까지 태워주고, 돌아가는 미군출신 대원은 자기도 곧 여기를 떠나, 미국으로 돌아갈 거라고 말한다. 그리곤 모리타니에서 프랑스가 손을 떼면 모로코가 서 사하라지역을 점령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그도 동의했다. .........<
다음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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