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고자: 박진
2. 쉼터명: 금정둥지센터
3. 일시: 2018년 6월 14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8시 30분
4. 참여인원: 6명
5. 활동내역
두실 지하철역에서 내려 오르막길로 15분 가량 걸어올라가야 둥지센터가 나온다. 이 길을 올라가며 오늘 만남을 위해 조용히 기도를 드린다. 많은 것을 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조금이라도 마음을 터치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올라간다. 지난 주 약속한 대로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갔다. 밥을 금방 먹고 간식거리를 찾는 애들이 아이스크림을 보고 무척 반가워했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반가웠다.
지난 주에 못봤던 친구 한명이 있다. 나를 보고 반가워하는데 나는 얼굴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두달 전 같이 수업했던 친구인데 그 때는 화장이 너무 진했는데, 맨 얼굴을 보니 완전 다르다. 그래도 얼굴을 안다고 반가워 해줘서 고마웠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자연스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직까지 수업을 싫어하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러시아 작가 안톤 체홉의 짧은 단편 소설 "카멜레온"을 함께 낭독하고, 질문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써보기로 했다. 카멜레온처럼 자신의 입장을 이리 저리 바꾸는 소설 속의 '오추멜로프'처럼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있냐는 질문에 다양한 답들이 나왔다.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내가 그런 사람이다, 같이 생활하는 아무개가 그렇다 등등...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대답이 "내가 만난 모든 선생님이 카멜레온 같았습니다. 그러나 살다보니 이런 모습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살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한것 같습니다." 였다. 선생님이 카멜레온같았다는 대답도 아팠지만, 살려면 어쩔 수 없다는 답이 더 쓰라렸다. 어떤 삶의 경험이 벌써 이런 것을 알게 했을까?
수업 도중 두 친구가 갑자기 욕을 하고 투닥거렸다. 그럴 때 마다 땀이 되고 가슴이 떨린다. 꼭 또래 애들같이 귀여운 십대같이 보이다가도 가끔씩 돌변하는 모습은 나도 모르게 항상 긴장 상태에 있게 한다.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이 친구들 얼굴이 자주 생각난다. 지난 주 보다 훨씬 많이 써준 글을 첨삭해서 돌려 주려고 한다. 책 읽는 즐거움, 글 쓰는 재미를 알게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