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
Mandate of Heaven 天命
천명(天命)은 거역할 수 없는 하늘의 명령이다. 천명을 받은 사람은 하늘로부터 절대적인 권위와 정통성을 부여받는다. 하늘은 말없이 천지 운행(運行)을 주재하고,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주관하며, 세상만사를 운영한다. 따라서 천명은 (주체인 하늘의 관점에서는) 우주 자연의 이치에 따르라는 명(命)을 내리는 것이고, (객체인 인간의 관점에서는) 우주 자연의 이치에 따르라는 영(令)을 받는 것이다. 천명의 어원은 하늘인 천(天)과 명령인 명(命)이다. 하늘(天)은 사람이 서 있는 모양인 대(大) 위에 넓고 무한한 일(一)이 얹힌 회의문자다. 소전(小篆)의 천은 사람이 서 있는 모양인 대(大) 위에 크고 둥근 하늘 모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후대에 천(天)으로 바뀌었다. 명령[命]은 삼합 집(亼)에 명령을 내리는 입 모양의 구(口)와 무릎 꿇고 명령을 받는 모양의 병부 절(卩)이 결합한 회의문자다.
명(命)에는 수명, 규칙, 이치, 이름 등의 의미가 있다. 이것은 하늘이나 통치자가 내리는 명령이 절대적인 법임을 의미하는 개념들이다. 명(命)에 명령을 내리는 모양인 영(令)이 들어 있다. 따라서 명(命)은 명령을 내리는 주체와 명령을 받는 객체 모두에 해당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 명령은 하늘이 내리는 천명, 하늘의 이치인 천리(天理), 이치에 맞는 천도(天道), 하늘의 뜻인 천의(天意)다. 천명, 천리, 천도, 천의는 모두 이치를 말한다. 해가 뜨고 달이 지는 것,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 사계절이 변함없이 교차하는 것 등은 모두 하늘의 이치다. 이렇게 볼 때 천명은 첫째, 하늘이 내리는 명령 둘째, 하늘이 내린 거역할 수 없는 명령 셋째, 인간이 하늘의 명령을 받는 것 넷째, 하늘이 부여한 정당한 권위 다섯째, 하늘의 명령을 수행하는 통치 행위 여섯째,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과 같은 하늘의 본성 등의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천명이 쓰였을까? 고대 주(周) 무왕은 천명을 혁명의 명분으로 삼았다. 고대 상(商)/은(恩)의 마지막 왕 주(紂, ?~BCE 1046)는 포악한 군주였다. 백성들의 원망이 높아지자 주의 무왕(武王)은 (아버지 문왕이 받은 천명에 따라) 방벌(放伐)에 나섰다. 그러자 제후들과 은의 신하들이 주 무왕의 편에 서서 주왕을 쫓아냈다. 이때 주 무왕은 천명을 완성하고 포악한 군주를 쫓아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새롭게 하늘의 지지를 받은 자신의 정통성을 천명이라고 선포했다. 천명은 신묘한 신(神)의 뜻이기도 하다. 이것을 [서경(書經)]은 ‘문왕은 단지 천명을 받았고 무왕에 이르러 모름지기 천하를 풍요롭게 했다.(文王但受天命至武王方富有天下也)’라고 기록하고 있다. 천명을 받은 것은 덕 있는 제후 문왕이고 천명을 수행한 것은 문왕의 아들 무왕이다. 훗날 제(齊) 선왕이 이에 대하여 질문하자 맹자는 이렇게 말했다.
‘인(仁)을 해치는 자를 적(賊)이라 이르고, 의(義)를 상하는 자를 잔(殘)이라 이르며, 잔적한 사람은 일개 범부이니 그 범부를 주살했다는 말은 들었어도 군주를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제선왕이 물은 것은 아무리 덕을 잃었다고 해도 신하인 무왕이 군주를 쫓아내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맹자가 답한 것은 덕을 잃고 하늘의 지지를 상실한 군주는 이미 군주가 아니며 덕 잃은 군주를 쫓아내는 것은 천명이라는 것이었다. 상/은의 주왕이 천명을 잃은 이유는 백성들의 원망이다. 민심은 곧 천심이므로 민심을 잃은 군주는 천명을 잃은 것이다. 이런 맹자의 사상은, 하늘의 지지와 백성의 민심을 잃은 군주는 군주가 아니므로, 역성혁명(易姓革命)을 통해서 바꾸어야 한다는 대단히 진취적인 사상이었다. 주 무왕의 역성혁명 이후 우주 만물과 만사를 주재하는 주재천(主宰天)의 개념이 생겼다.
이 고사에서 보듯이 하늘은 세상만사를 주재하므로 하늘은 명령을 내리는 주체가 될 수 있다. 하늘은 하늘이 지지하는 군주 단 한 사람과 소통한다. 천명을 받은 천자는 하늘의 뜻으로 천하를 통치하고 천하의 일을 하늘에 고하는 유일한 존재다. 하늘이 지지하는 (왕이나 황제인) 천자(天子)는 덕으로 통치해야 한다. 따라서 천자는 하늘의 이치인 천리를 잘 알고, 하늘의 운행 법칙인 천도를 지켜야 한다. 그러니까 천명을 받은 천자는 하늘의 명령을 잘 아는 군자(君子)나 성스러운 성현(聖賢)이어야 한다. 군주는 하늘의 뜻인 천의(天意)를 천하와 백성에게 알리고, 백성의 뜻을 하늘에 고해야 한다. 삼황오제(三皇五帝) 시절의 황제는 왕의 왕이고, 천명을 받은 천자는 하늘의 아들이다. 천명은 군주만이 아니라 백성 모두 지켜야 하는 절대명령이다. 천명을 지키면 질서와 조화가 있는 대동세상(大同世上)을 이룰 수 있다.★(김승환)
*참고문헌 『孟子』.
*참조 <공부[주희]>, <기질>, <기질지성[장재]>, <기질지성[주희]>, <도>, <마음>, <미발⦁이발>, <미발의 주체>, <본연지성과 기질지성>, <본연지성[주희]>, <성>, <성리학>, <성즉리>, <소이연⦁소당연>, <수양론>, <신독>, <심>, <심성론>, <음양오행>, <이기론[주희]>, <정>, <천리>, <천명>, <천자>, <천즉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