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문학열차에서
종강파티(후평동 소재 막국수집에서)
유정독서모임, 오늘은 종강날이라 사진이 많습니다. 종강이라 모두 모일 줄 알았더니 오늘 따라 출장에 또 다른 일들 때문에 정든 이들이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런대로 소수 정예들이 모여서 같이 작품 읽고 그에 따른 이야기들 나누고, 내년 꽃 피는 봄에 다시 모이자고 하였습니다.
1차시에는 이어령교수의 < 다시 밭을 가래질하며>를 읽으며 시인과 농부의 공통점에 주목했습니다. 농부는 한 포기의 야채를 키우고 낟알을 얻기 위해서 밭을 가래질하여 토양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공급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 시인은 한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서 마음의 밭- 체험의 밭을 가래질 하여 언어의 씨를 뿌리고 그 언어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돌보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수필가 김근우의 <나무행자>는 동네산을 오르며 층층계 역할을 하는 나무의 뿌리를 보면서, 인간에게 베푸는 나무의 보시행위를, 비탈길로 오르면서 본 고목을, 그 고목에 앉은 한 마리 새의 노래소리를 들으면서 40년을 이어온 남편과의 생활, 남편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남편에 대한 이해로 바꾸어가고 산중턱에 올라 억새의 서걱이는 소리를 통해 '삶은 서로를 견디는 게 아니라 받아들여 함께 품어가는 것'임을 느끼며,마침내 산 위에 올라 자신을 맞이하는 모든 나무들이 그대로 부처님 말씀이고 부처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수필가 김근우는 산행을 통해 그의 마음밭을, 체험밭을 가래질하여 깨달음이라는 위대한 작물을 얻게 되지요.
백석의 <탕약>을 읽으면서 전통적인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모더니즘 시로 만들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았고, 박남준의 < 먼 강물의 편지>를 읽으면서 12월 중순에 들어선 우리들의 마음 가짐을 돌아보았습니다.
2차시에는 김유정의 <떡>을 읽으면서, 사람이 떡을 먹는 것이 아니라 떡에게 사람이 먹히는 이야기,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모두 자유간접화법으로 처리되고 있다 것, 단락이 무척이나 긴 문체 특징을 살펴보았습니다. 또 이야기꾼(화자)은 일곱살 계집애 옥이가 어쩌다 떡에 잡혀먹힐 뻔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날 수 있게 되었는지, 사건 현장에 없었으면서 어떻게 그 장면을 그렇게 생생하게 풀어나갈 수 있었는지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참 대단한 이야기꾼이지요.
새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소설공부를 해보자고 하였습니다. 그래도 김유정작품은 꼭 읽고, 노벨문학수상자 한강 작가의 작품을 우리 함께 직접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2024년이 저물어갑니다.
지난 한 해, 우리들 열심히, 건강하게 살아왔습니다.
이제부터 겨울방학으로 들어갑니다.
내년 3월 초순부터 유정독서모임은 다시 진행됩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 12.19 강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