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시인의음악사랑이야기 (100)
《우리의 지나온 삶을 일으켜 세워준 그 모든 ‘님’들에게 바치는 고백이자 헌사, 'You Raise Me Up'》
"When I am down, and oh, my soul, so weary…"
지치고, 낮아지고, 더는 일어설 힘이 없다고 느낄 때, 이 노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 줄에서 말한다. '당신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고. 산 위에 설 수 있게, 폭풍의 바다 위를 걸을 수 있게'.
가을의 문턱에서 맞이하는 시원한 가을바람은 마음의 앙금을 가라앉히고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삶의 계절이 깊어갈수록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나지막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롤프 러블랜드(Rolf Løvland)가 작곡하고 브렌던 그래함(Brendan Graham)이 가사를 붙인 명곡 'You Raise Me Up(당신이 나를 일으켜 세우십니다)' 은 바로 그 깊은 내면의 울림을 건드리는 대표적인 곡이다.
아일랜드의 옛 민요 ‘대니 보이(Danny Boy)’의 아련하고 다정한 멜로디에 뿌리를 둔 이 노래는, 발표된 이후 장르와 언어를 넘어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의 영혼을 달래는 현대의 ‘시(詩)’이자 ‘기원’으로 자리 잡았다.
인생의 폭풍우 속에서 영혼이 지치고 무릎을 꿇고 싶을 때, 나지막이 시작되어 웅장한 폭풍처럼 솟구쳐 오르는 이 선율은 굽어진 등과 떨리는 손을 가만히 일으켜 세우는 거대한 힘을 발휘한다.
이 곡은 원래 가사도 없는 연주곡이었다. 제목은 '고요한 이야기(Silent Story)'였다. 이 곡은 뢰블란 자신의 어머니 장례식에서 처음으로 연주되었다. 슬픔 속에서 태어난 선율이라는 뜻이다.
가사는 나중에 붙었다. 뢰블란이 아일랜드 작가 브렌던 그래함의 소설을 읽고 감명받아 그에게 가사를 부탁했고, 그래함은 그 선율 위에 "당신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는 한 문장을 얹었다.
곡이 건드리는 자리는 국경과 언어를 가리지 않았다. 장례식과 추모식, 시상식과 졸업식 등 삶의 전환점마다 이 노래는 다시 불려 나왔다.
특히 이 곡이 지닌 서사 구조는 인간의 호흡, 나아가 삶의 파동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첫 구절의 낮은 읊조림은 고독한 영혼이 토해내는 나지막한 탄식이자 고백이다.
그러나 선율이 점차 조를 바꾸며 고조될 때, 그 작았던 고백은 거대한 폭풍을 뚫고 올라가는 웅장한 찬가가 된다.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하여 가장 높은 곳으로 향하는 이 음악적 여정은 우리가 삶에서 겪는 '시련과 구원'의 과정을 그대로 대변한다.
밑바닥까지 내려갔던 영혼이 어떤 계기를 통해 다시 일어서고, 마침내 타인의 상처까지 안아줄 수 있는 거목으로 성장하는 삶의 섭리가 이 한 편의 음악 속에 축약되어 있는 것이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철저하게 힘이 빠지는 날이 있다.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무엇을 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날이다. 사람을 만나도 외롭고, 혼자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심하게는 그냥 무너져 내려앉고 싶고, 깜깜한 절벽과 아득한 절망을 느끼는 순간이 닥쳐올 때도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다리게 된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조용히 어깨를 두드려주며, 울먹이는 하소연을 묵묵히 들어주며, 손을 꼭 잡고 같이 울어준다는 것. 참 별것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때로는 그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You Raise Me Up'을 들으면 바로 그런 생각이 든다.
‘당신은 나를 일으켜 세웁니다.’
"You raise me up, so I can stand on mountains..."
(당신이 나를 일으켜 세우시기에, 나는 산 위에 서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노래가 지닌 가장 뛰어난 문학적 가치는 바로 ‘You(당신, 님)’라는 시적 대상이 가지는 무한한 확장성에 있다고 본다. 노랫말 속의 ‘당신’은 결코 하나의 존재로 단정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시련의 순간마다 마음을 맡기는 절대적인 신(神)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묵묵히 뒤를 지켜주었던 부모나 평생을 함께 걸어온 삶의 동반자일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누군가일 수도 있다. 나를 믿어주었던 사람, 내가 힘들 때 묵묵히 곁을 지켜주었던 사람,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아주었던 사람일 수도 있다.
나아가 그 ‘당신’은 모진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견뎌낸 ‘자기 자신의 숭고한 내면’일 수도 있으며, 고단한 삶의 굽이마다 영혼의 허기를 채워주던 문학과 음악, 혹은 자연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우리가 아무리 강한 척해도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일어선다. 사람은 혼자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인생에는 그렇게 나를 일으켜 세워준 사람들이 한두 명쯤은 있었던 것 같다.
살아가며 숱한 절망의 바다를 만나고 내면이 한없이 침잠할 때, 나를 산 정상에 서게 하고 폭풍우 치는 바다 위를 걷게 만드는 것은 결국 나를 믿어주는 거대한 존재와의 유대감이라 생각한다.
이 곡은 단순히 힘을 내라는 식의 조급한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내가 ‘당신’이라는 존재에 기대어 비로소 스스로보다 더 존엄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그 사랑과 믿음의 위대함을 나지막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속삭여 준다.
뒤돌아보면 새로운 곡을 만나 멜로디를 익히고, 악기를 연주하는 과정에서도 늘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음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도 있었고,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을 느끼기도 한다.
그럴 때 '음악의 신, 뮤즈'에게 엎드려 고개 숙여 기도라도 하고 싶었다. '부디 나를 일으켜 세워주십사' 하고, '내가 포기하지 않게 힘을 주십사' 하고.
그러면 이상하게도 주먹이 불끈 쥐어지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솟아올랐다. 한 음을 제대로 내고, 한 소절을 제대로 연주하고, 어느 날 마침내 한 곡을 끝까지 연주했을 때 느끼는 작은 기쁨. 그것이 다음 연습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음악도 사람처럼 나를 일으켜 세우는 크디큰 존재였던 것이다.
이렇듯 결국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어쩌면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닌 결국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한 사람의 진심 어린 믿음이 다른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젊은 사람에게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실패한 사람에게는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지친 사람에게는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그것이 바로 누군가를 ‘raise me up’, 일으켜 세우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젊었을 때는 받는 사랑이 크게 보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주는 사랑의 의미가 더 깊어진다. 내가 받은 도움을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 내가 걸어온 길에서 얻은 작은 경험과 따뜻한 말을 누군가에게 건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인생은 조금 더 아름다워진다는 사실이다.
가을의 결이 깊어가는 이 계절, 이 노래가 전하는 울림을 가슴에 품어본다. 나를 일으켜 세워준 수많은 ‘님’들을 기억하고, 이제는 내가 누군가의 지친 어깨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그를 높이 일으켜 세워주는 조용한 언덕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문화칼럼니스트 최진태
첫댓글 Martin Hurkens - You Raise me Up (L1 TV, www.L1.nl
)
https://youtube.com/watch?v=4RojlDwD07I&si=YZJm2EO6Eoe0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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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ica J] You raise me up (Harmonica cover.)
https://youtube.com/watch?v=LcjKmsvYdeE&si=tyLTlqtl6YXX5S1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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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곡을 이야기할 때는
뉴에이지 그룹인 "시크릿 가든"과
이 곡을 흥행시킨 "조쉬 그로반"이 나와야
제대로 설명이 될 거 같습니다
https://youtu.be/aJxrX42WcjQ?list=RDaJxrX42Wcj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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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탄생과 흥행
아, 그렇군요
또 배웁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