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음산達陰山
기장군 중앙에 솟아 있는 기장 8경 가운데 제1경이 되는 명산이 달음산이다. <기장현 읍지機張縣 邑誌>는 달음산을 취봉산鷲蜂山이라 적고 있다. 정상에 거대한 바위를 이고 독수리(鷲)처럼 굽어보고 있는 달음산은 그 부리가 원적산圓寂山이다. <기장현 읍지>에도 원적산의 맥이 동족으로 뻗어 백운산白雲山을 낳고 백운산이 다시 멀리 동쪽으로 뛰어 동해에 맞대면서 달음산을 이룬 것이라 적고 있다. 천명의 성인이 이곳에서 나와 전쟁의 참화를 피할 수 있었다는 원적산의 정기가 뻗어 내린 곳이 달음산이기도 하다는 전설이 있다.
기장 사람들은 동해에서 불끈 솟는 새벽의 햇살이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닿는 곳이 달음산의 정상이라고 믿고 있다. 그 주봉主峰의 이름은 취봉鷲峰 또는 수리봉이라 하고 그 동북쪽에 있는 봉우리를 옥녀봉玉女峰 또는 구슬아기봉이라 한다. 두 봉우리 가운데 취봉에서 그 원류를 두고 있는 일광천을 취정천鷲井川이라고 하고 옥녀봉에서 발원한 계곡을 옥정천玉井川이라 한다. 또 취봉 아래에 있는 절을 취정사鷲井寺, 옥녀봉 아래의 절을 옥정사玉井寺라고 한다. 특히 진달래가 피는 봄날의 상춘경이 아름답다.
죽도竹島
기장읍 연화리 마을 앞에 있는 작은 섬이다. 기장 지역에서는 유일한 섬이기 때문에 예로부터 널리 알려져 8경의 하나로 불렸다. 섬은 그 모양이 거북을 닮았는데 대나무가 자생하고 시원한 샘이 있었다. 특히 비오는 밤, 댓잎의 떨림과 빗소리가 문풍지와 함께 화음을 내면서 멋과 낭만을 전해주는 까닭에 죽도를 ‘야우夜雨의 승경勝景’이라 했다
지금처럼 매립하기 전의 섬은 마을 앞 200m 정도의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배로 사람이 쉽게 왕래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예부터 많은 묵객들이 자주 찾았던 기장의 대표적인 명소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 소유로 넘어가고 철조망이 둘러싸여 지역 사람뿐만 아니라 이곳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을 애태우게 한다.
일광日光해수욕장
일광면 삼성리에 위치한 해수욕장이다. 모래사장은 이천강과 이천포가 맞닿은 곳에서부터 시작해 학기 어구까지 마치 원을 이루며 펼쳐져 있다. 백사장 주위로 수백 년도 넘는 노송들이 우거진 모습이 지금은 사라졌지만, 멀리 동해바다에서 보면 이천에서 학리까지는 그 모습이 내륙의 풍수지리 명당 중 하나인 복주머니 모양과 같다.
일광해수욕장은 지평선의 양 끝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여느 해수욕장과는 달리 한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장엄하다기보다는 아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지금은 그 모습이 많이 사라졌지만 백사장 오른쪽 끝자락에 위치한 학리마을에는 이름 그대로 학이 노송 위를 무리 지어 날았고, 넓게 펼쳐진 백사장과 강송정江松亭의 포구에는 백구가 날아다녔다. 그야말로 평사낙구平沙落鷗의 승경勝景이었다. 일광해수욕장이 기장 8경의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백사장 한가운데에는 고려 말 정몽주鄭夢周, 이색李穡, 이숭인李崇仁의 세 성인聖人이 유람했다고 전해지는 삼성대가 있다. 여기서 바라보는 백사장의 경치는 자못 신비롭다.
이곳은 특히 해수욕장과 주위의 다정한 어촌 정경이 잘 어우러진다. 전국 어느 곳보다도 어촌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영수의 소설 <갯마을>(1953년 문예지에 발표된 뒤 1965년 김수용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이 우연히 탄생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를 기념하는 갯마을 축제가 매년 여름 해수욕장 개장과 때를 맞춰 개최된다.
장안사 계곡
장안사長安寺를 품은 불광산佛光山은 숲이 울창한 활엽수림이다. 등산길 대부분이 나무 터널이라 시원한 나무 그늘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산을 오를 수 있다. 넓은 계곡 옆으로 나무 아래 평평하게 다져진 자리가 좋아 가족 단위로 즐기는 사람도 많다. 장안사를 중심으로 불광산 왼쪽은 산길보다는 계곡이 좋다.
거울처럼 맑고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에는 깨끗한 물에만 산다는 소라고둥과 비단개구리, 가재, 피라미 등 온갖 생물이 손에 잡힐 듯 헤엄쳐 다닌다. 계곡에서 조금 벗어나 산길로 오르면 산딸기, 어름, 계피, 두릅, 도토리 등 각종 산열매와 산나물이 자란다. 산토끼, 다람쥐, 너구리, 꿩, 노루 같은 짐승도 어울려 살고 있다.
등산 코스나 가족 단위 야외 나들이로 각광받는 불광산은 장안사를 비롯한 인근 3개 사찰(장안사‧백련사‧척판암)의 뒷산이다. 봄에는 철쭉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이,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이, 겨울에는 벌거숭이 나무숲이 보기 좋아 휴일이면 관광객들이 붐빈다.
홍연폭포虹淵瀑布
철마면 웅천리 웅천 상류에 있다. 거문산과 옥녀봉 사이로 흐르는 계곡에 홍연이 있고 바로 위에 걸려 있는 폭포가 차성 8경 중의 하나인 홍연폭포다. 조선 시대 유행한 가사문학 작풍 중에 <차성가車城歌>라고 있는데, 이때 ‘차성’은 ‘기장’의 별호다. ‘구천은하九天銀河 은하수가 떨어져 내리는 듯하다’며 홍연폭포의 장관을 노래한 <차성가>처럼, 폭포는 마치 영롱한 구슬이 날고 튕기는 물보라가 되어 선녀의 옷자락처럼 나부낀다. 물보라는 맑은 햇살을 받아 찬란한 칠색 무지개를 만드니 ‘무지개 폭포’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량이 적은 보통 때에도 상단이 약 5m이고 중단이 약 20m 높이에서 낙하한다. 중단에서 낙하한 물이 수직에 가까운 반석 위를 100m 정도 급전직하해 홍류동 소류지에 모인다.
소학대巢鶴臺
정관읍 매학리 백운산에 병풍처럼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위, 즉 매바우를 소학대라 한다. 소학대라는 이름은 옛날 넓은 바위에 두루미가 둥지를 짓고 살았다는 데서 유래한다. 대의 형상은 마치 백 척이 넘는 바위를 깎아 세운 듯 우뚝 솟아 있고 정상은 편편한 모습(높이 35m, 폭 70m, 길이 250m)을 하고 있다.
백운산은 기장의 주산이고 항상 흰 구름 속에 잠겨 있다 하여 백운산이라 했다. 해발 520.2m의 전형적인 장년 산지로 그 위용이 당당하고 주봉은 기반암이 노출돼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달이 유난히 맑고 밝아 이곳을 망월산이라고도 한다. 소학대에 오르면 천지사방이 탁 트인 시야 아래 크고 작은 봉우리가 줄지어 있고, 멀리 기장 앞바다뿐만 아니라 동해의 수평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랑대侍郞臺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 동암마을 남쪽 해변에 있는 바위로, 예로부터 기장 제일의 명승지로 알려져 왔다. 철새인 비오리가 많이 몰려와 원앙대鴛鴦臺라 불렸다. 오색찬란한 원앙새 같은 비오리(기러기목 오리과의 새)가 원앙대 아래 출렁이는 파도를 타고 큰 무리를 짓고 까마귀 떼처럼 무리를 지어 날아다닌다 하여 ‘비오포’라고도 했다. 바위에서 앞을 바라보면 동해 푸른 바다가 지평선 너머로 거울처럼 펼쳐진 모습이 장관이다. 이런 절경 때문에 기장을 다녀간 많은 명사들이 금석문을 남기기도 했다.
시랑대라는 이름은 시랑직(이조 참의) 지낸 권적權樀이 1733년(영조 9)에 기장 현감으로 부임해 이곳 바위에서 놀며 바위 위에 시랑대라 새기고 이를 시제로 삼아 시를 지었다 하여 붙은 것이다. 이후 홍문관 교리였던 손경현孫庚鉉이 학사암學士嵓으로 불렀다고도 하나, 지금은 시랑대라는 이름만 전해지고 있다.
임랑해수욕장
예부터 월내해수욕장과 함께 ‘임을랑포’였다. 이곳 주민들은 아름다운 송림松林과 달빛에 반짝이는 은빛 파랑波浪에서 두 글자를 따 ‘임랑’이라 한 것이다. <차성가>에서도 ‘도화수桃花水 뛰는 궐어鱖魚(쏘가리) 임랑천에 천렵川獵하고, 동산東山 위에 달이 떴으니 월호月湖에 선유船遊한다’며 이곳의 자연경관을 예찬했다. 이곳은 ‘월호추월月湖秋月의 승경勝景’이라 하여 ‘차성 8경’의 하나로 꼽힌다.
해안에는 백설 같은 백사장, 즉 모래사장이 1km 이상 넓게 깔려 있다. 백사장 주변에는 노송이 즐비해 병풍처럼 푸른 숲을 이룬다. 옛사람들은 임랑천의 맑은 물에서 고기잡이하며 놀다가 밤이 되고 송림 위로 달이 떠오르면 사랑하는 임과 함께 조각배를 타고 뱃놀이와 달구경을 즐겼다고 한다. 오늘날 이곳은 아름다운 해수욕장으로 단장했다. 언제 방문해도 자연의 멋과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휴식 장소다. 인근에는 기장의 4대 고찰에 속하는 장안사와 묘관음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