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음식 총정리 1]
출산드라식으로 말하면 난 축복받지 못한 비쩍 골은 몸매의 소유자였다. <내 삶의 목표는 50키로. 방학 내내 쉬면서 간신히 2키로 늘려놨더니, 출근하면서 3키로 빠져버렸어>란 망언을 일삼아 뭇 여인들의 몰매를 맞기도 한다.
각고의 노력 끝에 25년동안 간신히 3키로를 불렸는데, 한달에 3키로를 늘리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여행. 남들은 음식이 맞지 않아 모두들 몸무게가 빠지는데, 세끼 꼬박 챙겨먹고 하루 10키로 이상 걷고, 해가 지면 자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 여행이 끝나면 항상 몸무게가 3키로 정도 늘어 돌아온다.
완전 체질이고 팔자니 무조건 떠나야한다. 늘어난 3키로의 몸무게를 일상에서 소진하고 나면 다시 짐을 싼다. 처음부터 향 진한 다른 나라 음식을 잘 먹었냐 하면 그건 아니다. 한국에선 밀가루 음식도 안먹는 밥순이다. 89년 첫 해외여행지인 대만에서 4박5일동안 밥 한숟가락 입에 넣지 못해 무려 3키로나 빠져 돌아왔다.
혀에서 목구멍까지 그 짧은 거리의 시간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 뒤 좋다, 싫다란 감정을 배제하고, 선입견 없이 음식물을 재질로_부드럽다, 까실거린다, 흐른다, 딱딱하다_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더니 아주 효과적이었다. 현지 적응을 위해 라면 한개, 고추장 한개 없이 떠나 무조건 현지식을 먹었다.
콜롬보나 캔디 같은 큰도시를 빼놓고는 현지인들이 가는 음식점이 없어 조금 고전했다. 맛있는 스리랑카 커리 하는 집을 찾으면 <그걸 왜 사먹냐? 집에서 해먹지> 라고 대답하는 곳이다. 그러나 궁즉통, 대부분의 숙소가 식당을 겸하고 있어 굶어 죽을 일은 없었다.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음식점은 숙소 음식값의 1/10로 무척 싸나 어두침침하고 끈적거리고 위생 상태를 믿을수 없어 용기가 필요했다. 보름쯤 지난 뒤부터는 현지인 식당도 <문제 없음> 한끼에 100루피, 우리돈 1000원 쯤하는 음식을 사다 막내와 나눠 먹는 내공이 생겼다.
스리랑카에서 먹은 감격적인 음식들을 소개한다.(루피에 0하나 붙이면 원이 된다. 100루피 천원)
[무한감동!!! 패트병 접시에 담긴 파파야]
날 무한 감동시킨 파파야와 라이온 맥주. 캔디부터 동행한 마산의 하언니가 빈 패트병을 통통배 모양으로 잘라 파파야를 담아 우리방으로 가져다 줬다. 패트병 그릇에 가지런히 담긴 파파야, 하언니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우연히 캔디에서 만나 하언니가 귀국할 때까지 같이 다녔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영접한 라이온 맥주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열대 과일인 파파야와 맥주의 조합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가장 감동적 식사 1위에 등극
[신문지에 둘둘 볶음밥, 고뚜]
비닐에 싼 볶음밥을 신문지에 착착 각을 잡아 곽밥으로 만들어준다. 먹으려고 펼치면 대략 안습. ㅠㅠ 밥에 신문 활자 안 묻은게 어디야, 생긴 것에 비하면 맛은 괜찮다. 한 개 갖고 둘이 나눠 먹었으니 1인 50루피짜리 한끼. 180루피짜리 라이온 맥주를 늘 곁들였으니 거지의 밥에 왕의 맥주인셈.
잘게 자른 로띠와 채소, 치킨, 비프 등과 향신료를 철판에 볶은 요리다. 팔다 남은 로띠를 남은 재료들과 섞어 팔기 시작한데서 유래한 음식이라서 그런지 주로 이슥한 밤에 사다 먹었다.
오래전 약탕기에 한약을 다릴때처럼 예쁜 질그릇에 하얀 종이를 덮어 차곡 차곡 쌓아놨다. 이게 뭘까요?
[미 키리, 요구르트]
소젖(버팔로젖?)으로 만든 커드(Curd)로 고형 요구르트. 스리랑카 말로는 "키리"라고 한다. 길거리 어디서나 질그릇을 쌓아놓고 파는데, 큰 그릇 통째로도 팔고 컵에 조금씩 나눠 팔기도 한다.
약간 시큼한 맛이 있어 코코넛 꿀을 뿌려 먹기도 하고, 그냥 먹기도 한다. 커드도 맛있었지만 더 마음에 든 것은 커드를 담은 질그릇. 버리고 오기 정말 아까웠다.
[파파담]
파파담. 어떤 음식에도 딸려나오는 생맥주집의 강냉이 같은 존재. 감자, 밀가루 등을 섞어 코코넛 오일에 튀긴 것인데 딱 포테이토칩 맛이다. 커리 시킬때마다 사이드로 나왔는데 남은것은 싸갖고 와서 라이온 맥주 안주로 먹었다.
우리나라의 묵 혹은 곤약에 해당되는 스리랑카 음식. 이름을 잊었다. 칼로리가 적은데다 포만감까지 좋아 다이어트, 비만, 당뇨같은 성인병에 좋다고 한다. 북경에서 저 색깔의 음식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맛 볼 생각도 안 했다.
이 묵같은 음식 검색하다가 지금 알게된 사실. 일본의 곤약이 스리랑카에서 전래된 것이라고 한다.
첫댓글 입에 군침이 도네요..
숟가락 대신 손을 사용해서 고뚜 볶음밥을 로띠에 싸서
먹으면 fantastic한 맛이 날 것 같아요
후식으로는 파파담을 키리(커드)에 찍어 먹는 상상을 해 봅니다 ^^
저는 하는수없이 살아야해서 먹는걸로, 아직 손으로 집어 로띠에 싸서 먹을 내공은 안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