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온전히 나답게> 한수희 작가의 삶에 대한 균형감각. 기계든 사람이든 '적정출력'이 있고, 한계 이상으로 가동하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이 책이 말하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란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 내 페이스대로 천천히 꾸준히 해나가는 것,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오래오래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동네를 산책하고, 수건을 삶고, 드라마를 보고, 팬티를 사고, 운동장을 달리고… 일상의 시시콜콜한 일들을 통해 그만두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진짜 용기'를 담은 에세이 35편을 모았다.
첫문장
나는 장화를 좋아한다. 장화라는 신발은 얼마나 멋진지.
거대한 것과 시시콜콜한 것을 동시에 바라보며 살고 싶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책임해지지 않으면서 하루하루의 생활도 잘 살아나가고 싶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매일매일 만족스럽게 잠자리에 들고, 또 새것 같은 하루를 기대하면서 눈을 뜨고 싶다.
살다 보면 좋은 날도,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좋은 날을 즐기는 법과 그렇지 않은 날을 견디는 법을 배우며 살고 있다.
이 책에 쓴 이야기들은 모두 그런 이야기들이다. 「프롤로그: 좋은 날도, 그렇지 않은 날도」 접기
나는 늘 더 뛸 수 있을 것 같을 때, 한 바퀴 정도 더 뛰어도 될 것 같을 때 멈춘다. 어떤 이는 더 뛸 수 없을 것 같을 때 한 바퀴를 더 뛰어야 능력이 향상된다고 했지만, 나는 그러지 않는다. 나는 최고의 마라토너가 되려는 것이 아니니까. 그저 오래오래, 혼자서, 조금씩 달리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니까. _「달리는 사람」
맥시팬티는 다르다. 만날 때마다 푸근하게 끌어 안아주는 넉넉하고 따뜻한 아주머니를 입고 있는 기분이 든다. 나의 가장 못나고 누추한 부분들마저 지지받는 느낌이다. 좋아하는 팬티를 입고 있으니 어떤 계기도 없이 내적 자신감이 차오르는 것만 같다. 「맥시팬티의 신세계」
잠은 충분히 자고, 욕심부리지 않고 하루에 중요한 일 두어 가지만 처리하며, 마감일은 스스로 이틀 정도 앞당겨둔다. 오늘 다 끝내고 내일은 노는 게 아니라, 오늘도 즐겁게 일하고 내일도 즐겁게 일하는 시스템을 만든다.
쓸데없이 애쓰지 않는다. 내 한계를 받아들인다. 내 페이스를 유지한다. 뭐든 천천히, 꾸준히 해나간다. 한 번에 한 걸음씩 옮기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