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펄떡이며 싱싱하게 살아 있는 장이 있다. 그것도 상설 시장이 아닌 닷새마다 한 번씩 서는 5일장이 있다. 대형 할인 마트에 밀려 다른재래시장은 없어지거나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지만, 이곳의 5일장은 해가 갈수록 규모가 줄기는 커녕 얼마나 위세(?)가 당당한지... 바로 그 유명한 우리 고장의 김해5일장이다.
2.7일에 5일마다 한 번씩 서는 김해장에는 없는 게 없다. 모든 게 천지삐까리다.쎄빌맀다. 보따리를 이고 지고 찿아온 촌부들이 풋성귀를 펴고 하나 둘 씩 난전에 자리를 잡는다. 촌할매들은 되로 재서 파는 게 아니라 그냥 고무바가지에 한 무디기 씩 파는 쪽파 종자와 연두색 배추 모종, 고봉으로 소쿠리에 올린 곡식들과 밭에서 막 뽑아낸 열무, 상추, 정구지, 호박이파리 등 크기가 제 각각인 싱싱한 과일과 호박을 반티에 펼친다. 장날에 맞춰 전국을 떠도는 이른 바 '장돌뱅이' 들도 적잖지만, 몇 줌의 곡식과 배추를 심으려 밭을 다듬다가 따 낸 손가락 마디만한 오이나 가지와 강호동 대☆리만한 참박을 정성껏 사들고 온 아지매들도 있다.
강아지 팔러나온 아지매, 생선 사라고 외치는 아줌마의 목소리,''헐타, 헐타!'' 신발 값 헐타고 얼른 사가라 소리치는 아저씨의 호객 소리, 비싸다고 깎아 달라고 아우성치는 사람들 소리.''기분이다!'' 하며 화통한 웃음으로 깎아 주겠노라고 화답하는 소리. 오랜만에 만나 반갑다고 얼싸 안으며 다독이는 소리.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장터의 삶 자체가 인간극장이다. 그런가 하면 장날에만 문을 여는 포장식당에서 김치전을 안주로 막걸리 한 잔 ''캬~'' 하고 식도에 투하 하는 소리. 얘기도 얼큰하고 술도 얼큰하다. 좀 친근해지는지 말을 슬슬슬 낮춘다. 목청을 슬슬슬 높인다. 낮술은 빨리 취하는 술이다. 에라 될 대로 돼라는 술이다. 관세음보살 미소가 만면에 흐른다.
노점이 갈수록 늘어가면서 장사는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장터에 나와 흥정도 하고, 덤도 주고, 과~암도 지르면서 밀린 이야기도 나누며 서로 안부를 묻는 것만으로 장은 풍성하고 흥겨웠다. 그래서 장터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