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 쑤던 날 =
김 동 규 83 추천
첫눈이 소리 없이
온 세상에 흰 옷을 입히며
지붕도 마당도 소록소록
어제 안마당에 가마솥 걸고
콩 두말 아내와 깨끗이 닦아
밤 새 불려놓았는데
준비했던 땔나무에 눈이
수북이 덮인 채 녹아내렸다
불린 콩 메주를 안 쑬 수도 없고
십 년 넘게 모아두었던
거래영수증이 열두 박스다
다 내놓고 영수증으로 불을 땠다
여덟 시간이나 부부가 앉아서
고무줄 묶음을 일일이 풀어야 탄다
절구에 찧은 메주를 볏짚을 깔고
드디어 아내가 빚어준 메주덩이가
하나 둘 셋 넷 볏짚 위에 들어 눕는다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나란히 나란히
첫댓글 절구에 찧은 메주를 볏짚을 깔고
드디어 아내가 빚어준 메주덩이가
하나 둘 셋 넷 볏짚 위에 들어눕는다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나란히 나란히
....................................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볏집위에 메주덩이
나란히 나란히 ~ ~
풍천님과 사모님이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
풍천서당의 노란 학동들 노란지푸라기 위에서 하늘天 땅地 ... 글읽는 소리가 노랑노랑 들립니다 ㅎㅎ
감사감사합니다
풍천, 되었습니다. 시는 이렇게 써야지요.
메주를 빚는 독특한 체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 좋은 시입니다.
"절구에 찧은 메주를 볏짚을 깔고
드디어 아내가 빚어준 메주덩이가
하나 둘 셋 넷 볏짚 위에 들어눕는다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나란히 나란히"
특히 이 마지막 부분이 멋져요. 추천합니다.
단,
"콩 두말 아내와 깨끗이 닦아
밤 새도록 불려놓았더니
축축한 눈이 준비해 놓은 땔나무를
수북히 덮은 채 녹아내렸으니
난감하네 에헤라 난감하네
콩은 불렸으니 메주를 안 쑬 수도 없다"
이 부분에서
불려 놓았더니, 녹아내렸으니, 부렸으니
니,니,니가 겹쳐요.
문장을 짧게 끊으세요.
'수북히 덮은 채 녹아내렸으니' 를
'수북히 덮은 채 녹아내렸다' 로 고치세요.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