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영시인은 정읍 출신 시인(詩人)입니다. 한 번 본적도 없는 그이지만 그의 영원한 베아뜨리체 고민정에게 받쳤던 청혼(請婚)의 시를 외우면서 늘상 내 가슴 한쪽이 시리도록 내려 앉곤 하는 것은 청혼이라는 시 속에 담긴 그 절절함과 나 역시 어려운 시절 문학이라는 열병과 궁핍함, 그리움으로 뒤범벅이던 그 때와 동일시 되는 까닭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간 내면의 가장 순수한 결정체라고 하는 눈물이 이 시를 외울 때마다 절로 흐르는 까닭은 언어의 힘보다는 그 속에 담긴 '그늘'이 있기 때문 아닌가 합니다. 흔히 우리가 명창(名唱)이라고 하는 소리꾼은 타고난 목청과 음악성이 있어 소리를 곧잘하곤 하는 음악성이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소리를 자신의 삶과 투영해서 진정 한(恨)이라는 정서를 신명(神明)으로 극복해 내거나 그가 지닌 '그늘'을 녹여내어 절절한 수리성으로 풀어 내는 사람을 말하듯 청년 문학도의 곤궁한 삶과 외로움을 가시버시사랑으로 풀어내고 지금 난치성 희귀병 '강직성 척추염'과 싸워 나가는 그를 보면서 맑은 햇살로 툭툭 어깨를 쳐주고픈 마음입니다.
조기영, 그대의 시(詩) 세계도 이마에 꽃잎을 인 강물처럼 흐르거라. 땅 위를 흐르는 물보다 땅 속을 깊이 흘러 대지의 속살을 적시고 생명을 키워내는 물이거라. 사랑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