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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어린왕자의 들꽃사랑마을 원문보기 글쓴이: 송재하
<한밭수목원에 오면 고향집 골목을 헤맨다.>
한밭수목원 : 대전시 서구 만년동 촬영일 : 2012년 5월 1일 날씨는 맑음.
친구야 우리가 헤어지고 만나지 못한지가 수 십 년이 되는구나, 그동안 세상도 너무 변하고 우리 몸도 고목이 되어 자연사를 맞이하게 된 비극적인 시점이 도달한 것이 아닌가 생각 하네. 친구가 우리 집 옆집에 살 때는 하루도 떨어지면 못살 것 같은 같이 눈만 뜨면 모여 놀다 해가 져서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하던 시절이 있었지 않은가.
그 때는 입은 옷도 겨울에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옷이라고는 할 수 없는 초라한 옷이기 때문에 밖에 보다는 방에서 주로 놀다 쫓겨나는 수가 부지기아니었던가 학교 오고갈 때는 눈보라를 맞으며 책보는 어깨에 가로 멘 궁상맞은 모습, 신발은 짚신이 아니었던가.
친구여 자네는 나보다 힘도 세고 공부도 잘했지만 욕심도 많아 나는 친구의 것은 만지지도 못하게 하면서도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친구의 것으로 여겼지 않은가, 이제 와서 생각하니 친구가 나보다 2살이나 많았으니까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네.
어느 해인가 여름장마가 지나가고 냇물을 건너는데 큰 고기를 보고 토요일에 대죽나무 열매를 따서 풀 자루에 넣어두었다가 일요일 날 냇가에 나가 물을 막고 대죽나무 열매를 물에 찧어 넣으니까 팔뚝 같은 고기가 배를 들어내고 나와 그것 쳐다보다가 대죽나무 열매를 돌에 놓고 찧다가 손가락을 찧어 지금도 흉터가 남아있네.
친구가 아버지가 돌아가셔 5학년 때 외가가 있는 포항으로 전학을 간 후로는 소식 한번 못 들었는데 한 30년 전인가 어떤 친구의 이야기로는 포한에서 시내버스 운전 기사를 하는 것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네.
나는 그동안 우리 집에서는 주목하는 존재였으나 빛 한번 내보지 못하고 말년을 맞이하게 되었네, 인생이란 다 그런 것이 아닌가, 그 때 우리 동네 친구들도 다 갔네, 이제 다른 사람들이 구박만 주고 열린 관에다 대못만 박으려고 하네, 어제 밤 꿈에 친구를 보았네, “짜식아! 너 죽었니? 살았니? 자네 소식 몰라 오늘은 사진 찍으면서 옛 생각하고 우리가 놀던 골목길을 헤매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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