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탐관오리 오지영에게 역적 누명을 씌우다
위소보는 대청으로 나가 그들을 만나 보았다. 그들의 얼굴이 매우 엄숙 하여 위소보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손님과 주인의 예의를 차리고 자리 에 앉자 순무 마우(馬佑)가 소맷자락 안에서 공문을 꺼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으로 바치며 말했다.
[흠차대인, 큰일났소이다.]
위소보는 공문을 받아 포정사 모천안(慕天預)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형제는 글자를 모르니 모형이 읽어 주시구려.]
모천안은 말했다.
[예.]
그는 공문을 펼쳤으나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지라 금방 말했다.
[대인, 북경의 병부에서 긴급 공문을 띄워서 대인에게 알려 드리라고 했습니다. 내용은 오삼계 역적이 군사를 모아서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 입니다.]
위소보는 그 소리를 듣자 크게 기뻐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부르짖 었다.
[제기랄! 늙은 녀석이 과연 해냈구나.]
마우와 모천안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흠차대인이 오삼계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고 미친 듯 기뻐하는 의도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위소보는 웃었다.
[황상께서는 신기묘산으로 이미 이런 일이 있을 줄 내다보고 계셨소. 두 분은 당황할 것 없소. 황상은 병마와 양곡, 대포, 화약, 군비, 기 계, 무엇이든 적절하게 준비했소이다. 오삼계 그 늙은 녀석이 손을 쓰 지 않는다면 모르되 그가 반란을 일으킨 이상 우리는 반드시 진원원을 잡아와야 할 것이오.]
마우와 모천안은 그의 말이 뚱딴지 같다고 느꼈으나 황상께서 준비가 돼 있다는 말에 마음이 놓였다. 오삼계는 싸움에 능하고 휘하의 병마들 이 건장할 뿐만 아니라 그 수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군사를 일 으켜 모반을 꾀했다는 소식을 듣고 관리들은 모두 전전긍긍했으며 자기 머리의 사모를 보존할 수 없을까 겁을 내었던 것이다. 위소보는 말했 다.
[그런데 이 일은 매우 이상하구려.]
두 사람은 일제히 말했다.
[아무쪼록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위소보는 말했다.
[이 소식을 두 분은 이제서야 안 것이오?]
마우는 말했다.
[예, 비직은 병부의 공문을 받자마자 즉시 번태 대인에게 알려 대인의 행원으로 달려왔습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정말 누설되지 않았다는 말이오?]
두 사람은 일제히 대답했다.
[이것은 군국대사이므로 반드시 대인께서 결정을 내리셔야 할 일이기 때문에 비직은 감히 누설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러나 양주부의 지부는 미리 알고 있었소. 뭔가 좀 이상하지 않소?]
마우와 모천안은 서로 한번 쳐다보더니 똑같이 의아한 빛을 띄웠다. 마 우는 말했다.
[오 지부가 어떤 말을 했는지 모르겠군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는 조금 전 살그머니 나에게 와서는 서남쪽에서 앞으로 커다란 일이 발생할 것이니 그 누가 주원장이 되고 자신은 유백온이 된다고 했소. 그리고 나에게 운수를 알고 시세의 흐름을 안다면 그대들 두 분을 억류 하라는 것이었소. 나는 주원장이니 유백온이니 하는 소리를 이해할 수 가 없었으며 터무니없는 소리를 지껄인다고 욕을 하던 참인데 그대들 두 분이 오셨구려.]
두 사람은 깜짝 놀라 안색이 크게 변했다. 마우는 용렬한 사람이었지만 모천안은 임기응변에 능해서 나직이 말했다.
[그 오가가 그와 같은 말을 했다면 대인에게 반란을 일으키도록 권고한 것입니다.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이지요.]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에게 좀더 명백하 게 이야기하라고 했소. 그는 자꾸만 책주머니를 던지며 후발이니 선발 이니 하는 말을 했소. 나는 나이 어린 몸으로 이미 큰 벼슬을 했으니 먼저 출세한 셈이 아니냐고 했지요.]
마우와 모천안은 하나같이 생각했다. (오 지부가 말한 것은 먼저 선수를 써서 사람을 제압해야지, 후수를 쓴 다면 오히려 그 사람에게 제압을 당한다는 말이었겠지. 흠차대인은 학 문이 없으니 그저 먼저 출세하고 뒤에 출세하는 것으로 안 모양이다.) 두 사람은 노련한 만큼 그와 같은 사실을 설명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선수를 써서 먼저 사람을 제압한다는 이 숙어는 위소보가 어릴 적부터 이야기꾼으로부터 익히 들은 것이었다. 이번에는 그야말로 학문 이 없어서 그러한 수작을 부린 것이 아니고 일부러 바보 행세를 한 것 이었다. 마우는 말했다.
[오 지부는 매우 당돌하군요. 그는 갔습니까?]
위소보는 말했다.
[아직도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소. 나와 앞으로의 커다란 계획을 상의하 겠다는 것이오. 그 조그만 지부라는 직책으로 나와 무슨 커다란 계획을 상의하자는 것인지.... 이 형제로서도 오삼계를 공격하는 커다란 계획 은 두 분과 상의를 하고자 했지 그 조그만 지부의 잔소리를 듣고 싶지 는 않소이다.]
마우는 말했다.
[그렇지요, 그렇지요. 대인께서는 오 지부를 불러서 비직으로 하여금 그에게 몇 마디 말을 듣도록 해주시는 것이 어떻겠소이까?]
위소보는 말했다.
[매우 좋소.]
그는 고개를 돌려 친위병에게 분부했다.
[오 지부를 모셔 오도록 하여라.]
오지영이 대청에 이르러 보니 순무와 포정사가 자리에 있지 않은가? 그 는 그만 기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기쁜 것은 흠차대신이 자신의 밀보를 매우 중시하여 무태와 번태마저 초청해 와서 함께 상의 한다는 점이었고 걱정한다는 것은 소식이 누설되면 순무와 포정사가 자 기가 얻을 큰 공을 나누자고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즉시 앞으로 나가 인사를 하고 공손히 한켠에 섰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오 지부는 앉으시오.] [예, 대인께서 자리를 내리신 데 대해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그는 엉덩이를 살짝 의자에 대는 척했다. 위소보는 말했다.
[오 지부, 그대는 매우 큰일을 이 형제와 상의하겠다고 했소. 물론 그 대가 두번 세번 무태 대인이 모르도록 하라고 했지만 이 일은 매우 중 대하여 부득이 두 분 대인을 불러서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으니 아무쪼록 그대는 너무 탓하지 마시오.]
오지영은 매우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고 재빨리 몸을 일으켜서 위소보와 무태, 그리고 번태 세 사람에게 절을 하고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비직이 당돌한 점, 세 분 대인께서는 살펴 주십시오. 이것은....이것 은....]
그는 대충 얼버무리려 했으나 위소보가 솔직하게 말했는지라 무슨 말을 하더라도 변명으로 감추기가 어렵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순무와 포정사 두 사람의 얼굴은 자연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지고 말았다. 위소보는 말 했다.
[오 지부의 소식은 매우 빨랐지요. 그는 서남의 병마 대권을 쥔 한 무 장이 일간 군사를 모아 반란을 일으킨다고 했소. 그가 반란을 일으킨다 면 야단이 나게 되고 천하가 진동하여 황상께서는 용상에 제대로 앉아 있지 못하게 될 것이고 어쩌면 우리들의 머리도 땅에 떨어질 것이라고 했소. 그렇지 않소?] [예, 하지만 세 분 대인께서는 하늘만큼 높은 복을 타고나신 분들이시 니 흉한 일을 만난다 하더라도 길하게 빈할 것이며 어려운 일을 당한다 하더라도 상서로운 일로 변하게 될 것이므로 전혀 거리낄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것은 오 대인의 덕을 보는 것이겠지. 오 대인, 그 무장은 그대와 종 씨라고 했지요?] [예, 저와 성이 같습니다만....]
위소보는 그 말을 가로챘다.
[그대는 그 무장의 편지를 가지고 있으며 그가 친히 쓴 것이라고 했는 데 그 편지는 결코 가짜는 아니겠지요.] [절대 틀림없는 것이며 가짜일 리가 없습니다.]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편지에는 군사를 모아 반란을 일으킨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주원 장이니 유백온이니 하는 사람들을 들먹였소. 이 형제는 글공부를 제대 로 하지 못해 편지에 무엇이 쓰여 있는지 몰랐는데, 오 대인이 이 형제 에게 자세히 그 뜻을 설명하고 이 형제로 하여금 즉시 손을 쓰도록 했 소. 그리고 선발이 어떻고 후발은 어떻다고 했으며 백 년이 가더라도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기회라고 했소. 또 그렇게 하면 반드시 커다란 부귀를 놓치지 않을 것이고 이 형제는 왕으로 봉해질 것이며 오 대인 역시 백작인가 뭔가에 봉해질 것이라고 하지 않았소.]
오지영은 말했다.
[그것은 비직의 짐작이고 대인께서 밝게 살피셨는데 정말로 비직보다 백배 더 잘 보고 계십니다. 그 편지의 뜻은 확실히 그런 뜻이었습니 다.]
위소보는 오른손의 소맷자락에서 오륙기의 편지를 꺼내 오지영의 앞으 로 내밀면서 몸을 한쪽으로 기울여 다른 사람이 그 편지를 보지 못하게 가로막고 말했다.
[바로 이 편지가 아니오? 그대는 똑똑히 보시오. 사태가 중대하니만큼 결코 잘못 보아서는 안 되오.] [바로 이 편지입니다. 결코 틀림이 없습니다.] [매우 좋소.]
그는 그 편지를 오른쪽 소맷자락 안으로 거두어 넣고는 의자 등걸에 등 을 기대며 말했다.
[오 지부, 아무쪼록 그대는 잠시 물러가 있도록 하시오. 나는 대인들과 더불어 함께 상의를 하겠소. 우리 세 사람의 부귀공명은 모두 오 대인 에게 달려 있는 것 같소이다. 하하하....]
오지영은 얼굴에 의기 양양한 빛을 감추지 못한 채 다시 세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
[모두가 세 분 대인께서 은혜를 베푸시고 키워 주신 덕택입니다]
그는 몸을 옆으로 돌려 천천히 물러갔다. 위소보는 그가 문 입구까지 물러가기를 기다려 물었다.
[오지부, 그대의 자는 어떻게 되시오?]
오지영은 말했다.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비직의 천한 이름은 지영이라 하옵고 자는 현 양이라 합니다.]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됐소.]
마우와 모천안 두 사람은 오지영에게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관 계의 규칙에 의하면 상관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아랫사람이 끼여들 수는 없었다. 마우는 성질이 매우 급한 사람이었다. 꾸짖어 주려고 하 는데 위소보가 어느덧 오지영에게 물러가라고 명령하지 않는가? 이 바 람에 마우는 이마에 푸른 심줄을 불끈 세웠고 온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 올랐다. 위소보는 왼쪽 소맷자락에서 사윤황이 쓴 가짜 편지를 꺼내며 말했다.
[두 분은 이 편지를 보시오. 오지영 그 녀석은 이 편지가 대단하다고 했는데 형제는 글공부를 하지 못해 그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가 없구려.]
마우는 그 편지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보니 그 봉투 위에는 '친정양주 부가지부노야친탁'이라고 쓰여 있지 않은가. 그는 편지를 꺼내 모천안 과 함께 보았다. 그런데 그 편지의 위에는 '현양, 나의 조카'라는 이름 이 쓰여 있었다. 두 사람은 그것을 보자 더욱 화가 났다. 마우는 편지 를 다 읽기도 전에 탁자를 두드리며 소리쳤다.
[이 개 같은 녀석이 이토록 대담하다니! 내가 나서서 한칼에 죽여 버려 야겠소이다.]
모천안은 비교적 세심한 성격이었다. 그는 오지영이 공공연하게 상관에 게 반란을 일으키라고 권고했다는 것은 사리에 너무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금 전 위소보가 자기들 앞에서 심문을 했고 쌍방이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를 친히 들었으니 어떻게 의심을 할 수 있겠는가? 어제 선지사 앞에서 작약을 구경할 때 오지영은 친히 오삼계가 그에게 아저씨뻘이 된다고 했으니, 그는 오삼계가 반란을 일으켜서 반드시 성 공하리라 짐작하고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분수를 모르고 분별없는 행동 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이 편지는 정말 오삼계가 그에게 써 준 것이오?]
마우는 말했다.
[그 개 같은 녀석이 틀림이 없다고 하지 않았소이까?]
위소보는 말했다.
[이 편지에는 장황하게 설명을 하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이라 했는지 두 분이 이 형제에게 설명을 해주시구려.]
모천안은 백사를 자르고 대풍가(大風歌)를 지어 불렀다느니 돌다리에서 신발을 주웠다느니 하는 얘기를 일일이 설명했다. 마우는 말했다.
[단지 우리의 태조 고황제께서 가장 먼저 오나라라고 칭했다는 이 한 마디만 하더라도 멸족시킬 수 있는 죄를 지은 것입니다.]
모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적이 이 일을 일으킨 데 대해서 소문을 들으니까 무슨 주삼태자(未 三太子)를 내세워서 사람들을 긁어모았으며, 말로는 명나라를 되찾겠다 는 것이라 하더군요.]
한참 의논하고 있을 때 돌연 북경의 어전시위가 달려와서 성지를 선포 하였다. 위소보와 마우, 모천안은 끓어엎드려서 성지를 받들었는데 바 로 강희가 위소보에게 북경으로 올라오라는 부름이었다. 그리고 양주에 충렬사를 세우는 일은 강소성의 포정사에게 맡겨 처리하라는 당부가 있 었다. 위소보는 매우 기뻐서 속으로 생각했다. (소황제가 오삼계를 공격하는데 만약 나를 대원수로 삼는다면 그야말로 위풍당당하겠구나.) 마우와 모천안은 황상의 유시 가운데 위소보에게 장려하는 말이 있는지 라 즉시 축하 인사를 하고 그의 벼슬이 높아지게 된 것을 축하했다. 위 소보는 말했다.
[이 형제는 내일 북경으로 돌아가야겠소이다. 황상을 만나면 자연히 두 분이 훌륭한 벼슬아치라는 것을 칭찬하게 될 것이외다. 하지만 두 분이 맡은 일을 얼마나 훌륭하게 처리했는지 말씀드리려면 제가 잘 모르고 있는 점을 두 분이 이야기해 주셔야겠소이다.]
무태와 번태 두 사람은 크게 기뻐서 공수를 하고 사의를 표했다. 모천 안은 번태라고도 하는 포정사이므로 먼저 순무의 정적(政積)을 칭찬했 다. 그는 강희의 성격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마우가 어떻게 부지런히 정사를 베풀어서 백성들을 사랑했으며 어떻게 황제의 덕을 넓게 퍼뜨렸 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 말 가운데 십중팔구는 거짓말이었다. 마 우는 병긋벙긋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곧이어 모천안 역시 자신이 가장 자랑하는 정적을 이야기했는데 매우 과장되어 있었으나 실제로 있 을 수 있는 공로들이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것들은 이 형제가 모두 다 기억하겠소. 그리고 우리들은 또 한 가지 의 커다란 공로를 보태야 하겠소. 오삼계 역적이 반란을 일으킨 데 대 해서 황상은 매우 통한하게 생각하고 계시오. 그런데 오지영이 내응을 하려고 했으며 강소성의 문무백관들로 하여금 일제히 반란을 일으키도 록 선동했는데 다행히 우리 세 사람이 사전에 이를 적발해 내지 않았 소? 이와 같은 사실을 상주하면 상을 받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오. 이 형제는 내일 출발하여 북경으로 돌아 가겠으니 두 분이 한 장의 상주문 을 씨주시구려.]
무태와 번태 두 사람은 입을 모아 말했다.
[이것은 위 대인의 공로인데 비직들이 어떻게 가로챌 수가 있겠습니 까?]
위소보는 말했다.
[너무 겸손하게 생각하지 마시오. 우리 세 사람이 함께 세운 공로라고 하면 더욱 좋지 않겠소.]
모천안이 말했다.
[총독 마(麻) 대인께서 강녕(江寧)으로 돌아가셨는데, 흠차대신께서는 성상께 상주하실 때 역시 마 대인을 위하여 몇 마디 좋은 말을 해주시 는 것이 좋겠습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매우 좋소. 말을 한다고 해서 밑천이 드는 것도 아니지 않소.]
마우와 모천안은 다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서야 작별을 고했다. 위소 보는 서천천 등에게 명하여 오지영을 묶도록 했으며 그의 입에 자갈을 물려 말을 하기 힘들도록 만들었다. 오지영이 마음속으로 느끼는 놀라 움과 공포감, 그리고 의아함은 그야말로 형용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튿날 이른 아침, 양주성 안의 문무 관원들은 하나하나 줄을 서서 대 청에서 기다렸다. 흠차대인을 접견하려고 기다리는 것이었다. 모든 사 람들은 하나같이 상당한 양의 예물을 갖추어 놓고 있었다. 양주에서의 벼슬은 벼슬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모든 관원들은 벼슬이 오르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았으며 그저 흠차대인이 북경으로 가서 및 마디의 좋은 말을 하여 자기들의 지위를 몇 년 더 누릴 수 있게 해준다 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을 느낄 수 있는 형편이었다. 총독 역시 소식을 듣고는 밤을 도와 양주로 달려왔다. 그와 순무가 한 선물은 정말 대단 했다. 양주 일대에 삼 년 동안 세금을 바치지 않도록 면해 주었는데 세 금과 관계된 사람은 자연히 빼돌리는 돈이 있기 마련이었다. 위소보는 친히 그 일을 알 수는 없었지만 번태 등이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을 미리 마련해서 바쳤다는 것을 알았다. 위소보를 따라온 무장들과 심복 들도 모두 풍성한 은자를 노자로 받게 되었다. 마우는 이미 상주문을 준비하여 위소보로 하여금 황제에게 직접 드리도록 했는데 그 상주문에 는 위소보가 얼마나 은밀하게 조사했으며 어떻게 그 위험한 곳으로 들 어가서 오삼계와 오지영이 밀모한 사건을 알아내게 되었는가 하는 사실 을 자세히 설명하고 크게 칭찬을 했다. 그리고는 총독과 순무, 그리고 포정사 세 사람이 옆에서 도와 역시 공로를 세운 셈이라는 말도 곁들이 고 있었다. 모천안은 다시 말했다.
[황상께서 오 역적을 상대로 군사를 일으키게 되었는데 애석하게도 비 직은 문관이라 적진으로 뛰어들어가 도적을 죽일 재간이 없군요. 비직 은 이미 총독 대인과 무태 대인의 뜻을 받들어 열홀 안에 사람을 보내 한 무더기의 전량을 호남으로 보내 황상께서 사용하실 수 있도록 하겠 소이다.]
위소보는 웃으면서 말했다.
[대군이 미처 출발하기도 전에 식량이 먼저 도달하겠구려. 세 분은 치 밀하시니 황상께서는 반드시 기뻐하실 것이외다.]
여러 관리들과 이별한 후에 위소보는 친위병을 여춘원으로 보내서 어머 니를 모셔 오도록 하였다. 그리고는 평복으로 갈아입고 어머니를 만났 다. 위춘방은 아들이 큰 벼슬을 한 줄은 모르고 그저 수작을 부려 노름 을 한 끝에 한밑천 크게 잡은 줄로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위소보가 그 녀를 모시고 북경으로 가서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으 나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노름으로 얻은 돈은 오늘 왼손으로 들어왔으면 내일은 오른손으로 나 가기 마련이다. 내가 북경에 갔을 때 네가 다시 돈을 깨끗하게 잃는다 면 이 어미를 술집으로 팔아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이 어미가 장사를 하려면 역시 양주에서 하는 것이 낫다. 북경이란 곳의 그 혀끝이 뱅뱅 도는 표준말만 하더라도 이 어미는 한마디도 할줄 모른다.]
위소보는 웃었다.
[어머니, 아무쪼록 안심하세요. 북경에 가시면 하녀들과 아주머니가 어 머니의 시중을 들 것이니 무엇이든지 어머니 스스로 할 필요가 없습니 다. 나의 은자는 영원히 쓰고도 마르지 않을 것입니다.]
위춘방은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답답해서 죽을 것이다. 하녀와 아주머니들이 있어 시중을 든다고는 하지만 이 어미는 그와 같은 복을 타고나지 못했 으니 사흘도 넘기지 못해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될 것이다.]
위소보는 어머니의 성질을 잘 알고 있었다. 온종일 커다란 집안에 갇혀 서 답답한 세월을 보낸다면 확실히 재미가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한 웅큼의 은표를 꺼내 모두 오만 냥이나 되는 은자를 내밀며 말했다.
[어머니, 이 은자를 어머니에게 드러지요. 어머니는 여춘원을 사서 직 접 주인이 되어 보십시오. 이 돈이면 세 곳의 기녀원을 더 살 수도 있 답니다. 여춘원(麗春院), 여하원(麗夏院), 여추원(麗秋院), 여동원(麗 冬院)을 경영한다면 춘하추동 일 년 얼두 달, 사계절 동안 돈을 모을 수 있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위춘방은 그렇게 큰 야심은 없는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사람을 시켜 이 은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오도록 하겠다. 만약에 이 은표를 은자로 바꿀 수 있다면 이 어미는 조그만 기녀원을 차리도록 하겠다. 그것만 하더라도 매우 흐뭇한 일이다. 만약 큰 기녀 원을 차리겠다면 네가 커서 스스로 주인이 되도록 해라.]
그녀는 나직이 물었다.
[소보야, 너 이 많은 돈을 훔치거나 빼앗아 온 것은 아니겠지?]
위소보는 주머니 안에서 네 알의 주사위를 꺼내어 큰소리로 부르짖었 다.
[만당홍(滿堂紅)!]
그는 주사위를 탁자 위에 굴렸다. 아니나다를까 주사위는 모두 사 점이 하늘로 향하도록 누워 있었다.
[후레자식이 한 수 재간을 배웠으니 아무리 져도 몽땅 잃지는 않겠구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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