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펴야 스트레스는 풀린다 스트레스는 심리적인 작용이지만, 현대인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평상시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와 비슷한, 아니 거의 똑같은 자세를 취하면서 살고 있다. 몸을 구부리고 살고 있는 것이다. 고개는 숙여져 있고, 어깨가 앞으로 처지면서 가슴은 좁아져 있고, 허리는 뒤로 굽어 있다. 병원에 가면 이러한 사실은 전혀 모르면서도, 스트레스 때문에 병이 생겼으니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마음 편하게 먹고 살라고 한다. 별 큰 걱정 없이 살고 있는 사람한테도 스트레스 받지 말고 살라고 한다. 필자는 이와 반대로 얘기하고 싶다.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는데, 왜 항상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 살고 있느냐고 묻고 싶다. 스트레스를 풀라고 권하기보다는 왜 몸을 펴고 살지 않느냐고 묻고 싶은 것이다. 가슴이 좁아져 있어 심장이 수축할 때에는 문제가 없으나 팽창할 때에는 제대로 팽창하지 못하니 가슴이 답답다. 마찬가지 이유로 허파가 눌려 있어 흉식호흡을 하다 보니 숨이 차다. 위가 눌리거나 밑으로 처져(이것을 위하수라고 한다) 있으니 위가 제대로 운동을 하지 못해 소화가 안 된다. 등이 굽어 있어 위로 가는 신경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니 먹어도 배가 부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많이 먹어 대기도 한다. 오른쪽 목이 틀어져 있으면 항상 머리가 띵하고, 왼쪽 목이 틀어져 있으면 항상 눈이 침침하다. 현대인은 이런 상태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옛날 사람들 사진 찍은 것을 한번 유심하게 살펴보면, 대개가 뻣뻣하게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은 거꾸로 진화(퇴화가 정확한 표현이다)하고 있는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살고 있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것은 허리를 뒤로 굽히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 역시 한번 실험을 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허리를 펴 보면 고개도 함께 당당한 자세로 들어 올려진다. 반대로 허리를 뒤로 굽히면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을 찾으려는 듯한 자세로 목도 앞으로 굽는다. 이런 사람에게는 몸을 펴는 것이 건강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몸을 펴는 방법은 누차 얘기한 대로 너무나 간단하다. 방석숙제와 걷기숙제를 꾸준하게 하기만 하면 몸은 저절로 펴지게 돼 있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너무 딱딱해서 재미가 없을 것 같으니 놀면서 몸을 펴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한국 사람처럼 노래방에 많이 가는 족속은 없다고 하는데, 노래방에 가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수처럼 멋있게 보이려고 마이크를 두 손으로 잡고 고개를 숙이고 가슴을 좁히면서 예쁜 모양을 하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해서는 몸이 굽게 되므로 스트레스는 풀리지 않는다. 성악가가 가곡이나 오페라를 부를 때처럼 가슴을 펴고 고개를 쳐들고 불러야 몸이 펴지면서 스트레스 받은 자세가 교정이 된다. 또 이렇게 노래를 불러야 공명이 트이면서 고음도 나온다. 이것은 지나가는 얘기이지만, 고음(高音)이 안 나오는 사람은 선천적으로 그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사람마다 성대의 길이가 달라 고음이 잘 나오는 사람도 있고 저음만 나오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타고난 것이니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음의 폭이 좁아 고음이 전혀 안 나오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은 몸을 펴면, 특히 고개를 쳐들고 노래를 부르면 현재 상태보다는 훨씬 더 고음이 나온다. 고음을 내려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나던 사람도 몸을 펴고 부르면 부드럽게 고음에 도달할 수 있다. 여행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행을 하면 일상에서 찌든 마음이 풀어진다. 그러면 몸도 펴지게 된다. 몸과 마음은 서로 영향을 주는데, 마음이 편해지면 몸 또한 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역도 마찬가지로 성립한다. 몸이 펴지면 마음 또한 편해지는 것이다. 여행 중에서도 자연과 벗을 하는 여행이 스트레스를 풀거나 몸을 펴는 데는 더 없이 좋다. 자연에서 태어난 존재인 인간은 자연에 다가가면 다른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지게 돼 있다. 기분이 좋아지면 몸은 펴지게 된다. 인공의 장벽에 갇혀 있는 인간은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처져서 살게 돼 있는 셈인 것이다. 웃고 떠드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 친구와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웃고 떠들다(또는 수다를 떨다) 보면 몸은 저절로 펴진다. 웃음은 우리 몸과 관련해서 참으로 좋은 작용을 한다. 웃음은 기분이 좋을 때 나오는 것인데, 이때 우리 몸은 저절로 펴지게 된다. 세상에 웃을 때 몸을 구부리고 웃는 사람은 없다. 고개를 숙이면 벌어지던 입이 다물어지면서 웃음은 쏙 들어가게 돼 있다. 그래서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려고 하는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몸을 구부리게 된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얘기가 있는데, 필자는 정말로 얼마나 많은 종류의 복이 오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웃으면 몸이 펴지면서 좋은 자세를 갖게 함으로써 건강에 도움이 되는 복이 온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몸을 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취미생활이든 무엇이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만 하면 몸은 저절로 펴지게 된다는 것만 말해 두고 싶다.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먹고, 입고 싶은 것 있으면 입고, 갖고 싶은 것 있으면 가지면 된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면서 몸은 저절로 펴지게 된다. 그러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몸과 마음의 원리가 그렇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오히려 사람은 욕심이 없으면 마음이 스스로 편해지게 된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을 뿐이다.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이 많아질수록 이룰 수 있는 것은 적어지게 되고, 그러면 몸은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한가한 마음에 건강한 몸이 올 수 있는 것이다. 화병은 스스로 자초한 것 여자분들 중에는 화가 차 있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스트레스가 엄청 쌓여 있는 셈이다. 이런 분들은 대개 세상을 원망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자기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자신을 못살게 군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이렇게, 시어머니는 저렇게, 또 시누이는 어떻게 해서 자신을 못살게 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나중에는 자식까지도 원망하게 된다. 이렇게 힘이 들어도 자식 하나 보고 살아왔는데, 그러니 이렇게 원통하게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을 그래도 자식만은 알아주어야 하는데, 자식까지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고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것이다. 몸은 무지무지하게 괴롭다. 항상 가슴은 답답하고 배에는 뭔가 꼭 맺혀 있는 것 같다. 도통 소화가 안 되고 배가 너무나 아프기도 하다. 항상 몸이 피곤하고 맥이 빠져 있으니 만사가 귀찮아진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병원에 가면 아무리 조사를 해 보아도 아무 병도 없다는 결과만 내놓는다. 조사하는 동안 링거 꽂고 며칠 동안 입원해 있다가 퇴원할 수밖에 없다. 그래 보아야 병에는 전혀 차도가 없다. 이렇게 입원하고 퇴원하기를 몇 번 하다 보면 이제는 사는 것 자체가 싫어진다. 이렇게 몸이 아픈데 더 살아서 무엇 하나. 죽어야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이런 병을 우리나라에서는 화병이라고 부른다. 미국의사협회에서 발간하는 사전에는 이 병이 hwabyung이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는 나타나지 않는데, 유독 한국의 여자들에게만 이 병이 많이 나타난다고 쓰여 있다고 한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한국인에게 특유한 병으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무애 스님께서는 우리 어머니들이 화병에 많이 걸리는 이유를 어머니들이 아이를 지극 정성으로 키우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셨다. 요즘에야 아이 둘 키우는 것도 싫어서 하나만 낳거나 아예 안 낳고 말지만, 예전에는 대여섯은 보통이고, 심지어는 열둘까지 낳아서 키우는 어머니도 심심찮게 있었다. 더군다나 분유가 없던 시절이니 그 낳은 아이들을 모두 젖을 먹여서 키웠다. 요즘에는 보통 우유를 먹여서 키우지만, 모유를 먹이는 경우에도 요즘 어머니들은 허리를 굽히고 아이에게 다가가서 먹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끓어 올려 아이의 입을 젖에 갖다 대고 먹인다. 이때 잘못하면 흉추나 경추가 틀어지거나 꺾여 아이에게 치명적인 병이 오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예전의 어머니들은 이런 위험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몸을 굽혀 젖을 아이의 입에 가져다 대고 먹였다. 그렇게 많은 아이들에게 몸을 굽혀 젖을 먹였으니 어머니의 몸이 굽을 수밖에 없다고 보신 것이다. 아이를 위해 몸을 굽히는 어머니, 그래서 어머니들은 화병에 많이 걸린다고 보신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화병은 이런 이유 때문에 걸리는 것이 아니다. 몸이 굽어서 걸린다는 점은 똑같지만, 몸이 굽는 이유가 아이 때문은 아닌 것이다. 일상적으로 몸을 구부리고 살고 있는 것이 원인인 것이다. 화병에 걸려 있는 사람을 보면 대개는 고관절이 틀어져 있다. 특히 치골이 틀어져서 이로 인해 고관절이 틀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남자는 좌와 우의 치골이 붙어 있어 이로 인해 고관절이 틀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여자는 잉태할 때 아이의 머리가 나오게 하기 위해 양 치골이 붙어 있지 않아 쉽게 틀어질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 치골이 틀어져 있는 여자분들이 평상시에 몸을 완전히 앞으로 굽히고 살고 있는 것이다. 몸이 완전히 굽어 있으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를 생각해 보면 화병의 증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심장이 눌리니 가슴이 답답하고, 위가 밑으로 처져서 무기력해져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하니 소화가 잘 될 리가 없다. 신장 또한 밑으로 처져 있으니 기능이 떨어져 몸에 불필요한 물질을 잘 걸러내지 못한다. 그러면 조금만 일을 해도 금방 피로를 느낀다. 이것이 심해지면 손과 다리가 붓는다. 신장이 더 많이 처져 있게 되면 방광을 눌러 자주 오줌이 마려운 요실금 증세가 올 수도 있다. 오장육부가 밑으로 처져 공명이 막혀 있으니 늘 맥이 빠져 있다. 장은 굳어 있으니 변비가 오거나 설사를 자주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가슴 밑에 무언가 꽉 막혀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것을 보고 화가 차 있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고, 그래서 화병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이다. 막혀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사실은 공명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공명이 막혀 있으면 위와 아래가 하나로 소통이 되지를 않는다. 불두덩이까지 내려오는 깊은 호흡이 되지 않고 가슴만 들썩이는 얕은 호흡이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공명을 트여 주면 바로 깊은 호흡이 가능해져 불두덩이까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그렇다면 화병을 퇴치하는 방법도 곧바로 나오게 된다. 몸을 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치골이 틀어져서 고관절까지 틀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사람은 우선 치골과 고관절이 제 자리를 잡도록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몸을 펴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어쨌든 화병이라는 것도 결국은 자세가 잘못돼서 오는 것이다.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가는 여기에서도 알 수 있다. 필자는 자주 한국의 어머니들이 몸을 펴고 살아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어머니가 몸을 펴야 건강하고, 어머니가 건강해야 아이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짜증을 내면 그것이 아이에게 느껴지고, 그러면 아이는 위축이 되거나 짜증을 내게 된다. 이런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공격적인 성향으로 바뀔 수 있다. 한국의 어머니여,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살자. 그래야 한국 사회가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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