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존엄과 상대방을 존중하고 진심어린 애정을 간직한 내공의 정치가, 현명하고 온화하며 강력한 리더십을 온 몸으로 체득하고 실천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인 링컨은 켄터키의 통나무 오두막집에서 태어나 여러 농장을 전전하며 가난하게 자랐다. 어린 시절은 고난의 세월이었다. 아홉 살에 어머니가 돌아가고 이후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의지했던 누나마저 죽었다. 링컨은 우물을 파고 이웃의 돼지를 잡거나 땅을 갈아서 가족의 빚을 갚아야했지만 그러한 궁핍한 삶속에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재능이 있었지만 정식 교육이라고는 1년도 받지 못했으며 출세를 위한 길은 멀고 험난했다.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 뱃사공, 점원, 장사꾼, 우체국장, 측량기사 등을 전전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좀 더 체계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영문법과 세익스피어 희곡, 기하학과 법학을 공부해 나갔다. 고학으로 변호사가 되었고 진정으로 존경받는 사람이 되겠다는 야망을 품고 정계에 진출했다. 그의 정치적 경력은 별 볼일 없이 임기를 마친 하원의원 시절과 상원의원선거에서의 두 번 낙선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 무명의 정치가가 전국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던 쟁쟁한 라이벌들을 제치고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정치역전의 드라마를 이루어 낸다. 1861년, 링컨은 미국의 16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자신을 얕잡아보면서 멸시했던 공화당의 라이벌들을 각료로 임명하고 그들의 협력을 받아내는 정치수완을 발휘한다. 노예제도 폐지에 대한 남부의 반발로 남북전쟁이 발발한 가운데서도 링컨은 훌륭하게 정부를 이끌고 국가를 경영했다.
그는 전쟁 중에 재선에 성공하여 국민의 지지를 받았고 마침내 남부의 항복을 이끌어냈다. 링컨의 재선은 그에 대한 건전한 판단과 정직한 의도를 진심으로 믿는 국민의 신뢰에 바탕 한 것이다. 보기 드문 자질을 갖춘 사람만 받을 수 있는 신뢰를 통하여 건국의 아버지들이 남겨준 영광의 땅에서 나라의 분열을 막고 민주주의를 구하며 노예를 해방하는 역사적 사명을 완수한 것이다. 링컨은 이를 '자유의 탄생'이라고 지칭했다. 연극에 심취하고 세익스피어를 좋아한 링컨은 1865년 4월 15일(56세)에 연극을 보다가 적대감을 지닌 남부주의자들에게 암살되었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의 모험담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각색하느라 잠들지 못했던 아이는 언제까지나 학생들이 암송하게 될 나라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상을 굳게 세웠고 그의 고결한 생애는 미국을 넘어선 세계의 전범(典範)이 되었다. 링컨에 견줄 수 있는 고매한 인격과 포용의 지도력을 갖춘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95년 긴 생애의 마지막 고비에 이르렀다. 각박한 세상에 위대한 영혼을 허락한 하늘의 배려에 감사하며 우리에게도 구국번영의 리더십이 등장하기를 소망한다.
추신
앞의 책, '권력의 조건'에 수록된 게티스버그 연설(1863년 11월 20일) 전문과 이에 대한 저자의 평가를 덧붙인다.
'80하고도 7년 전에 우리 조상들은 자유와 만인평등이라는 대명제를 실현하기위해 이 땅에 새로운 나라를 세웠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렇게 세워진 이 나라가 오래도록 존속할 수 있을지 판가름하는 큰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인 이 자리가 바로 그 전쟁터입니다. 우리는 나라를 지키려고 목숨 바친 이들의 마지막 안식처로 그 땅의 일부를 봉헌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면 우리는 이 땅을 봉헌한다 해도 보다 신성하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살아있거나 죽었거나 이곳에서 싸운 용사들이 이미 이 땅을 신성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미약한 힘으로는 더 이상 보탤 수도 뺄 수도 없습니다. 이 자리에서 우리가 하는 말을 전 세계가 주목하거나 오래도록 기억하지는 않을 것 입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싸운 이들이 숭고하게 이끌었으나 아직 끝내지 못한 과업을 위해 우리를 봉헌해야 합니다. 우리 앞에 남아있는 위대한 과업을 위해 우리 자신을 봉헌해야 합니다. 명예롭게 죽은 이들의 뜻을 받들어 그 분들이 목숨까지 바쳐가며 이루고자 했던 그 대의에 더욱 헌신해야 합니다. 그 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굳게 다짐합시다. 하나님의 은총아래 이 나라는 새로운 자유를 낳을 것입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지상에서 멸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링컨이 연설을 마쳤을 대 관중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지극히 짧은 연설의 갑작스러운 종결에 놀란 청중은 꿈쩍도 하지 못했다. 링컨이 몸을 돌려 자리로 향하지 않았다면 관중은 몇 분 더 말없이 있었을 것이다. 마침내 박수소리가 더러 나왔다. 그에 앞서 2시간 동안 열변을 토했던 전 하버드대학 총장 에버렛은 감탄과 존경의 뜻을 담아 링컨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각하께서 2분 안에 했던 것처럼 제가 두 시간 동안 그 봉헌식의 중심사상에 가까이 다가갔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링컨은 조국의 신념과 전쟁의 의미를 모든 미국인이 이해 할 수 있는 말과 개념으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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