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상...어젯밤 슈퍼에서 사가지고 온 빵으로 간단히 요기를 채운다.
오늘 일정을 간단히 짜고 호스텔을 나서는데 호스텔 매니저 청년이 일정을 알려주면 도움되는 정보를 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자기들 자가용 이용하고 싶으면 하라고 한다.
그래서 숭성사삼탑까지만 5원에 태워달라고 했더니 오케이를 얻었다.
걸어가도 충분하지만...아침부터 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 일정은 숭성사삼탑과 얼하이호수, 그리고 시저우을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창산도 가보고 싶지만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호수의 느낌은
이번 여행에서 비슷하게 반복되는 느낌이라 그동안 봐왔던 사진으로 대리만족을 하고자 한다.
그리고 계속되는 입장료의 압박도 적지않다.
멋지긴 하지만 입장료에 비해 만족도는 떨어지는 곳이 제법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다리에서는 골목골목 구석을 누비며 옛날 바이족들의 삶의 흔적들을 찾아보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후...리장도 마찬가지로 골목골목과 스러진 고성들을 누빌 것이다.
무지막지한 입장료의 유명관광지는 굳이 찾지 않아도 별 아쉬움은 없을 것 같다...
숭성사삼탑에 내리고 호스텔 자가용과 헤어졌다...소문대로 멋지다...
그러나 들어가보고 싶지는 않다...입장료가 장난이 아니다...
삼탑 주변을 기웃거리면서 그냥 기념으로 사진만 몇 개 찍어본다...
미련없이 돌아서 얼하이호수로 가는 버스 2번을 탔다.
1일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건너 몇 군데를 돌앙보는 투어가 150원이다.
순간 또 고민했다...멋진 호수네...가야하나 말아야 하나...150원...안봐도 답은 나오는데...
숭성사삼탑을 건너 뛰었으니 여기는 건너보자...드넓고 맑은 호수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줄 것 같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줄 것 같았다.
호수에서 바라보는 눈쌓인 산들과 푸르디 푸른 하늘과 조각구름들의 풍경은 한마디로 일품이었다.
3000년 전 부터 바이족들의 터전이었다고 하는 얼하이 호수...
소위 남조풍정도, 소보타, 금사도 등의 아름다운 섬을 구경하게 해준다.
내릴 때 마다 바이족 아가씨가 낭창한 목소리로 함께 다니면서 섬과 역사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난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지만...
또 점심시간이 걸려서일까?
배는 곧 출발하지 않고 점심식사 시간을 준다...
작디작은 어촌의 풍경처럼 생선과 갖가지 꼬지들을 팔면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대충 둘어보아도 식욕이 땡기지 않아 그냥 혼자 골목 구경하며 시장구경하며 시간을 떼웠으나 솔직히 무료했다.
총 소요시간이 4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천경각 풍경구에서 바라보는 얼하이호수는 마음의 모든 근심이 날아갈듯...가슴이 시원해진다.
배에서 한국사람이란 것을 나중에 알게 된 후 정체불명의 영어로 계속 말을 걸어주며
나름 챙겨주는 젊은 대학생 남여가 있었다...
처음엔 커플인 줄 알았는데 남매라고 한다. 그리고 보니 조금 닮았네...
그런데 아가씨가 사진 찍기를 몸서리치게 좋아한다...각종 잡지 모델 포즈 다 흉내내며...그런데 그 짓이 귀엽다.
여동생이 그래도 영어를 조금 더 잘한다.
같은 배를 탄 10명의 사람들이 천경각 풍경구 꼭대기 전망대에 아무도 올라가보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이 아가씨가 나보고...오케이? 하면서 꼭대기 가티 갈련지 의향을 묻는다...
두말하면 잔소리지...ㅋ
올라가면서 몇 번씩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정답게 정상까지 오른다...
어둔 계단을 오를 때는 조심하라고 이야기도 해준다...나름 아는 영어를 써보려는 이 아가씨...그 짓도 귀엽다.
정상에 오르니 또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이쪽에서 한 번...반대편에서 또 한번...양팔 벌리고 한 번...턱에 손 올리고 한 번...담에 기대어 고개만 돌리고 한 번...
역광인 사진이 있어 다시 한 번, 나랑 둘이서 커플사진 찍듯 셀카 한 번...뭐 이런기 다있노?
"고마해라...마이 찍킸다아이가!"
...허허...그래도 하는 짓이 귀엽다...나랑 같이 가줘서인가 보다.
내려오니 저질 체력의 오빠가 카메라 어깨걸고 늘어져 있다...
계단을 내려오는데 카메라를 들이댄다...이 아가씨...또 폼 잡는다...미친다...
마지막 절정의 사진은 나랑 바짝 팔장을 끼고 연인 포즈로 찍는다.
너도 지존이다...
아름다운 호수를 뒤로하고 시저우로 가는 마을버스를 탄다.
시저우...다리고성에 북쪽으로 18km...20분 정도가니 도착...
내리니 오토릭샤가 2원에 대기중...그냥 걷기로 한다.
먼지가 풀풀난다...오늘 저녁에 콧구녕 제대로 세탁해야겠다.
활기찬 바이족들의 일상생활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언제쯤의 시골시장 풍경이라고 해야 할까?
책에서 본 사오얼콰이라는 우리나라 호떡 비슷한 것을 판다.
어제 다리고성에서 책에서 추천한 루산이란 로컬치즈는 맛보았는데
사오얼콰이는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시저우에서 이 녀석을 드디어 만났다...그것도 시저우 시장 메인 광장에서...광장이라고 하기엔...뭣하지만...
그곳에 사람들이 그냥 퍼져 식사도 하고 군것질도 하고...숫불장작 연기가 곳곳에서 풀풀날리고...정겹게 느껴진다.
몸은 좀 피곤하지만 와서 보길 잘했다.
사오얼콰이...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다.
우리나라 호떡과 비교해서 같은 점은 설탕과 땅콩을 넣었다는 것...그리고 입천장을 데여 껍질이 홀라당 벗겨졌다는 것...
다른 점은 우리보다 크고 기름이 안 발라져 설탕꿀이 빠져나간 빵은 지루하다는 것...우리나라 호떡보다 덜 달다는 것...
우리나라 호떡...그것도 남포통 부산극장 앞에서 국적불문 모든 사람들이 줄서서 먹는 꿀호떡이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시저우...곳곳에 폐허같은 가옥들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나름 시장골목으로는 다닥다닥 작은 상점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시장 중심에는 삶에 지친 가난한 사람들의 검게 탄 얼굴들...
하루벌어 하루 해결하기 바쁜 힘겨운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사람들의 얼굴이다.
차원이 다른 삶을 통해 행복도를 비교하는 것이 어리석지만
문득 스치는 생각은...
한국에 있을 때는 나 또한 스스로 삶이 고단하다고, 물질적으로 부족하다고, 그래서 나랑 또다른 저들이 부럽다고 했었지만...
지금의 나는 그들에 비하면 참으로 많이도 풍족하고 넉넉하다.
또 감사하며 겸손해지는 시간이 되었다.
스물 네 번 끓이면 스물 네번의 다른 된장국 맛을 내는 나의 아내의 요리가 서서히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오늘은 빵도 지겹다...
다른 날보다 한국 음식이 더 간절해지는 날인 것 같다. 기간으로 볼 때 그럴 타이밍이다.
책에 소개된 한국식당을 찾아가본다.
한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넘버3 게스트하우스...다리고성 남문을 나와 오른쪽으로 쭉 걸어 올라가 성이 끝나기 조금 앞...
찻길 건너편에 고려정이란 간판과 한국요리가 글씨가 보인다...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로 또 고민한다...싱가폴에서 김치찌개 시켜 먹었다가 흉내만 낸 녀석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다.
그래서 된장찌개로 결정하고 시킨다.
반찬은 깍두기와 김치...달랑 두개...하지만 양은 넉넉하다.
그리고 이내 내 앞에 놓인 하이얀 쌀밥...밥그릇에서 방금 뒤집어 엎은 듯...모양도 동그랗구나...
된장지깨...그 향기는 일단 합격이었다...먹어보니 우리네 된장찌개와 같다...
맛있다...순간 감동에 또 머리를 벅벅 긁는다...^^
한국인들이 많이 묵는 게스트하우스 넘버3 게스트하우스...각종 차표와 투어도 함께 진행하고
단체 페키지 손님 식사를 위해서도 제법 찾는 것 같다.
페키지 손님 중...또 잘난 아줌마 하나 있다.
주인은 바빠 별 관심없어 보이는데...뭐 그냥 ... 한국에서 소개많이 해주겠다니...
다음 카페 뭐시기를 들어가보면 내 대화명이 뭔데...거기에 올리겠다느니...자기가 그 카페에서 대단히 비중이 있는 듯한
말투로 내가 홍보하면 뭔가 당신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니...내 카메라가 렌즈랑 합해서 400 조금 넘었다느니...
다음에 무리들을 내가 이끌고 찾아오겠다니...오면...여길 어떻게 찾아요? 라는 등...
아줌마 생지랄하고 있네...밥 맛이 뚝 떨어졌다...다행이 한 숟가락 남았다.
그 아줌마 딸네미도 싸가지다...가이드가 식사 후 마당에서 담배 한 대 피고 있는데...
자기가 이층에서 밥 다먹고 먼저 내려와 마당으로 오며 가이드쪽으로 가며
"아저씨 학생 앞에서 담배피면 되나요?" 란다...자기가 담배피는 사람에게 다가가놓고...밥 맛 완전히 떨어졌다...
다행이다...밥은 다 먹었다...개인적으로 뭐 좀 난척하는 사람...정말 질색이다...
그냥 겸손한 사람이 좋더라...겸손하지만 말 안해도 뭔가 느껴지는 범상치 않은 포스...그렇게 살아야 한다.
밥은 잘 먹었다...한동안 음식의 피로함이 한 순간에 해결된다.
다리고성 내에는 각종 차표와 입장료 등을 대행판매하는 여행사들이 있다.
무심코 보았는데 돌아오는 길에 자세히 보니 굳이 고성에서 버스터미널까지 생고생을 해서 안가도 될 것 같아 물었다.
역시나...하루에 세 번 버스가 있는데(터미널에는 많을 것임) 정해진 시간까지 지금 이자리에 오면 버스가 온다고 한다...
오호라...이것 좋다...지나쳤더라면 분명 아침에 무거은 배낭메고...터미널로 버스와 한 판 고생했을텐데...
그냥 여행사 앞으로 10시 10분까지 오란다...요금은 45원...예매를 하고...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온다...
된장찌개의 여운이여...오래오래 가도록 하라...
내일 아침도 고려정이란 한식당에 가서 먹을까?
아님 가져 온 즉적 비빔밥 사망시킬까?
내일 아침 눈 떠 결정하자...
여행의 중반을 훌쩍 넘어선 지금...
이제서야 제대로 이 나라를 보는 것 같다.
책이나 각종 인터넷에서 요란하게 알려진 유명지보다...
오늘 시저우처럼...그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골목길...
그리고 그들의 순박한 장터와 밀가루 범벅이 된 손으로 구겨진 1위안 거스름돈으로 내미는 손...
이제 이런 것들만 보고 싶어진다...입장료도 없지 않은가...
첫댓글 넘버3와 고려정이 한 주인이라는 것 아시우? '제임스 조'라고,,,, ㅋㅋ
예. 제임스 조인지...지김스 박인지...그건 모르겠구요...ㅋㅋ 게스트하우스를 옮기면서 식당과 통합해서 옮겼나봅니다. 원래 고려정은 없고 하우스에 같이 하더군요. 헤어스타일이 행님하고 같던데요. ㅎ
맞어~ 미국, 캐나다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운남에 필이 꽂혀서 눌러 앉았지~시우담에도 두어 번 놀러왔었어~
아~ 시우담님 떠오르게 한 헤어스타일 한 분이 제임스 조 였군요...ㅎㅎ... 저흰 우연히 길 가다가 넘버3 발견해서 처음으로 한식을 먹어봤답니다.
진작 형님 이름댈걸...ㅎ 그래도 된장찌개 맛있게 미친듯이 먹었습니다. 맛있었고 기운이 오래갔습니다.
따리에 몇일 더있을려면 창산을 넘어서 위산고성을 한번 갔다와 보세요.따리고성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수있을 것입니다
제겐 없는 정보네요. 살려주이소. ㅎㅎ 위산고성이라. 따리에 돌아가긴 돌아갑니다만 시간이 어떨런지...
제임스는 어쩌면 그곳에 필은 꽂혔는지는 몰라도 손님은 그닥 반가워 안하는것 같았어.
반가워하지 않는다기보다 그냥 그녕손님처럼 일상적인 기분으로 대하는듯...막상 찾아온 사람은 설레며 힘들게 찾아왔는데...물이라도 한 컵 더주어야지. 그냥 식당주인...ㅋ
같은 지역을 가더라도 가는 곳도 조금씩 다르고 또한 받는 느낌은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른 것이 여행인가 봅니다. 저도 따리에서는 배타고 들어가서 바라본 하늘과 창산과 얼하이의 모습이 참 좋았답니다. 150원 짜리 저희는 무대뽀로 100원까지 깍고 배탔어요..사람이 많아서 그런지...ㅎ
50원 내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