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띠
뫼비우스의 띠(Möbius strip)는 종이의 끝을 테이프를 둥글게 이어 붙이는데 그대로 이어 붙이면 단순한 둥근 테이프가 되는데 종이의 휘어지는 특성을 이용하여 위아래를 뒤집어 이어 붙여 만든 간단한 형태의 위상수학적인 곡면으로, 경계가 하나밖에 없는 2차원 도형입니다. 뫼비우스는 1958년 이것을 발견한 아우구스트 페르디난트 뫼비우스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온 것인데 별 것 아닌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서 뜻하는 바는 의미심장합니다.
즉, 뫼비우스의 띠는 안과 밖의 구별이 없는 대표적인 물체입니다. 또한 뫼비우스의 띠는 방향을 매길 수 없습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뫼비우스의 띠를 따라가다 보면 띠의 바깥 면으로 갈 수 있다는 뜻도 되고 안쪽으로 갈수도 있다는 뜻이 되어 안쪽도 되면서 바깥 쪽도 되므로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셈입니다.
즉, 댄스에서 대비되는 남자와 여자의 역할(Leading vs Following), 전진과 후진(Forward vs Backward), 왼쪽과 오른쪽(Left vs Right), 늘이기와 줄이기(Extension vs Contraction), Rising vs Falling, 보다 범위를 넓힌다면 모던댄스와 라틴댄스, 젊은 사람과 나이든 사람, 상급자와 초급자, 개인 레슨과 단체레슨 등 무엇이든지 대비되는 것에 적용이 가능합니다.
서로 아주 다른 것 같지만 결국은 어떤 면에서는 같은 것입니다. 왼쪽과 오른쪽, 전진과 후진은 반대 개념이고 남자는 남자이고 여자는 여자이지 어떻게 같으냐고 하면 단순하게 생각하면 다르지만 그렇게만 보면 그 연장선 상의 숨은 뜻은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댄스에서 남성은 Leading을 해야 하니까 Following은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될까요? 여성은 Following만 하면 되니까 Leading은 내 영역도 아니고 알 바가 아니라며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파트너와 하모니를 이루려면 반드시 파트너의 무브먼트를 이해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Rising는 Falling을 전제로 한 것이며 Falling이 없이는 Rising은 제대로 만들 수도 없고 대비가 되지 않아 무의미한 것입니다. 전진은 전진만 할 수 없으므로 후진을 빼 놓을 수 없는 것이며 왼쪽으로만 갈 수는 없고 왼쪽으로 갔으면 오른쪽으로도 가야 균형이 맞는 것입니다. 늘이기와 줄이기도 늘였으면 원위치로 와야 하고 줄였어도 결국 제자리로 와야 합니다.
뫼비우스의 띠가 뜻하는 정답은 없다는 뜻과도 통합니다. 안에서 뒤집어 밖으로 하나 밖에서 안으로 접어 들어오나 같다는 것입니다. 모던댄스와 라틴댄스를 놓고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를 가릴 수 없듯이 나름대로의 특성이 있는 것입니다. 단체레슨이 여럿이 같이 배워서 비용도 적게 들고 재미있는 반면 개인 레슨은 혼자 배우다 보면 혼자 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돈이 많이 들고 재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초급자와 상급자가 단체반에서 같이 배우게 되면 전혀 안 맞을 것 같지만 초급자는 초급자대로 배우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상급자 또한 초급자들을 통해서 배우는 점이 있습니다.
뫼비우스의 띠가 뜻하는 또 한 가지는 돌고 도는 인생이라는 것입니다. 오늘은 여성 파트너가 배우는 입장이었는데 어느 날부터는 반대의 입장이 되어서 남성 파트너보다 수준이 높아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여러 가지 춤을 단체로 받을 때는 좀 떨어지거나 별 차이가 없었는데 집중적으로 개인 레슨을 받고나서는 입장이 바뀌는 수도 생깁니다. 상급자와 초급자가 얼마든지 입장이 바뀔 수 있고 부자와 빈자의 입장이 바뀔 수 있는 것입니다. 라틴댄스가 좋다가도 모던댄스가 좋아지기도 하고 모던댄스에서 배운 지식이 라틴댄스에도 도움이 되고 라틴댄스의 어느 부분이 모던댄스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작가 조세희가 얘기하는 작품에서는 뫼비우스의 띠는 가해자와 피해자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되는 것입니다. 안은 밖으로 통하고 밖은 안으로 연결됩니다. 양면성을 다 가지고 있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남을 아프게 한 사람은 가해자임이 틀림없지만 그 때문에 나름대로 상처를 받는 다는 것입니다. 반대의 입장에서 피해자는 당장은 고통이 있지만 오히려 가해자보다 마음이 편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뫼비우스의 띠는 결국 조화를 요구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과 같이 배울 때 재미도 있고 좋은 점이 있지만 춤 이외에도 선택의 사양이 많다 보니 꾸준하지 못하고 다 같이 젊다보니 그 안에서 문제가 많이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나이든 사람들은 나이든 사람끼리 어울리는 것이 좋은 점도 있지만 젊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풋풋한 활력이나 유연성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이 갖지 못한 것을 나이든 사람들을 통하여 보충할 수 있고 나이든 사람들은 그 덕분에 젊은 분위기를 통해 운동의 강도도 높아지고 베풂의 여유와 보람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모던반에는 젊은 사람들이 모자라는 반면 라틴반에는 나이든 사람들이 모자라는 편인데 오픈 된 분위기로 단체 강습의 경제 단위를 서로 보완할 때도 서로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극과 극은 통하는 것이고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이것이 인생입니다. 댄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