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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시 원산도
지도
원산안면대교로 육지와 연결된 원산도
원산안면대교 자체도 볼거리다. 총연장 1.8㎞의 왕복 4차로의 다리가 바다를 시원하게 가른다. 다리 이름을 정할 때 말이 많았다. 연륙교가 놓이면 다리로 이어져 육지가 되는 섬의 이름을 따는 게 보통이다. 원산안면대교는 나름 공평한 선택이었다. 섬은 도시인에게 언제나 ‘로망’이다. 섬을 일상으로 연결하는 다리는 그래서 규모와 상관없이 가슴을 뛰게 만든다. 이 다리도 그렇다. 안면도 영목항에서 잘 볼 수 있다. 원산도 초전항이나 선촌항에서도 구경할 수 있다.
대천항과 원산도를 잇는 보령해저터널 개통 예정
원산도는 2021년 말에 보령 대천해변과 총연장 6.9km의 해저터널로 연결될 예정이다. 서해안 대표 여행지인 안면도와 대천 사이에 이 섬이 자리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 개발이 한창이다. 도로와 항만, 시설 공사와 정비가 한창이지만 그래도 섬의 정취는 아직 남아있다. 안면도는 해변이 예쁘고 이를 음미할 수 있도록 해변산책로도 잘 조성됐다. 이에 비하면 원산도는 여전히 ‘섬’이다. 아직까지는 이게 매력이다. 인프라나 편의시설이 부족한 만큼 안면도를 베이스캠프 삼아 나들이 다녀와도 괜찮아 보인다.
원산도 개요
면적 10.28km2, 산높이 118m, 해안선 길이 28.5km인 원산도는 보령시 대천항에서 서쪽으로 11km, 안면도 영목항과는 불과 1.8km 지점에 위치한다. 부근에 효자도, 고대도, 안면도 등이 있다. 고려 25대 충렬왕 때 대사성 최해 부자가 이곳에서 귀양살이를 하면서 시를 지어 인물과 풍습을 읊었다는 이곳은, 이후 1914년에는 구릉이 많고 산이 높으며 뫼 산(山)자 모양을 닮았다 하여 원산도라 고쳐 부르게 되었다 한다.
이 섬은 옛날에는 고만도 또는 고란도라고 불리기도 했다. 대천항에서 출발한 배는 안면도 영목항을 닿고 원산도 선촌항과 저두항에 정박한다. 오천항에서 출발한 여객선은 영목을 지나서 원산도 초전항으로 온다.
원산도와 안면도 영목항과의 인연
대천시에 소속된 원산도는 태안반도에 있는 안면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살아왔다. 연륙된 안면도는 태안반도에 위치해 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속하여 아름다운 해수욕장 등의 자연여건을 자랑한다. 원산도와 불과 1.8km 정도로 가까워 안면도 끄트머리인 영목항에서 수시로 객선이 다닌다.
필자가 영목항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4년도 가을이다. 1994년도에 탐사선 등대호를 타고 혼자 인천으로 항해하던 중 원산도에 들렀다. 원산도 초전교회에서 1박을 하면서 차를 빌려서 섬을 돌아보고 효자도로 천천히 가던 중 해도를 잘못 보는 바람에 얕은 암초에 배가 부딪혔다.
그때 스크루 등이 손상을 입었기에 아주 천천히 배를 몰아 안면도 영목항에 배를 대고 1박을 하게 되었다. 배를 육지 쪽으로 대고 물이 빠진 다음 스크루 등을 손수 분리하여 차를 빌려서 태안읍에 있는 철공소에서 고쳐 가지고 다시 배에 부착시켰다.
그때 배 수리 때문에 답사비를 모두 써버려 고민하던 차에 마침 공무원인 친구가 기부금을 보내와서 무사히 이곳을 빠져 나와 외도를 거쳐서 인천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안면도의 영목항 때문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그때 만들어 놓았다. 그 뒤에 2004년도 가을, 다시 초전교회에서 1박을 하면서 원산도를 답사하였다.
원산도와 대천항
보령에는 섬사람들과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두 개의 항구가 있다. 하나는 대천 어항이며 다음은 오천항이다. 대천 어항은 흔히 대천항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여객선을 타고 가면 호도 원산도 삽시도 장고도 등 4개 섬의 유명한 해수욕장들이 몰려 있음을 볼 수 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예매하지 않으면 이 섬에 들어가지 못한다.
대천항의 동생인 오천항은 대천항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한다. 여기는 오천카페리호가 하루에 3번씩 월도 소도 추도 허육도 육도 영목항 원산도를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코스이다. 오천항은 그 규모가 대천항과는 많이 떨어지지만 '잠수기 어업 모항'이라는 간판이 붙어있을 만큼 키조개를 많이 잡는 곳으로 여러 대의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오천항은 안면도 끄트머리인 영목항과 천수만을 앞에 두고 있는데 바람이 아무리 많이 불어도 끄떡없는 천혜의 항구이다.
대천은 수도권과 가깝고 서해안고속도로의 혜택을 많이 받는 지역이다. 대천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 대천해수욕장이다. 대천은 필자 아내의 고향이기에 종종 이곳을 찾게 된다. 대천해수욕장은 가족 단위의 휴식지이며 젊은 연인들에게는 최적의 데이트 코스이다.
길이 3.5km, 폭 100m에 달하는 대형 해수욕장으로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얕아 해수욕을 즐기기에 아주 좋다. 그래서 사시사철 1천만명에 육박하는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서해안 최고의 휴양지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백사장의 길이가 길어서 시민탑광장, 여인의광장, 분수광장 등 3구역으로 나뉘었기에 한여름에는 각 구역별로 다양한 행사를 실시한다.
대천항은 해상교통의 요지이며 서해의 어업전진기지이다. 대천항은 대천해수욕장과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어족 자원이 풍부한 서해상에서 어선들이 밤새도록 잡은 오징어와 꽃게, 도미, 우럭 등 갖가지 고기들을 싣고 와 대천해수욕을 찾는 피서객들과 관광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대천항 부두 건조대에 널린 오징어와 서대 등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이 이곳을 모르고 지나간 경우가 많은데 대천항에 오면 어선들이 고기를 잡아서 바쁘게 들락거리는 삶의 현장을 직접 목격할 수 있어서 좋다.
이곳은 정박해 있는 어선과 화물선, 여객선을 볼 수 있고, 대천 여객선터미널에는 인근 섬인 외연도와 녹도, 호도를 향하여 가는 쾌속선 웨스트프론트호가 있다. 그리고 차도선이 삽시도 원산도 고대도 장고도와 안면도의 영목항을 오간다. 대천항에서는 근해를 오가는 여행객과 수협 어판장에서 고기를 경매하는 떠들썩한 현장, 손님들에게 해산물을 팔기 위하여 가게 주인들이 흥정을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원산도의 미래
원산도는 원산도와 안면도를 연결하는 원산안면대교로 육지와 이어져 있다.
보령시 대천항과 원산도를 잇는 해저터널 사업 또한 현재 진행중이다. 2021년말 완공 예정이다.
충남 보령에서 원산도를 거쳐 안면도까지 이어지는 연륙교의 여파로 섬이 발전될 것이란 생각에 곳곳에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들어섰다. 덩달아 콘도와 별장, 레포츠 시설 등도 두루 갖추어져 있다. 새로 들어선 펜션들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어서 섬의 숙박업도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 공사가 완료되면 원산도는 충남권 제일의 관광지로 발전할 것이다. 국토부가 주관하는 이 건설공사가 2018년 5월 준공되면 그동안 상습적인 식수부족으로 인해 고통을 겪어왔던 원산도 주민들에게 상수도가 공급된다. 원산도의 1천여 명의 주민들은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어 주는 5개의 해수담수화시설로부터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지만, 여름철 관광객들이 몰리는 때에는 물이 부족하여 제한급수를 받고 있다.
앞으로 원산도는 물이 깨끗한 보령댐의 광역상수도를 공급 받아 실로 수백년 만에 물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 그외에도 전국적으로 아주 유명한 대천해수욕장과 원산도, 태안반도와 안면도가 하나의 관광권으로 개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면도~원산도~보령 간 연륙교와 해저터널의 착공으로 서해안고속도는 더욱 더 차량수효가 늘어날 것이며, 제2의 서해안고속도로가 건설되는 호재들이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안면도는 개발이 체계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경기도의 옹진군과도 지리적으로 경계를 이루어 해상교통의 연결이 수월하다. 그 중심에 있는 원산도는 그야말로 떠오르는 섬이다.
원산도 둘러보기
원산도에는 저두선착장을 비롯하여 선촌선착장, 초전선착장까지 모두 3개의 선착장이 있다. 초전선착장에는 국가주요시설물인 '지적삼각점'이 있다. 초전은 원산도의 서쪽에 있는 마을로 윗말과 안동네로 나뉜다. 초전마을은 그렇게 큰 마을은 아니다. 선착장 앞에 구릉지가 있어 좌우로 해안길이 나 있다. 오른쪽은 초전마을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큰 마을로 들어가는 해안도로다. 마을 뒤로 밭이 있다. 마을입구에 표지석과 함께 버스정류소가 있다.
섬의 유일한 마을버스는 배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운행된다. 마을버스 한 대가 섬을 오가고 하루 대여섯 번 배가 닿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해안도로. 왼쪽으로 펼쳐진 드넓은 해안이다. 이곳에 양식장이 있다. 썰물이 되면 서해의 명물 '갯벌'이 드러난다.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해변에서 조개를 잡는다. 원산도에서는 '맛조개'를 많이 잡는다.
섬의 모양은 동서쪽으로 길게 뻗어 있다. 배를 타고 섬을 일주하면 모래밭의 흰색 띠가 섬 전체를 휘감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그 하얀 띠의 길이는 70리를 넘는다. 그리고 섬마다 식수가 귀한데 원산도는 다섯 개의 봉우리가 자리하고 있어 지하수가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관광객이 몰리지 않으면 식수에는 별 어려움이 없는 곳이다.
초전의 남쪽 오봉산 산꼭대기에는 봉화대가 있다. 고만고만한 다섯 개의 봉우리를 나란히 지니고 있다고 해서 오봉산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이 봉화대는 왜적의 침략이나 긴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오천성의 수군절도사로 연락을 취하던 곳이다.
밑에는 관가(관개)라는 마을이 있다. 옛날 봉수대를 관리하던 관아 건물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홍주관할의 이 관청은 관가 아래가 당산인데 큰당과 작은당이 있다. 지금까지 해마다 여기서 당제를 지낸다고 한다. 관청 건물이 있던 곳이라고 전해지는 자리는 널따란 평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도 많은 기와가 출토된다고 한다.
다섯 형제가 어깨동무를 한 것 같은 오봉산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최고봉은 서쪽에 있는 오로봉(118m)으로 이곳에서 서해안의 여러 섬들을 내려다보는 것도 좋다. 오봉산의 반대쪽에 오봉산해수욕장이라 불리는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T자형 섬의 독특한 형태 때문에 작은 섬이지만 백사장은 무려 30km나 된다. 남쪽 해안선을 따라 굽이굽이 꺾어지면 백사장이 나타나니 작은 해수욕장이 계속되는 셈이다. 원산도 내 해수욕장은 오봉산, 원산도, 저두 등 3곳으로 섬 남쪽 해안에 몰려 있다.
오봉산해수욕장은 오봉산 남동쪽 해안에 위치해 있다. 백사장 규모는 폭 150m, 길이 2km 정도다. 수년 전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모래가 인천의 유리공장으로 실려 나가면서 해수욕장으로 재탄생했다. 백사장을 따라 소나무 숲이 우거져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백사장 주변 갯벌에서 바지락, 맛조개 등을 잡을 수 있다.
진촌을 지나면 사창에 이른다. 원산도 가운데 부분에 있는 마을로 구치와 진촌 사이에 있다. 사창 쪽에서 바라보는 해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만큼 찬란하다. 그리고 이 마을 남쪽으로 해수욕장이 있으니 바로 사창해수욕장이다. 사창해수욕장은 손길이 많이 타지 않아 아직도 태초의 자연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해수욕장이다.
진촌에서 구치를 지나다 남쪽으로 방향을 돌려 작은 구릉과 작은 다랑논과 밭을 지나면 눈이 부시도록 하얀 백사장과 만난다. 원산도해수욕장이다. 섬에 있는 해수욕장이라고 만만히 볼 수 없는 넓은 백사장이다. 모래가 곱고 해안 경사가 완만하다.
원산도에 있는 해수욕장들은 물이 따뜻하다. 그리고 웬만큼 걸어 나가도 깊어지지 않는다. 물살이 거센 지역이 아니라 파도도 잔잔하고 백사장은 부드러워 해수욕엔 그만이다. 백사장에선 게와 조개를 손쉽게 잡을 수 있고 물이 빠지고 난 뒤의 갯벌에서는 갯벌 체험도 가능하다. 선촌선착장에서 오봉산 해수욕장은 6km 정도 들어간다.
원산도에는 해수욕장 이외에 패총, 봉수대 터 등 볼거리가 산재한다. 모두 3곳인 패총 유적에선 무문토기, 마제석검, 석부 등이 출토됐다. '백발가', '시집살이 노래' 등의 민요가 전해지며, 매년 정월초에는 당제를 지냈다고 전해오고 있다.
원산도해수욕장 북쪽에 점촌마을이 있는데 이곳에는 광명초등학교를 비롯한 원의중학교 및 보건지소와 파출소는 물론 자가발전시설도 갖추고 있다. 원산도는 전체가 낚시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갯바위 어느 곳에서나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다. 간단한 채비만 준비해 가면 백사장 끝부분에 솟아 있는 갯바위에서 놀래미, 우럭, 감성돔 등을 쉽게 잡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섬 곳곳에 있는 선촌, 진촌, 초전, 저두 등의 선착장을 이용하여 갯바위에서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섬의 북쪽은 갯벌이 발달되어 있어 조개와 낙지가 많이 잡히고 있다. 저두선착장 남쪽으로 저두해수욕장이 있다. 진고지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바로 선촌이다. 가장 큰 마을이다. 경찰서 원산도 분소가 있고 농협과 함께 우체국도 있다. 이곳에 대천항 가는 여객선을 탈 수 있는 선착장이 있다. 이곳 선착장에는 빨간 등대가 있다. 그리고 마주 보이는 섬이 효자도이다. 그리고 북쪽으로 보이는 섬이 소도이고 그 옆이 바로 안면도 영목항이다.
선촌의 선착장에 서니 보령시의 화력발전소가 보인다. 날씨가 좋다. 운무도 없어 멀리 보령화력발전소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까운 곳에 있는 섬이지만 한적한 풍경이다. 선착장 끝에서는 온 가족이 낚싯대 하나에 집중하고 있다. 원산도는 조개잡이 외에도 우럭양식, 꽃게잡이, 주꾸미잡이를 한다. 섬에는 번듯한 식당도 별로 없고 좋은 놀이시설도 없다. 마치 70년대에 멈춘 듯 섬은 개발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런데 선착장 주변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눈에 들어온다.
산이 높기에 남쪽의 해변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고 북동, 북서쪽은 땅을 개간해 논농사와 염전 등으로 사용된다. 앞바다에서 잡은 생선과 염전에서 나는 천일염을 이용하여 만든 까나리 액젓, 조개젓, 굴젓, 멸치젓, 갈치 속젓이 유명하다. 주민의 3분의 2가 어업에 종사하고, 3분의 1은 농업에 종사한다.
한국 최초의 선교사 귀츨라프의 기념비석
원산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오봉산 해수욕장 남쪽에 우리나라를 최초로 방문한 귀츨라프(1803-1851)라는 독일 출신 루터교 선교사의 기념비가 있다. 좀 특이한 장소이기에 지금까지 두 번이나 가서 그 분의 뜻을 새겨보았다. 귀츨라프 선교사 일행은 1832년 7월 17일 장산(장산곶)에 도착한 다음 남하하여 22일 대천의 녹도와 불모도를 거쳐 26일 고대도에 정박하였다.
그들은 홍주목사 이민회을 만나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조선 국왕에게 정식으로 통상을 청원하는 서한을 보냈다. 조정의 회답을 기다리면서 주민들에게 한문 성경과 전도문서와 서적 및 약품을 나눠주고, 감자를 심어주기도 했다. 주기도문을 한글로 번역하여 가르쳐 주고 그리고 한글 자모를 받아 적은 다음 후에 이를 세계에 알리기도 하였다.
이 시기는 영국의 토마스 목사가 평양을 방문하여 대동강변에서 주민들에게 성경을 나눠주다 순교한 1866년보다 34년 앞선 일이며, 언더우드와 아펜셀러가 인천에 상륙한 1884년보다 52년 앞선 일이었다. 그리고 최초의 가톨릭 선교사인 불란서 신부 모방(Pierre Maubant)이 내한한 1836년보다도 4년이나 앞선다. 그런데 귀츨라프 선교사 기념비가 고대도가 아닌 원산도에 있다는 사실에 좀 의아하여 기념비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비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선교사 카알 귀츨라프(M. D) 기념비
(화란선교협의회 소속, 독일신교 선교사)
1803년 피릿즈 / 포다라니에서 출생
1851년 홍콩에서 소천
카알 귀츨라프(의사) 선교사는 1832년 7월 17일 이곳에 도착하여 한문으로 된 전도지와 주기도문 그리고 감자 종자를 이곳 도민에게 전함. 그의 전기에 "보다 훌륭한 여명의 날이 한국에 빨리 오기를 바람"이라고 언급함.
-그가 오셨든 150주년을 기념하여 1982년 7월 17일 이를 세움-
기념비 뒷면에는 영문과 독문으로 같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다. 눈여겨 본 것이 기념비에 새겨진 송죽학원이었다. 궁금하여 교회에 물어보니 남장으로 유명한 전 국회의원 김옥선 여자 장로라고 하였다. 이 분은 독실한 개신교인으로서 학교도 세 군데나 세웠으며,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분이었다.
기념비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기념비를 세운 이들의 실명은 보이지 않았다. 기념비는 반드시 세운 사람의 실명이 있는데, 이 정도의 규모를 보면 상당한 경비가 들어갔을 텐데 좀 의심스럽기도 하였다. 비문에 나타난 내용처럼 귀츨라프 선교사가 이곳 원산도 방문한 날이 1832년 7월 17일이 맞는지 학문적으로 고증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필자가 읽어본 "귀츨라프와 고대도-최초로 내한한 선교사와 고대도 전도"라는 리진호씨가 지은 책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다. 아마도 귀츨라프가 원산도에 내려 방문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겠지만, 기념비에 기록된 내용처럼 전도지와 주기도문, 감자 종자를 이곳 원산도 주민에게 전한 기록은 없다고 하였다. 원산도에 있는 귀츨라프 기념비의 역사적 고증 문제가 있지만 고대도나 원산도는 바로 이웃 섬이라 전도를 위해 들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섬을 떠나면서
원산도는 동서로 길게 뻗은 지형으로 다른 섬들보다 축복을 많이 받은 섬이다. 논과 밭, 염전과 해수욕장이 여러 개 있고, 식량을 자급자족할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육지와 가까운 위치에 있어 바람이 많이 불어도 안면도 영목항을 통해 가볍게 빠져 나간다. 인근 바다와 광활한 갯벌에서 다양한 어종과 바지락을 채취한다. 특히 멸치와 새우가 많이 잡혀서 직접 생산한 천일염을 가지고 멸치액젖, 까나리액젓 등 각종 젓갈류와 뱅어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인구도 많고, 관광지로 변하다 보니 원산도 전체 마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016년에 안면도 국제관광지가 조성되고, 2018년 완공 예정인 대천항~원산도~안면도 연륙교와 해저터널 건설 공사로 인하여 원산도의 땅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수도권이 가까워서 원주민보다 외지인들의 땅 점유율이 높다.
개발에 따라 투기꾼들이 몰려와 오래 전에 주민들에게 헐값으로 사들였다. 땅 문제 뿐만 아니라 같은 섬 내에서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돈이 순진한 예전의 섬마을 모습을 잃게 만들었다.
땅값이 계속 올라가는 바람에 부자지간에 그리고 형제간에 분쟁이 늘어나고 이웃간에 오가는 정도 메말라졌다는 것이다. 원산도의 새로운 개발은 환영하지만, 이익도 원주민에게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특산물로는 까나리액젓과 김, 쪽파가 있다. 원산도는 백령도와 함께 까나리액젓으로 유명하다. 까나리액젓은 보령지역의 특산물로서 원산도 앞바다에서 잡은 까나리를 일체의 가공식품을 섞지 않은 채, 천일염을 8대 2로 혼합해 1년여 동안 보관하며 수차례 걸러낸 진한 엑기스로 맛과 영양이 아주 뛰어나다. 원산도 쪽파는 시범단지에서 재배되는 특산물로서 마늘처럼 알과 대가 굵고 맛이 뛰어나다.
원산도 관광명소
오봉산해수욕장
다섯 개의 산봉우리가 해안선을 감싸고 있으며, 봉화대 터가 있는 오봉산 자락의 아늑한 해수욕장이다. 수심은 2~3m이고 소나무가 자생하며 규모는 13만m2다. 해안은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고 그 사이 푸른 솔이 우거져 절경을 이룬다. 해수욕장은 경사가 완만하다.
원산도해수욕장
서해안의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드문 남향의 해수욕장으로 조류의 영향이 적어 완만한 경사와 깨끗한 수질, 알맞은 수온으로 해수욕을 즐기기엔 더없이 훌륭한 조건을 갖고 있다. 해수욕장 주위로 고만고만한 백사장이 늘어서 있다. 선창 부두에서 해수욕장까지 마을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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