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있을 때 나에게는 조국 사태의 전개과정이 매우 흥미로왔다. 보통 계급갈등이나 상대적 박탈감 등은 가지지 못한 편에서 들고 나오는 편인데 그 때는 있는 자 편에서 없는 자들에게 “이래도 억울하지 않니?”, “가만히 있으면 되겠어?” 하면서 적극적으로 선동하는 분위기이었기 때문이다. 단군 이래 기득권을 가진 계층이 갖지 못한 이들에 대하여 이다지도 신경을 써 준 역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 조국은 자타가 인정하는 금수저 출신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강남좌파인 조국이 우파들에게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는 현상을 헤겔 좌파와 우파의 시각에서 생각해 보았다. 독일 관념론 철학의 대부인 헤겔을 놓고 후학들은 좌파와 우파로 분화되었다. 단순하게 규정해 본다면 헤겔 우파는 현실적인 것이 이성적이라고 생각한 반면에 헤겔 좌파는 이성적인 것만이 현실적인 것이라 생각했다.
즉, 우파는 헤겔의 관념론을 계승하여 종교적이며 보수적이었으며 당시 국가인 프로이센의 국가 이념에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좌파는 관념론을 비판하며 결국 유물론, 실증주의를 향해 나아갔으며 당시 프로이센 국가 이념, 사회, 종교를 비판하여 무신론을 향해 나갔다. 그래서 그 끝은 마르크스 주의의 사상적 기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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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 강남좌파가 자신의 안락한 현실에 머물러 있지 않고 역사의 발전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행동한 것은 철저히 이성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파들은 “네가 그렇게 사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 너는 위선자.”라고 집요하게 공격을 펴는 셈이었다.
이 대목에서 국힘당은 자신들의 정략적 이익 때문에 열을 올렸지만 정작 광기에 휩싸여 있던 것은 언론이었다. 나는 전개 되는 모습을 보면서 2차 대전 전 유대인 증오의 광기에 휩싸였던 독일인들을 생각했다. 독일인들이 광기에 휩싸이기 된 과정에는 괴벨스의 악마적 선전술이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의 괴벨스는 바로 언론이었던 것이다. 괴벨스에게는 히틀러와 제 3제국에 대한 신앙이 있었기 때문에 패망 직전에 모두들 히틀러를 배신하고 떠났지만 끝까지 남아 히틀러와 에바 부라운의 시신을 소각하고 6자녀와 함께 청산가리를 먹고 자살을 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언론이 믿고 지키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한국 사회의 기득권이다. 그들에게는 자기 편이어야만 할 조국이 자기 편이 아닌 것을 용서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십자가는 스스로 지는 것이 아니다. 억지로 지는 것이다. 조국 일가는 지난 몇년간 지옥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그들이 걸은 길은 지옥 길이 아니라 ‘검찰개혁’이라는 언덕 길이라는 것을. 검찰개혁의 길은 골고다의 언덕처럼 험한 길이다.
공감(empathy)과 연민(compassion)이라는 단어를 같은 뜻으로 쓸 때가 많지만, 사실 두 가지는 서로 다른 개념이다. 공감은 같은 입장에서 느끼는 적극적이라면 연민은 보다 소극적이다.
조국 혁신당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은 것은 아무도 조국 일가에 대한 공감 보다는 연민의 감정의 영향이 클 것이다. 특별한 정치적 신념이 없어도 조국 일가에 대한 조리돌림에 대하여 단순히 “너무하다”라고 느끼고 있었는데 그런 감정을 표현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조국신당의 영입인사의 면면을 보니 ‘윤군에 대한 원한’이 맺힌 모이는 수호지의 양산박 느낌이 난다.
조국이 선의에서 운세를 보아 주겠다고 연락을 해오는 무당들이 섭섭하게 “그런 것 안한다.”고 냉정하게 거절했다. 원래 무당의 기능은 ‘맺힌 한을 풀어주는 '것이다. 사실은 지금 조국은 자신이 무당이 되어 검찰독재귀신을 쫒아내는 한바탕굿을 벌이고 있는 셈이 아닌가? 총선판에서 창당을 해서 국민들의 맺힌 마음을 풀어주는 정치적인 굿을 벌이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개인이 정치판에 발을 담그는 이유는 권력에 대한 욕망 때문이지만 조국을 정치판으로 이끈 원인은 ‘원한’ 때문이다. 조국이 개인적인 원한을 풀기 위해서 정치를 시작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치를 하지 않았을 입장에서 복수를 하기 위해서 결단했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정치에는 대의뿐만 아니라 싸워야 할 적이 있어야 한다. 조국이 원한을 품을 수 밖에 없는 적은 누구인가? 그의 적을 나의 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면 그의 원한은 폭발적인 에너지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조국이 벌린 굿판의 효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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