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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아랖 = 한장희 기자] 한국외대는 올해 11월16~17일에 걸쳐 논술고사를 치른다. 올해 학생부 중심 전형을 폐지하면서 논술전형
선발인원을 382명에서 692명으로 대폭 늘렸다. 글로벌캠퍼스(용인)의 통번역대학과 경상대학도 올해부터는 학업적성평가가 아닌 논술고사를
실시한다. 모집인원의 60%를 학생부30과 논술70으로 우선선발하고, 나머지 인원은 학생부50 논술50으로 일반선발대상에 포함한다. 다른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논술전형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낮췄다. 올해 신설된 LD학부는 우선선발 기준을 국수영 백분위 290→288로, 서울캠퍼스는
일반선발 수능최저를 4개영역 중 2개영역 등급합 4이내로 변경했다. 글로벌캠퍼스도 수능최저를 낮췄다. 현충일에 치러진 모의논술을 통해
출제위원들도 모의고사를 마쳤다.
올해 논술고사는 형태 면에서 큰 변화는 없다. 지난해와 다른 점은 제시문의 출전을 ‘고등학교
교육과정’ 범위와 일치하도록 출제한다는 정도다. 유 처장은 “일부 대학에서 본고사 수준의 문제를 냈다는 비판을 받지만 한국외대는 수험생의 논리적
사고력 측정을 측정하는 논술 본연의 정신에 충실했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한국외대 논술고사는 학교의 특성상 두 개의 영어 제시문을
출제한다. 영어에서 숨이 ‘턱’ 막히는 학생이 간혹 있을 수 있지만 유 처장은 단호하게 “논리를 평가하는 논술고사이기 때문에 영어 때문에 논술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은 만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어 제시문은 고2 수준으로 출제한다. 영문과 교수, 원어민 교수 등이 철저하게 고2
수준으로 단어를 수정하고, 대체할만한 단어가 없을 경우 각주를 달아 단어를 설명한다.
영어 제시문 두 개 외에는 ‘자료’라는 이름의
네 개의 우리말 제시문이 나온다. 역시 학교의 특성상 인문, 역사, 철학 이른바 문사철의 영역에서 주로 출제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언어와
관련된 제시문을 출제할 수 있다. 문사철의 이야기와 관련해 최근 이슈가 된 바 있는 한국사 필수영역 지정에 관해 유 처장은 “‘오늘날 나를 있게
한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고향의 작은 도서관이었다’는 빌게이츠의 말을 빌어 자국사, 크게는 인문학 부흥의 측면에서 마땅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문항은 총 3문항으로 1번은 <제시문 이해력>, 2번은 <비교분석력>,
3번은 <문제해결능력>을 묻는 문제가 주로 출제된다. 세 문항이 조금씩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1번부터 차근차근 논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 처장은 “1번과 2번은 제시문을 이해하고 분석해서 답하는 문제이지만 3번의 경우 상식, 자유로운 사유 등을 요구한다”며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을 묻고 있기 때문에 사교육 유발요인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3번 문항의 고득점을 위해서는 사실들을 범주화하는
능력을 키울 것을 당부했다. 상식적 수준의 사실들을 ‘정책적 차원’ ‘교육적 차원’ 등으로 하나의 범주 안에 묶는 능력을 기르라는
것이다.
교과서 혹은 교육과정의 범위 안에서 출제하지만 변별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시문 각각은 교육과정을 통해 배운 학생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문항의 난도를 높이면 논술시험의 변별력은 자연스레 올라가게 마련이다. 따라서 학생의 입장에서는 개별 제시문을
읽고 분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2, 3번 문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글과 글을 연계 분석하는 능력도 길러야
한다.
제시문을 선정하는 과정을 통해서도 변별력을 기를 수 있다. 유 처장은 “제시문 내용 가운데 흑과 백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전제한 뒤 “그 중간에 배치할 제시문을 어떤 색으로 배치하느냐에 따라 난이도는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시문간 연관성이 명확한
제시문을 출제하겠지만, 겉보기에 연관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제시문을 출제해 지원자들을 당황케 할 수도 있다는 의미. 학생들 입장에서 ‘교과서
수준이기 때문에 논술이 쉬울 것’이라는 착각을 깨라는 지적이기도 하다.
출제위원이 밝히는 고득점
비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인 순서는 문항을 보고 제시문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사실. 그러나 제시문을 읽는 순서에 대한 순서는 제각각인 것이 보통이다. 유 처장은 의미있는 팁을 학생들에게 전했다. “제시문은
사회과학→철학→문학→도표 순서로 읽는 것이 좋다”며 “해석의 여지가 좁은 제시문부터 읽어야 해석의 여지가 많은 문학이나 도표 등에서 자기 식으로
해석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신문기사와 같은 사회과학 제시문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기 때문에 추출해낼 수 있는 의미는 한
가지로 요약된다. 철학 관련 제시문도 고교 수준에서는 개념에 그치기 때문에 비교적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다. 반면 문학 작품이나 도표는
교과서에서 배우는 의미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도표는 점(특정 시점)에 집중할 수도 있고, 선(흐름)을 의미있게 파악할
수도 있으며 X축과 Y축 중 무엇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유 처장은 “제한된 시간 안에 제시문간의 연관성을 효율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방법이므로 꼭 적용해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 처장은 편집 능력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3번 문항처럼 800자
내외의 짧지 않을 글을 쓸 때는 말하고자 하는 바가 눈에 띄도록 해야 한다는 것. 글씨가 악필일지라도 소주제 위주로 편집하면 논리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수월한 반면, 글씨를 잘 써도 빼곡하게 원고지를 채운 답안을 보면 채점위원 입장에서 답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 처장은
“물리적 편집 능력은 정신적 편집능력의 산물”이라며 “평소에 연습을 한 학생이라야 실전 논술고사장에서도 알아보기 쉽게 글을 작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에 논술을 연습할 수 있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다. 유 처장이 ‘인생노트’라고 명명한 일기를 작성하는 것. 그날 있었던
일, 기사를 통해 접한 사건, 갑자기 든 생각 등 다양한 소재로 글을 쓰다 보면 자연히 편집능력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유 처장은 “논술 사교육의
긍정적 측면을 굳이 꼽자면 억지로라도 글을 자꾸 쓰게 하는 것”이라며 꾸준한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시문을 요약하는 문항에서
가장 쉽게 저지르는 ‘동어 반복’의 실수는 개념어를 숙지해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앞서 언급한 범주화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예컨대 “여성, 외국노동자, 아동 등에 대해 이웃이 더욱 따뜻한 시선을 보낼 필요가 있다”는 내용은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의 필요성”이라는
개념어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술시험은 경쟁률로만 판단해도 3개 문항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기록해야 합격선에 들 수 있기
때문에 개요 작성은 필수다. 일부 학생들이 개요 없이 글을 진행하다가 흐름이 끊겨 중간에 답지를 바꾸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시간부족으로
인해 남은 시간은 허둥지둥하다 끝나기 일쑤다. 개요를 작성할 때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글 전체의 흐름을 만들 것”을 주문했다. 자칫 방향을 잃을
경우가 발생해도 크게 벗어나지 않고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베리타스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