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동인(天火同人)
성남 대장동에서 회자되고 있는 또 다른이름 '천화동인(天火同人)'도 주역 괘에서 나온 이름이다.
여우와 개가 만든 '화천대유(火天大有)'의 관계사다.
호붕구당 (狐朋狗黨)
'여우와 개의 무리들'이라는 뜻이다.
이 무리가 형성되면 여지없이 탐욕이 난무하고, 부패가 돋아난다.
화천대유의 '50억 클럽'이라는 말은 이를 상징한다.
들녘 여우와 집안 개가 결탁하니 나라는 혼란스럽다.
'천화동인'은 주역 13번째, '화천대유(火天大有)'보다 하나 앞선 괘다.
두 괘는 구성 순서가 거꾸로다.
'화천대유'는 불(☲)이 하늘(☰)위에 있는 형상(䷍)이었다면,
'천화동인'은 하늘(☰)이 불(☲)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천화(天火), 하늘이 불 위에 있으면 어떤 조화가 일어날까.
'하늘'은 강건(剛健)하다. 역동적이고 힘이 있다.
에너지를 아래로 내리쪼인다. '불'은 활활 타오른다. 위를 향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둘은 만난다. 길(吉)하다. 무엇인가 일을 벌이기 딱 좋은 때다.
그러니 여우와 개의 무리들은 회사를 하나 더 만들면서 이 괘를 가져다 이름지었을 게다.
주역은 '천화동인' 괘를 이렇게 설명한다.
천여화동인 군자이류족변물 (天與火同人, 君子以類族辨物)
'하늘과 불이 서로 만나니 동인(同人)의 형상이다.
군자는 뜻이 같은 자들을 모아 사물을 구별하고 일을 처리한다.'
'동인(同人)'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뜻 맞는 사람끼리 모여 만드는 잡지를 '동인지(同人誌)'라 하지 않던가.
그래서 '동인'은 동지(同志)이기도 하다.
어떻게 함께 일을 도모할 사람을 구할 것인가?
주역은 이 질문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을 준다.
동인우야 (同人于野), 광야에서 동지를 구하라.
고대 '주역의 시대', 도시는 '邑(읍)'이라 했다.
그리고 읍 주변을 '郊(교)'라고 불렀고, '郊' 건너 지역을 '野(야)'로 구분했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뜻 그대로 쓰이고 있는 한자들이다.
'광야에서 동지를 구하라!'
이 말은 곧 도시를 벗어나, 교외를 넘어, 더 넓은 지역에서 함께 할 동지를 구하라는 얘기다.
좁은 곳에서 끼리끼리 모여 패거리를 만들지 말라는 경고다.
자기의 종중에서 사람을 구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종중은 혈연이다. 친족이다.
주역은 이렇듯 자기들끼리 쏙닥쏙닥 모여 결탁하는 자들을 경계했다.
전에도 말했듯, 주역은 단순한 점책이 아닌 인간 삶의 길을 제시한다.
주역 철학은 그대로 공자사상으로 이어진다.
공자는 '동인(同人)'을 발전시켜 '대동(大同)'을 역설했다.
'천하가 공평무사해 문을 열어놓고 자도 아무런 걱정이 없는 세상' 말이다.
여우와 개의 무리는 이권을 찾아 끼리끼리 뭉치고 숨어 작당했다.
대법관을 포섭했고, 국회의원을 끌어들였다.
이름만 '천화동인'으로 했을 뿐, 괘의 심오한 뜻은 전면적으로 거슬렸다.
결과는 재앙이다.
[중앙/주역으로 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