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44기 쥴리입니다.
저는 지금 미국에 있습니다.
제갈량&토깽님 썜이 instructor로 참여하시는 IW라는 행사에 지난 주말동안 다녀왔습니다.
그냥 넘기기는 아까워서 후기를 썼는데 페이스북에 이미 올렸고, 카페에도 공유해봅니다.
반나절 꼼짝도 안하고 노트북 붙들고 이거 씀 ㅋㅋㅋ
말투는 제 편의에 따라 왔다갔다 하게 쓰여져 있습니다.
[ IW에서 춤추면서 느낀 것 ]
1. 댄스홀 진짜 좋다
넓다. 그리고 추가적인 공간이 많다. 댄스플로어 옆에 테이블을 갖추고 있었고,
외부에 다른 홀도 있었다. 천장도 높고, 화장실도 넓고. 아마 땅부자 캘리포니아라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날씨가 건조해서 그런지 땀 흘러도 쉽게 시원해졌고, 냉방 시스템이 진짜 좋았다. 댄스홀 그림도 한번 그려보고 싶은데, 잊어먹기 전에 시간이 되면 하고 싶다. 암튼 춤추기 좋은 곳이다. 다들 춤 추려고 30-40분씩 운전해서 온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2. 연령대의 다양함
학생부터 청년, 장년, 노년층까지 다양한 사람이 있었다. 룸메이트 토니를 통해 소개받은 매트는 11살에 처음 스윙을 시작했고, 12살에 첫 행사인 캠프 할리우드를 갔다고 하더라. 지금은 학교에서 애들도 가르치고 있고.. 그리고 같이 수업 들었던 케이티라는 여자애는 10살이라고 했다.. 많지는 않지만 어린 사람도 많고, 나이드신 분들은 그보다 더 많았다. 내가 들은 트랙에서 량깽쌤은 점프가 들어간 루틴을 가르쳐 주셨는데, 같이 수업 듣는 나이든 분들께서 무릎을 가르키며, 아유 난 아파서 못 뛰겠음~ 너도? 그런 눈빛을 교환하는 것을 목격했고.. 덕분에 량깽쌤은 뛰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추가로 가르치셔야만 했다ㅋㅋㅋㅋ 많지는 않았지만 자녀와 함께 오신 분들도 있었고, 아기를 업고 춤추는 분도 봤다. 30초 쇼케이스에서는 3명의 어린 소녀들이 공연을 했고 3등상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처음 시작하셨던 분들이 나이가 들면 이런 풍경 더 볼 수 있지 않을까?
3. 인종과 체격의 다양함
한국에서도 다양한 사람이랑 춤췄었다고 생각했지만 여긴 더한 느낌.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도 다 섞여 있고, 키 큰 사람, 키 작은 사람, 덩치가 큰 사람, 마른 사람, 털이 많은 사람, 나이든 사람, 젊은 사람... 진짜 다양한 사람들과 춤을 춘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끼리 정말 잘 어울려서 춤을 추는 분위기가 이들의 오픈 마인드를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춤으로 만났으니까 춤을 좋아하고 잘 추면 친해질 수 있는 느낌?
4. 패션의 다양함
한국에서도 스윙을 추는 사람들은 나름 과감한 옷을 시도하는 편이지만, 앞서 쓴 것처럼 나이, 인종, 체격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정말 다양한 스타일이 있었다. 아, 이래서 아무도 남이 살쪘다 튄다 등등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거구나, 워낙 다양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발산하도록 도와주는 느낌? 과감하게 하고 싶은 걸 다 해볼 수 있는 분위기였다.
5. 레벨도 파괴
트리플 스텝도 잘 못 밟는 초보부터 잘추는 사람들까지 다 같이 워크샵을 들음. 토깽쌤은 컴피티션&쇼 클래스를 마치고 오니 사람들이 오징어로 보인다고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보통 행사는 경력도 좀 되고, 잘 추는 사람들이 간다는 인식이 있는데(나만 그런걸지도 몰라도) 여기는 잘 추는 사람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사람도 다 같이 행사에 와서 잘 놀더라.
6. 팔뤄-리더의 정해진 룰 파괴
여-여 커플 남-남 커플끼리도 춤 많이 추더라. 둘이 바꿔서 추는 경우도 봤음. 남-남 커플이 추고 있었는데 한 명이 리드하다가 다시 보니 다른 사람이 또 리드하고 있고.. 스위블도 다들 잘하심 ㅋㅋㅋ 같이 춤춰본 여자 리더에게 언제부터 리딩 배웠냐고 하니까 거의 처음부터 같이 배웠다고.. 리딩도 재미 있다고 이야기 함. 한국에선 이상해 보이니 시도하지 말라고 들었었는데..
7. 다양한 춤을 같이 배움
발보아 추는 사람을 진짜 많이 봤다. 내가 한국에서 행사를 안 다니고 스카이에서만 주로 있어서 그런걸지 몰라도, 여기서는 발보아나 쉐그, 블루스를 같이 배우는 게 일반적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웨스트코스트스윙도 같이 춘다고..
8. 춤은 통성명부터..
Would you like to dance? What's your name? Where are you from? 춤 추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일단 모르는 얼굴이면 저 두 개부터 묻고 시작하더라. 정말 많은 이름을 들었는데 기억력에 한계를 느껴서 다음부터는 들은 이름을 핸드폰 메모장에다 기록을 했는데 그래도 한계가 있긴 했다. 외국 이름이고, 영어이름 아닌 중국어 이름이랑 멕시칸 이름도 있고 다른 여러 나라의 이름들이 있어서 낯설긴 했다. 춤 추고 나면 Thank you~ Thank you so much~ It was great! You are awsome~ 이런 말들 많이 했던 거 같고.
9. Outgoing의 필요성
한국에서 내가 그렇게 낯가린다고도 생각 안 했고, 소심하다고도 생각 안했는데 여기서는 가지고 있는 붙임성을 200%는 끌어내서 해야 하는구나.. 라고 느꼈다. 좀 나댄다는 수준이 되어야 여기 보통 성격이 될 수 있는 느낌.. 같은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나중에는 먼저 추자고도 엄청 말하고, 내 이름은 쥴리인데 이름이 뭔가요? 어디서 왔어요? 언제부터 춤 배웠어요? 워크샵 재밌었니? 어제 늦게까지 있었니? 질문도 엄청나게 한듯... 한국의 스윙댄스에 대해서도 엄청 말하고, 내가 여행중이고 앞으로 어디를 갈 계획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 했다. 그러니까 좀 겉돌지 않고 조금은 섞여 들어갈 수 있었던 거 같다. 듣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말하고 싶은 것들을 100% 표현하기에는 부족해서 아쉽긴 했다. 나중엔 문법이고 단어고 다 파괴하고 나오는 대로 말한 듯. 하하
10. 진짜 멀리서도 많이 오더라
같이 방 쓴 토니는 7시간 차를 타고 왔다 했다. 3-4시간 거리에서도 많이 오고.. 근데 이게 대중교통이 아니고 운전해서 오는 거였다. 대부분. 거리 감각이 한국과는 영~ 달랐다. 한국에서처럼 같은 지역에서 온 사람들끼리 더 친하고 더 응원하는 게 있어 보이긴 했음. 내가 생각하기에 캘리포니아 주만해도 진짜 큰데, LA 자체도 진짜 넓은데 그냥 같은 캘리포니아 출신이라는 이유로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았음.
11. 한국에 대해서, 한국 스윙씬에 대해서도 많이들 알더라
아무래도 강사로 량깽쌤이 와서 그런지, 또 이 지역에 활발히 활동하는 한국 출신 댄서가 있으셔서 그런지 몰라도 한국에 스윙댄스를 하는 사람들이 많고, 매일 스윙을 출 수 있다 등의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린디 포커스에서 한국인들을 많이 봤다고 하시는 분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량깽쌤들을 제외하고 이 행사에 온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다른 한국 사람도 만났긴 하지만, 그 사람들은 한국에서 온 사람이 아니라 이 지역에 사는 한국인이니까 예외로 하기로 하자.
12. 페이스북의 위대함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연결되었다. 룸메이트를 찾은 것도 페이스북 덕분이고, 춤추면서 통성명만 했던 사람들과 돌아와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던 것도 페이스북 덕분이다. 앞으로도 페이스북 덕은 좀더 볼 예정.
13. Uber/Lyft 사랑합니다.
대중교통도 불편한, 차가 없으면 안 되는 이 도시에서 나를 살려준 것은 바로 새로 개발된 이 서비스였다. 택시도 안 돌아다니는데, 버스도 진짜 띄엄띄엄 다니는데, 이것이 없었더라면 나는 이 행사에 가거나 워크샵을 들으러 갈 수 없었을 것임. 나름 가까운데 숙소 잡는다고 하긴 했지만, 스케일 자체가 너무 퍼져서 가까운 곳에 숙소가 없었음... 하하.... 친구가 추천코드를 보내줘서 Lyft에 50$ 쿠폰이 있었으므로, 나는 리프트를 더 많이 이용했는데 한국의 카카오택시와 비슷하다. 그러나 미국에선 더욱 절실하게 좋다! 그리고 결제할 때 등록된 카드에서 자동으로 돈이 인출되어서 내리면서 주섬주섬 돈이나 카드를 꺼내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하지만 리프트는 아직 유명하지 않은 것 같고, 우버가 이런 종류의 서비스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것 같았다. 토요일 late night dance에서 사회자가 우버는 여러분의 친구라고 ㅋㅋㅋ 운전하는 게 대세인 이 나라에서도 우버는 상당히 혁신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았다.
14. 불편한 점
와이파이~!! 한국 인터넷 짱!! 와이파이 빵빵 잘 터지는 곳에 정말 가고 싶었음. 길 가면서 페이스북을 할 수 없다니.. ㅠㅠ 카톡이랑 텔레그램은 켜놨지만.. 심심한데 다른 걸 할 수가 없다.... 선불심카드 사긴 했지만 구글맵이랑 리프트, 우버, 주요 정보 확인을 위한 데이터는 아껴둬야 하니까 팡팡 쓸수가 없는데.. 안타까웠음, 그리고 답답했음. 그래서 친구네 집 돌아와서 정리도 안하고 글 쓰고 있다 ㅋㅋㅋ 잊어버리기엔 아까워서. 느끼고 기록해야 금방 안 사라지니까. 그리고 내가 느낀 것을 공유하고 싶기도 했다. 많은 강사급 댄서와 경력있는 댄서들이 해외에 다니시지만 IW는 한국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행사이기도 했고. 나 같이 쪼랩은 사실 행사 참여하는 마음 먹기가 힘든 일이라고 생각해서.. 배운지 얼마 안된,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 써보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15. 마치며
암튼 저는 앞으로도 다른 곳에서 춤추기를 시도할 예정입니다. 춤으로 다양한 것을 느꼈고 배우고 있습니다. 쭈굴해 있을 때가 또 안 오리라는 보장은 없겠지만 암튼 처음보다는 나으리라고 믿으며..
첫댓글 8번 좋네요! 우리도 춤 추기 전에 이름도 물어보고 잘췄다고 인사도 하고 하면 좋을거 같아요 >< 쥴리 멋져요!
우왕~~~미국빠가생생하게느껴져~~~잘지내고있구나!!!
오옷 정리의 여왕 쥴리답게 후기도 아주 일목요연!!!! 다른 빠들도 많이 가보고 후기 많이 적어줘용~~ 조심히 잘 다녀와!!!
같은 기간 난 베트남에 있었는데 외국 나가니 통성명은 거의 기본으로 하더라 근데 하다보니 너무 많아 나중엔 그냥 춤추자는 말만하고 딴건 안하드라는 ㅋㅋ
6번은 팔뤄-리더의 룰 파괴라기보단 리더=남, 팔뤄=여 라는 룰 파괴 ㅋㅋㅋ
재미져요~ 8번은 나도 하고픈데... 작업으로 오해할까봐 조금 조심스러워요~ ^^
5번 진짜 부러워요 왠지 한국에서는 좀 춘다는 사람만 행사 참여한다는 인식이 있어서 가고 싶어도 가기 뻘쭘 ㅠㅠ
오 훌륭하다 쥴리 乃 최고 ㅋㅋ
어머 언니....! 엄청 생생한 후기 ㅋㅋ 집중해서 쭈욱 읽었어요 *.* 좋은 경험이네용. 부럽부럽. ㅠㅠ 건강히 잘 있다 와용♡
우와 대단 하세요 부럽습니다!! 페이스북 친구 추가 하러 가야징..
와우~ 정말 엄청난걸 경험하고 있네!!! 완전 부럽다~ 몸은 건강하지? 맘껏 즐기다 오렴~~^^